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보면서 저는 언제부터 책읽기를 좋아하게 됐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잘 생각나지 않더군요. 그냥 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어떤 책을 처음 봤는데 그게 정말 좋아서 지금까지 내가 이런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같은 말을 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차를 오래 타야 해서 책을 봤습니다. 그때는 차 안에서 책을 봐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차 안에서 책을 못 봅니다. 멀미를 해서. 그러고 보니 이것도 몇해 전 일이군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차를 타는 일이 거의 없어서. 일본 진보초 거리에는 헌책방이 늘어서 있을까요. 그곳에는 작은 헌책방이 많다고 하더군요. 책방마다 전문 분야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헌책방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사실 저도 헌책방에 몇 번 안 가 봤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책을 사지도 못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사는 곳에는 그런 책방이 한 곳도 없습니다. 지방은 헌책방을 하기에 더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진보초 거리에 늘어서 있는 책방 가운데 한 곳이 모리사키 책방입니다. 여기는 근대문학 전문이라고 합니다.

 

다카코는 한해 동안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일도 그만두었습니다. 헤어졌다기보다 사귀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고 하는 말 ‘가끔 다카코와 만날 수 있겠지’ 였어요. 이 사람 정말 못됐습니다. 다카코는 그 일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거의 잠만 자며 보냈습니다. 어느 날 외삼촌이 다카코한테 전화를 해서 모리사키 책방에 와서 살고―일을 그만두었으니 돈을 못 벌잖아요―일을 도와주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그래서 다카코는 모리사키 책방 2층에서 살면서 아침에는 책방을 지켰습니다. 다카코가 거의 잠만 자서 외삼촌 사토루는 다카코한테 잠자는 괴물이라고 했답니다. 얼마 뒤 사토루 외삼촌은 다카코한테 함께 어딘가에 가자고 했어요. 그곳은 사토루 외삼촌이 자주 다니는 카페였어요. 책과 카페 참 좋지요. 잠만 자던 다카코가 잠이 오지 않아서 책을 읽게 됩니다. 그날 본 책이 아주 좋아서 왜 지금까지 책을 읽지 않았을까 했어요. 저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다카코한테는 있었군요.

 

애인과 헤어진 일을 책을 보고 이겨낸 것은 아니예요. 책이 조금 도움을 주었을 거예요. 다카코가 모리사키 책방에 있을 때 만난 사람들 때문에 다친 마음을 고친 게 아닌가 싶어요. 카페에서 일하는 도모 짱, 모리사키 책방 단골손님인 사부 씨, 그리고 사토루 외삼촌. 누구보다 사토루 외삼촌 때문에 다카코는 힘을 얻었습니다. 저는 그런 다카코가 부러웠습니다. 저한테는 사토루 같은 외삼촌이 없으니까요. 사토루 같은 외삼촌이 있고 헌책방을 한다면 더 좋을 텐데요. 아쉽게도 이뤄지지 않을 일이군요. 사토루 외삼촌은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사람이었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해서인지 다카코한테 좋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사토루 외삼촌은 다카코 때문에 힘을 얻었다고 하더군요. 다카코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사토루 외삼촌은 생명의 놀라움을 깨달았다고. 사람은 서로 살아가는 힘을 주고받는 게 아닌가 싶군요. 다카코는 사토루 외삼촌한테 헤어진 사람 이야기를 하고 그날밤 그 사람 집에 가서 놀라고 아팠던 자기 마음을 그 사람한테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카코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어떤 말은 마음에 담아두기만 하면 안 되겠지요.

 

사토루 외삼촌 아내 모모코 외숙모가 집을 나가고 다섯해 만에 집에 돌아왔어요. 다카코는 사토루 외삼촌한테 부탁을 받고 모모코 외숙모 마음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다섯해 만에 돌아왔는데 사토루 외삼촌은 모모코 외숙모가 어제 나갔다 돌아온 사람처럼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게 대단하지요. 보통 사람 같으면 다시 내쫓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앞에서 사토루 외삼촌이 모모코 외숙모가 어디에 있든 행복하면 좋겠다고 했군요.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려운 일입니다. 모모코 외숙모와 사토루 외삼촌 이야기도 있고, 다카코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모리사키 책방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편하게 말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만남이 여러번 이어지다보니 다카코는 그 사람한테 조금씩 마음을 썼습니다. 사실 남자는 카페에서 예전에 만난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렇다 해도 여자는 돌아오지 않을 테지만. 남자가 여자를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다카코가 조금 실망했습니다. 그 뒤로는 다카코가 카페에 자주 가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카코와 그 사람은 카페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다카코가 카페에 두고 간 책 때문에.

 

책방이라는 공간이 나오지만 책 이야기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군요. 그렇다고 아주 나오지 않는 것도 아니예요. 양념처럼 나옵니다. 사토루 외삼촌과 모모코 외숙모는 그곳(모리사키 책방)을 좋아했고 다카코도 좋아했습니다. 사토루 외삼촌은 자신이 편하게 있을 곳이 바로 모리사키 책방이라고 했어요. 그런 곳이 있다는 거 정말 좋지 않을까요. 집이 그런 노릇을 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좋을까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사토루 외삼촌은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알려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알기 위해서도 그렇고 목적을 이루는 데도 그렇겠지요. 그게 바로 살아가는 거겠군요. 사토루 외삼촌이 한 말을 보니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빨리 바뀌어가는 세상에 지쳤다면 모리사키 책방에 한번 들러보세요. 한번쯤 멈추어서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는 거 좋잖아요. 그런데 저는 언제나 멈추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그런 저도 이 책을 보고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엄청난 일은 없지만 작은 일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도 좋았습니다. 책으로 둘러싸인 모리사키 책방 2층은 어떨지.

 

 

 

희선

 

 

 

 

☆―

 

“글쎄다. 실은 어디를 돌아다녀도, 아무리 책을 읽어도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게 삶이라는 거야. 늘 헤매면서 살아가는 거지. 다네다 산토카가 지은 하이쿠에도 있잖니? ‘헤치고 들어가도 들어가도 푸른 산’이라는 시구가.”  (51쪽)

 

 

외삼촌은 먼저 “다카코야, 이곳을 떠나기 전 내게 약속해줄 게 있어”하고 운을 뗐다.

 

“누굴 사랑한다는 걸 두려워하지마.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좋아해야 해. 설령 거기에서 슬픔이 생겨나더라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사는 쓸쓸한 짓은 하면 안 돼. 나는 네가 이번 일로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을까봐 무척 걱정이야. 사랑하는 건 멋진 일이란다. 그걸 부디 잊지마. 누군가를 사랑한 추억은 마음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아. 언제까지나 기억속에 남아서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준단다. 나처럼 나이를 먹으면 그걸 알 수 있어.”  (100쪽)

 

 

“거기서 일하긴 했지만 난 책에 대해서는 거의 몰라요. 겨우 어귀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으응? 하고 와다 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 특별히 잘 안다든가, 잘 모른다든가 하는 거하고는 관계가 없지 않을까요? 한권의 책과 만나서 그것 때문에 얼마만큼 마음이 움직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런 걸까요? 하긴 외삼촌도 늘 비슷한 말을 하곤 했어요.”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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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4-01-30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고 저는 언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것일까, 생각해보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책이 좋아서 읽은 건지, 혹은 위안을 주는 것이 책밖에 없어서 그랬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하여간 앞으로도 책을 손에서 놓기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저도 모리사키 책방에 가보고 싶네요.

희선님 설 잘 보내시구요. 길다면 길지만 그래도 여전히 짧게 느껴지는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더불어 새해 복도 많이 받으세요. ^-^

희선 2014-02-01 00:58   좋아요 0 | URL
이틀이 빨리 지나가버렸습니다 다른 날과 다르지 않지만...^^
책은 참 좋은 친구예요 언제나 가까이에 있으니까요

이것을 영화로도 만들었다고 해서 한번 찾아보니 예고편이 있더군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하고는 조금 다르더군요 이 말을 하고 다시 보니 그렇게 나쁘지도 않더군요 책 속에도 나오지만 헌책방 먹고살 정도로 될까 하는 생각이...^^ 그곳에서 바로 책을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터넷으로 사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이런 것은 나오지 않았지만, 비블리아 고서당도 인터넷으로 책을 팔았으니까 다른 곳도 그러지 않을지...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