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맞는 한낮은 나른하고

여름에 맞는 한낮은 무덥고

가을에 맞는 한낮은 조금 서늘하고

겨울에 맞는 한낮은 볕은 따듯해도 공기는 차다

 

철마다 조금 다른 한낮이지만,

한낮은 밝고 눈부시다

 

한낮 같은 마음

한낮 같은 웃음

 

한낮엔 슬픈 일 없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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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9-10 0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 시 완전 좋아요. 한낮 같은 웃음. 밝고 눈부신 웃음이군요. 오늘 그렇게 웃어 보겠어요.

초딩 2021-09-10 00:23   좋아요 2 | URL
우리 모금해서 출판해요 ㅎㅎㅎㅎㅎㅎ

희선 2021-09-10 01:24   좋아요 2 | URL
행복한책읽기 님 고맙습니다 오늘 밝고 눈부시게 웃으시겠다니 사람은 웃는 게 더 좋지요 울 때도 있어야 하지만, 웃으면 마음도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고...


희선

희선 2021-09-10 01:25   좋아요 2 | URL
초딩 님 고맙습니다


희선

초딩 2021-09-10 0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 감사합니다~
슬픈 일 없기를
그래서
한낮이 여느 한낮이기를

희선 2021-09-10 01:26   좋아요 2 | URL
마음 아프고 슬픈 일이 없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이 찾아온다 해도 밝은 한낮을 생각하고 잘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09-10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밝고 눈부신 한낮이길...!

희선 2021-09-10 01:27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 님 한낮이 오려면 멀었지만, 오늘 멋진 한낮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09-10 0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오늘 시도 👍 오늘은 따뜻하고 맑은 한낮이면 좋겠어요~!!

희선 2021-09-10 23:58   좋아요 1 | URL
한낮은 아니었는데 어제 조금 더웠습니다 그래도 날씨 좋고 하늘도 예뻤습니다 가을엔 예쁜 하늘 더 보겠네요


희선
 

 

 

 

따스한 마음

따스한 눈빛

그리고

따스한 손

 

손이 차가워도

따스한 마음이 담기면

그 손은 차갑지 않아요

 

제 마음이 추울 땐

당신이 내민

따스한 손을 생각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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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9-08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차가운 선인데 따스함이 느껴지는 손이 있는 것 같아요 ㅎㅎ

희선 2021-09-09 23:39   좋아요 1 | URL
손이 차가워도 마음은 따듯해서겠지요 흔한 말을...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9-08 1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히히히. 희선님 여기 따스한 손이요👋👋👋

새파랑 2021-09-08 12:20   좋아요 1 | URL
저도 여기 따뜻하진 않지만 거친(?) 손 🙌

희선 2021-09-09 23:40   좋아요 1 | URL
행복한책읽기 님 고맙습니다 손이 따듯하시군요


희선

희선 2021-09-09 23:41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도 고맙습니다 거칠어도 따듯한 손...


희선

서니데이 2021-09-09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추운 시기가 아니지만, 조금 있으면 손이 차가울 시기가 되겠네요.
희선님,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1-09-09 23:42   좋아요 2 | URL
늦가을쯤 되면 손이 차가워지겠습니다 한해가 갈 때쯤이어서 쓸쓸한 때기도 하네요 그전에 가을을 잘 만나면 좋겠습니다


희선
 
Dr.STONE 20 (ジャンプコミックス) (コミック)
이나가키 리이치로 / 集英社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닥터 스톤 20

이나가키 리이치로 글   Boichi 그림

 

 

 

 

 

 

 지난번에 <닥터 스톤> 19권 보고 드디어 2021년에 나온 책을 보게 됐다고 했구나. 그 말 이번 20권 보고 했다면 좋았을걸. 닥터 스톤 20권이다. 앞에 나온 열아홉권 보는 데 한해 넘게 걸리다니. 이 책만 봤다면 한해 넘게 걸리지 않았겠지만. 닥터 스톤을 보려고 했을 때는 20권까지 나오지도 않았구나. 그동안 시간이 흘러서 22권까지 나왔다. 앞으로 두권 더 보면 다음부터는 책이 나올 때 한권만 보면 된다. 여러 권 밀려 있는 것보다 책이 나올 때마다 보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봐야 할 게 여러 권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세상에는 내가 아직 못 본 책이나 지금도 나오는 책이 많겠지만. 그런 건 내가 모르는 거니 별로 마음 쓰이지 않는다. 본래 사람이 그렇지.

 

 미국에서 돌에서 깨어나고 나사에서 일한 과학자 제노를 센쿠 쪽에서 잡았다. 제노를 잡고 다른 데 잡힌 사람을 서로 바꾸지는 않았다. 센쿠와 제노를 잡으려고 함께 움직인 사람은 이대로 보트를 타고 남미로 가기로 한다. 센쿠는 삼천칠백년전에 사람을 모두 돌로 만든 빛이 시작된 곳에 가서 수수께끼를 풀려고 한다. 거기에 사람을 돌로 만드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구나. 제노를 데리고 가려고 스탠리가 쫓아오니까. 제노만 데리고 가면 괜찮겠지만 그러지 않겠지. 난 왜 스탠리가 혼자 쫓으리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스탠리는 잘 싸우는 자기 동료와 페르세우스호를 타고 센쿠와 동료가 탄 배를 뒤쫓았다. 보트는 나무를 태워서 가고 페르세우스호는 석유로 갔다. 어떤 게 빠를까. 페르세우스호겠지. 그건 센쿠와 사람들이 만든 거구나. 그래도 보트는 잘 달아났다.

 

 제노는 과학자여서 삼천칠백년전에 일어난 일에 관심이 있었고 그곳이 정확하게 어디인지 알고 싶어했다. 센쿠 혼자거나 제노 혼자였다면 알아내지 못한 걸 알아냈다. 그건 사람을 돌로 만든 빛이 처음 시작된 정확한 곳이다. 위도와 경도를 말했구나. 그건 제노와 센쿠가 빛이 보이고 돌이 된 시간을 말하고 계산했다. 그런 건 어떻게 계산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모형을 만들기도 했다. 사람을 돌로 만든 빛은 중력에 끌려 지구를 덮어씌웠다. 빛보다는 조금 느릴지도. 지금 생각하니 그 빛은 여기저기로 퍼지지 않았다. 그랬다면 우주에 있던 사람도 돌이 됐을 거 아닌가. 그 빛에 쏘이지 않으면 괜찮을까. 우주에 있던 센쿠 아버지와 우주비행사는 빛이 지구를 덮는 걸 보았다. 제노도 달에 뭔가 있다는 걸 알았다. 제노도 전파를 쓰니 달에서 오는 전파를 알아챘겠다. 지난번에도 말했는데, 달에 있는 건 뭘까. 사람이 아니고 외계인일까. 외계인이 지구를 보고 사람을 모두 돌로 만들었을지. 이런 생각은 재미없구나.

 

 보트 연료로는 나무를 태웠는데 그건 배를 타고 가면서 베었다. 어떤 곳에 배를 대고 나무를 자르는데 밤하늘에 글자가 보였다. ‘HELL(P가 빠진)’ 이라고. 그걸 본 건 타이주다. 잘 보니 그건 하늘에 쓰인 글자가 아니었다. 천 같은 데 빛나는 걸로 쓴 거였다. 나무 사이에 둥근 게 있고 그 안에서 뭔가 나왔다. 그건 사람이었다. 남미로 오면 누군가 만날 것 같았는데 정말 만났다. 그 아이는 한해 전에 돌에서 깨어나고, 어린데 지리학자로 이름은 첼시였다. 제노가 첼시를 알아봤다. 제노는 첼시를 만난 적 없다고 했는데 첼시는 제노를 한번 만나서 친하게 여겼다. 첼시는 한번 만난 사람은 다 친하다고 여겼다. 첼시는 제노와 가까운 곳에 있다가 돌이 되었다 깨어났는데, 제노가 있는 곳이 아닌 남쪽으로 왔다. 눈이 아주 나쁜 첼시는 제노가 남겨둔 표지판을 못 봤다. 첼시는 한해전에 돌에서 깨어나고 한해 동안 혼자 살았구나. 대단하다. 센쿠도 그랬지만.

 

 삼천칠백년전 수수께끼 빛이 시작된 곳으로 가려면 바다를 돌아야 했다. 그러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스탠리한테 따라잡히겠지. 센쿠는 지리학자인 첼시한테 아마존강 상류로 가는 짧은 길이 있는지 물어봤다. 첼시는 있다고 한다. 거기는 어떻게 가기로 했을까. 바이크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직 없는 바이크지만, 바이크는 보트로 만들 거였다. 그전에 먼저 바퀴로 쓸 고무를 구해야 했다. 고무나무가 있는 곳은 첼시가 잘 알았다. 여기에서 첼시 만날 수밖에 없었구나. 첼시가 없었다면 스탠리한테 잡혔을 테니. 실제 페르세우스호는 아주 빨리 쫓아왔다. 하루나 반나절이면 잡힐 거리까지. 그때 둘로 나누기로 한다. 하나는 사람이 하나도 타지 않은 실험실차고 하나는 연으로 돛을 만들어 속도가 빨라진 보트였다. 쫓아오는 쪽은 만약을 생각하고 예전에 수에즈운하가 있었던 곳으로 가는 실험실차 쪽으로 갔다. 그걸로 시간을 조금 벌었다.

 

 이제 배에서 바이크로 갈아 타는구나. 센쿠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있어서 그런 걸 바로 만들었겠다. 바이크를 타고 안데스산맥인가에 가려고 할 때 페르세우스호도 도착했다. 여기에서 달아나지 못하면 안 되겠지. 잘 달아난다. 이렇게만 말하다니. 스탠리 쪽은 비행기로 쫓으려 했는데, 센쿠가 비행기에 뭔가 해두었다. 비행기 고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센쿠 쪽이 아주 많이 앞지르지 못하다니. 첼시는 밀림으로 들어가면 비행기가 쫓기 힘들다고 말한다. 첼시도 이것저것 잘 알았다. 가까운 곳에 밀림이 있다는 것도. 마지막에 스탠리가 아주 가까이 왔다. 짐이나 바이크 버려야 하나 했는데 센쿠는 거기에서 로프웨이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림 보니 케이블카 같았다. 그것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그런 기능을 써서 짐과 바이크를 가져가려는 생각이겠지.

 

 페르세우스호에는 긴로와 마츠카제가 있었는데, 나중에 이 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센쿠는 다른 곳에 남은 사람한테 사람을 돌로 만드는 장치가 어떤 구조로 됐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그걸 알아보는 사람으로 시계 기술자를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은 류스이가 알았다. 그걸 첼시가 지도로 그렸다. 그 지도를 보내주면 아주 좋겠지만, 지금 팩스는 없다. 그래도 통신으로 보냈다. 그런 거 그리는 사람도 대단하고 통신을 받고 그리는 사람도 대단하다. 보통 지도가 아니고 모눈종이 같은 데 표시한 거다(좌표를 표시한 걸 그린 방안지도다). 그렇게 해서 시계를 잘 아는 사람을 깨우고 사람을 돌로 만드는 장치를 알아보게 했다. 그건 제노 쪽에 빼앗기지 않아야 할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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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엔 날개가 달려서

어디나

누구한테나

날아가

 

음악이 날아오는 소리 잘 들려

 

네가,

슬플 때

기쁠 때

쓸쓸할 때

언제든 음악은

네게 날아올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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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7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김동률의 Melody가 떠오르는 멋진 음악같은 시네요~!!
‘아련한 기억의 조각들 어제처럼 되살리는 마치 마술같은 힘‘

희선 2021-09-08 01:51   좋아요 2 | URL
김동률 노래가 떠오르다니... 들어본 적 있을까 하고 찾아서 들어보니 처음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김동률 음악 느낌이 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09-07 1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떤 음악은 어느 특정한 장면에 머물러 있어요

희선 2021-09-08 01:53   좋아요 2 | URL
그렇지요 어떤 음악은 그걸 즐겨 듣던 때로 가게 해주기도 하죠 어떤 장면이 생각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09-07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악은 국제 공통어지요. ^^

희선 2021-09-08 01:56   좋아요 2 | URL
말하지 않아도 음악은 누구나 들을 수 있지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9-07 15: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흠. 희선님이 북플 날개 단 책음악 들려주는 느낌이어요.^^

희선 2021-09-08 02:02   좋아요 2 | URL
책을 펴고 뒤집으면 날개 같아요 이 말은 다른 데서 들은 겁니다 책도 여기저기 날아가겠습니다


희선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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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잘 몰랐습니다. 박완서 님이 세상을 떠나고 열해가 지났다는 걸. 박완서 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 소식은 들었지만 날짜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박완서 님이 그때 세상을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그런 생각 안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열해 동안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겠지요. 열해면 강산이 바뀐다잖아요. 이젠 열해는 길지도. 저는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렇게 느끼는 거고 달라진 거 있을지도. 게으른 건 여전합니다. 이건 정말 바뀌지 않는군요. 요새 덜 게으르게 살아야지 하지만 잘 안 됩니다. 늘 바쁘게 이것저것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도 2020년에는 그러지 못했을 것 같네요.

 

 이 책을 보면서 박완서 님이 소설가가 된 건 어머니 덕분이 아닌가 했습니다. 박완서 님 어머니가 교육열이 높아서 아이들을 서울에서 공부하게 한 건 아니더군요. 박완서 님 아버지가 덧없이 세상을 떠나서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 거였어요. 박완서 님은 어릴 때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받았더군요. 그게 긴 시간은 아니었다 해도 그런 시간이 있어서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박완서 님은 나이를 먹고 그때 일을 선명하게 떠올리기도 했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박완서 님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때는 여자아이 이름을 제대로 지어주지 않는 때였더군요. 옛날 초등학생은 4, 5, 6학년 세번이나 수학여행을 했더군요. 서울에서 개성으로 수학여행을 가다니. 지금은 그러지 못하네요. 2020년에는 수학여행 자체가 없었겠습니다.

 

 작가가 되겠다 어릴 때부터 생각하고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 소설이 쓰고 싶어서 쓰고 작가가 된 사람도 있지요. 박완서 님은 두번째예요. 박완서 님은 1970년 봄에 단골 미장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여성동아》를 봤어요. 거기에 여성 장편소설을 모집한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박완서 님은 그 글을 보고 소설이 쓰고 싶은 마음이 들고 썼어요. 집안 일하는 틈틈이 식구들 몰래 썼답니다. 그 소설을 보내고 나서 생각하는 게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우체국 직원이 원고를 아무렇게나 다루거나 심사위원이 글씨를 보고 글을 제대로 읽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당선 소식을 들은 박완서 님은 상금 오십만원을 제대로 주려나 하는 걱정도 했어요. 그런 걱정과 다르게 박완서 님은 상금 잘 받았어요. 1970년 오십만원은 지금 돈으로는 얼마쯤 될까요. 별 생각을 다하는군요. 처음으로 쓴 소설이 당선돼서 무척 기뻤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 걱정도 했습니다.

 

 소설을 썼다고 해서 언제나 소설가인 건 아니지요. 소설을 써야 소설가겠습니다. 박완서 님은 소설가였네요. 소설이 당선된 뒤 박완서 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소설을 썼습니다. 열심히 썼답니다. 박완서 님 남편은 박완서 님한테 서재를 마련해줘야겠다고 했답니다. 무슨 소설이냐 하지 않고 서재를 마련해줘야겠다고 하다니, 멋진 남편이 아닌가 싶네요. 박완서 님보다 세상을 일찍 떠났지만. 지금은 저세상에서 만났을까요. 죽은 사람을 생각하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박완서 님은 몸이 없이 영혼만 있으면 뭐 하나 했지만. 영혼과 영혼은 몸이 있을 때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이건 욕심이겠지요. 아직 저세상에 안 가 봐서.

 

 

 어머니는 밤늦도록 바느질품을 파시고 나는 그 옆 반닫이 위에 오도카니 올라 앉아서 이야기를 졸랐다. 어머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을뿐더러 이야기 효능도 무궁무진한 걸로 믿으신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심심해할 때뿐 아니라 주전부리를 하고 싶어할 때도, 남과 같이 고운 옷을 입고 싶어할 때도, 친구가 그리워 외로움을 탈 때도, 시험 점수를 잘 못 받아 기가 죽었을 때도, 어머니는 잠깐만 어쩔 줄을 모르고 우두망찰을 하셨을 뿐, 곧 달덩이처럼 환하고도 슬픈 얼굴이 되시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내 아픔을 달래려 드셨다.  (205쪽)

 

 

 앞에서 박완서 님 어머니 이야기를 잠깐 했지요. 박완서 님 어머니는 박완서 님한테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답니다. 박완서 님은 어릴 때 성질을 부리거나 남의 말을 많이 했나 봅니다. 어머니는 그런 박완서 님한테 다른 사람이 가진 좋은 점을 찾아보라 했어요. 좋은 말씀이네요. 아는 말이기는 해도. 그 말을 보고 저도 그게 더 좋을 텐데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가진 좋은 점을 잘 보는 사람도 있더군요. 저는 잘 못합니다. 박완서 님은 어머니한테 이야기꾼이 되는 걸 배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박완서 님은 어머니 이야기 많이 쓰기도 했지요. 예전에 박완서 님 글 많이 보기도 했는데, 거의 잊어버렸습니다. 지금 보면 다르게 다가올 것 같기도 합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가 올지. 기회를 만들겠다고 하지 않다니. 제가 그러지 않을 것 같아서.

 

 오랜만에 박완서 님 글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박완서 님은 세상을 떠났지만, 글은 세상에 남았네요. 많은 사람이 오래오래 박완서 님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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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5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10년이나 지났군요 ㅜㅜ 10년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박완서님 첫 당선 되셨을때의 기분이 어떠셨을지 웃음이 나네요. 좋은 글은 이렇게 오래 남나봅니다~!!

희선 2021-09-07 01:27   좋아요 1 | URL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예전에 박완서 님 세상을 떠났다는 말 인터넷에서 봤는데,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러 가지 달라졌겠습니다 스마트폰이 가장 먼저 생각나기도 하네요 박완서 님 처음 쓴 소설이 당선돼서 기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이 잘 드러났습니다 그 뒤에도 소설 쓰는 데 애쓰셨습니다


희선

stella.K 2021-09-05 1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70년에 50만원이면 결코 작은 돈은 아니죠.
그 시절 10원으로 과자 한 봉지 크림빵, 하드(아이스바) 등을 사 먹기도 했대요.
2천원으로 장을 보던 시절이었으니까.
지금 같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죠.
그러니 50만원의 가치는 지금의 천만원 내지 3천만원쯤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10주기도 그렇지만 박완서님 자체가 너무 일찍 돌아가신 느낌입니다.
지금도 살아계실 것만 같은데...
저도 예전에 몇권 읽었는데 안 읽은지가 한참 되네요.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네요.
이분의 작품은 나이들어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일찍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고 쫘악~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ㅠ

희선 2021-09-07 01:32   좋아요 2 | URL
물가가 아주 많이 올랐네요 몇 해 전은 어느 정도나 달라졌는지 잘 모르지만, 몇십해 전과 지금을 보면 아주 많이 올랐다는 걸 알겠습니다 조금씩 오르는 걸 알면 그런가 보다 하는데 어떤 건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얼마 올랐다는 걸 알고 많이 올랐네 하기도 해요 그때 오십만원 지금 돈으로 하면 꽤 되는군요 그러니 걱정되기도 했겠습니다 정말 그걸 줄까 하는...

이렇게 책이 다시 나오기도 하니 박완서 님을 아주 잊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돌아가시고 아프셨다는 걸 안 것 같아요 어쩐지 저도 잘 모를 때 소설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예전에는 더 모르고 한국 소설 보기도 했는데... 거기에 박완서 님 책도 있었어요 전쟁 피난 그런 이야기 본 듯하네요 오빠나 아드님 이야기도 있었군요


희선

서니데이 2021-09-05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박완서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그 시대 다른 가정보다 어머님과 가족들이 진학을 위해 많은 관심을 보였던 가정 같았어요. 전쟁 전에 서울대학교 다니던 일화도 있고요, 공부하러 서울로 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까요.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어머님에 대한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따뜻한 기억과 그리움을 느끼게 되네요. 잊고 살다보니, 선생님 떠나신지 벌써 1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또 그리워하는 분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1-09-07 01:3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댓글을 보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지금 생각하면 저는 그걸 그저 이야기로만 본 건 아닐까 싶어요 이제는 그게 박완서 님 경험을 녹여낸 소설이라는 걸 알기도 하네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소설 보면서 작가는 잘 생각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더 작가와 소설을 따로따로 봤어요 그게 그렇지 않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몰랐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소설을 다 작가 이야기로 보면 안 되겠습니다 박완서 님 글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보겠지요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9-07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는 떠났지만 글은 남아서 이렇게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네요.
40살인가 늦게 등단한 작가라서 작가지망생들에게 희망을 주셨던 분이지요.
떠나신 지 벌써 10년이 되었군요.

희선 2021-09-08 01:45   좋아요 0 | URL
사람은 떠나도 글이나 그림 음악 같은 건 남는군요 박완서 님이 늦게 소설가가 되셔서 박완서 님을 보고 희망을 가진 사람 많았겠습니다 늦게 소설가가 되셨지만 꾸준히 소설을 쓰셨네요 벌써 열해라니 시간 빨리 가죠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