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좀 즐긴다는 이들의 이 집 저 집에 꽂혀 있길래, 헌책방에서 사두었다가 읽어 보았다.

  지적 차이와 그로 인한 구조적 차별의 극복은 반지성주의가 아니라, 대중의 지식인화를 통하여야 한다고 믿기에, 클래식도 공부하고, 반복 훈련-연습하여야만 친해질 수 있다는 글쓴이의 머리말이 반가웠고,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시중에 넘쳐나는 여느 클래식 입문서들과 마찬가지로 에피소드 나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요즘은 포노(Phono) 출판사 등에서 아래과 같이 주옥같은 책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국내 서적을 보면 여전히 '요런 이야기는 못 들어봤지?'하며 흔하고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야사野史 경쟁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음악이론을 전공하셨다는데, 글쓴이만의 음악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통찰 같은 건 발견하기 어려웠고, 제시된 내용 중에는 모르는 이가 읽으면 오해할 만한 서술도 있었다.

  글빨의 문제였는지, 이강숙, 민은기 같은 분들의 (아마도 귀하디 귀한) 지인 찬스 추천사에도 불구하고, 회사나 문화센터 교양강좌에서 다룰 정도의 내용에 그쳤다. 다만, 장과 장 사이 오진국 화백이라는 분의 그림만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밖에 위와 같은 책을 내셨는데, 『클래식 음악계의 낮과 밤』이라는 제목이 당장 솔깃하나, 한 분의 혹평이 마음에 걸린다. 글쓴이의 다른 책을 읽어 본 입장에서 어떤 느낌인지 짚이는 바가 없지 않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응원하고픈 출판사, 포노(PHONO)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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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쿠(おたく)가 오덕후로 불리기도 전인 2001년에 처음 나와 2007년, 2판이 나왔다[근거는 불분명하나, 나무위키 설명에 따르면 '오덕후'로의 로컬라이징(?)은 2005년경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https://namu.wiki/w/오덕후].


  덕업상권(德業相勸)을 위한 책이나, 덕력(德力 & 德歷)이 부족하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입문서로는 알맞지 않고, 오디오필의 생리와 사고 구조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사진가로 시작해 오디오 칼럼니스트가 된 지은이는, 세월을 거치며 콧수염도 기르고(『소리의 황홀』 초판에는 사뭇 다른 프로필 사진이 실려 있다), (아마도 사진기와 오디오 사랑을 확장한 것으로 보이는) '생활명품'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창덕(創德)하시었다.

  첫 작품인 『소리의 황홀』 초판은 수사가 다소 투박하고 넘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후에 15년 이상을 꾸준히, 홀로 또 함께 여러 책을 내신 것을 보니 여러모로 진화하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블로그(http://blog.naver.com/yooniz)를 운영하고 계신다. 구본형의 책에 사진을 제공하시기도 하였다.



  스스로 길을 잘못 들어선 팔푼이라는 의미로 '오도팔(誤道八)'이라는 이름을 쓰는 하현상 선생은 1985년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하였다(감성이 아재스럽고 올드한 만큼이나, 오디오필들 사이에서는 대단히 유명한 글이다. 인터넷에는 조금씩 표현을 바꾼 여러 버전들이 돌고 있고, 원문은 확인하지 못하였다.)


(전략) 그간에 매킨토시 MC240, 마란츠 7, 카운터포인트 SA-3과도 살아보았지만 한 달씩도 못 가 이혼하고 말았다. 이것을 바꾸면 저것도 바꾸어야 하니 대추나무 연줄 걸린 듯 시원스레 해결이 되지 않는 게 항상 골치다. 그래서 주위에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면 반가움과 동시에 동병상린의 위안감도 느낀다. 향후 10년쯤 지나면 의학사전에 이런 병명도 오를 법하다.

 

Nervosa Philsonico : 오디오 노심초사증. 희귀병으로서 전염성이 있으며, 드물게 2세에 유전되는 수도 있으므로 죽어도 낫지 않는 병이다. 자각 증상은 발병 후 장시간 경과해야 나타나는데, 마이다스마저도 치료비를 감당키 어려울 난치의 고급병이다. 증후군으로서는

 

  1. 귀가 남달리 엷어지고, 남의 말을 잘 따르게 된다.

  2. 이와 반비례해서 화폐가치 감각이 점점 무뎌져 결국 후천성 화폐 감각 결핍증을 동반하게 된다.

  3. 생수(바흐), 청량음료(모차르트), 보약(베토벤, 브람스), 야채수프(슈베르트), 뷔페(오페라), 생강(바르토크), 나중에는 뻥튀기 과자(핑크 플로이드)까지도 가리지 않고 먹게 되고, 좀 심한 경우에는 10분이 멀다하고 음식을 바꿔 들게 된다.

  4. 환자끼리 친화력(親和力)이 강하며, 염치불구하고 다른 환자의 집으로 잘 다닌다.

  5. 10년 넘은 조강지처(기계)와 하루아침에 갈라 설 만큼 비정해진다.

 

  PhilsonicPhilharmonic 사이를 오가며 헤매기 10, 이제는 눈도 침침해지고 심신이 고달프다. 이제 할 일은 기도밖에 없는 것 같다.

 

  ‘하느님, 이 어리석은 사람으로 하여금 모차르트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베토벤에 대한 외경을 예전처럼 느낄 수 있는 마음의 평화와 무구함을 내려주소서. 작은 것에 만족하고 마음을 가난하게 하여주소서. 오로지 나의 조강지처만을 사랑하게 하고 다른 요사한 것에는 눈멀게 하여주소서. Philsonic의 어리석고 해묵은 방황을 그치게 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소박하고 행복한 Philharmonic으로 안주케 하여 주소서.’


  오디오를 다룬 책들 중에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항변조 책들이 많다는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주제를 조금 넓혀 열거하였다).



  최신 정보는 하이파이 클럽(http://www.hificlub.co.kr)이나 잡지를 통하여야 할 텐데, 다른 분야들처럼 오디오 전문지들도 다수 폐간되었다. '앱솔루트 사운드' (http://www.theabsolutesound.com/)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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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저작권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하동철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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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에 핵심을 모두 담았다. 문장도 쉽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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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코드, 록 Art@Culture(북하우스) 3
임진모 지음 / 북하우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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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분위기, 줄거리를 익히기엔 충분한 입문서. 구어체를 살려 쉽게 잘 읽힌다. 일부분을 참고만 하려고 펼쳤다가 단숨에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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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 대중음악의 장르별 역사와 선곡
김혜정 지음 / 일송미디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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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나쁘지 않은데, 출판사를 잘못 만나 교정, 교열, 편집 상태가 엉망이다. 쏟아지는 오탈자에 숨이 턱턱 막힌다. 편집에 학교수업 레포트 수준만큼의 정성이라도 기울였는지가 의심스러운, 대단히 아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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