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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관찰의 힘, 분석의 기술
이노우에 다쓰히코 지음, 송경원 옮김, 채승병 감수 / 어크로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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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정적이 감도는 법정. 침묵만이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한 소년의 살인사건에 관한 재판은 이제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스페인계로서 미국의 살고있는 18세의 소년이 자신의 친아버지를 예리한 나이프로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이미 재판장은 소년의 유죄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중략) 유독 만장일치의 유죄결정을 반박하고 다른 배심원들의 회유에 맞서 완강히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단 한 명의 배심원. 그는 사건의 정황을 미루어 볼 때 절대로 이 사건은 소년의 범죄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끝까지 소년의 무죄를 주장한다. 


-영화『12명의 성난 사람들』,  http://me2.do/F5EsVt1E에서 


 제가 소개한 이 영화는 1957년 시드니 루멧 감독의 작품 『12명의 성난 사람들』입니다.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역대 법정 드라마 2위에 오를 정도로 탁월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바로 진실을 추구하는데 있습니다. 비록 다수가 거짓을 주장할지라도 소수의 진실은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서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런 논리를 확장시켜나가다보면 우리는 '절대주의(이데아론, 합리론, 객관주의, 모더니즘)'라는 오래 된 사상과 만나게 됩니다.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분명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 입장의 대척점에 바로 '상대주의(회의주의, 경험론, 주관주의, 포스트모더니즘)가 있습니다. 철학자 이창후 교수님은 이런 점에서 볼 때 철학을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끝없는 논쟁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비단 철학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생각과 학문은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경영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로 절대주의 관점에서 통계학을 이용한 '가설검증모형'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번에 리뷰하게 될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는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사례 연구'를 통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와세다대학교 이노우에 다쓰히코 교수는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케이스 스터디에는 통계학적 연구에는 없는 강점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 강점들은 통설을 뒤집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그럼 저자의 호언장담이 과연 맞는지, 제목이 독자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왜 케이스 스터디인가』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지 책 속에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칙과 맥락 사이에서 


 내전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체첸 소년이 평소 가깝게 지내던 러시아인 장교에게 입양되게 된다. 어느날 그 장교가 살해당하게 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힌 사람은 바로 그 소년. 이 소년의 죄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12명의 배심원들이 모이게 되는데 각자 자신의 일 때문에 대충 만장일치 유죄로 만들어 끝내려 한다. ...(중략) 결국 이 살인사건의 증인인 옆집 여자의 위증으로 결론 지워지지만, 처음부터 소년의 무죄를 알고 있던 배심원장은 지금 소년에게 무죄를 선언하면, 일가친척도 없고 러시아말도 할 수 없는 소년이 진범에게 살해당할 것을 우려하며 차라리 유죄를 선고해 안전한 감옥으로 보내자고 제안한다.


-영화 『12명의 배심원』, http://me2.do/5lI62RPo에서 


 다시 소개드린 이번 작품은 2007년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 『12명의 배심원』입니다. 러시아에 맞게 각색한 부분은 있지만, 원작과 대동소이한 줄거리를 가집니다. 하지만 피고인 소년에 대한 배심원들의 주장은 전혀 다릅니다. 소년이 무죄인 것을 알고 있지만, 오히려 유죄를 선고하고 감옥에 보내려 합니다. 이것은 절대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직 러시아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러시아 체첸 분쟁으로 인한 적개심, 러시아의 법과 치안체계, 러시아 국민성을 이해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해석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저자 이노우에 다쓰히코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맥락이 핵심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접근해 인과관계를 밝히고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케이스 스터디는 맥락을 숨기고 일반적인 법칙을 찾아내는 통계학적 연구와는 다른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는 미국경영학회가 매년 1000여 편의 논문 중 단 한 편만 선정해 수여하는 최우수논문상(Best Article of the Year) 수상 논문 다섯 편을 담고 있습니다. 케이스 스터디의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이를 저자가 친절하게 해설해 줌으로써 독자가 쉽고 흥미롭게 케이스 스터디를 체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즉,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케이스 스터디를 배우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사례는 첫번째 케이스인 '쓰러져가던 교회의 예상치 못한 부활극'입니다. 상류층을 위한 교회로 발전하던 '선교교회(가명)'는 지역 경제와 환경의 변화로 쇠락합니다. 그러던 중 한 저녁 식사에서 젊은 스태프의 건의로 일요일마다 노숙자에게 손님처럼 대접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결국 이 교회는 이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서 지역 노숙자 지원의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성장하게 됩니다. 이 사례는 급진적 변화는 반드시 리더의 지휘 아래 체계적 조직개편으로만 가능하다는 기존의 정설을 뒤집고, 작은 변화가 불연속적으로 증폭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합니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기 위해서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 살면서 숙명이라 불리는 첫 번째 화살은 누구든 피할 수 없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늘 치명적인 상처는 스스로 만든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에 맞아 생긴다. 회사는 고객불만이라는 첫 번째 화살을 맞았고, 그것은 잘 처리되었다. 이제 경계할 것은 회사와 직원이 쏘고 맞는 이후의 화살이다. 누가 이기든 상처는 서로 받고 파편은 회사 곳곳에 박히고 남는다. 물론 좋은 것이 좋다고 넘어가자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해결은 조직이 만든 원칙을 기준으로 하되, 직원과 회사 모두 화살론을 염두에 두고 대화를 진행해보라는 것이다.


-『사장의 본심』에필로그에서 


 저는 학부 시절 케이스 스터디를 접해본 적이 있습니다. 조직론을 공부하던 과정에서 케이스 스터디의 이론을 배웠고, 실제 케이스 스터디를 행하는 과목도 수강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는 그저 학점에만 급급해 케이스 스터디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일견 평범한 현상 혹은 우연적인 현상으로 보이는 사례를 파고들어가 중요한 발견을 이룬 연구들로, 평범한 사건에서 중요한 변화의 기류를 탐지해내고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케이스 스터디의 위력"(책 소개에서)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저에게는 이제 단 한 가지의 질문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바로 책의 제목처럼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라는 질문 말입니다. 


 보편적인 법칙을 찾아내는 통계학적 연구 또한 그만의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개별 사례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찾는 데는 미숙합니다. 케이스 스터디는 단 하나의 사례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파악하고 유추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쪽의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지난 해에는 세월호 사건이, 올해는 메르스 사태로 많은 국민들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통계학적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해마다 수천명이 사망하는 독감보다 못한 질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수의 사람들은 이런 말을 감히 입 밖에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냉혹한 숫자의 논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소중한 생명의 가치입니다. 부디 이런 일이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이들이 케이스 스터디를 배우고 활용했으면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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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5 14: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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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 기업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사물인터넷과 알고리즘의 비밀
벤 웨이버 지음, 배충효 옮김 / 북카라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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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가 아니라 스몰 데이터다.


 데이터의 생성 양ㆍ주기ㆍ형식 등이 기존 데이터에 비해 너무 크기 때문에, 종래의 방법으로는 수집ㆍ저장ㆍ검색ㆍ분석이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말한다. 빅데이터는 각종 센서와 인터넷의 발달로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나타났다. ...(중략) 빅데이터는 초대용량의 데이터 양(volume), 다양한 형태(variety), 빠른 생성 속도(velocity)라는 뜻에서 3V라고도 불리며, 여기에 네 번째 특징으로 가치(value)를 더해 4V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발췌 


 빅데이터. 제가 이 용어를 알게 된 것은 11기 신간 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만난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를 읽은 후였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빅데이터는 이제 더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닙니다. 인터넷 서비스와 광고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해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지 오래입니다. 서울시는 서울 전역을 지름 1 km의 1,252개 구역으로 나눠 심야시간인 자정부터 5시까지 수집된 약 30억건의 통화량을 분석해서 심야버스 노선을 최적화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다음소프트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전염병 예보 시범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해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우리가 잘 아는 영역뿐만 아니라 전혀 예상 못한 다양한 분야에서 그 위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런 빅데이터에 대해 저 또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번에 선정된『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를 받자마자 기대를 가지고 펼쳐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빅데이터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빅데이터를 다루고 있지 않았습니다. 정작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소재는 기업을 비롯한 조직 1개와 그 내부 조직원들입니다. 아직은 (거대한 집단을 다루는)빅데이터보다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조직을 다루는)'스몰 데이터'를 다루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이런 '스몰 데이터'를 통해서 MIT 미디어랩의 혁신가인 저자 벤 웨이버는 직원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고, 협력하며, 혁신을 이루어내는지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 방법이란 무엇일까요?  


   

빅데이터가 아니라 행동 역학이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배지가 소시오메트릭 배지다. 소시오메트릭 베지는 그 크기가 포커 카드만 하고, 무게는 25센트 동전 5개만 할 정도로 작고 가볍다. 소시오메트릭 배지에는 기존의 모든 센서 장치가 통합되어 있다. ...(중략)소시오메트릭 배지는 충전 없이 일주일 노동시간인 주 40시간 연속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다. 또 내부에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이 장착되어 있어 통상 근로자의 1년치에 해당하는 행동 분석 데이터를 4기가바이트 SD 메모리 카드에 저장할 수 있다. 


-p.40에서


 먼저 기술적으로는 소시오메트릭 배지와 이메일, 그 밖의 다른 정보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1930년대 사회 과학자들이 개발한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이 방법으로 연구자들은 조직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의 양상을 수량적으로 계산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직원들간의 네트워크 방식이 회사 내에서 정보의 흐름과 업무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합니다. 즉,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우리는 직원들의 생산성이나 직업 만족도를 측정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방법론으로는 최첨단 공학 기술을 사용하고, 해석법으로는 고전적인 사회과학 이론을 이용한 저자의 노하우는 가히 통섭의 모범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자인  벤 웨이버는 자신의 방법론을 행동 역학(epidemiology)-집단으로 일어나는 현상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검토하는 학문-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구글이야말로 데이터를 행동 역학 분야에서 활용하는 면에서 선두주자라고 저자는 평가합니다. 구글은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라고 불리는 인재 경영 팀을 운용함으로써 인재 채용, 조직 혁신, 인수 합병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책의 원제도 이를 따라서People Analytics: How Social Sensing Technology Will Transform Business and What It Tells Us about the Future of Work 』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한국어판 제목에서는 대중에게 친숙한 '빅데이터'로 대체했는데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사물인터넷이나 센서 기술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 더 명확하지 않았을까 예측해 봅니다.         



빅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다.


 앞으로 모든 빅데이터 기술이 일상생활에 자리 잡을 것이다. 직원의 업무는 지금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업무 환경과 기업 문화다. 빅데이터를 광범위하게 활용하면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략을 최대한 발휘할 것이고, 즐겁게 일할 것이다.


-p.316에서 


 소시오메트릭 배지를 기반으로 한 행동 역학으로 저자는 "왜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가", "기업의 생산성을 어떻게 끌어올리까", "누가 창의적인 인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독창적인 해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적절한 휴식시간이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하고, 직원들간의 거리를 최소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창의성은 개인이 아닌 직원들간 협력을 통해서도 달성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자는 ‘기업 문화’나 ‘창의성’처럼 여태껏 기업 경영에서 ‘주관적인’ 영역으로만 인식해왔던 요소들을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책 소개에서)을 우리에게 전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부적절한 관계로 물의를 일으킨 모연예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커뮤니케이션, 생산성, 창의적"이라고나 할까요? 


 최첨단의 기술을 다루면서도 저자가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람입니다. 업무를 다루는 것도 사람이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또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조직이 분열해서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조직을 이룬다는 진리를 너무나 쉽게 잊고 지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잊은 조직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최근 '땅콩회항' 사건을 통해서 목격한 바 있습니다. 재판 결과 역시도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한 씁쓰레한 판결만을 남기고 끝이 났습니다. 만약 탑승객과 승무원 모두 소시오메트릭 배지를 달고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라는 가정을 해보며 글을 마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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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모험]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경영의 모험 -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금세기 최고의 경영서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동기 감수 / 쌤앤파커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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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 모험을 한다고?


이것은 내 동생 사진이다. 


-이것은 내 동생이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의 소유자는 내 동생이다.

-이것은 내 동생을 찍은 사진이다.


-http://blog.daum.net/goodballad/11739159 에서 발췌


 지난 달과는 달리 이번 신간 도서는 제가 선택하지 않았던 책이 모두 선정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은 많은 분들이 추천하셨지만 저는 의도적으로 이 책을 피했습니다. 600여 페이지나 되는 분량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빌 게이츠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저에게도 양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경영의 모험』이라는 한국어판 제목 또한 맘에 들지가 않았습니다. 관형격 조사 '의'를 사용함으로써 제목의 의미가 모호해졌기 때문입니다. 설마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처럼 경영이 모험을 하는 것은 아닐 터입니다.    


 제 자신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에 이 책은 '스타'가 될 조짐이 처음부터 보였습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역시 세계적인 경영자 빌 게이츠에게 추천했고, 빌 자신도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로 인정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는 1969년 출간된 이후, 절판된 이 책을 재출간 하기 위해 팀까지 만들어 저작권자인 존 브룩스의 아들을 찾아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노고와 다른 이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믿고, 드디어 저는 본문의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10분 후, 저는 책을 조용히 덮었습니다. 처음부터 도전하기엔 너무 낯설고 난해한 모험이었기 때문입니다.       



복사기가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라고?


 낯선 용어들과 호흡이 긴 문체만 보자면 독자들에게 썩 친절한 책은 아니지만, 그런 이유로 책을 덮었더라도 곧 다시 펼치게 만드는 끌림이 있다. 적어도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에 관심이 있다면, 다른 책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사실과 스토리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쁜 남자' 같은 책이라는 뜻이다. 


-이진우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 책은 12개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책입니다. 문제는 이 에피소드들이 어떻게 쓰였고 배치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저자인 존 브룩스는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로 명성을 떨친 인물입니다. 따라서 이 에피소드들은 처음에는 개별적인 기사로 만들어졌다가 나중에 한 권의 책으로 묶였거나, 저자가 관심가는 사건을 그때그때 심층취재해서 에피소드를 엮어 나갔을 것입니다. 다만 11개의 년도가 표시된 저작권 표시를 통해 짐작해보면 전자의 경우, 즉 기자인 존 브룩스의 기사를  연도순으로 엮어서 만든 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저처럼 첫 번째 에피소드인 에드셀이라는 40년 전에 실패한 생소한 자동차의 시시콜콜한 개발과정에 실망한 독자라면, 목차를 훝어보고 맘에 드는 내용부터 골라 읽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제가 다시 선택한 내용은 친근한 제목의 에피소드인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였습니다. 실망스런 에드셀과는 달리 제록스에 관한 이야기는 "조잡한 실험실에서 외로이 연구한 발명가, 가족 중심의 작은 회사, 초기의 거듭된 좌절, 특허 제도 의존, 고대 그리스어를 바탕으로 한 상표명, 마침내 자유 기업 제도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영광스러운 승리 등"(p.249에서)을 생생하고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제 자신이 복사기의 개발 과정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더 나아가 저자 존 브룩스는 복사기가 사회에 끼친 영향, 저작권법과 갈등요소, 당시 제록스 CEO 윌슨의 사회의식과 참여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단순한 경영서를 넘어서 '고전'이자 '인문학'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한 미덕이 아닌가 합니다.



벤처(Venture)는 어드벤처(Adventure)라고?


 43년 전에 쓰인, 그러나 마치 오늘을 기록한 듯한 경영 미시사(微視史). 인간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실패는 되풀이되며, 그럼에도 도전은 계속된다. 결국 경영이란 다름 아닌 인간의 광기와 모험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예측 가능하다고 간주되는, 그러나 전혀 예측되지 않는 소비자 심리 보고서이기도 하다.

 

- 이지훈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편집장, <혼창통> 저자


 책이 처음 출간된 1969년에는 분명 잘 쓰인 '경영 에세이'였을 것입니다. 40년이란 시간은 이 책을 경영 미시사(微視史)를 다룬 역사서로 변모시켰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읽는 까닭은 분명합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함입니다. 제록스라는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문서관리회사의 역사를 읽으면서 저는 마치 구글의 초창기 모습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복사기 회사인 제록스와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구글. 전혀 닮지 않은 이 기업이 이렇게나 닮았음을, 아니 혁신 기업에서 업계를 이끄는 선도 기업으로 다시 경쟁 기업의 도전에 응전하는 대기업으로 진화해온 모습은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의 성공 또한 되풀이되며, 그럼에도 위기는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역사적 진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 책의 원제는『Business Adventures』입니다. 원서의 겉표지에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비즈니스맨의 모습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습니다. 제목과 겉표지 모두 비즈니스가 "성공을 향한 무모한 도전과 돌이킬 수 없는 실패 속에서도 불멸의 가치를 찾는 모험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책 소개에서)임을 적절하게 표현한 셈입니다. 벤처(Venture)와 어드벤처(Adventure)가 같은 어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책의 가치를 알아갈수록 제목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고민한 저만의 제목을 조심스레 적어보며 글을 마칩니다.『경영은 어떻게 모험이 되었나』는 어떨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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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떻게 내 삶을 움직이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경제학은 어떻게 내 삶을 움직이는가 - 세상의 이면을 파헤치는 실전경제학 입문서
모셰 애들러 지음, 이주만 옮김 / 카시오페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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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신간도서 선정에 실패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경제학의 두 가지 축 ‘경제 효율성’과 ‘임금이론’을 통해 세상의 이면을 파헤치는 실전경제학 입문서. 컬럼비아대 교수인 저자는 1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인간이 창조한 경제 개념들이 모든 사람의 복지를 염려하던 평등주의적 관점을 벗어나 부자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편향된 분석 도구로 전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http://me2.do/GXUC0mYu 알라딘 책 소개에서


 이번 4월 신간도서는 제가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드물게 추천한 도서 모두가 선정된 아주 드문 경우였습니다. 저 자신이 직접 고른 책을 받고 나서, 더욱 기쁜 마음으로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가 제가 예상한 내용과 일치했다면, 이번에 리뷰하게 될 경제학은 어떻게 내 삶을 움직이는가』는 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경우입니다. 책 소개를 읽고, 제가 주목했던 점은 ‘경제 효율성’과 ‘임금이론’을 통한 실전경제학 입문서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이를 통해서 복잡한 경제 현실과 난해한 경제 이론을 보다 쉽고 명확하게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책은 경제 개념들이 부자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편향된 분석 도구로 전락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책의 난이도 또한 저의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저자 본인은 서문에서 특별한 경제학 지식이나 복잡한 수식이 없어서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책의 추천사 또한 이 책이 '경제학을 배우지 않은 교양 있는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입문서라고 치켜세웁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개념을 둘러싼 주장은 공공 경제학이나 후생 경제학이라는 조금은 전문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학적 개념이나 원리가 없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논의를 전개하기에 저는 오히려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책에 대한 이해도를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할 수 없기에 조심스런 마음으로 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효용과 임금이다.


<웹툰 츄리닝 - 탈옥편 중에서>


 우선 1부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경제효율성입니다. 과거 공리주의자들은 효용(행복)의 사회적 총합이 가장 커지도록 분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부자에게서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에게 주면, 부자가 잃는 효용보다 가난한 사람이 얻는 효용이 훨씬 더 크므로 사회의 총효용은 증가하게 됩니다. 반면에 파레토를 비롯한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런 주관적 효용의 크기는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이들은 '어떤 사람의 후생도 감소됨이 없이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의 후생이 증가되는 것만'(파레토 개선)을 효용의 증가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효용의 감소를 받아들일 사람은 드물기에 자동적으로 현실의 모든 분배는 최적의 분배가 되며, 복지 정책에는 반대하게 됩니다. 


 2부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임금입니다. 주류경제학자들(신고전파 경제학자)은 임금은 노동자 자신이 생산한 한계 생산물 가치와 동일하다고 설명합니다. 즉, 임금의 차이는 능력의 차이이자 결과의 차이인 셈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한계효용만큼이나 한계생산 역시 측정하기 어려우며, 같은 일이라도 지역과 국가마다 임금이 다르다는 사실을 통해 반박합니다. 이런 주장을 통해 저자는 오늘날 경제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사실은 힘의 논리이자 불평등이라는 진실을 우리에게 전달합니다. 위의 그림처럼 한 사람의 희생이 다른 사람의 이득이 되는 사회가 과연 경제라는 이름으로 용납될 수 있는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투자와 비용 사이에서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을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만 말하는가?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


 굳이 멀리갈 것도 없이 지금 우리사회는 효율과 분배 문제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을 진행 중입니다. 아직까지는 분배보다는 성장에 그 무게추가 쏠린 느낌입니다. 미진하기는 해도 복지 제도 또한 개선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동시에 서로의 주장에 대한 한 치의 양보도 보여주지 않는 독선과 아집 또한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이 나기는 커녕 더욱 팽팽해져 가는 이 긴장감 있는 승부를 보며, 저는 어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대사를 떠올리곤 합니다. 정녕 모두가 납득하고 만족하는 임금과 복지제도를 갖춘 사회를 만드는 일, 아닌 그런 사회를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는 불가능한 일일까요?


황제: 네 개방의 제자들이 수천만 명이 넘는데, 그들을 해산 하지 않으면 짐이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느냐?

소걸아: 개방 제자의 수는 내가 아니라 당신이 결정하오.

황제: 내가?

소걸아: 당신이 영명하여 국태민안 하다면, 거지가 있을 턱이 없잖소.


-영화 『무장원 소걸아 』중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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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
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경제학으로 의(衣) , 식(食), 주()를 짓다.


 “어떻게 하늘에게 선택받은 천재를 범재가 이길 수 있나요?”


형운이 그렇게 물었을 때, 사부는 전혀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늘이 부여한 재능이라 해도 그것을 담는 그릇은 사람이다. 그러니 그것을 이길 방법은 사람이 쌓아올린 것을 활용하는 것이지.”


“사람이 쌓아올린 거라니, 그게 뭔데요? 뭐 천재가 익히는 것보다 더 뛰어난 검술 같은 건가요?”


똑같은 수준의 기술을 터득한다면 범재가 천재를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떠올린 가능성이었지만 사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뭐, 그것도 하나의 수단이긴 하지만 하늘 아래 절대적으로 뛰어난 기술 따윈 없는 법이다. 무공이건 기환술이건 마찬가지다.”


“그럼요?”


“돈이다.”


“…네?”


눈이 휘둥그레진 형운에게, 사부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인간이 쌓아올린 것들은 돈으로 가치가 매겨지고 거래되게 마련이지. 우리는 돈으로 하늘의 재능을 능가할 것이다.”


- 소설『성운을 먹는 자』중에서


  철학 사조 모더니즘과 경제 체제 자본주의의 공통점은 바로 '숫자'입니다. 철학자 김용옥은 모더니즘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만을 다루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는 모든 것의 가치를 화폐라는 단위로 나누고 거래하는 경제 제도입니다. 숫자를 활용하다보니 자본주의는 합리적이지만 비인간적이라는 인상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경제를 다루는 책들은 아무래도 딱딱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잘 표현해봐야 '의무와 필요에 의해서' 읽게 되지, 호기심이 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런 까다로운 독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 작가들은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경제 현상을 직접 다루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기사, 영화, 문학작품 등 소재에 신경을 쓴 책은 쉽게 발견할 정도입니다. 아예 인문학이나 심리학 같은 다른 분야와의 크로스 오버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순간의 흥미를 유발할 수는 있지만, 경제라는 주제와는 벗어나 샛길로 빠지기도 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에 선정된 『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의식주 문제’를 통해 친근하게 독자에게 접근하면서도 경제라는 주제에 집중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를 둘러싼 의식주 문제는 모두 경제 문제다.'라는 부제를 얼마나 잘 풀어냈느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삶 속에 숨어 있는 경제상식을 찾아라.


 의식주에 대한 고민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일상의 소소한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입고, 먹고, 거주하는 문제는 단 하루도 우리의 삶에서 빗겨간 적이 없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p.6, 프롤로그에서


 의식주(衣食住)는 인간 생활의 삼대 요소인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의식주는 우리에게 공기와 물처럼 가까우면서도 당연한 존재입니다. 동시에 '의식주와 관련된 여러 문화나 현상들은 그 태동부터 경제 원리를 투영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책은 우리에게 옷에 달린 단추, 지퍼, 벨크로 같이 우리 일상에서 흔히 쓰는 것들조차 초기에는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고생했다는 진실, 음료수 환타가 제 2차 세계대전 때문에 콜라 공급이 끊긴 독일에서 제조한 대체품이라는 역사, 보험회사가 초고층 빌딩을 선호하는 이유가 고객들로부터 웅장한 건물을 통해 신뢰를 얻기 위함이라는 경제 심리학적 견해까지 다양한 사례를 알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의 자세한 해설과 함께 의식주 문제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기회와 만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감자, 참치, 시금치를 통해 설명한 '기준점 효과'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기준점으로 삼아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악마의 음식으로 불렸던 감자, 고양이 사료로 쓰였던 참치, 실수로 철분 함량이 잘못 알려져서 인기를 끈 시금치의 사례를 통해서 기준점 효과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기준점을 되돌아보라'는 저자의 제안은 경제적 사고를 단순히 경제 분야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두루 활용할 수 있음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변화를 원하는 자, 우선 자신의 환경과 마음부터 점검하고 볼 일입니다. 


       

초심자를 위한 경제학적 배려가 아쉽다.


 그러나 리카도의 비교우위이론은 각국이 비교우위를 가지는 상품을 특화하여 생산한 후, 다른 나라와 교역하게 되면 모든 국가에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p.215에서


 이 책은 KDI 전문연구원인 저자 박정호님이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하고 있는 의식주 경제학이라는 칼럼을 묶어서 낸 것입니다. 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독서 중간 중간에 연재물 또한 살펴보았습니다. 책은 칼럼의 내용을 의식주라는 기준으로 나누어 재배치 했다는 점만이 다를 뿐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모니터를 통해서 연재 내용을 보는 것이 삽화도 흑백이 아닌 컬러사진으로 볼 수 있고, 가독성 또한 뛰어났습니다. 웹컨텐츠를 출판물로 변형할 때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문제점으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편집과 내용을 더해서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한 문제이기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용을 간추린 핵심 정리를 추가하고, 찾아보기 용이하게 색인을 첨부하고, 관련 경제학자를 소개하는 코너들을 보강해서 출판물의 장점을 살렸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용 수준의 격차 또한 단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분명 이 책은 초심자를 주독자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최신 이론인 행동 경제학의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쉽고 흥미롭기에 이해에는 무리가 없지만, 문제는 다른 이론들과의 격차입니다. 예를 들면, 최신 이론은 다수 설명하면서도 무역에 관해서는 초기 이론인 리카도의 비교우위이론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대 무역이론인 헥셔·올린의 정리나 레온티에프의 패러독스, 현대이론인 기술격차이론이나 신무역 이론등을 자세히 소개했으면 더욱 좋았을 듯 합니다. 약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강점 또한 분명합니다. 경제는 우리 삶 속에 있으며, 우리 삶 속에서 경제를 생각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며 글을 마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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