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초판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선 후인 2004년에, 우리는 초판 번역본이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이던 2006년에 나왔다. 당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등으로부터 시작해서 국회의원들이 세미나 자료로 돌려 읽으며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315쪽).


개정판은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재선 후인 2014년에, 우리는 그 번역본이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이던 2015년에 나왔다. 추천인의 면면을 보니 이번에는 당시 야권에서 더 열심히 읽은 것 같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야당을 위한 책이지, 수권정당의 '전략전술론'으로서는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해악적일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가치나 정신이 아닌 약빠른 기교나 기술만 남게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치권은 프레임 설정에 과몰입한 나머지 이를 프로파간다와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자기가 놓은 덫에 빠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저자는 정치적 통제권을 획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프레임을 조작적으로 사용하는 여론 조작이나 프로파간다에 단호하게 반대하면서, 기만적인 프레임은 조만간 폭로되어 역효과를 낼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257쪽). 프레임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가진 도덕적 관점의 참 모습을 표현하는 전달 방법이어야지, 뭔가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거나 폭로되었을 때 거기에 결백의 프레임을 씌워 정상적이거나 좋은 일로 포장하라는 것이 아니다(같은 쪽). 저자는 다음과 같은 실천강령을 정리하고 있다. "1. 상대를 존중하라. 2. 프레임을 재구성하여 대응하라. 3.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라. 4. 자신의 신념을 말하라."(285쪽) 덧붙여, 미국의 담론 지형을 전제로 한 주장을 한국 현실에 그대로 끼워 맞추는 것도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한편 어쩌다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분들은 이 '프레임 설정'에 생무지라는 점 때문에 번번이 실패로 이어지는 것도 같다. 물론 프레임으로 구성, 재구성할 철학이 탄탄한 것이 우선이겠다).


덧. 평소 여기저기서 주장해왔던 것인데, 저자가 '기업을 사람에 빗대는 것'의 보수적 효과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것도 음미할 만하다(160쪽 이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4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사회가 정책결정에 이만큼의 분석도 아직 담지 못하고 있는 이상, 15년 만에 읽어도 여전히 참고할 만하다. Roe v. Wade 판결로 인한 낙태의 제한적 합법화가 범죄율을 결정적으로 감소시켰다는 것이나, 위험성이 낮은 마약의 일부 합법화가 마약 판매로 인한 초과수익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유명하다.

정치인들은 전문성을 키우려는 노력보다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만 열 올리고 있는 것 같아 참담하다. 최소한의 분석, 시뮬레이션도 거치지 않은 채, 클릭 수 늘리려는 인터넷 언론사가 그날그날 헤드라인 뽑듯 즉흥적으로 대충 입법하고는 큰일이라도 해낸 양 공치사하는 법률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도 이를 걸러낼 냉철한 판단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을 밝게 가리지 못하고, 또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편만 가르고, 자기 편을 검증하거나 감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보다 명성을 보게 되면, 허명을 좇아 온 그런 쭉정이들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안타깝게도 ‘외부의‘ 인지도는 실력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기에 내공을 키우는 수양은 밖에 이름을 알리는 활동과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친 언행이 사회의 수준과 품격을 점차 떨어뜨리고 있다.

돈을 풀어서 출산율을 높여보려는 정책만 해도 그렇다. 나도 경제학주의자(?)이긴 하지만, 오늘날 왜 선뜻, 차마 아이를 갖지 못하는지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손익의 관점으로 출산에 접근하면, 결국 아이를 키울 자세가 갖추어지지 않은 설익은 마음만 먼저 움직이게 되는 것 아닐까... 이 사회는 그렇게 태어날 아이들을 책임지고 환대할 준비가 되어 있나?

그나저나 이 시절 본문에서 각주번호를 지우고 번역하는 게 유행이기라도 했나;;; 너무 불편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atent Law in Nutshell (Paperback, 3 Revised edition)
Randall Rader / West Academic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의 케이스북을 간추린 대단히 훌륭한 요약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용은 방대하고 망라적인데, 왜 각주를 활용하지 않으시는지ㅠ 글자 크기도 큰데 모든 내용을 줄글로 쭉 이어쓰시니 책이 날로 두꺼워지고 책값도 비싸진다. 뭐, 미국에 비하면 이것도 헐값일 수 있겠다만...

아무튼 좀더 효과적, 효율적으로 정돈해주실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특허법 - 제5판
이해영 지음 / 한빛지적소유권센터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이 분야 국내서를 대부분 살펴봤지만, 5판째를 거듭한 책답게, 이 책이 가장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