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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하이에크 -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꾼 세기의 대격돌
니컬러스 웝숏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1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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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전기(傳記)다.


 위기에 빠진 경제의 해법을 두고 충돌한 케인스와 하이에크. 그들의 경제학 도구와 신념은 경제학을 넘어 세계 정치와 사회, 우리 일상 곳곳에까지 스며들었고, 오늘날 현실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변화시켰다. 두 사람이 펼친 신랄한 비판과 반론, 날카로운 통찰과 선견지명, 상대의 논점을 무너뜨리기 위한 주도면밀한 논리와 전략에는 치열한 시대고민과 세계 경제의 미래에 대한 고뇌가 녹아 있다. 


-뒤표지에서


 경제학은 오랜 시간 저를 괴롭혀온 학문 중의 하나입니다. 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 이해하고 활용하기가 벅찼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 대한 관한 여러 양서들을 만나면서 이러한 증상(?)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경제학은 저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짝사랑의 대상입니다. 이런 저이기에 이번에 리뷰하게 될 623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받아본 순간 막대한 부담감과 싸워야 했습니다. 케인스와 하이에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무장한 저에게는 너무나 벅찬 상대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영국 언론인이자 저술가로서 다수의 전기(傳記)를 집필해온 니컬러스 웝숏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이기도 했습니다. 기자의 정확성과 작가의 문학성으로 보다 편안하게 두 거장의 인생과 업적을 살펴볼 수 있을 듯 했기 때문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진 케인스와 하이에크가 경제학적으로 대립하는 관계임은 알고 있었지만, 동시대를 살아나가며 교류하고 논쟁하는 사이였음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인간적 관계와 외국 학자들의 학문적 소통하는 모습 또한 저의 호기심을 자아내었습니다. 그럼 과연 조선 성리학의 발전을 이끌어낸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아름다운 토론 서신처럼 케인스와 하이에크가 만들어간 자본주의의 과거와 현재는 어떠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전기(傳記)가 아니다. 


 케인스는 실업 문제를 비롯해 민생을 좀 더 순탄하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반면, 하이에크는 시장은 인위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자연적인 힘에 따라 작동하며, 따라서 정부가 시장에 간섭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라고 봤다. ...(중략) 케인스는 인간에게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하이에크는 (다소 내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인간은 다른 모든 자연 법칙과 마찬가지로 경제의 자연법칙에 따라 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삶과 정부를 이해하는 서로 다른 시각을 대변하게 됐다.


-p.95에서


 이 책은 방대한 내용만큼이나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다가갈 듯 다가갈 수 없는 신기루를 좇아 거대한 경제사의 사막을 정처없이 헤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나침반이 되어 준 것은 저자의 탁월한 편집과 구성 능력이었습니다. 저자는 케인스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1919년, 그런 케인스를 학문적 우상이자 라이벌로 삼은 하이에크의 모습으로 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둘의 역사적 전환점을 시간 순으로 배열하고, 구분하면서 학문적 성취를 설명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케인스가 자신의 이론을 독단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케임브리지 서커스'라는 소모임과의 토론을 통해 자신의 학문을 닦고 넓혀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에 새롭게 알게 되었지만 실망한 점도 적지 않습니다. 논리적이고 냉철한 두 사람의 토론을 기대했지만, 케인스와 하이에크는 감정적인 소모와 함께 서로간의 용어 정의마저 실패한 채 끝내 서로를 학문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방대한 분량임에도 그들의 사생활에 대한 내용이 적은 것도 아쉽습니다. 케인스의 동성애자적 성향이나 연하 발레리나와의 결혼, 경제학자로서는 드문 주식투자 성공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다른 경제학 서적보다도 적은 분량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반면에 저자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통화와 고용, 시장과 정부, 금리와 투자의 상관 관계에 대한 케인스와 하이예크의 학문적 성취 과정입니다. 따라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시 경제학 중에서도 통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먼저 필요로 합니다. 



언어의 타락을 경계한다.


 하지만 영미권 나라들에서는 케인스 같은 태도의 보수주의가 진성(남이 아니라 정말로 자기 이해가 걸린) 보수주의자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 실업자들을 방치할지언정, 공장을 놀릴지언정, 대공황에 허덕이는 수많은 대중의 절망을 못 본 체할지언정, 그로 말미암아 자본주의 시스템의 명성이 손상될지언정, 진정한 원리를 찾아 후퇴하기는 싫다는 것이다. …… 자본주의가 최종적으로 굴복하게 된다면, 자본주의를 굴복시키는 힘은 케인스 같은 사람들을 마침내 무찔렀다고 축하하는 사람들의 환호성일 것이다.

 

-p.520에서 


 저자는 케인스와 하이에크와의 대결에서 어느 누구도 진정한 승자가 되지는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복잡한 현실과 그에 대처하는 정치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가파른 경제 불황의 늪 앞에서 부시 대통령은 주저없이 케인스식 처방에 의존했고, 클린턴과 오바마 정부 시절에 더욱 신자유주의가 그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따라서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승부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셈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론이 현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이론을 바꾸고 있다는 점입니다.이것이 과연 어떠한 문제일까요?


 윤리 강사 이현은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치가 타락하면 사회가 타락한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의 타락은 언어의 타락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세월 우리 정부는 공히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작은 정부의 기준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공무원 수와 예산의 규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아니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도 '사실상' 작은 정부라고 표현하기만 하면 대다수가 수긍하고 말 것입니다. 정부와 시장의 문제 이전에 이를 규정하는 언어의 문제를 먼저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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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illa 2014-05-1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구성이나 가독성이 탁월하시군요. 배울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Yearn 2014-05-19 18:16   좋아요 0 | URL
칭찬의 댓글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리뷰를 통해서 다양한 생각을 배울 수 있는 점이야말로 신간 평가단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저 또한 많은 점을 배우고 있습니다.

2014-05-20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