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구석에 박혀 있던 책인데...
먼지를 털고 조금 읽어보니 큰 기대감이 든다.
일단 독자를 배려한 번역이 기분을 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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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자체는 한 15년 정도만에 다시 제대로 읽는 것 같다. 여러 경로를 거쳤지만, 나는 (우선) Millian을 지향하며 살고자 한다.

아래는 2장의 너무나 유명한 대목.
진실로, 이 시대의 도덕률이 되어야 할...

But I deny the right of the people to exercise such coercion, either by themselves or by their government. The power itself is illegitimate. The best government has no more title to it than the worst. It is as noxious, or more noxious, when exerted in accordance with public opinion, than when in opposition to it. If all mankind minus one were of one opinion, and only one person were of the contrary opinion, mankind would be no more justified in silencing that one person, than he, if he had the power, would be justified in silencing mankind. Were an opinion a personal possession of no value except to the owner; if to be obstructed in the enjoyment of it were simply a private injury, it would make some difference whether the injury was inflicted only on a few persons or on many. But the peculiar evil of silencing the expression of an opinion is, that it is robbing the human race; posterity as well as the existing generation; those who dissent from the opinion, still more than those who hold it. If the opinion is right, they are deprived of the opportunity of exchanging error for truth: if wrong, they lose, what is almost as great a benefit, the clearer perception and livelier impression of truth, produced by its collision with error.

나는 인민이 스스로든 정부를 통해서든 의사 표현을 겁박할 권리는 지니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권력은 그 자체로 불법적이다. 최상의 정부일지라도 최악의 정부와 마찬가지로 그럴 자격은 없다. 여론을 빌려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여론에 반해 자유를 구속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나쁜 것이다. 전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것은 그 한 사람이 권력자라고 할 때 나머지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의견이 본인에게는 모를까 다른 사람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또 그에 대한 억압이 그저 사적인 피해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피해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많고 적은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생각을 억압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런 행위가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의 인류에까지 (그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반대하는 사람에까지) 강도짓을 저지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그 의견이 옳다면 그러한 행위는 진리를 찾는 과정에서 오류를 드러낼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설령 그 의견이 잘못된 것이라 해도 틀린 의견과 옳은 의견을 대비함으로써 진리를 더 명확하게 인식하고 생생하고 느낄 수 있는, 그만큼이나 큰 이득을 놓치는 것이 된다.

(책에서는 아래 ‘밑줄긋기‘와 같이 옮기셨는데, 이를 좀 더 다듬어 보았다. 읽으면서 다소 아쉬운 감이 들었는데, 원문을 보니 조금 해소되는 면이 있다. 번역자가 상당히 많이 개입하셨다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 죽기 전에 다시 번역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두 번째 책이다.)

원문 pdf는 https://socialsciences.mcmaster.ca/econ/ugcm/3ll3/mill/liberty.pdf


나는 인민이 스스로든 정부를 통해서든 그렇게 강제할 권리는 지니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권력은 어떤 정당성도 얻지 못한다. 최상의 정부일지라도 최악의 정부와 마찬가지로 그럴 자격은 없다. 여론을 빌려 자유를 구속한다면 그것은 여론에 반해 자유를 구속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나쁜 것이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의견이 본인에게는 모를까 다른 사람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고 따라서 그 억압이 그저 사적으로 한정된 침해일 뿐이라고 해도, 그런 억압을 받는 사람이 많고 적음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생각을 억압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런 행위가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류에까지 (그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반대하는 사람에까지) 강도질과 같은 악을 저지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그 의견이 옳다면 그러한 행위는 잘못을 드러내고 진리를 찾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설령 잘못된 것이라 해도 그 의견을 억압하는 일은 틀린 의견과 옳은 의견을 대비함으로써 진리를 더 생생하고 명확하게 드러낼 대단히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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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선집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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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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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초판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선 후인 2004년에, 우리는 초판 번역본이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이던 2006년에 나왔다. 당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등으로부터 시작해서 국회의원들이 세미나 자료로 돌려 읽으며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315쪽).


개정판은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재선 후인 2014년에, 우리는 그 번역본이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이던 2015년에 나왔다. 추천인의 면면을 보니 이번에는 당시 야권에서 더 열심히 읽은 것 같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야당을 위한 책이지, 수권정당의 '전략전술론'으로서는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해악적일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가치나 정신이 아닌 약빠른 기교나 기술만 남게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치권은 프레임 설정에 과몰입한 나머지 이를 프로파간다와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자기가 놓은 덫에 빠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저자는 정치적 통제권을 획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프레임을 조작적으로 사용하는 여론 조작이나 프로파간다에 단호하게 반대하면서, 기만적인 프레임은 조만간 폭로되어 역효과를 낼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257쪽). 프레임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가진 도덕적 관점의 참 모습을 표현하는 전달 방법이어야지, 뭔가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거나 폭로되었을 때 거기에 결백의 프레임을 씌워 정상적이거나 좋은 일로 포장하라는 것이 아니다(같은 쪽). 저자는 다음과 같은 실천강령을 정리하고 있다. "1. 상대를 존중하라. 2. 프레임을 재구성하여 대응하라. 3.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라. 4. 자신의 신념을 말하라."(285쪽) 덧붙여, 미국의 담론 지형을 전제로 한 주장을 한국 현실에 그대로 끼워 맞추는 것도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한편 어쩌다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분들은 이 '프레임 설정'에 생무지라는 점 때문에 번번이 실패로 이어지는 것도 같다. 물론 프레임으로 구성, 재구성할 철학이 탄탄한 것이 우선이겠다).


덧. 평소 여기저기서 주장해왔던 것인데, 저자가 '기업을 사람에 빗대는 것'의 보수적 효과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것도 음미할 만하다(160쪽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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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4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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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정책결정에 이만큼의 분석도 아직 담지 못하고 있는 이상, 15년 만에 읽어도 여전히 참고할 만하다. Roe v. Wade 판결로 인한 낙태의 제한적 합법화가 범죄율을 결정적으로 감소시켰다는 것이나, 위험성이 낮은 마약의 일부 합법화가 마약 판매로 인한 초과수익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유명하다.

정치인들은 전문성을 키우려는 노력보다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만 열 올리고 있는 것 같아 참담하다. 최소한의 분석, 시뮬레이션도 거치지 않은 채, 클릭 수 늘리려는 인터넷 언론사가 그날그날 헤드라인 뽑듯 즉흥적으로 대충 입법하고는 큰일이라도 해낸 양 공치사하는 법률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도 이를 걸러낼 냉철한 판단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을 밝게 가리지 못하고, 또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편만 가르고, 자기 편을 검증하거나 감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보다 명성을 보게 되면, 허명을 좇아 온 그런 쭉정이들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안타깝게도 ‘외부의‘ 인지도는 실력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기에 내공을 키우는 수양은 밖에 이름을 알리는 활동과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친 언행이 사회의 수준과 품격을 점차 떨어뜨리고 있다.

돈을 풀어서 출산율을 높여보려는 정책만 해도 그렇다. 나도 경제학주의자(?)이긴 하지만, 오늘날 왜 선뜻, 차마 아이를 갖지 못하는지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손익의 관점으로 출산에 접근하면, 결국 아이를 키울 자세가 갖추어지지 않은 설익은 마음만 먼저 움직이게 되는 것 아닐까... 이 사회는 그렇게 태어날 아이들을 책임지고 환대할 준비가 되어 있나?

그나저나 이 시절 본문에서 각주번호를 지우고 번역하는 게 유행이기라도 했나;;; 너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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