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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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저는 언제부터 책읽기를 좋아하게 됐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잘 생각나지 않더군요. 그냥 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어떤 책을 처음 봤는데 그게 정말 좋아서 지금까지 내가 이런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같은 말을 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차를 오래 타야 해서 책을 봤습니다. 그때는 차 안에서 책을 봐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차 안에서 책을 못 봅니다. 멀미를 해서. 그러고 보니 이것도 몇해 전 일이군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차를 타는 일이 거의 없어서. 일본 진보초 거리에는 헌책방이 늘어서 있을까요. 그곳에는 작은 헌책방이 많다고 하더군요. 책방마다 전문 분야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헌책방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사실 저도 헌책방에 몇 번 안 가 봤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책을 사지도 못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사는 곳에는 그런 책방이 한 곳도 없습니다. 지방은 헌책방을 하기에 더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진보초 거리에 늘어서 있는 책방 가운데 한 곳이 모리사키 책방입니다. 여기는 근대문학 전문이라고 합니다.

 

다카코는 한해 동안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일도 그만두었습니다. 헤어졌다기보다 사귀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고 하는 말 ‘가끔 다카코와 만날 수 있겠지’ 였어요. 이 사람 정말 못됐습니다. 다카코는 그 일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거의 잠만 자며 보냈습니다. 어느 날 외삼촌이 다카코한테 전화를 해서 모리사키 책방에 와서 살고―일을 그만두었으니 돈을 못 벌잖아요―일을 도와주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그래서 다카코는 모리사키 책방 2층에서 살면서 아침에는 책방을 지켰습니다. 다카코가 거의 잠만 자서 외삼촌 사토루는 다카코한테 잠자는 괴물이라고 했답니다. 얼마 뒤 사토루 외삼촌은 다카코한테 함께 어딘가에 가자고 했어요. 그곳은 사토루 외삼촌이 자주 다니는 카페였어요. 책과 카페 참 좋지요. 잠만 자던 다카코가 잠이 오지 않아서 책을 읽게 됩니다. 그날 본 책이 아주 좋아서 왜 지금까지 책을 읽지 않았을까 했어요. 저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다카코한테는 있었군요.

 

애인과 헤어진 일을 책을 보고 이겨낸 것은 아니예요. 책이 조금 도움을 주었을 거예요. 다카코가 모리사키 책방에 있을 때 만난 사람들 때문에 다친 마음을 고친 게 아닌가 싶어요. 카페에서 일하는 도모 짱, 모리사키 책방 단골손님인 사부 씨, 그리고 사토루 외삼촌. 누구보다 사토루 외삼촌 때문에 다카코는 힘을 얻었습니다. 저는 그런 다카코가 부러웠습니다. 저한테는 사토루 같은 외삼촌이 없으니까요. 사토루 같은 외삼촌이 있고 헌책방을 한다면 더 좋을 텐데요. 아쉽게도 이뤄지지 않을 일이군요. 사토루 외삼촌은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사람이었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해서인지 다카코한테 좋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사토루 외삼촌은 다카코 때문에 힘을 얻었다고 하더군요. 다카코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사토루 외삼촌은 생명의 놀라움을 깨달았다고. 사람은 서로 살아가는 힘을 주고받는 게 아닌가 싶군요. 다카코는 사토루 외삼촌한테 헤어진 사람 이야기를 하고 그날밤 그 사람 집에 가서 놀라고 아팠던 자기 마음을 그 사람한테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카코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어떤 말은 마음에 담아두기만 하면 안 되겠지요.

 

사토루 외삼촌 아내 모모코 외숙모가 집을 나가고 다섯해 만에 집에 돌아왔어요. 다카코는 사토루 외삼촌한테 부탁을 받고 모모코 외숙모 마음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다섯해 만에 돌아왔는데 사토루 외삼촌은 모모코 외숙모가 어제 나갔다 돌아온 사람처럼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게 대단하지요. 보통 사람 같으면 다시 내쫓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앞에서 사토루 외삼촌이 모모코 외숙모가 어디에 있든 행복하면 좋겠다고 했군요.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려운 일입니다. 모모코 외숙모와 사토루 외삼촌 이야기도 있고, 다카코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모리사키 책방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편하게 말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만남이 여러번 이어지다보니 다카코는 그 사람한테 조금씩 마음을 썼습니다. 사실 남자는 카페에서 예전에 만난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렇다 해도 여자는 돌아오지 않을 테지만. 남자가 여자를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다카코가 조금 실망했습니다. 그 뒤로는 다카코가 카페에 자주 가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카코와 그 사람은 카페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다카코가 카페에 두고 간 책 때문에.

 

책방이라는 공간이 나오지만 책 이야기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군요. 그렇다고 아주 나오지 않는 것도 아니예요. 양념처럼 나옵니다. 사토루 외삼촌과 모모코 외숙모는 그곳(모리사키 책방)을 좋아했고 다카코도 좋아했습니다. 사토루 외삼촌은 자신이 편하게 있을 곳이 바로 모리사키 책방이라고 했어요. 그런 곳이 있다는 거 정말 좋지 않을까요. 집이 그런 노릇을 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좋을까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사토루 외삼촌은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알려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알기 위해서도 그렇고 목적을 이루는 데도 그렇겠지요. 그게 바로 살아가는 거겠군요. 사토루 외삼촌이 한 말을 보니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빨리 바뀌어가는 세상에 지쳤다면 모리사키 책방에 한번 들러보세요. 한번쯤 멈추어서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는 거 좋잖아요. 그런데 저는 언제나 멈추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그런 저도 이 책을 보고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엄청난 일은 없지만 작은 일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도 좋았습니다. 책으로 둘러싸인 모리사키 책방 2층은 어떨지.

 

 

 

희선

 

 

 

 

☆―

 

“글쎄다. 실은 어디를 돌아다녀도, 아무리 책을 읽어도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게 삶이라는 거야. 늘 헤매면서 살아가는 거지. 다네다 산토카가 지은 하이쿠에도 있잖니? ‘헤치고 들어가도 들어가도 푸른 산’이라는 시구가.”  (51쪽)

 

 

외삼촌은 먼저 “다카코야, 이곳을 떠나기 전 내게 약속해줄 게 있어”하고 운을 뗐다.

 

“누굴 사랑한다는 걸 두려워하지마.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좋아해야 해. 설령 거기에서 슬픔이 생겨나더라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사는 쓸쓸한 짓은 하면 안 돼. 나는 네가 이번 일로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을까봐 무척 걱정이야. 사랑하는 건 멋진 일이란다. 그걸 부디 잊지마. 누군가를 사랑한 추억은 마음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아. 언제까지나 기억속에 남아서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준단다. 나처럼 나이를 먹으면 그걸 알 수 있어.”  (100쪽)

 

 

“거기서 일하긴 했지만 난 책에 대해서는 거의 몰라요. 겨우 어귀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으응? 하고 와다 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 특별히 잘 안다든가, 잘 모른다든가 하는 거하고는 관계가 없지 않을까요? 한권의 책과 만나서 그것 때문에 얼마만큼 마음이 움직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런 걸까요? 하긴 외삼촌도 늘 비슷한 말을 하곤 했어요.”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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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4-01-30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고 저는 언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것일까, 생각해보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책이 좋아서 읽은 건지, 혹은 위안을 주는 것이 책밖에 없어서 그랬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하여간 앞으로도 책을 손에서 놓기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저도 모리사키 책방에 가보고 싶네요.

희선님 설 잘 보내시구요. 길다면 길지만 그래도 여전히 짧게 느껴지는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더불어 새해 복도 많이 받으세요. ^-^

희선 2014-02-01 00:58   좋아요 0 | URL
이틀이 빨리 지나가버렸습니다 다른 날과 다르지 않지만...^^
책은 참 좋은 친구예요 언제나 가까이에 있으니까요

이것을 영화로도 만들었다고 해서 한번 찾아보니 예고편이 있더군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하고는 조금 다르더군요 이 말을 하고 다시 보니 그렇게 나쁘지도 않더군요 책 속에도 나오지만 헌책방 먹고살 정도로 될까 하는 생각이...^^ 그곳에서 바로 책을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터넷으로 사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이런 것은 나오지 않았지만, 비블리아 고서당도 인터넷으로 책을 팔았으니까 다른 곳도 그러지 않을지...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희선
 
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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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집에서 몇 날 며칠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바스티안은 여전히 아이처럼 아이우올라 부인한테 응석을 부리는 것을 즐겼다. 부인의 과일도 처음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주 맛있었지만, 갈수록 엄청난 식욕은 진정되었다. 바스티안은 덜 먹었다. 부인은 그걸 알아차렸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부인의 보살핌과 애정도 받을 만큼 받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욕구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정도로 마음속에서 아주 다른 종류의 갈망, 지금까지 바스티안이 거의 느끼지 못했고 모든 면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바람들과 다른 욕망이 깨어났다.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갈망이었다. 바스티안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고 슬펐다. 하지만 그 바람은 점점 더 커졌다.  (629쪽)

 

 

지금까지 책을 보다가 끝이 나서 아쉬웠던 적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끝났구나 했던 것 같기도 해. 책이 아닌 만화영화가 끝났을 때는 아주 아쉬웠어.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어릴 때 그것을 더 좋아했어, 만화영화. 어릴 때부터 책을 보고 벌써 끝났구나 하고 아쉬워했다면 좋았을까. 사람은 하지 못한 일을 아쉬워하는데 바보 같은 일 같기도 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데 말이야. 잘 생각해보면 만화영화와 책 아주 다르지 않아. 둘 다 재미있는 이야기잖아. 그래, 난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해. 나를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는 그런 이야기. 이 ‘끝없는 이야기’는 우리를 환상 세계로 이끌어줘. 책 자체가 바로 환상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기도 해. 나와 네가 책을 보는 것은 언제나 환상 세계에 가는 것이야. 너는 환상 세계 좋아해. 그런데 이 책 어린이책 맞아, 왜냐구, 이 책을 보면 조금 생각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어린이를 얕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도 나름 생각하고 느끼겠지. 이야기가 그저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고.

 

오래전에 한번 이 책을 봤어. 오래돼서 다 잊어버렸는데 다시 보니 아주 조금 생각나기도 했어. 환상 세계가 무너져가고 있고 그것은 어린 여왕이 아파서였어. 어린 여왕한테 새 이름을 지어주어야 병이 낫는다고 했어. 이름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사람 세상에 사는 사람뿐이었어. 이것을 알게 된 것은 아트레유야. 아트레유가 행운의 용 푸후루와 모험하는 이야기를 바스티안이 보고 있었어. 조금 복잡한가. 바스티안은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했어. 바스티안은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해 어느 고서점에 들어가. 그곳에서 바스티안은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을 주인 몰래 외투에 숨겨서 가지고 나와. 바스티안은 조금 외로운 아이야. 아버지는 엄마가 죽고는 얼이 빠진 듯해서 바스티안한테 마음을 써주지 못했어. 어쨌든 그날 바스티안은 공부하기도 싫고 집에 가기도 싫어서 학교 창고에 숨어서 책을 읽어. 바스티안은 좀 통통한 아이로 책읽기와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 좀 정리가 안 된 것 같네. 아이들은 자신을 괴롭히고 아버지는 자기한테 마음을 써주지 않으니 많이 쓸쓸했겠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바스티안은 바로 환상 세계에 가지는 못해. 그래도 결국 가. 바스티안 마음에는 지금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지. 바스티안은 어린 여왕 이름을 새로 지어주었어. ‘달아이’라고. 그리고 환상 세계에서 모험을 해. 이름만 지어주고 환상 세계를 구했다 하면 재미없잖아. 이 책은 ‘끝없는 이야기’니까. 이야기는 자꾸 가지를 뻗어가지,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도 많겠지. 어딘가 떠나면 늘 본래 자리로 돌아와야 하잖아. 바스티안은 다시 자기 세계에 돌아가야 하는데 환상 세계에 있으려고 해. 아트레유와 푸후루가 옳은 말을 해주는데도 바스티안은 둘을 멀리하고 다른 사람 말을 들어. 마녀였구나. 그런데 마녀는 바스티안이 무엇을 하기를 바란 걸까. 그것은 잘 모르겠어. 환상 세계를 지배하려고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여왕의 표시 아우린을 빼앗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환상 세계를 다시 위기에 빠뜨리려고 한 걸까. 혹시 너는 알아. 어쩌면 바스티안을 영원히 환상 세계에 가둬두려고 한 것일지도.

 

아우린에 모든 바람을 말하기 전에 바스티안은 알게 됐어. 자신이 그동안 한 게 모두 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바스티안은 환상 세계에서 이야기를 했어. 이야기를 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할지도 모르겠는데, 아우린을 바스티안이 갖고 있어서 바스티안이 한 이야기는 진짜 일어났어. 그러고 보니 생각났다. 바스티안은 달아이(여왕)를 만났을 때 모습이 바뀌었어. 그 뒤 바스티안은 힘이 세지기를 바라고 자기 이름이 널리 퍼지고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기를 바랐어. 그냥 보통 사람이 아니고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지. 그런데 그게 좋을까. 바스티안이 바라는 일이 이루어질 때마다 바스티안은 사람 세상의 기억을 잊었어. 아트레유와 푸후루는 바스티안이 어떻든 친구로 남았어. 그렇다 해도 잠시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바스티안은 그럴 수밖에 없었어. 왜냐하면 바스티안은 열살이나 열한살쯤 된 사내아이거든. 책을 읽고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런데 아트레유는 바스티안과 비슷한 또래인데 좀 어른스러웠다. 아트레유가 그랬던 것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많은 사람이 아트레유를 길렀기 때문일거야. 바스티안과 다르게 아트레유는 자기 자신을 좋아했어.

 

‘끝없는 이야기’지만 바스티안이 환상 세계에서 겪은 일은 끝이 났어. 그렇다고 바스티안 이야기가 다 끝난 것은 아니구나. 환상 세계에서 바스티안이 만든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아트레유가 끝내주겠다고 했어. 아트레유는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트레유가 도와줘서 바스티안은 자기 세계로 가게 해주는 생명의 샘에 갔어. 거기에 가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자신한테 소중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어. 그것은 바스티안을 기다리는 아버지야. 그리고 바스티안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어. 바스티안이 한 모험은 자기 자신을 바로 보는 거였어. 이야기에서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이런 말만 하면 ‘뭐야’ 할지도 모르겠어. 이런저런 일을 겪어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고 깨닫는 거지. 이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것과도 비슷해. 어렸을 때는 경험이 없어서 실수도 많이 하고 쉽게 넘어지잖아. 나이를 먹으면 조금 나아지지. 하지만 어느 때든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 그래야 환상 세계와 사람 세계가 막히지 않지.

 

바스티안처럼 나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고 싶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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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글은 따로따로 쓴 것으로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함께 올려두기로 했습니다. 이런 설명은 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만. 본래는 두 권에 대한 것만 올릴까 하다가 하나 더했습니다.

 

 

 

 

되풀이 함정에 빠져보아요

 

 

  일곱 번 죽은 남자   七回死んだ男

  니시자와 야스히코   이하윤 옮김

  북로드  2013년 10월 25일

 

 

 

 

 

 

 

 

 

 

 

 

일본에는 아직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미스터리 작가가 많이 있을 것 같다. 니시자와 야스히코도 그 가운데 한사람이었을 텐데, 지난해 《일곱 번 죽은 남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그 뒤에 다른 시리즈 소설도 나오고 그 시리즈가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대표작이고 일본에서 거의 20년(18년) 가까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같은 사람이 시간이 지나서 또 보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 다른 세대도 이 책을 보는 것일까. 좋고 재미있는 책은 어느 때 보든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언제 나왔는가 하고는 상관없이 말이다. 이 책에는 그런 점이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임 루프’다. 작가는 본격 미스터리로 썼다고 하는데 타임 루프 때문에 SF가 붙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것은 SF 신본격이 되었다고.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그 책을 본 사람이 그런 이름을 붙이는 일은 흔히 일어난다. 그게 나쁘지 않았는지 작가는 SF 신본격을 쓰는 게 좋다고 했다.

 

이 책 ‘일곱 번 죽은 남자’에서 나오는 타임 루프는 기계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을 SF라고 할 수 있을까. 과학보다는 환상에 가깝지 않나 싶다. 타임 루프가 SF에 자주 나와서 타임 루프가 나오면 SF다로 굳어버린 것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작가가 자신이 쓴 소설은 본격 미스터리라고 하는 말이 맞다. 타임 루프를 하는 오바 히사타로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열여섯살이다. 그런데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보인다고 한다. 히사타로 나이는 열여섯이지만 정신 나이는 서른 이상이라고 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히사타로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하루를 오래 되풀이해서 살아서다. 본래대로 돌아가니까 아주 다르지는 않겠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없는 기억이 히사타로한테는 남아 있을 테니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히사타로는 자신이 어느 하루를 되풀이하는 것은 체질로 그것을 ‘되풀이 함정’이라 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을 잘 몰라서 어리둥절해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게 어떤 법칙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하루가 얼마나 되풀이되는지는 알아도 되풀이 함정에 빠지는 날을 히사타로가 정할 수 없다. 그것은 갑자기 일어난다. 전에 시간여행을 하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나온 소설을 본 적 있다. 거기 나온 사람은 자신이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히사타로는 하루가 되풀이되는 마지막 날 어떻게 끝낼지 정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다 아는 그 하루를 늘 정확하게 기억할까. 헷갈릴 때도 있지 않을까.

 

하루가 자꾸 되풀이되는 것은 좋을까 안 좋을까. 그날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면 그 시간에 갇혀버린 듯해서 괴로울 것 같다. 히사타로는 되풀이 함정에 빠져도 아홉번째가 지나면 거기에서 빠져나온다. 아흐레도 그렇게 적은 날은 아니구나. 히사타로는 그런 자신의 체질 때문에 괴로워하기보다 즐기기로 한다. 운 좋게 시험 보는 날 되풀이 함정에 빠지기도 해서 고등학교 편입 때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성적이 아주 나빴다. 한때는 히사타로가 체질을 이용해서 큰 사고를 막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을 듯해서 그만두었다.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혼자 다 막을 수는 없다. 겨우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둘레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을 바꾸는 것뿐이다. 지금까지는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히사타로가 되풀이 함정에 빠진 두번째에 할아버지(정확하게는 외할아버지다)가 누군가한테 죽임을 당한 것이다. 히사타로 식구들과 친척들은 새해를 맞아 모두 할아버지 집에 모였는데, 그렇게 새해에 할아버지 집에 모인 것은 할아버지가 가진 재산 때문이었다.

 

히사타로는 할아버지가 죽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도 히사타로가 빠진 되풀이 함정에 빠지고 만다. 히사타로는 범인이 누구일거라 짐작하고 움직이지만 할아버지는 자꾸만 죽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범인이 바뀔까 하는 생각이 지금 든다. 끝까지 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지도. 1월 2일 밤에 히사타로가 식구들과 집에 돌아가는 게 마음에 조금 걸렸는데. 그리고 다른 것도. 그냥 그런 생각만 하고 그게 무엇인지 확실히는 몰랐다. 히사타로가 말하는 게 다 맞다고 생각했으니 그럴 수밖에. 그게 바로 속임수구나. 다 보고서야 그렇구나 했다. 히사타로 할아버지는 어쩌다 돈이 많아져서 식구들이 싸움을 하게 되었다. 첫째딸, 셋째딸, 그리고 손자, 손녀도. 히사타로만은 할아버지 돈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의 안 좋은 면을 보고 만다. 그런 모습을 보면 사람이 싫어질 것 같기도 한데. 그동안 되풀이 함정에 빠졌던 게 그런 모습을 멀리에서 볼 수 있게 해준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히사타로는 자신의 체질을 믿어주는 사람도 만났다.

 

사람이 죽는 일이 나오지만 재미있게 보았다. 히사타로는 어떻게 할아버지가 죽지 않게 할 것인가 하면서. 할아버지는 예전에 딸들한테 잘해주지는 못했지만 첫째딸과 셋째딸이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부모는 자식한테 조금이라도 더 무엇인가를 주고 싶어한다. 그런데 자식은 그런 마음을 잘 모르기도 한다. 자신이 부모가 되면 부모 마음을 알게 된다고도 하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부모한테 받으려 하기보다 스스로 살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희선

 

 

 

 

☆―

 

SF 신본격은 많이 써도 뜻이 없다, 그런 것은 자꾸 쓰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기에 더더욱 불타오르는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이어지는 한, 아니, 설령 아이디어가 말라버리더라도 새빨간 거짓말을 날조해서라도 써주마, 그렇게 생각합니다. 왜 그런지는 저로서도 알 수 없지만 그런 오기가 제 창작 의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이겠죠.  (작가의 말에서, 314쪽)

 

- 소설도 재미있지만 뒤에 있는 작가의 말도 좀 재미있다

 

 

 

 

 

 

 

먼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좋아하기

 

 

  실내인간

  이석원

  달  2013년 08월 08일

 

 

 

 

 

 

 

 

 

 

 

이 말은 전에도 생각한 적 있다.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한다고. 그 마음이 아주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있을까. 이것은 아닌가. 크기와 상관없는 것인가. 예전에 다른 사람한테 인정받고 사랑받기 전에 자신이 먼저 자신을 인정하고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게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어려운 일일기도 하다. 자신은 언제나 다른 사람보다 못나 보이니까. 그러면 이 말이 나오겠다. 남과 자신을 견주지 마라는. 남과 자신을 견주기는 우리가 나면서부터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갓난아기였을 때는 스스로 그것을 할 수는 없겠지만, 부모와 둘레 사람이 하지 않을까. 자기 자식이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첫째와 둘째를 견준다거나 남의 집 아이와 견준다거나. 그런 말을 아이가 듣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아이는 부모 마음에 들기 위해 다르게 행동한다. 그게 좋은 것이라면 괜찮지만, 언제나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면 어떨까. 어렸을 때부터 그런 버릇이 들면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자기 마음을 보기보다 다른 사람 얼굴만 살피지 않을까. 그런 일을 아주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어렸을 때 좀 그랬던 듯. 아파도 참고 돈을 받으면 안 쓰기 정도. 이것은 지금까지도 그렇다.

 

자신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그런데 나도 그래서. 그러면서 나는 저사람보다는 덜 하잖아 한다. 나도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고 생각한다. 마음에 안 들면 바꾸려고 애쓰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잠시,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한다. 내가 좀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서 말이다. 책속에 나오는 사람은 어쩌면 그렇게 쉽게 일을 하고 글도 쉽게 쓸까 싶다. 현실은 만만하지 않은데. 다 나오지 않았지만 책속 사람도 어려운 점이 있었겠지. 그저 쉬워보이는 것일 뿐. 잘된 사람도 그렇게 되기까지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겪었는지 볼 수 없고, 지금 잘된 모습만 볼 수 있다. 무엇이든 쉽게 이룰 수는 없으니까. 나는 이 책을 한번 읽는 데 다섯 시간 남짓 걸렸지만, 이석원은 이 소설을 쓰는 데 네해 남짓 걸렸다고 한다. 솔직히 조금 많이 걸렸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이런 말할 처지는 아니구나. 나는 아직 책 한권이 될 만한 이야기를 써본 적이 없으니까. 책 읽고 쓰는 것도 겨우 쓰고 있는데 말이다, 그것도 재미없게. 용휘가 용우한테 한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삶을 비관하면 엿 같은 일이 기다린다는. 내가 앞에서 삶을 잠깐 나쁘게 봤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 삶이 늘 술술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하면 마법처럼 잘되어서, 나도 이런 것을 써서 대리만족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나는 할 수 없으니 이야기속 사람이 잘되게 하는 거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생각은 바로 그만뒀다. 이런 점이 내가 가진 안 좋은 점인가보다. 불씨가 나타났을 때 그게 꺼지지 않게 잘 보살피지 않고 바로 물을 부어서 꺼버리다니.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내 마음속에 아직 남아있는 불씨는 있다. 소설을 쓰는 것은 사람을 알기 위해서고, 소설을 읽는 것은 자신을 알기 위해서라고 어떤 작가가 말했다는데 어쩐지 이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사람을 알기 위해 책을 보는 거다 생각했는데, 책을 보다 가끔 나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사실 나는 남다른 경험뿐 아니라 남과 같은 경험이 거의 없다. ‘누구나 하는~’ 하는 말이 있는데 그 누구나에 나는 들어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때 나는 어쩌면 나도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는 좀더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 잊고는 한다. 어쩌면 이것은 아무도 나를 싫어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일지도. 내가 그런 말을 하건 하지 않건 아무도 관심없을 텐데 말이다.

 

여기 나온 용휘를 보니 《신월담》(누쿠이 도쿠로)에 나온 사쿠라 레이카가 떠올랐다. 두 사람이 다르지만 비슷한 게 있다. 그것은 자신이 더 잘난 사람이 되면 상대가 자신을 좋아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거다. 그런데 그 마음을 나도 안다. 그래서 조금 슬펐다. 두 사람과 내가 다른 점은 나는 안 한다는 거다. 그것보다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가 잘난 사람이 된다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나는 무엇이라도 한 사람을 부러워할까. 정말이지 이런 내가 웃긴다. 레이카는 성형중독이 되었지만 글은 자기 힘으로 썼다. 용휘는 그러지 않았다. 거짓으로 이름을 쌓아올렸다. 그렇게 한다 해도 상대는 돌아봐주지 않을 텐데. 그렇구나, 용휘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거였다. 하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작은 희망도 깨어져버렸다. 그렇다고 삶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거짓이 아닌 진짜 자기 삶을 쌓아가면 된다. 좋아한 사람을 잊지 못하고 살아간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런 것까지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좋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 이상했다. 용우가 먼저 여자친구한테 헤어지자고 말했으면서 왜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인지. 여자친구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면 마음이 아프겠구나 했을 텐데. 아니, 내가 모르는 거지 헤어지자고 먼저 말해도 슬플지도 모르겠다.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면 슬픔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사귄 만큼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누군가와 헤어지고 바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좀 그렇겠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데는 까닭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알고 나면 별거 아닐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게 나쁘지는 않은데, 먼저 자기 자신부터 좋아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많이 좋아하지 않는 것뿐이지. 이상한 말만 늘어놓았다. 여기까지다.

 

 

 

*미처하지못한말

 

몇해 전에 알게 된 친구(지금은 연락이 끊긴)가 언니네이발관을 좋아해서 나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줄리아하트도. 이 소설을 쓴 이석원은 언니네이발관에서 기타 치고 노래를 한다. 예전에 언니네이발관 홈페이지에 가서 이석원이 쓴 일기를 보기도 했다. 잠깐 보다가 말았다. 용휘라는 이름을 그곳에서 본 것 같기도 했는데 아니었던가보다. 이 책을 보고 오래전 일기를 찾아보니 다른 이름이었다.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존재》는 예전에 나왔을 때 사두고 아직도 읽지 않았다. 그것을 먼저 봤다면 더 좋았을까, 모르겠다. 남자라서 여자라서 하는 말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남자 처지에서 쓴 듯하다. 보통 여자 마음도 잘 모르지만.

 

언니네이발관을 하다가 줄리아하트, 지금은 가을방학을 하는 정바비도 책을 낸다고 한다.

 

 

 

희선

 

 

 

 

☆―

 

“고통을 견디는 법은 한가지밖에 없어. 그저 견디는 거야. 단, 지금 아무리 괴로워 죽을 것 같아도 언젠가 이 모든 게 지나가고 다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오리라는 믿음. 그거만 저버리지 않으면 돼. 어쩌면 그게 사랑보다 더 중요할지도 몰라.”  (64쪽)

 

 

당신에게 어느 날 절대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 생긴다면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갖겠는가.  (262쪽)

 

 

잊지 못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누굴 좋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될 수는 없다고.  (270쪽)

 

 

“정말 사랑했던 사람하고는 영원히 못 헤어져, 용우 씨. 누굴 만나도 그저 무덤 위에 또 무덤을 쌓는 것뿐이지.”  (284쪽)

 

 

 

 

 

 

 

+덤

 

저는 드라마를 안 봐서 모르겠는데, 이 책이 드라마에 나왔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아주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줄거리를 더 많이 썼습니다. 이것도 책을 보고 자세하게 썼더군요. 아마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랬을 거예요. 그것보다는 다른 사람한테도 어떤 이야기인지 알려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가끔 그럴 때 없나요, 어떤 이야기는 다른 사람도 알았으면 하는 때 말이에요. 앞으로 책을 봐야지 하는 분은 밑에 글은 안 보는 게 좋을 겁니다. 책 볼 시간은 없고 어떤 이야기일까 알고 싶으신 분은 보십시오. 줄거리가 자세하다 해도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를 겁니다.

 

에드워드가 참된 사랑을 깨달아가는 모습 한번 만나보세요.

 

 

 

 

 

사랑을 배운 에드워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The miraculous journey of Edward Tulane

  케이트 디카밀로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2009년 02월 17일

 

 

 

 

 

 

 

 

 

 

 

옛날, 이집트 어느 거리에 몸이 거의 모두 도자기로 만들어진 토끼가 있었습니다. 몸 안에 철사가 있어서 팔과 다리를 구부릴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주인인 애빌린 툴레인이 움직여줘야 했어요. 키는 1미터 남짓이었습니다. 그래도 에드워드는 보고 들을 수는 있었습니다. 에드워드는 애빌린의 열살 생일 때 주려고, 할머니가 주문해서 만들게 한 것입니다. 에드워드는 애빌린한테 사랑받으며 살았지만 그것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애빌린과 어른들이 식탁에서 말하고 있으면 그냥 듣는 척만 했어요. 어느 날 애빌린과 엄마, 아빠가 배를 타고 이집트를 떠나 런던에 간다고 했습니다. 애빌린은 에드워드도 데리고 갈거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같이 가기로 했죠. 펠리그리나 할머니는 같이 가지 않는다고 했어요. 밤에 애빌린은 할머니한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습니다. 펠리그리나 할머니는 애빌린과 에드워드한테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공주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공주는 마녀를 만나서 검은멧돼지가 되고 왕의 부하들에게 잡혀서 요리로 만들어지고 맙니다.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펠리그리나 할머니는 에드워드한테 자신을 실망시킨다고 말했습니다.

 

5월에 에드워드는 애빌린의 식구들과 배를 타고 떠났습니다. 애빌린이 안고 있는 에드워드를 신기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장난을 치는 남자아이도 있었어요. 남자아이 둘이 에드워드를 던지며 주고받는 것을 막으려고 애빌린이 남자아이를 밀었을 때 에드워드는 그만 배 밖으로 날아가 바다에 빠져서 가라앉고 맙니다. 에드워드는 이때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에드워드는 애빌린이 자신을 찾으러 올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애빌린은 오지 않았습니다. 에드워드는 별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바닷속에서는 별을 볼 수 없었어요. 바닷속에 있은 지 이백구십칠 일이 되는 날 폭풍이 불어 에드워드는 바다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습니다. 그렇게 떠다니다 어부의 그물에 걸렸습니다. 에드워드는 어둡고 외로운 바닷속에서 나온 것이 기뻤습니다. 늙은 어부 로렌스는 에드워드를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집에는 로렌스의 아내 넬리가 있었어요. 넬리는 에드워드를 보고 기뻐하며 수잔나라고 이름 짓고 옷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에드워드는 여자 옷이고 평범한 것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닷속에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어요.

 

넬리는 에드워드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집안 일을 했습니다. 에드워드는 전과 다르게 넬리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그리고 로렌스는 에드워드를 어깨에 앉히고 밖에 나가서 별자리를 가르쳐주었어요. 굉장한 일은 없었지만 평화롭고 따스한 날들을 지냈습니다. 그곳에 로렌스와 넬리의 딸 롤리가 나타나 에드워드를 쓰레기통에 넣어 가지고 나왔습니다. 에드워드는 로렌스와 넬리와 헤어지는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에드워드는 쓰레기장에 버려졌습니다. 쓰레기가 쌓여서 에드워드는 묻혀갔습니다. 처음에는 롤리한테 복수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절망했어요. 쓰레기장에 있은 지 백여든 번째 날 무엇인가가 쓰레기장을 파헤쳐서 에드워드는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부랑자 불의 개 루시가 에드워드를 꺼낸 것입니다. 에드워드는 불과 루시와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루시가 에드워드의 몸에 주둥이를 올려놓고 자면, 밤새도록 낑낑대고 으르릉 대는 루시의 소리가 에드워드의 몸속에 울렸습니다. 에드워드는 불이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에드워드는 불과 루시가 잘 때 혼자 깨어 밤하늘을 보며 이름을 떠올렸어요. 애빌린, 로렌스, 넬리, 불, 루시 다시 애빌린. 다른 부랑자들한테 에드워드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에드워드한테 부랑자들은 자신의 아이들 이름을 속삭였습니다. 에드워드는 이제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거든요.

 

불, 루시와 여행하고 일곱해가 지났습니다. 불과 루시가 빈화물칸에서 자고 있는 것을 들키고 맙니다. 거기에 온 사람은 루시를 발로 차고 에드워드를 멀리 집어던졌습니다. 에드워드는 루시를 도와줄 수 없어서 슬펐고, 또 불과 루시와 헤어져서 마음 아팠습니다. 언덕 위에 있던 에드워드를 나이 많은 여자가 집어 들었습니다. 이번에 에드워드는 밭을 지키는 허수아비가 되어야 했습니다. 에드워드한테는 아무런 희망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밭에 일을 하러 온 남자아이 브라이스가 에드워드한테 인사했습니다. 브라이스는 에드워드한테 데리러 오겠다고 했어요. 밤에 브라이스는 에드워드를 막대기에서 풀어서 자기 집에 데리고 갔습니다. 집에는 브라이스의 병든 여동생 사라 루스가 있었습니다. 사라 루스는 에드워드를 아기처럼 꼭 껴안고 흔들어 주었습니다. 에드워드한테는 그런 일이 처음이었습니다. 마음속에 뜨겁고 격렬한 감정이 생겨났어요. 하지만 사라 루스는 죽고 맙니다. 에드워드는 사라 루스가 죽어서 아주 많이 슬펐습니다. 브라이스와 사라 루스의 아버지가 찾아와서는 사라 루스를 자신이 묻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브라이스는 에드워드를 데리고 집을 떠났습니다. 브라이스는 에드워드한테 줄을 매달아서 춤을 추게 해서 돈을 벌 생각이었어요. 에드워드는 사라 루스가 아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춤추는 것은 하나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브라이스가 음식을 먹은 식당에서 돈이 모자라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브라이스는 에드워드가 춤을 추는 것을 식당 주인한테 보여주었어요. 하지만 식당 주인은 에드워드를 던졌습니다. 쨍그랑 소리가 나고 에드워드 눈앞은 캄캄해졌습니다. 에드워드는 스스로 걸어서 간 집에서 애빌린, 로렌스, 넬리 그리고 브라이스와 만납니다. 불과 루시도 있었겠죠. 사라 루스는 어디에 있느냐고 에드워드가 물으니 밤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때 에드워드한테 날개가 있었습니다. 에드워드는 날아서 하늘에 가려고 했어요. 그러자 모두가 가지 말라고 하며 에드워드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어딘가 낯선 곳에서 깨어났습니다. 에드워드 머리는 스물한 조각으로 부서졌고 그것을 인형 수선공 루시어스 클리크가 고쳤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고치는 대신 에드워드는 브라이스의 것이 아닌 루시어스 클라크의 것이 되었어요. 브라이스와도 헤어진 것입니다. 에드워드는 인형 수리공의 가게에 진열되었습니다.

 

다른 인형들은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에드워드는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이 사랑받았다는 것만을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에드워드 옆에 아주 오래 살아온 인형이 옵니다. 그 인형은 누군가 올 것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무런 희망 없이 있을 바에는 산산조각 나서 부서지는 게 낫다고 했어요. 그 인형이 한 말은 에드워드 마음에 남았습니다. 철이 바뀌고 해가 바뀌고 봄비가 내리는 날 에드워드는 애빌린과 다시 만납니다. 먼저 에드워드를 갖고 싶다고 한 것은 애빌린 딸 매기였지만요. 에드워드는 다시 애빌린과 만나서 기뻤습니다. 사람이 옮겨줘서 여행을 한 에드워드는 여러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겪고 애빌린과 다시 만났습니다. 에드워드는 누군가한테 사랑받는 것뿐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배웠습니다. 그게 마음 아프다는 것도. 하지만 또 누군가를 기다리고 사랑하게 된 다는 것을. 이렇게 쓰기는 했지만 좀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몇 해 전에 봐서 내용을 거의 잊어버렸는데 이것을 보니 생각나는군요. 사랑을 받았지만 사랑하는 것을 몰랐던 도자기 토끼 인형 에드워드. 여러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기쁨과 아픔을 배웠군요. 에드워드 키가 1미터 남짓이라니, 어린이가 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희선

 

 

 

 

☆―

 

“이번에는 누가 날 데려갈까 궁금해.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늘 오니까. 이번에는 누굴까?”

 

“누가 날 데리러 오든 난 마음 안 써.”

 

“하지만 그건 끔찍해.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는 뜻이 없잖아. 뜻이 없어. 기대를 가져야지 희망을 가져야 하고 다음에는 누가 널 사랑하고 네가 누구를 사랑하게 될지 알고 싶어해야지.” (188쪽)

 

 

“넌 날 실망시키는구나. 날 아주 실망시켜. 네가 사랑하거나 사랑받을 생각이 없다면 어떤 여행도 아무런 뜻이 없어. 넌 지금 당장 이 선반에서 뛰어내려서 몇백만 조각으로 부서지는 게 낫겠다. 끝내 버려. 지금 끝내 버리라고.” (189쪽)

 

 

“마음을 열어.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라고. 하지만 네가 마음 문을 열어야 하지.”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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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문학의 즐거움 41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김보경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신기하게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집단 따돌림, 괴롭힘이 나오는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이것은 제가 그것을 보려고 하는 걸까요, 그런 이야기가 저를 찾아오는 걸까요. 둘 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 봐도 시간이 지나면 학교 폭력을 잊고 살아갈 테니까요. 제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이런 책이 늘 나오는 것은 집단 따돌림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학교, 가정, 그리고 아이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도 그 뿌리가 다 뽑히지 않을 정도로 깊이 박혀 있는 거겠죠. 이런 생각을 하면 슬프기도 하군요. 왜 사람은 자기와 다르다고 해서 따돌리고 괴롭힐까요. 어쩌면 저한테 이런 말할 자격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저와 아주 다르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모르거든요(비슷해도 그럴지도). 하지만 괴롭히지는 않습니다. 그냥 관심을 안 갖습니다. 이게 좋은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더 재미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을 못 보고 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어떤 사람은 자기 감정을 어떻게 나타내야 할지 모르기도 합니다. 저도 비슷하군요. 집단 따돌림, 괴롭힘 안 당하고 살아서 다행이군요. 지금 같은 세상에서 학교에 다녔다면 저도 따돌림 당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아주 심하지 않았을 뿐. 그래서 제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나봐요.

 

지금까지 본 책에서는 아이들이 한 아이를 따돌리고 괴롭혀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그저 보기만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괴롭히는 아이, 괴롭힘 당하는 아이, 그리고 그저 지켜보는 아이. 그저 지켜보는 쪽에 있다 해도 괴롭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지요. 지금은 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이 집단 따돌림, 괴롭힘은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잖아요. 사회가 빠르게 바뀌고 사람들이 마음을 돌보기보다 성적이나 성공에만 마음 써서 그럴까요.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것을 풀기 위해서. 하지만 누군가를 괴롭히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왜 그것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요. 오늘은 괜찮아도 내일은 내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을 따라서 행동하는 것인지도. 이것은 조금 위험한 행동이군요. 그 안에 한사람이라도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만두게 하지 않는 한 집단 따돌림, 괴롭힘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제가 그 한사람이 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비겁한 저군요. 새로운 학교로 옮김 오카자카 아카리는 용기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학교에 많아지면 좋을 텐데요.

 

아카리는 산골 마을에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녔습니다. 그 학교는 한 학년에 한반밖에 없었습니다. 아빠 일 때문에 2학기 때 학교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새 학교에 다니기 전에 아카리는 도서실에서 히가시카와 에미코라는 아이를 만났어요. 그런데 아카리가 학교를 옮겼을 때 에미코는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있다고 했어요. 아카리는 학교 아이들과 에미코 병문안을 갔다가 에미코가 사고가 난 곳에 들렀습니다. 그곳에 가 보고 아카리는 에미코는 사고가 난 게 아니고, 스스로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말을 학년 모임에서 하고 난 뒤 아카리는 반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당합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자 아카리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날 예전 학교 친구 가나를 만납니다. 가나는 소프트볼팀에서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카리는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 일을 떠올리고 아카리는 가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답니다. 가나는 아카리한테 집단 따돌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카리뿐이라고 했어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요.

 

학생 혼자 집단 따돌림, 괴롭힘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과 다른 아이들도 도와야 하지요. 아카리는 먼저 에미코에 대해 알아봅니다. 에미코가 5학년이 되고 따돌림 당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에미코는 4학년 때부터 따돌림 당했다고 합니다. 에미코는 나쁜 아이는 아니지만 감정을 잘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그런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 있잖아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 좋을 텐데. 사실 저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따돌리는 게 아니고, 내가 다른 아이들을 따돌리는 거다고.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못했을 것 같군요. 저도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를 옮겼는데, 제가 5학년 때 어땠는지 생각이 안 나는군요. 잠깐 다른 말을 했군요. 아카리는 5학년이 모두 모인곳에서 에미코가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한 증거를 찾아서 교장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한테 보여주었어요. 바로 무엇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바뀌었어요. 집단 따돌림, 괴롭힘은 숨기고 모르는 척하면 안 됩니다.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것 같아요.

 

담임 선생님은 자기 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숨기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선생님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를 도와주려고 애쓰는 선생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선생님도 있더군요.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아이들 하나하나한테 마음을 쓸 수 없다는. 선생님은 아이들만 가르치지 않고 다른 일도 해야 하는군요. 그런 것을 줄여주고 아이들을 잘 볼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부모는 자기 아이가 괴롭힘 당하지 않기를 바라기보다 그런 아이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가정, 학교, 그리고 아이 모두 애써야 합니다. 자신과 조금 다른 사람이 있으면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세상에는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재미있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꿈에서 제가 집단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그전에 제가 괴롭힘 당하는 사람을 도와주었거든요. 그랬더니 다음에는 저를 괴롭히는 거예요. 꿈이었지만 기분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제가 꿈에서나마 다른 사람을 도와주어서 다행입니다. 꿈을 해석하기도 하는데 저는 꿈은 그냥 꿈으로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의식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한다지만.

 

 

 

희선

 

 

 

 

☆―

 

“괴롭힘을 당한 아이뿐만이 아니야. 남을 괴롭힌 아이 역시 앞으로도 쭉 괴로워하게 될거야. 자기 자신이 싫어지고, 끝없이 울고 싶을 정도로 후회하게 될 거야. 반드시…….”

 

숨이 막혔다. 그 말은 내 얘기인지도 몰랐다.

 

“아마 모두 누군가 멈춰주길 바랄 거야.”  (96~97쪽)

 

 

우리는 약하다. 작은 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잔인한 감정에 휩쓸려버린다. 지금까지 우리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까 애쓰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스럽지 않더라도, 야단스럽더라도, 자신이 여러가지 감정에 떠밀리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서 버티고,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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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8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1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정은 습관이다 - 부정의 나를 긍정의 나로 바꾸는 힘
박용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부정의 나를 긍정의 나로 바꾸는 힘’이라는 말 때문에 이 책을 보았습니다. 제가 어느 때는 괜찮은데 그런 마음은 잠시뿐 바로 마음이 가라앉기도 합니다. 부정이 아닌 긍정의 마음을 갖고 싶습니다. 자신한테 안 좋아도 오랫동안 버릇이 들어버리면 고치기 아주 어렵잖아요.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래된 버릇이라고 해도 고칠 수 없는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감정도 버릇이라고 하더군요. 긍정의 감정을 가진 사람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바로 좋은 감정으로 돌아가고, 부정의 감정을 가진 사람은 좋은 일이 있어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안 좋은 감정으로 돌아간다는군요. 감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뇌, 마음. 언젠가 뇌가 우리를 속인다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책이 있다는 것만 알고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도 그런 비슷한 말이 있더군요. ‘뇌는 유쾌하고 행복한 감정이라고 해서 더 좋아하지 않는다. 유쾌한 감정이건 불쾌한 감정이건 익숙한 감정을 좋아한다.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일지라도 그것이 익숙하다면, 뇌는 그것을 느낄 때 안심한다. (21쪽)’ 즐거운 감정버릇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즐겁고, 우울한 감정버릇을 가진 사람은 늘 우울하다니. 뇌는 마음을 배신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군요. 우울한 사람도 늘 우울하고 싶지 않기도 하잖아요.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뇌 때문인가봅니다.

 

힘들게 살던 사람이 편해지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도 하잖아요. 지금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다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하는 겁니다. 이것도 그동안 익숙한 감정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라는군요. 칭찬받는 것보다 혼나서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도 있답니다. 믿기 어렵기는 하지만, 아주 믿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 모습을 한번도 못 본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자주 우울해지는 것도 제 표준감정이 이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보면서 나는 어떤 감정버릇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았는데 중간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소에는 그런 것 같은데 어떤 일이 일어나면 안 좋아질 때가 더 많습니다. 아무래도 안 좋은 쪽인 것 같군요.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기분이 안 좋아지고, 좋은 일이 일어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군요. 그런데 저는 안 좋은 일이 아닌데도 기분이 안 좋아진다는 겁니다. 저도 이런 제 마음 때문에 기분이 나쁩니다. 어쨌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그 감정이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더군요. 이렇게 보니 역시 저는 중간인 듯하군요. 안 좋은 쪽에 아주 조금 기운.

 

어떤 사람은 자기한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을 자꾸 만나기도 하잖아요. 이런 것은 텔레비전 드라마 같은 데서 보기도 한 거군요. 그런데 그것도 감정버릇과 같다더군요. 첫눈에 반했다는 사람도 자신한테 버릇이 든 사람을 바로 알아보는 것이라는군요. 다른 사람, 그러니까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면 편하지 않게 느끼기도 하지요. 그것은 새로운 감정버릇을 들여가는 것이라는군요. 저는 그런 경험은 없지만, 어떤 사람은 자꾸 사기를 당하기도 하잖아요. 그것도 감정버릇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자신도 모르게 그런 사람이 익숙해진 것이지요. 처음부터 사람을 의심할 수는 없고, 남을 속이는 사람이 어떤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자신한테 편하다고 해서 다 좋지는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아주 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거의 없군요. 실제 만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대인관계에서 뇌는 친밀감을 채우려고 한다는군요. 친밀감에는 폭식형, 포기형, 거식형이 있는데 저는 폭식형, 포기형이 다 있는 듯합니다. 포기형에 더 가까운 듯.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해도 그런가 보다 할 뿐입니다. 바뀌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안 하는 거죠. 이것도 익숙한 감정을 바꾸지 않으려는 거군요. 사실 저는 제가 게을러서 그런 것인가 했습니다. 아니, 게으른 것도 뇌가 그것을 익숙하게 여기기 때문이겠습니다.

 

자신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한번 보십시오. 하나도 없는 분도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폭식형에서 만들어지는 대인관계버릇

 

- 상대의 관심을 지나치게 바란다.

- 버림받을 것을 걱정해 자주 애정을 확인하려 한다.

- 상대의 의견에 조건없이 따르고 상대한테 지나치게 의존한다.

- 자신이 결정하지 않고 덮어놓고 상대가 결정해주는 대로 따르고 상대한테 종속되려 한다.  (124쪽)

 

 

포기형에서 만들어지는 대인관계버릇

 

- 자신은 어디에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 소외감을 자주 느낀다.

- 남들이 자신에 대해 모두 알면 떠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스스로 모자란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125쪽)

 

 

거식형에서 만들어지는 대인관계버릇

 

- 상대 뜻에 대해 늘 의심하고 믿지 않는다.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 다른 이 생각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위주의 행동을 한다.

- 사무적이고 일과 관계된 것에만 집중한다.

- 소위 왕자병, 공주병이라고 하는 행동들을 보인다. 곧 남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는 느낌을 준다.  (126~127쪽)

 

 

다음에는 이것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에 대한 말이 있습니다. 공통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익숙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도 관계를 맺고 그것을 이어갈 수 있게 하라는군요. 그리고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을 곁에 두라는 말도 있습니다. 자기한테 익숙한 사람이 안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 사람한테 상처를 받으면 안 좋은 것이지요. 지금까지 자신이 어떤 사람한테 상처를 받았는지 잘 생각해보면 비슷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잘 생각해보십시오. 그런 것을 생각해도 사람은 알기 어렵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좋은 것은 남한테 기대지 않고 홀로 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많이 기대하지 않기, 자기 자신을 좋아하기. 이런 것은 알고 있어도 잘 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사람이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때 뇌에서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나온다고 합니다. 도파민은 짜릿한 쾌감을 느낄 때, 세로토닌은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을 느낄 때. 도파민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로토닌이 더 자주 나오게 해야 한답니다. 짜릿함은 갈수록 세기가 커져야 느낄 수 있지만, 작은 즐거움은 심심하지만 자주 느낄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하잖아요. 세로토닌이 나오게 하는 방법은 걷기, 햇빛쐬기, 고마워하는 마음 갖기, 자연과 함께 하기랍니다. 이것을 한꺼번에 하려면 날씨 좋은 날 둘레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면서 걷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지요.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세로토닌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을 모르고도 했다니 신기합니다. 본래 사람은 자기한테 좋은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술이나 담배에 빠져드는 사람도 있군요. 이것은 나쁜 감정버릇 때문이겠지요. 스트레스를 술, 담배로 풀지 않아야 한다는군요. 이것보다 안 좋은 것은 마약이겠군요. 자신은 술을 마셔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니고 긴장을 쭉 지키는 것이랍니다. 안 좋은 버릇은 고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고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치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군요. 어쩌다 이렇게 흘러갔는지.

 

좋은 감정버릇을 들이는 방법을 보니 명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애를 많이 써야 한다는 거예요. 뭐든 쉽게 되는 것은 없기는 하군요.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은 다릅니다. 자신이 어떤 때 좋은가를 잘 들여다보는 게 좋겠지요. 아니, 그것보다는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좋아해야 합니다. 자극이 크지 않은 것으로. 성공하고 크게 좋은 일이 터져야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은 안 좋습니다. 걱정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하라고 하더군요. 감정수첩에 잠깐 느낀 기쁨과 고마운 일을 적고 자주 들여다보기는 저도 해 보고 싶습니다. 자기 감정을 자주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늘 같은 날이지만 다르기도 합니다. 이것을 잊지 않고 긍정의 생각을 하고 자주 웃는다면 좋겠지요. 좋은 일이 없어도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잖아요.

 

 

 

희선

 

 

 

 

☆―

 

일상이 지겹고, 사소한 즐거움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돌아보면 작은 즐거움이 떠오르지 않나요?

 

그저 기다리지만 말고 작은 뜻이라도 주고, 내 삶 속에서 오늘 하루가, 작은 그 일이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되풀이되는 하루라도 돌아보면 작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뜻 없이 되풀이되는 당신 생활이 뜻을 갖게 될 것입니다.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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