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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을 착취하다 - 서민을 위한 대출인가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 소액 금융의 배신
휴 싱클레어 지음, 이수경.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소액 금융의 비리를 제보하다.


 "진실이 우선이세요, 국익이 우선이세요?"


 "진실이 국익입니다."


 "과연 국민들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할까요?"


-영화 제보자(2014)에서


 김영수 해군 소령을 알고 계십니까? 2009년 군납 비리를 고발한 김소령은 내부고발자라는 멍에를 쓰고 20년간 몸담은 군을 떠나야 했습니다. 다행히 그는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에 합격하여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김 조사관은 "내부 고발자로서 유일하게 잘 풀린 사례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내부 고발자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끝없는 희생을 강요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소금 같은 내부 고발자의 제보가 없었다면 우리는 더욱 부패한 사람, 제도와 힘겹게 싸워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만나보게 될 신간『빈곤을 착취하다』역시 이러한 내부 고발자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 휴 싱클레어가 고발하고 있는 것은 소액 금융의 진실입니다. 소액 금융이란 세계의 빈곤을 종식시키기 위해, 빈곤층이 소규모 사업을 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신용으로 소액을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방글라데시 치타공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무하마드 유누스가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대출을 제공하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한 것이 그 시발점입니다. 유누스는 빈곤퇴치에 이바지한 공으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전 세계를 누비며 소액 금융 업계에 10년 이상 몸담았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소액 금융의 민낯을 생생하게 책에 담아내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소액 금융의 진면목을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덕적 아이디어가 비도덕적 탐욕과 만났을 때


 우리는 영혼을 상실했다. 우리는 운전대를 잡고 졸아 놓고, 이제 와 충돌 사고가 난 것을 부정하고 있다. 우리는 수십만명을 고용하는 하나의 산업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 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사실은 잊었다. 자율 규제 노력은 말하기도 창피한 것들이었다. ...(중략) 이것이 가능하다면 왜 더 많은 소액 금융 기관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 걸까? 나는 다른 동기가 있을 수 있을까 찾아보았지만 대답은 단순했다. 탐욕이었다. 진정한 사회적 미션 따위는 무시하는 편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더 쉽고, 더 많은 이윤을 내니까 말이다.


-p.372, p.380에서


  저자는 소액 금융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대출 과정의 불투명입니다. 대출 받은 이들은 돈을 투자해 수익을 얻기보다는 당장 급한 빚이나 생필품을 사는 지출로 대출금을 소비해 버린다는 지적입니다. 둘째는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소액 금융 기관들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입니다. 낙후된 국가의 금융 기관들은 설립 취지를 벗어나 부정과 부패, 무능과 비능률로 일관하고 있음을 저자는 생생한 경험을 통해서 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명한 경영과 나눔의 정신 대신 소액 금융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사채업자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무지막지한 이자율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고 저자는 폭로하고 있습니다. 소액 금융의 진실과 마주친 지금 우리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까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성급한 혐오감과 나약한 패배주의가 아닐까 합니다. 산업을 창출했지만 규제는 잊었다는 저자의 지적처럼, 소액 금융의 문제점은  설립 취지가 아니라 제도적 결함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의 탐욕이 근본 원인일 것입니다. 저자가 폭로한 부정한 금융인들과 눈 먼 재단들은 소액 금융이 없었다면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썩은 시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욕망 어린 눈동자를 번득일까요? 수백 페이지에 걸친 암울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제가 비관하지 않았던 까닭은 전에 읽은 어느 소설의 한 구절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치적 부패라는 것은 정치가가 뇌물을 받는게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부패에 지나지 않아. 정치가가 뇌물을 받아도 그것을 비판하지 못하고, 재판하지 못하는 상태를  정치적 부패라고 하는 것이다." -소설 은하영웅전설에서



색다른 여행기로도 읽힌다. 


 예컨대 호텔 근처에 '419 인터넷 카페'라는 곳이 있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악명 높은 나이지리아의 스팸 메일이 대량 생산되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거기서 이메일로 어떤 사기를 치는지 그곳 직원이 설명해 주었다. 그런 사기를 419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것이 나이지리아 형법 419조 위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터넷 카페의 이름을 고객들이 위반할 법률를 따서 짓다니, 나름 '투명'하다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p.172에서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 책은 색다르고 흥미로운 여행기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내용이 저자가 10년간 세계 곳곳의 소액 금융 기관에서 겪은 경험담을 생생하게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출신 저자 특유의 입담은 낯설고 황당하기까지 한 상황에서도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소적인 자세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색다른 여행기에 관심이 있다면, 자기계발서에 실망해 실제로 행복한 나라를 찾아나선 기자의 경험담을 담은『 행복의 지도』나, 미국 경제학자가 은퇴 후 캠핑카를 타고 5년간 미국을 일주한 체험을 담은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이론으로 무장한 전직 애널리스트가 6개월 동안 세계를 여행하며 물건을 사고팔면서 실물 경제를 배운 경험을 담은『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등도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입니다.    


 이제 책에서 눈을 떼고 우리의 현실을 살펴볼까 합니다. 2014년도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각국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1위인 덴마크가 청렴도가 92점인 반면 우리나라는 55점에 불과합니다. 이는 175개국 중 43위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에 해당합니다. 세계 경제 순위 10위권의 나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낭비되고 있는 정부 예산, 정치인의 비리, 기업과 기업인의 부정. 이 모든 것이 대부분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다』라고 표현하면 너무 야박한 언사가 될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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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1 21: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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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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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는 도약 효과로부터 비롯되었다.


브라운박사: 이렇게 작은 부속이 큰 문제를 일으켰다니 믿어지지 않아.

               일본에서 만들었으니 당연히 고물이지.

마티: 무슨 말씀이세요? 일본 제품들은 모두 최고급이에요.

-백 투 더 퓨쳐 3 (Back To The Future Part III, 1990)에서  


미카엘라: 저게 뭐지?

샘: 로봇인데 무지... 최첨단 로봇인가 봐 . 모르긴 해도 일본 제품일 거야.  

     그래, 확실히 일본 제품이야.

-트랜스포머 (Transformers, 2007)에서 


  2015년 10월 21일. 이 날은 영화 백 투 더 퓨처(1985)에서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 30년 후의 미래였습니다. 인터넷과 언론에서 이에 관한 기사와 포스트를 쏟아내었고, 네티즌들은 영화와 현재를 비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달리 주목하는 점은 바로 일본에 관한 언급이었습니다. 영화 속 1955년의 브라운 박사는 일본 제품의 품질이 형편없다고 비난하는 반면, 1985년의 주인공 마티는 일본 제품을 높게 평가합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2015년 노벨 의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기술 강국인 일본 또한 단계적인 기술 발전과 품질 향상을 통해서 현재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장면입니다. 반면에 최근 중국이 보인 행보는 이와 사뭇 다릅니다. 흔히 '대륙의 실수'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뜬금없이 깜짝 놀랄 제품을 선보여 우리를 놀라게 하곤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대륙의 실수'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철저한 전략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순차적인 기술 발전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기술로 바로 단계를 뛰어넘어 최신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도약 효과(The Leapfrog Effect)라고 부릅니다. 이런 중국 기업의 선두에 서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샤오미(小米)입니다. 2010년에 창업한 이 신생기업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 웨어러블 기기 미밴드로 세계 시장 2위를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세상이 주목하는 샤오미의 성장 비밀을 CEO인 레이쥔의 권유에 따라 샤오미의 시장 마케팅과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총괄담당하고 있는 리완창(애칭은 아리)이『 참여감』이라는 책으로 내놓았습니다. 작년 중국에서는 15초마다 팔리는 진기록을 세우며 기업들의 집단학습열풍을 일으켰다는 화제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인 참여감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팬덤 효과는 돼지도 하늘을 날게 한다.


<참여감 3·3 법칙, p.39에서>


  샤오미는 창업과 동시에 '첫 100만 사용자를 어떻게 끌어모을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에 대해 CEO 레이쥔은 '집중, 극치, 입소문, 신속'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집중과 극치는 제품의 목표이고, 신속은 행동준칙, 입소문은 전체 인터넷 씽킹(IT시대의 새로운 사고방식)의 핵심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행해 줄 전략과 전술이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참여감 3·3 법칙입니다. "첫째도 참여감, 둘째도 참여감, 셋째로 참여감"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참여감은 제품부터 서비스, 사용자 경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속속들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100명의 개발자에 10만 사용자의 경험을 더해 매주 MIUI(샤오미 스마트폰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업데이트하는 오렌지 프라이데이, 집처럼 편안하고 1시간 내 수리 및 배상을 약속하는 서비스센터 샤오미의 집, 샤오미의 팬인 ‘미펀’(Mi Fen, 米粉)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온라인 서비스, 오프라인 이벤트... 이 모든 것이 모여 샤오미만의 독특한 팬덤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다."라는 자신의 말을 CEO 레이쥔은 멋지게 현실로 이루어 냈습니다.     


 저에게 이 책은 중국 기업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중국 출판 수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지금껏 제가 읽어온 중국 서적들의 수준은 대동소이했습니다. 현대적 해석을 거치기는 했지만 대부분 중국 고전에 기대어 논리를 전개해 나갔고, 문장 자체도 고루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반면에 이 책『참여감』은 체계적인 구조와 독창적인 아이디어, 간결한 문장을 통해 핵심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련된 샤오미 제품의 사진을 생생하게 실은 것은 물론이고 회사 내부, 이벤트는 물론 인터넷 화면까지 캡쳐해서 보여줌으로써 읽는 재미만큼이나 보는 맛도 쏠쏠합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각장의 핵심을 간결하고 흥미롭게 풀어낸 46장의 (일러스터 출신 저자가 직접 그린)포스터입니다. 저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까지 제공함으로써 다시 한 번 독자를 감동하게 합니다.     

 


이웃에 큰 쌀가게가 생기면 우린 그 옆에서 무슨 장사를 해야 할지...


 또 하나의 짝퉁이라고까지 치부했던 샤오미(小米). 어느 샌가 따미(大米), 터따미(特大米)가 되어 우리 앞에 섰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의 차례와 서문을 보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생각 할 것이다. "이웃에 큰 쌀가게가 생기면 우린 그 옆에서 무슨 장사를 해야 할지..."


-뒷표지, 박한진(KOTRA 타이베이 무역관장, 상하이 푸단대 기업관리학 박사)


 책을 읽으면서, 샤오미와 우리의 기업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직까지 품질이나 서비스면에서 우리 기업이 샤오미에 밀리지는 않습니다. 기술력 또한 아직은 우위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참여감'이라는 점에서 보면, 위기감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다양한 국내 스마트 기기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불만이 많았던 저로서는 샤오미의 이런 정책이 부럽기만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소비자보다는 오히려 기업 관계자들이 아닐까 합니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불평으로만 치부하고, 열악한 개발자들의 현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위기는 곧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사람도, 제도도, 환경도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다면 샤오미의 앞날은 어떨까요? (저자가 샤오미에서 근무하고 있기에) 책은 샤오미의 노력과 장점, 장미빛 미래로 가득차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샤오미의 단점과 한계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중국 내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해외 진출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2014년 12월 10일, 샤오미는 에릭슨의 소송을 통해 인도에서 판매금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내 다른 기업과의 경쟁도 치열하기에 중국 내수 시장만을 믿기에도 불안한 감이 있습니다. 2015년 3분기 자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한 것은 샤오미가 아니라 화웨이였습니다. 이처럼 내우외환(內憂外患)속에서 샤오미는 어떠한 전략을 취할 것인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대륙의 실수인 샤오미는 대륙의 성공작이 될 수 있을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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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7 2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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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1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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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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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그는 누구인가?

 

 페이팔, 테슬라 모터스, 스페이스 엑스. 일론 머스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와 우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머스크는 풀고 싶은 문제와 질문을 시작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잡스, 주커버그, 머스크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타인의 결과물에서부터 시작된 상상력은 그들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도 이제는 우리만의 질문과 문제를 던져야 할 때이다.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과 교수

 

 일론 머스크. 먼저 고백하자면 저는 일론 머스크를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페이팔은 외국 웹페이지를 서핑하다보면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테슬라 모터스나 스페이스 엑스는 IT 관련 기사를 통해 잊을만하면 마주치는 뉴스 단신 정도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나 기업에 대해서 단편적으로만 정보를 습득해서인지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는 별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런 저의 선입견(?) 탓일까요?  "<타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100대 인물' 커버스토리를 장식하고, <포춘>이 '2013년 비즈니스 분야 톱 인물' 1위로 꼽았던 이.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업가이자 과학자 그리고 모험가, 일론 머스크 ELON MUSK의 첫 공식 전기"(알라딘 책 소개에서)라는 기나긴 소개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이 책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책을 처음 받고 나서, 습관처럼 먼처 앞뒤 표지부터 살폈습니다. 미래 지향적인 앞표지에 그런대로 합격점을 주고, 뒤표지를 보니 조금은 도발적인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님의 추천사가 쓰여 있었습니다. 외국 천재들의 결과물을 부러워하지 말고, 우리만의 문제의식을 갖자는 말에는 동의하면서도, 하필 이런 주장을 이 책의 뒤표지에 실은 저의가 궁금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다면, 이 책은 절대로 읽지 말아야 할 책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책에 대한 대략적인 모습을 살펴보면서 서서히 일론 머스크와 책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40대 생존 인물의 전기를 서둘러 출판할 만큼 일론 머스크는 매력적인 인물인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론 머스크, 문제를 설정하다.

 

 휴브너는 논문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핵심을 뒷받침하기 위해 삶을 바꾸는 발명의 속도가 늦춰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또한 근거를 대며 일인당 발명 수가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든다는 점도 입증했다. ...(중략) '우리는 140자 한 트윗에 올릴 수 있는 글자수 보다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원한다.'는 피터 티엘이 세운 벤처 캐피털 기업 파운더스 펀드 Founders Fund의 표어가 되었다. 

 

-p.25에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영화가 있다. 주성치가 나온 영화와 주성치가 나오지 않은 영화."라는 명문장(?)이 이 있습니다. 이를 패러디한 수많은 표현들이 아직까지도 쓰이고 있습니다. 이 표현을 빌리면 "일론 머스크에게는 두 개의 인생이 있다. 스페이스 엑스 이전과 스페이스 엑스 이후의 삶"이라는 문장을 통해 그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는 모험심이 강한 선조들 덕분에  1971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나  전기기계 공학자인 아버지의 영향 속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의 이혼을 계기로 일론 머스크는 캐나다로 이주해  학업을 이어나갔습니다. 1995년에는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스탠퍼드 대학에 들어갔지만, 이틀 만에 자퇴합니다. 대신 그는 동생과 함께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어 인터넷 지도와 검색 서비스를 결합한 Zip2 서비스를 창업 후, 1999년 매각해서 2천 2백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곧바로 엑스닷컴이라는 최초의 온라인 은행 서비스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동종업체인 컨피니티(Confinity)라는 회사와 합병하고, 회사명을 페이팔(Paypal)로 변경하며 인터넷을 통한 결제 서비스에 집중합니다. 조직원들과의 불화로 CEO에서 해임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2002년 이베이(eBay)가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그는 1.7억 달러의 자산가가 되었습니다. 여기까지의 삶을 살펴보면, 그는 천재적인 능력으로 닷컴열풍에 올라타 떼돈을 번 운좋은 청년 실업가였으며, 세간의 평가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던 거대한 이상, 인류의 생존과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열망이 남아있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그는 필요한 능력을 길렀고, 사업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준비했습니다. 드라마 미생의 오과장이 말한 것처럼 '우유가 다 익었으니 마실 때가 된 셈'입니다.


 

일론 머스크, 해결책을 제시하다.

 

 머스크의 유산은 그가 창출하는 부가 아니라 그가 세운 테슬라 모터스와 솔라시티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한다는데 있다. 머스크는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설득 당하기보다, 매료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TED 기획자 크리스 앤더슨

 

 일론 머스크는 2002년 우주 로켓 사업을 위해 스페이스 엑스를, 2004년 전기 자동차 사업을 위해 테슬라 모터스를, 2006년 태양열 발전 사업을 위해 솔라시티를 설립하고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사업에서 일론 머스크는  초기부터 최근까지 수많은 제품 실패, 다른 기업들의 방해, 언론의 비판을 견디며 고분분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미래 산업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이런 그에 대해서 저자는 "다른 국가와 기업이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해서 갈팡질하는 하는 사이에 머스크는 지구온난화에 대비해 가장 성공률이 높은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만약의 경우를 고려해 탈출 계획도 마련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론 머스크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는 여전히 미래를 향한 무모한 도전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00 페이지가 넘는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읽는 일은 그의 인생처럼 저에게 다채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론의 비전과 열정은 저에게 감동을 주었고, 닷컴열풍 속에서 막대한 성공을 이룬 이야기는 벌써 과거가 되어버린 10년 전의 역사를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반면에 스페이스 엑스의 설립과 실패를 다룬 방대한 부분은 인내가 필요한 독서의 쓴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다 읽고 난 지금 저에게는 작은 성취감과 더불어 질문만이 남아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일론 머스크를 통해서 무엇을 배울까라는 의문입니다. 아니면 앞서 인용한 김대식 교수님의 지적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의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OOO인 걸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론 머스크가 오래 전 설계한 미래를 우리 모두가 현재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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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8 0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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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집중력 혁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하버드 집중력 혁명 - 일과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1% 차이
에드워드 할로웰 지음, 박선령 옮김 / 토네이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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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ADHD, ADT?


 ADD(주의력 결핍증: Attention Deficit Disorder)는 유전적인 요소와 관련있고 환경적·신체적 요인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는 신경학적 장애이다. ADHD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ADT(주의력 결핍 증세: Attention Deficit Trait)는 ADD와 달리 유전적인 요소보다는 많은 활동양을 요구하는 과잉적인 활동량에 대하여 나타나는 뇌의 과부하 현상이다.  -http://me2.do/55VXaHRN 과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발췌 


 솜이 물에 젖어드는 것처럼 서서히, 우리는 집중력을 잃고 있다. 제가 이 책 『하버드 집중력 혁명 』을 신간평가단 리뷰 도서로 선정하게 만든 알라딘 경영 MD 채선욱님의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저 자신이 잃어버린 그 무엇인가를 다시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잃어버린 사실조차 잊고 있던 바로 그것은 집중력이었습니다. 오직 한 대상에게 정신을 쏟아붓는 몰입이 아니라, 그저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마음을 두는 행위인 집중력 말입니다. 책 소개를 읽고 나서 차분히 앉아 한참을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항상 이유 없이 바빳습니다. 아니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바빴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효율이 높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때그때 닥친 여러가지 일에 휘둘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제가 겪고 있는 문제를 저자인 에드워드 할로웰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세계 최초로 ADT(주의력 결핍 증세: Attention Deficit Trait)라고 정의했습니다. 저자는 유전적인 요인과 관계가 깊은 ADD나 ADHD와는 달리 ADT는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말합니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현상 속에서 현대인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정, 직장, 사회 어디서나 우리에게 막대한 책임과 두뇌 활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ADT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증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집중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온전히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인생의 성패와 행복을 결정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럼 저자가 오랜 기간 상담과 연구 결과를 통해 발견한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실천적 방법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법은 없다. 비전은 있다.


 이 책은 더 열심히 일하는 법이 아니라 현명하게 일하는 법을 안내할 것이다. 먼저 일터에서 주의력을 산만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과 ADT 유형 6가지 그리고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뒤이어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이겨내는 새로운 기술을 소개한다.


-p.23, 서문에서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먼저 1부에서는 일터에서 주의력을 산만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 6가지를 살펴봅니다. 저자는 각각의 증상에 시달리는 (당연히 익명으로 처리된) 환자를 내세움으로써 현실감있게 증상과 문제점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화면 중독에 빠진 레스,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멀티태스커 진, 걱정이 지나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잭을 통해서 ADT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고민하게 됩니다. 1부가 ADT 증상에 대한 처방전이라면, 2부는 집중력을 계발하고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예방책입니다. 저자는 "기운, 감정, 참여, 체계, 제어라는 5가지 요소를 합쳐서 게획을 세우면 기진맥진하거나 격분하거나 무기력한 느낌 없이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p.31에서)고 말합니다. 책을 끝까지 읽으며 집중력에 관한 비법을 찾았지만, 결국 발견한 것은 이처럼 지극히 상식적이면서 당연한 비전뿐이었습니다.   


 물론 의학박사인 저자가 기상천외한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비상적인 일입니다. 아마도 그만큼 간절하면서도 과한 욕심에서 비롯된 저만의 오판일 것입니다. 굳이 꼽자면 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한 가장 독특한 방법은 명상이 아닐까 합니다.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명상하면 아무래도 신비스런 느낌이 강하게 들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영국인  명상 컨설턴트 앤디 퍼디컴의 『 헤드 스페이스』를 추천하고 있습니다만, 초심자에게는 약간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마틴 보로슨의 『1분 명상법』, 성재헌의 『 커피와 달마』, 호우사이 아리나의 『 자기계발을 위한 15분 명상』이 초보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추천해 봅니다. 한··일 삼국의 저자가 설명하는 명상의 차이를 비교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명상법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듯 합니다. 



문제는 정보 과부하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30년 동안에 생산된 정보량이 단군 시대 이후인 과거 5000년 동안 만들어진 정보량보다 많다는 사실을 아는가? 일주일 분량의 뉴욕타임스가 담고 있는 정보량은 17세기 영국의 한 평범한 사람이 평생 접했을 정보량보다 많다는 것은 어떤가? 스웨덴에서는 한 명의 소비자가 보통 하루에 3000개의 상업적 메시지를 접한다.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288543 에서 


 자기계발서라는 특성상 이 책은 집중력을 개인의 문제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단지 집중력 저하로 인해 기업과 사회가 수천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간단히 언급할 뿐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개인에게는 당연하지만, 문제는 그 원인이 사회적으로 발생한 정보 과부하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접하며 살아갑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메신저,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와 뉴스, 더욱 빠르고 더욱 멋있는 제품들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가히 정보의 홍수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수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만큼이나 댐을 건설해서 아예 홍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 또한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벌써 10여년 전에 "오늘날에는 검열의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이제는 정보를 차단하지 않고 범람시킴으로서 검열을 한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무의미한 정보들 속에서 사람들은 정작 중요한 정보가 어떤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매일 접하는 정보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 지는지, 우리는 과연 자신의 의지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속도와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였다면, 정보화 시대는 방향과 질로 창조하는 시대입니다. 개인이나 사회 모두 잠시 멈추어서서 숨을 고르고,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일과 인생 모두 결국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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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7 2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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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과거: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


<http://cafe.naver.com/sicff/924에서> 


 1936년작 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는 대공황 시기 미국의 어느 공장 노동자와 떠돌이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산업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더불어 노동자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영 당시 공산주의 영화라며 독일, 이탈리아에서는 상영이 금지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영화가 만들어진 지 50여년이 지난 1988년이 되어서야 개봉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그의 영화는 일부에 의해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결국 찰리 채플린은 1952년 매카시즘의 희생양이 되어 유럽으로  이주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시련을 견디고 난 후에, 채플린이 진정 전하고 싶었던 권력에 대한 풍자와 대중을 위로했던 웃음은 1972년 아카데미 공로상을 통해 마침내 인정받았습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간 냉전은 소련의 몰락과 독일의 통일을 통해서 자본주의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정치 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이란 저서를 통해 자유 민주주의의 영원한 승리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자본주의는 다양한 모습으로 전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심화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움직임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아직까지 이런 비판은 잘해야 감성적인 쓴소리로 받아들여지고, 잘못하면 불온한 사상으로 매도당하기 십상이었습니다. 이번에 리뷰하게 될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는 이런 평범한 반응에서 벗어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저자인 필립 코들러가 다름아닌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우는 마케팅 분야의 대가이기 때문입니다.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과연 그 내용 또한 색다를지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자본주의 14개 단점은 각각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빈곤은 소득 불평등의 일부이고, 이는 다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높은 실업률 문제가 이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2가지 해결책인 긴축재정과 부양책이 충돌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 정치적 로비가 끼어들면서 정치인들이 금융규제와 환경보호 같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 권력 유지를 위한 표를 행사하게 만드는 식이다. 

-p.336 에필로그에서

 저자 필립 코틀러는 자본주의가 그 어떤 경제체제보다 높은 생산성과 혁신을 가져왔다고 인정합니다. 자본주의 체제를 긍정하고 시작한다는 점이야말로 이 책이 다른 자본주의 비판서와는 가장 차별화된 점입니다. 다만 커다란 장점과 더불어 자본주의는 14개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이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충실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의 구루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저자는 명쾌한 어조로 풍성한 사례와 통계를 제시하며 자신의 논리를 차분하게 풀어나갑니다. 이 지점에서 바로 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저자의 쉽고 자세한 설명을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뻔한 논리와 얄팍한 이상주의로 치부할 것인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저자가 지적한 14개의 단점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정리한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자 또한 이 단점들이 유기적 관계로 얽혀있음을 인정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본주의의 단점을 특별한 기준 없이 나열한 것은 아쉽기만 합니다. 각각의 문제점들의 인과 관계를 보다 구조화해서 구성했으면 더욱 효과적인 전달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14개의 단점들 중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이기심'과 '금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도 용납하는 이기심은 세계화를 가능하게 만든 기술을 통해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형성했습니다. 그 결과 생산을 통하여 가치를 창조하기보다는 투기 자본를 통해 '돈이 돈을 버는 경제'를 급속하게 발전시킨 결과가 바로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미래: 진 로덴베리의 스타트렉


피카드 함장: 지구로 가는 USS 찰스턴과 랑데부할 예정입니다. 당신들을 데려다 줄 겁니다.


오펜하우스: 우리는 어떻게 됩니까? 내 돈은 흔적도 없어요. 직업도 사라졌어요. 앞으로 뭘 하죠? 어떻게 살죠?


피카드 함장: 지금은 24세기입니다. 물질적 결핍은 더 이상 없어요.


오펜하우스: 그러면 뭘 하죠?


피카드 함장: 미스터 오펜하우스,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도록 하세요. 자신을 살찌우고 그것을 즐겨요.


-Star Trek TNG S01E26 "The Neutral Zone"(1987) 중에서 


 앞서 배우 찰리 채플린을 통해 초기 자본주의의 모습을, 저자 필립 코틀러의 책을 통해 현실 자본주의의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스타워즈와 더불어 SF의 양대산맥으로 불리우는 '스타트렉'을 통해 미래 경제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영화판이 리부트 되어 많은 인기를 끈 바 있는 스타트렉은 사실 프로듀서 진 로덴베리가 1966년 기획, 제작한 유서 깊은 시리즈입니다. 액션과 모험이 강조된 영화판에서는 잘 표현되지 못한 점이 있는데, 바로 스타트렉의 경제관입니다. 스타트렉의 경제체제는 원자 배열을 재조합하여 원하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Replicator'를 기반으로 합니다. 위 에피소드에서 더 이상 화폐가 존재하지 않고, 물질적 풍요만이 가득한 세상에 (21세기에 불치병으로 냉동수면 되었다가) 깨어난 자본가는 자신의 재산이 휴지조각 된 것에 망연자실합니다. 하지만 우주선의 선장인 피카드 함장은 자기 자신을 마음껏 계발하고 그것을 순순하게 즐기라고 조언합니다. 


 일부 보수주의적 경제관을 가진 사람들은 말합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평등하게 누리게 된다면, 인간은 나태하고 타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스타트렉은 반대로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진취적인 '개척 정신'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만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영화와 같은 세상이 수백 년안에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천, 수만 년이 흘러야 비로소 가능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선의 자본주의 하에서도 70억 인구 중 50억이 빈곤층인 현실을 직시하고 고쳐나가는 일은 지금 당장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나서야 할 일입니다. 지금과는 다른 자본주의를 위해 고민하고, 토론하고, 개선하는 일을 게을리한다면 우리는 최근 개봉한 SF영화 '매드맥스' 속 디스토피아를 현실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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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5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