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을 읽는가 -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독서를 위하여
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 / 이루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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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처럼 나도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바로 떠오른 것은 없었다. ‘그냥 책읽는 게 좋으니까’다. 그건 그렇고, 이 책 이야기는 잘 못하겠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니 책읽기가 아주 좋은 것이다고만 말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샤를 단치는 책읽기를 좋아하고, 책읽기는 걷기와도 같다고 했다. 나는 숨쉬는 것과 같지 않을까 했는데, 뒤에 이 말도 나온다. 책읽기가 누구한테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그게 조금 아쉽지만, 지금은 책과 가까이 지내니 괜찮은 거 아닌가 싶다. 주로 읽는 게 소설일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27쪽) 세상과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 읽기에 좋은 것은 소설이다. 다른 사람을 알기 위한 것도 있기는 한데. 그리고 지식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을 깊고 넓게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책을 읽으며 현실을 잊는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책을 읽는 까닭은 자신을 위해서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다시 책읽기는 좋은 것이다가 되려나.

 

책을 읽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물질보다는 정신에 대한 게 더 클 것이다. 샤를 단치는 문학이 기분을 바꿔주기는 하지만 위안을 주지는 않는다는 말을 했다. 정말 그럴까. 책읽기가 사람을 바꾸지는 않다는 말은 맞지만 위안을 주지 않는다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책을 읽고 위안 받을 때도 있으니까(샤를 단치는 그런 경험이 없다는 말인가). 이것도 사람마다 다른 것은 아닌가 싶다. 책 종류는 많으니까. 다른 책은 읽지 않아도 자기계발책을 읽는 사람은 뜻밖에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것을 꼭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자신한테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 자기계발책에는 여러가지가 나오기도 하니까. 본 적도 없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 어쩐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을 보다가 더 알고 싶어져서 다른 책을 찾아서 읽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이렇게 썼지만 나는 다른 책을 찾아서 읽지는 않는다. 가끔 책 속에 나온 다른 것에 관심을 갖지만 그 책을 볼 때뿐이다. 그 관심을 오래 끌고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오랫동안 나는 책을 읽기만 했다. 아니 가끔 읽은 책에 대해 쓴 적도 있다. 그때 읽고 썼던 것은 거의 동화였다. 소설도 많이 읽었는데 쓸 수 없었다. 지금 그렇게 잘 쓴다고 할 수 없지만, 그때 쓰지 않은 게 조금 아쉽기도 하다. 기억은 언젠가는 사라지기에 그것을 조금이라도 붙잡아두려면 쓰는 게 좋으니까. 예전에 읽었던 책에 대해서는 거의 잊어버렸다. 써도 잊어버리지만. 그래도 쓰지 않는 것보다는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몇해 동안은 대충 썼는데 지금은 잘 쓰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면 할 말이 거의 없다(비슷한 말을 또 쓰다). 그래도 쓴다. 어쩌면 이것은 그렇게 좋은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늘 생각하는 것은 내가 책을 잘 못 읽어서인가 보다 다. 다음에는 잘 봐야지 하지만 잘 안 된다. 그런데 왜 이렇게 흐르는 거지. 처음에 쓰려고 한 것은 이런 말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다시 돌아가서, 내가 책을 읽게 된 것은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작가는 한동안 책을 읽고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은 한두 사람이 아니다. 책을 읽는 게 재미있기도 했지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읽은 책에 대해서도 쓰기로 한 거다. 이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쓰는 버릇을 들이려고 했는데 버릇이 쉽게 들지는 않는다.

 

여전히 책을 읽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다음은 덜 즐겁다. 다른 사람한테는 책읽기뿐 아니라 쓰는 것도 즐겁게 하라는 말을 했는데, 나는 그러지 않고 있다니 했다. 그래서 이제는 잘 쓰지 못해도 즐겁게 쓰기로 했다. 글을 쓰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고 늘 생각해야겠다. 실제 그렇기도 하다. 내가 아주 싫어했다면 지금까지 썼겠는가. 잠깐 쓰다가 그만뒀겠지. 책을 많이 읽는다고 글을 잘 쓰는 것 같지는 않다. 하나 더 책을 많이 읽는다고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글쓰는 것도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도 끊임없이 애써야 한다. 무엇이든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는 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저기 산이 있기에 오른다, 처럼 여기 책이 있기에 읽는다.

 

 

 

희선

 

 

 

 

☆―

 

우리는 책에 도움말을 부탁하는 대신 책 속 보물을 훔쳐내야 한다.  (147쪽)

 

 

우리는 작가가 말하지 않은 것을 찾아내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한다. 흔히 책을 읽다가 몽상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문득 고개를 들고 입술에 집게손가락을 문 채 먼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라?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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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8-28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산이 있기 때문에 오른다, 라는 말이 에베레스트 등정때 나온 말로 알고 있어요. 그러고보면 책을 읽는 것은 에베레스트의 등정에 비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다 읽고 난 뒤의 허무함까지.. ㅎㅎㅎ 뭐랄까, 저는 다 읽고 나면 허무함을 느끼는 경향이.

희선 2013-08-28 03:09   좋아요 0 | URL
다 끝났구나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기도 하죠
그래서 다시 다른 책을 읽는 거죠 꼭 한권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책을 만난 사람은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그런 것을 찾기 위해 자꾸 책을 보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그것을 찾게 되면 그만 보게 될까요 자기 마음을 다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책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희선 2013-08-29 00:28   좋아요 0 | URL
왜 위와 같이 말했을까요 사람을 찾는 것처럼... 책은 하나만 좋아할 수 없을 듯해요 그것만 있어도 괜찮겠다 하는 게 있기를 바라는 제 마음이군요 그런 게 있어도 다른 이야기 보고 싶어할 듯합니다 책보다는 책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확실하게 뭐라 하기 어렵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고 못 찾을 수도 있겠죠


희선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1) (アフタヌ-ンKC) (コミック)
交田 稜 지음 / 講談社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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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소설로 2권까지 나왔다. 나는 소설이 아닌 만화로 먼저 만났다. 일본에서는 소설을 만화로, 만화를 소설로 내기도 한다. 이것은 드라마로도 만들었다. 우연히 만화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만화로 나온 것은 이게 처음이 아니기는 하다. 다른 곳(카도카와)에서 먼저 나왔다. 나는 나온 지 얼마 안 된 것이 보고 싶었다. 앞에 내용은 이 책을 보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 해도 재미가 덜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다음이 문제다. 책을 본 다음 말이다. 책을 보고 나면 할 말이 많으면 좋을 텐데 언제나 거의 없다. 얼마 전에 음식에 대한 추억이 없다고 했는데, 책에 대한 추억도 없다. 그게 있으면 그거라도 쓸 텐데 아쉽다. 내가 본 것은 만화지만 이 책을 소설로 본 사람이 많을 테니 쓰기가 더 어렵다. 어떻게 써나갈 것인가 생각하지 않고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좋은 생각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구나.

 

소설에서는 공간 배경이나 나오는 사람에 대한 게 글로 나올 텐데 만화는 그것을 보여준다(글도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구나). 내가 만화를 아주 많이 본 것이 아니어서 그림만 보고 바로 그런 것을 알지는 못한다. 그러면 어떻게 알았을까. 그것은 그냥 내버려두기로 하고. 오래된 책(헌책)을 다루는 비블리아 고서당은 가마쿠라에 있다. 가마쿠라가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여겨보아야 할 사람은 비블리아 고서당 주인 시노카와 시오리코, 또 다른 사람은 시오리코한테 돌아가신 할머니 책을 봐달라고 한 고우라 다이스케다. 맨 처음에 나오는 게 고우라 다이스케니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겠구나. 아주 처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책에 얽힌 수수께끼를 가져오는 첫 손님은 고우라다. 책을 보고 그 책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를 알아내는 사람은 시오리코다. 시오리코는 책을 보면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막힘없이 한다. 반대로 고우라는 어렸을 때 할머니한테 크게 혼나고는 책을 읽을 수 없는 체질이 되어버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달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고우라는 책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학교 다닐 때는 도서위원으로 책 정리를 하면서 어떤 내용일지 상상하기도 했다. 시오리코는 책 이야기를 즐겁게 하고, 고우라는 그 이야기를 즐겁게 듣는 것이다. 시오리코는 고우라를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고우라는 시오리코를 여섯 해 전에 본 적이 있다. 이런 만남도 재미있게 보인다. 그리고 고우라는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하게 된다.

 

고우라 할머니 일을 고우라가 어렸을 때나 고우라가 태어나기 전에 다른 사람이 알았다면 어땠을까. 지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고우라가 알게 된 게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충격을 받은 것은 안됐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 때문에 시오리코를 만나게 된 거나 마찬가지니 나쁘지 않은 거 아닌가 싶다. 예전에 할머니는 고우라한테 책을 좋아하는 아가씨와 결혼하면 되겠다는 말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시오리코 같은 사람 좋아하려나.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도 책을 좋아하지만 그것에 대해 말하지는 못한다(다른 말도 못하지만). 말을 잘할 수 있을 정도로 빠지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책을 잘 읽고 말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지만 잘 안 될 것 같다. 말은 못해도 쓰기라도 잘 하면 좋겠다. 내 말은 이거니까. 고우라 할머니 이야기에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 《그 뒤》(이 소설은 남자가 남편이 있는 여자를 좋아하는 이야기이다)가 나온다. 책 안에 또 다른 책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런 점이 또 좋은 것이다. 우리나라 소설가 책은 아니지만.

 

책을 보기 전에 이런 생각도 했다. 앞으로 나한테 책에 대한 추억이 생기면 좋겠다는. 하지만 이게 생각한다고 되는 게 아니어서. 그냥 지내다 나중에, 언젠가 그런 일(책)이 있었지가 된다면 좋겠다. 요즘은 책방이 별로 없다. 헌책방은 더 없지 않나 싶다. 책은 누군가 읽어야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책을 읽는 사람 이야기도. 또 그 책이 다른 사람한테 넘어가면 또 다른 이야기가 더해지겠지. 우리는 그 이야기를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책만이 알 것이다. 책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래도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으로 우리도 조금은 알 수 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은 옛날 일을 떠올려볼지도 모르겠다. 새 것도 좋지만 오래되고 낡은 것도 좋지 않나 싶다. 그런 것을 여기에서는 만날 수 있다.

 

 

 

희선

 

 

 

 

☆―

 

古書が大好なんです

人の手から手へ渡った本そのものに

物語があると思うんです  (52~53쪽)

 

 

오래된 책을 아주 좋아해요

사람 손과 손을 거친 책 자체에

이야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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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8-28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리코는 역시 긴 생머리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미지..가 말이죠, 풋. 저도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책 자체보다는 역시 내용을 더 좋아하네요, 쿡.

희선 2013-08-28 03:04   좋아요 0 | URL
소설에 그려져 있는 시오리코가 좀 더 나아 보여요
비슷하기는 한데 느낌이...^^
내용이 좋으면 그 책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손에 잡히는 것이지만, 이야기는 그렇지 않죠
어쩌면 이야기를 오래 남기고 싶은 마음이 책을 만들어 낸 것인지도 모르죠
당연한 말이군요^^


희선
 
중학생주의보 탐 청소년 문학 9
야즈키 미치코 지음, 고향옥 옮김 / 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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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이라는 말이 있어서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나오나 봅니다. 중2병이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습니다. 어느 때보다 중2 때는 감정의 높낮이가 큰 때인지도. 그런데 그것은 꼭 중2 때만 그런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저는 그때보다 지금 더한 것 같기도 하거든요(참지만). 책을 읽으면서 여기 나온 아이들과 제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중학생과 비슷한 생각을 하다니 했죠. 저는 사춘기라는 것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다 같을 수는 없지만 비슷한 때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은 듯합니다. 아니 이 생각도 맞다고 할 수는 없군요. 많은 소설은 한두 사람을 중심으로 흘러가기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한두 사람만 빛을 받지 않습니다. 시립제2중학교 2학년 C반 서른여덟(모두가 나오지는 않은 듯)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홀로 짧은 거리를 달리는 것이 아닌, 여럿이 먼 거리를 차례로 달리는 이어달리기와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쓰는 것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나오는 사람 하나하나를 잘 알고 있어야 할 테니까요.

 

아침 6시 47분 가와구치 마이에서 18시 58분 이노우에 싱고까지 짧게 말하는 아이도 있고 길게 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세상은 한두 사람만 살아가지 않듯이 중학교 한반 교실에도 한둘만 있으면 안 되겠죠. 이런 생각을 하는 아이도 있을 것 같아요. 눈에 띄지 않게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좋은 것으로든 나쁜 것으로든. 이것은 제가 하는 생각이군요. 중학생 때는 이런 생각 거의 안 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공부하고 쉬는 시간을 보내고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습니다.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부활동을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주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평범하게 중학교 2학년 어느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범하다 해도 저마다 나름대로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친했는데 지금은 친하게 지내지 않는 친구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미용 학교에 가기로 결정한 아이도 있습니다. 그 아이 때문에 엄마가 걱정을 해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침마다 아이는 엄마 머리를 만져줍니다.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를 한 아이는 영어에 자신이 있었는데, 중학교 1학년 첫 영어 시간에 발음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자 영어에 대해 자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본래 중학생 때는 작은 일도 크게 느껴지죠. 같은 반 여자아이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아이는 집에서 엄마한테 화를 자주 냅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잘 모르기도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는 것인지도.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도 나옵니다. 선생님은 그 아이를 별로 도와주지 않습니다. 싱고는 아주 어린 여동생이 장난을 쳐도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동생이 자신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은 잘 모르기고 하더군요.

 

많은 아이들이 나왔는데 제가 쓴 것은 얼마 안 되는군요. 아이들 이름도 다 못 외웠습니다. 본래 그렇죠. 시간을 오래 함께 보내면 반 아이들 이름을 외우잖아요. 한번 보고 어떻게 다 외우겠습니다. 이름을 외운다고 해도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다 알 수는 없겠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은 소중합니다. 중학교 2학년 아이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소중합니다. 자기 삶의 주인은 자신이잖아요. 우리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간다면 훨씬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

 

아침은 아주 쉽게 온다.

그러나 늘 같은 듯싶은 하루하루도,

새로운 하루는 그 자체만으로 특별한 하루다.  (5쪽)

 

 

오늘이 지나면 반드시 내일이 찾아온다.

그리고 내일이 되면 오늘이 어제가 되고,

다음 날에는 또 새로운 내일이 찾아온다.

오늘이 어제와 다른 것처럼 내일도 반드시 다른 하루가 된다.

그럼, 내일 또.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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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8-2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괜찮은 형식인데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소설을 구성하는것도.. 궁금하네요.

희선 2013-08-28 02:58   좋아요 0 | URL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몇몇 아이들만 나오기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모두가 한번씩 나온답니다 읽기에는 괜찮은데 이런 식으로 쓰려면 조금 어려울 것도 같습니다 많은 사람을 알아야 하니까


희선
 
夏目友人帳 16 (コミック) 夏目友人帳 (コミック) 16
미도리카와 유키 지음 / 白泉社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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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고 칠월이 오고 나츠메 우인장 16권이 나왔다. 다른 것도 봐야 하지만 내 마음은 나츠메 우인장을 먼저 보고 싶다고 했다. 여름이라 그런가. 얼마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 오래 나오는 만화를 보다보면 오래 사귄 친구 같겠다는. 가장 오래 봤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원피스》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도 봤으니까. 나츠메는 애니메이션까지 합치면 만난 지 올해 다섯해째다(연재는 십주년이 되었다고). 다섯해,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구나. 책으로 만난 지는 한해가 조금 넘었다고 생각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아쉬워할 필요가 없었구나. 앞으로도 나츠메와 야옹 선생, 나츠메 친구들(타키, 타누마, 니시무라, 키타모토)과 여러 요괴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면 가끔 만나는 게 아주 반가울 것 같다. 다른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도. 이렇게 해서 나는 실제 사람보다 더 쉽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이는구나. 이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이번에 나온 이야기를 보고 나와 책 속 사람이 사람과 요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주 똑같다고 할 수 없지만. 현실에 있는 사람이 책 속 사람을 실제로 만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책 속에서 사람과 요괴는 만날 수 있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나츠메처럼 요괴를 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책 속에 나온 요괴도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요괴는 본래 쓸쓸함을 모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예전에 한번 혼자 지내던 요괴가 쓸쓸하다고 한 적이 있기는 한데). 사람은 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지만, 요괴는 거의 혼자다. 다른 요괴가 있지만 서로 친하게 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친구를 위해 어떤 거울을 찾던 요괴도 있었다. 그래도 사람과 연을 맺는 것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람과 요괴는 다르니까 처음부터 연을 맺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요괴도 있다. 보이지 않는 상대한테는 본래부터 없는 것과 마찬가지, 연은 맺을 수 없다고. 하지만 사람을 한번 봐버리면 마음이 끌리기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을 똑바로 봐주는 눈. 타키 집으로 잘못 들어온 요괴는 타키가 그린 진(요괴가 그 안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에 들어가서 타키와 만나고는 무엇인가 다른 감정을 느낀 듯하다. 그게 대체 무엇인지. 요괴는 이런 마음이 들었다. 타키를 데리고 가서 아름다운 산과 아름다운 골짜기를 함께 보고 싶다고. 이렇게 요괴는 사람과 한번 만나고 나서야 쓸쓸함을 알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자신과 다른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인지도.

 

타키 집에 잘못 들어온 요괴는 그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쥐처럼 생겼는데 여행하는 토끼라고 했다. 얼굴은 쥐인데 꼬리가 토끼 꼬리였다. 어쨌든 귀엽다. 두 마리가 함께 다니면서 먹고 자고, 먹고 잤다고. 친구와 떨어진 토끼 요괴는 친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큰 요괴는 나츠메한테 자기 일을 타키한테 비밀로 해달라고 하고 토키 요괴 찾는 일을 도왔다.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나츠메는 타키한테 요괴 마음을 말해주고 싶은 걸까. 타키가 요괴를 볼 수는 없지만 있다는 것은 아니까. 타키가 그리는 진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은 야옹 선생이 했다. 타누마네 친척집이 하는 온천 여관에서도 나츠메는 비밀을 알게 되었다. 타누마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 요괴였다는 것을. 잔치 때 쓰는 가면을 도둑맞아서 여관으로 요괴가 찾으러 왔다. 다른 요괴가 훔쳐갔다고. 나츠메는 가면 찾는 일을 도왔다. 이토 씨라고 한 요괴는 나츠메한테 자기 정체를 들켜서 잔치가 끝나면 마을을 떠나겠다고 했다. 나츠메는 자신이 아무한테도 말 안 하면 괜찮지 않느냐고 했다. 타누마는 나츠메한테 이토 씨를 어렸을 때는 조금 무서워하기도 했다는 것이 생각났다고 했다. 나츠메와 알고는 요괴를 알게 돼서 이토 씨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느낀 게 왜인지 깨달았다고. 나츠메는 이때 잠깐 이런 생각을 했다. 타누마가 그것을 나츠메가 확인해주기를 바라고 그곳에 데리고 온 것은 아닌가 하는. 그것은 아니었다. 타누마는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나츠메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을 이토 씨한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 아닐까.

 

나츠메가 요괴를 볼 수 있고 가끔 요괴를 도와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 타키와 타누마가 나왔다. 두 사람은 요괴를 무서워하기보다 관심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츠메처럼 확실하게 요괴를 볼 수 없어서인지도. 사실 나는 나츠메보다 타키나 타누마 마음을 더 잘 알겠다. 요괴가 아주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나츠메도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가끔 배신하는 요괴가 있고, 위험할 때도 있어서다. 타키와 타누마가 위험한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나츠메가 요괴 같구나. 모습은 아니고 마음이다. 하지만 나츠메가 혼자 어딘가에 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과 살아가는 것도 좋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예전에 《XXX홀릭》(CLAMP)이라는 만화를 잠깐 본 적이 있다(이제는 끝났을 것이다). 여기에도 요괴를 볼 수 있는 와타누키 키미히로가 나온다. 와타누키는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한다. 그런 점이 나츠메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니 와타누키도 혼자였던 듯.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

 

자신들이 모시는 요괴와 살고 있는 땅이 안 좋아져서 나무들이 말라갔다. 그곳이 조금 쓸쓸한 곳이 되어서 새처럼 생긴 작은 요괴들은 뿌리면 꽃이 핀다는 재를 구해오다가 재가 담긴 항아리를 다른 힘센 요괴한테 빼앗겼다. 새 요괴 셋은 나츠메가 요괴를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츠메를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요괴한테 들은 나츠메가 엄청 무서웠다. 그래서 자기들끼리 해결하기로 했다. 우연히 항아리를 빼앗아간 요괴 부하가 상자를 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새 요괴 셋은 틈을 봐서 그 상자를 훔쳤다. 상자 안에는 나츠메가 있었다. 새들은 나츠메를 요괴라 여겼다. 나츠메가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나중에 알고는 조금 무서워하기도). 새 요괴들 사정을 듣고 나츠메는 항아리 찾는 일을 돕는다. 나츠메를 상자에 넣었던 요괴는 나츠메를 레이코라고 생각했다. 오래전에 레이코가 요괴와 싸운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들 두목(힘이 있는 요괴)한테 말했다. 두목은 레이코가 자신을 찾아오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만난 적 없는 레이코를 보고 싶어한 요괴였다. 그것도 쓸쓸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츠메는 어쩔 수 없이 레이코인 척했다. 그 요괴가 나츠메 말을 듣지 않고 나츠메를 보고 레이코가 왔다며 기뻐해서. 그 요괴는 자신이 사는 곳에 꽃이 피면 레이코가 찾아올까 해서 항아리를 빼앗았던 거다. 나츠메는 사람은 훔친 것으로 대접해줘도 하나도 기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꽃이 피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런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처음에 나츠메는 할머니가 남겨준 우인장을 자신이 가지고 있어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지난번에 나토리가 요괴 이름을 받아두는 것은 하면 안 되는 일이라 해서. 나츠메가 나쁜 뜻으로 한 것도 아닌데. 앞으로도 나츠메는 우인장 일을 생각할 것 같다. 나토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우인장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츠메, 사람과 요괴 어느 한쪽만 생각하게 되는 일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희선

 

 

 

 

 

         

 

          맨 위 오른쪽 타키는 요괴가 어디 있는지 보려고 하는 모습, 하지만 엉뚱한 곳만 보고 있다

          다음은 꼬리를 보여주는 모습(위에서 토끼라는 말을 했다)

          나츠메는 요괴 모습을 그려서 타키한테 보여주려 한다

          요괴(나중에 이름 나왔다 여기 있는 것은 아와유키, 다른 하나는 타케미츠)는 집중해서

          자기 말 들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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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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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잠을 잤는데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꿈속에서 읽었다. 이 책과 같은 내용을 본 것인지, 다른 것을 본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는 게 조금 아쉽기도 하다. 예전에는 읽던 책 다음 내용이 꿈에 나오기도 했는데, 그게 책과 같았는지 달랐는지 잘 모르겠다. 깨어나서 바로 잊어버렸으니까. 읽던 책에 대한 꿈을 자주 꾸는 것은 아니다. 책 때문에 안 좋은 꿈을 꾸는 일도 없다. 아니, 있었지만 내가 잊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가 꿈속에서 교향곡을 작곡했다는 이야기 때문에 이런 말을 쓴 것인지도. 베를리오즈는 아픈 아내 때문에 꿈속에서 작곡한 교향곡을 잊어버려야 했다고 한다. 교향곡을 쓰면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되어서 아내 약을 살 수 없었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 반대가 되는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잊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싶은 것은 자꾸 생각나는. 그래도 결국 자신의 뜻대로 잊고 싶은 것은 잊고,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은 잊어버리지 않기도 하겠지. 그것에 대한 생각이 크다면.

 

책 제목이 재미있다. 지난번 책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책속에 있는 글 제목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이야기는 없다. 거의 드문 일에 대한 비유였다. 그런데 정말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가 없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자신보다 힘없는 동물을 잡아먹는 사자만 있을까. 언젠가 육식동물도 가끔 풀을 먹는다는 말을 본 것 같기도 한데. 우연히 풀을 한번 먹은 사자가 그 풀에 맛을 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풀만 먹고 살아간다, 는 이야기는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 사자를 생각하니 다른 사자나 다른 동물한테 따돌림 당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사자가 무리지어 다니던가. 힘이 가장 센 수사자가 다른 사자들을 이끌었던 것 같다. 어쨌든 다른 사자들과 함께 다닌다면 자신의 비밀이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이다. 다시 생각하니 자신과 달라서 따돌리는 일은 사람만이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가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내 경우,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 이야기가 아무래도 많다. (212쪽) 이 말처럼 이번에도 고양이 이야기가 여러 번 나왔다. 고양이 이름 짓기,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고양이와 놀다보면 한주가 다 가 버린다는 말. 그러고 보니 이 말은 다른 말을 하면서 쓴 것이다. 그리고 어릴 때 기르던 새끼고양이 이야기. 오페라 가수의 고양이 이야기도 있구나. 예전에 읽었던 책에도 고양이 이야기가 나왔다. 고양이가 잠꼬대를 했는데 사람이 하는 말 같았다고. 그리고 그 고양이가 새끼를 낳을 때 하루키가 앞발을 잡아주기도 했단다. 고양이가 잘 따르는 사람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새끼 때부터 기르면서 길들인다면 따를지도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도 있다. 아주 가끔 길에서 길고양이와 마주칠 때가 있는데 늘 도망친다. 언제나 사람을 보면 달아나는 길고양이인지도 모르겠지만. 먹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사람 가까이에 올 까닭이 없겠구나. 그래도 조금 관심을 가지고 나를 보는 것도 있다. 아기다. 본래 아기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 관심을 갖는 것이기는 하겠지. 나를 보고 달아나는 것(아기는 그럴 수 없겠다)만 있는 게 아니어서 다행인가.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상실의 시대(노르웨이 숲)》에 하루키 자신의 이야기도 넣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루키한테 그것을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할 것 같다. 경험이 들어가 있건, 아니건 그것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구나. 지금까지 쓴 게 저마다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점을 이제와서 고치기는 어렵겠다. 하루키의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에 실린 글은, 진지한 얼굴로 조금 웃기는 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이다. 첫번째는 예전에 읽어서 거의 잊어버렸지만. 잠깐 다른 글을 봤는데 어떤 사람이 하루키는 아직도 어린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슬쩍 본 것이어서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다(그 책 읽어보고 싶어지기는 했는데 언제쯤 볼 수 있으려나). 쉰이 넘었을 때였던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나이를 먹어서 상처받는 일은 적어졌다 해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언제나 빛날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상처 잘 받지만.

 

나도 알고 싶었던 것이 있다. 그것은 한해 동안(한주마다) 글을 쓸 때 쓸거리가 없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먼저 쓸거리를 정해두고 그 안에서 골라서 쓰다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쓴다고. 내 생활은 아주 단순하다. 그래도 그 안에서 쓸거리를 찾으려면 둘레를 잘 살펴봐야 할 텐데. 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잠깐이었다. 늘 잊어버린다. 그리고 들쭉날쭉한 감정도 문제다. 또 다른 이야기로 빠졌다. 여기까지만 써야겠다.

 

 

 

희선

 

 

 

 

☆―

 

나이 먹는 것을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동안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 가지를 쌓아가는 동안으로 보는가에 따라 삶의 질은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뭔가 좀 건방진 소리 같지만.  (115쪽)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그 일이 일어나고 벌써 열세 해가 흘렀다.

 

이 동물원에는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가 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부모님과 동물원에 놀러왔다. 그런데 동물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동물을 보다가 나는 부모님과 떨어졌다. 부모님이 어디에 있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에는 사람도 얼마 없었다. 둘레가 어두워진 듯하여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구름으로 덮여있었다. 곧 비가 내렸다.

 

나는 비를 피할 곳을 찾아서 뛰었다. 조금 가니 울타리 대신 심은 나무 사이에 나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자리가 있었다. 수풀 동굴처럼 보였다. 나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잠시 앉아 있으니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나뭇잎을 헤치고 나타난 것은 새끼사자였다. 비를 맞고 떠는 것 같아서 나는 새끼사자를 안았다. 그때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얘, 너 혹시 먹을 거 없어?”

 

“어디에서 들리는 목소리지?”

 

“바로 밑이야.”

 

나는 새끼 사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나 배고파. 먹을 것 좀 줘.”

 

내 윗옷 주머니에는 작은 토마토가 하나 있었다. 그것을 새끼사자한테 주었다. 새끼사자는 토마토를 맛있게 먹었다.

 

“이거 처음 먹어보는 건데 뭐야?”

 

“토마토야.”

 

“그렇구나. 너 이름이 뭐야?”

 

“난 하루키야.”

 

“하루키, 너 나한테 가끔 토마토 갖다주지 않을래?”

 

“응? ……그건 별로 어렵지 않은데 여기 자주 오기 어려워. 한달에 한번쯤 와도 괜찮을까?”

 

“그래, 그렇게 해.”

 

갑자기 새끼사자가 내 품에서 땅으로 내려갔다.

 

“하루키, 비 그쳤으니까 그만 여기에서 나가. 어른 사자가 오고 있어.”

 

나는 깜짝 놀라서 그곳에서 나왔다.

 

“하루키, 나중에 보자.”

 

내가 비를 피하러 들어가 있던 수풀 울타리는 사자 우리 끝이었다. 잘 보니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나오자 빈틈이 없어졌다. 꼭 꿈을 꾼 것 같았다. 그 뒤 나는 바로 부모님과 만났다.

 

한달이 지난 뒤에 나는 새끼사자와 만났던 나무 울타리 앞으로 갔다. 빈틈없던 나무 사이에 구멍이 생겼다. 구멍으로 들여다보니 건너편에 새끼사자 한 마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한테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는 새끼사자한테 토마토와 다른 채소도 주었다. 나는 새끼사자한테 토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토마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토마토가 언제나 있는 게 아니어서, 나는 철마다 다른 채소를 토마한테 갖다주었다. 그 안에서 토마는 양배추와 토마토를 함께 먹는 것을 좋아했다. 토마가 좋아하는 것은 채소라기보다 샐러드였다.

 

열세 해가 흐른 지금도 나는 토마한테 샐러드를 갖다준다. 토마는 이제 새끼사자가 아니다. 어쩌면 내가 한 말을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세상 어딘가에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가 한 마리쯤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토마야, 그동안 잘 지냈어? 오늘은 더 맛있는 샐러드야.”

 

 

 

 

*내가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가 있는 이야기를 써버렸다, 울타리로 심은 나무 이 부분 조금 이상하지만,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거다 사자 우리가 다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것은 아니다 끝부분만 그렇다 샐러드 하면 양배추밖에 떠오르지 않는 나... 어쩔 수 없다 이런 말도 안 쓰고 시침을 떼야 하는 것인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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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8-2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읽고 조금 후회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은 미처 읽지 못했었는데..ㅎㅎ

희선 2013-08-28 02:55   좋아요 0 | URL
후회는 왜 했는데요, 괜히 읽었다 하는 건가요
저는 재미있게 봤던 편입니다
무라카미 라디오가 이랬던가, 했죠 예전에 첫번째 것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어쩌면 시간이 흘러서 조금 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그렇고 하루키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