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にゆく者の祈り (新潮文庫)
나카야마 시치리 / 新潮社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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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가는 사람의 기도》. 자백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범인일까. 경찰은 제대로 수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죄 없는 사람이 사형 당하면 어쩌려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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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2-05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백했다고 해도 증거가 있어야지요. 자백만 믿고 수사를 중단하는 건 위험한 것 같습니다.
희선 님의 의견에 동의함.^^

희선 2023-12-06 01:26   좋아요 0 | URL
자백만 듣고 제대로 증거를 모으지 않는 일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할 텐데...


희선
 
혼불 7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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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이든 상민이든 사람인데, 옛날엔 신분제도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신분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신라 시대에도 있었으니 말이다. 신라를 말하다니. 고구려 백제도 다르지 않았겠다. 신분을 만든 건 힘 있는 사람일 거다.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려고 말이다. 오랫동안 이어져서 많은 사람은 그걸 당연하게 여겼겠다. 난 옛날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별로 좋은 신분은 아닐 것 같아서다.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돈 받지 않고 다른 사람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신분제도는 없지만 빈부 차이는 심하다. 계급이 아주 없지 않다. 옛날보다는 사람이 자유롭게 살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는 느낌은 있다. 사람은 다 사는 게 다른데, 그런 거 느끼지 않는 게 이상한 건가.


 이 책 《혼불》을 보니 비밀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안 볼 것 같지만 누군가는 어떤 일을 본다. 그건 작가가 그렇게 쓴 거지만. 현실에서도 그럴까. 누군가 숨기려는 일을 우연히 보는 사람 있을까. 난 그런 적 없구나. 《혼불》 7권은 ‘4부 꽃심을 지닌 땅’이다. 강실이네 집에 큰일이 일어났다는 걸 눈치챈 기표는 아침에 강실이네 집으로 오다가 안서방네가 강실이를 업고 오는 모습을 본다. 안서방네는 강실이가 저수지에 몸을 던지려 했을 때 막았다. 이번에도 강실이 말이나 생각은 아주 조금 나온다. 강실이를 이렇게 쓰다니. 여기 나오는 여성이 다 그런 건 아니다. 강실이로 나타내고 싶은 건 뭘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여성은 아닌 것 같은데. 효원이 강실이를 자기 친정과 가까운 절로 보내자고 했는데, 강실이는 그곳에 가지 못하고 옹구네한테 끌려간다. 억지로 끌려간 건 아니고 강실이가 쓰러져서 어쩔 수 없이 거기로 갔다. 옹구네가 매맞은 춘복이를 돌보는 동안 황아장수가 강실이와 떠났다면 좋았을 텐데. 황아장수는 꺼림칙하게 여기면서도 강실이를 옹구네 집에 두고 간다.


 이씨 문중 선산을 지키는 박달이는 무덤을 살펴보고 청암부인 무덤을 누군가 건드린 걸 알아챘다. 춘복이는 정월 대보름에 산에 갔다 내려오다 산지기 박달이를 만났다. 박달이는 춘복이가 청암부인 무덤을 건드렸다 여기고 이기채한테 말한다. 춘복이는 이기채 집으로 끌려오고 맞는다. 춘복이가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 해도 때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기표는 당골네가 그런 걸 알지도 모른다면서 백단이와 남편 만동이를 끌고 오는 게 어떻겠느냐고 한다. 이건 무덤에서 뼈를 찾은 다음이었던가. 그걸 딱 맞히다니. 그런 소문이 있기는 한가 보다. 무당이 명당자리에 투장하는 거. 백단이와 만동이는 정말 들키지 않으리라고 여겼을까. 양반이라고 해서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사람을 때리기부터 하다니. 그것 또한 안 될 일인데. 조선 시대 드라마에서도 그런 모습 본 적 있구나. 그런 거 보고 별 생각 안 했던 것 같다. 흑인 노예가 백인한테 맞거나 죽는 거 보고는 어떻게 저러나 했다. 조선 노비나 상민도 흑인 노예와 다르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나 보다(무당은 천민에 들어가는구나).


 남의 무덤에 자기 부모 뼈를 묻으면 안 된다. 이건 예의기도 하지 않나. 지금은 법으로 죄를 묻고 벌금을 내게 할 텐데. 예전엔 신분이 낮은 사람이 명당 자리에 조상 뼈를 묻고 그 덕을 보려한 적 많았을까.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면 그렇게만 생각할지. 이기채는 그럴 사람이 아니구나. 성질이 안 좋아 몸도 안 좋다. 몸이 안 좋은 건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이기채는 양반이어서 청암부인이나 부인 율촌댁 지금은 며느리 효원이 정성을 다해 죽을 쑤어준다. 이기채는 그런 거 하나도 고맙게 생각하지 않겠지. 건강이 안 좋으면 운동이라도 해 봐야 하는데 운동도 거의 안 하는 것 같다. 운동한다고 모두 건강해지는 건 아니지만. 춘복이는 백단이와 만동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것만은 좋게 봐야 하나. 백단이와 만동이는 덕석말이 당하고 만동이는 죽게 생겼다. 상민(천민)은 양반한테 맞아 죽어도 아무 말 못했겠다. 억울한 일이구나.


 강모보다 나이가 조금 위인 친척 강호는 일본에서 공부했다. 강호는 일본에서 병을 주워다 팔거나 인력거를 끌고 돈을 벌고 학비로 썼나 보다. 양반 자식은 집에서 주는 돈으로 공부만 하는가 했는데, 강호는 달랐구나. 실제 강호 같은 사람 있었을까. 강호는 만주에 갔다 왔다. 만주에서 강모와 강태를 만났단다. 이기채와 이기표는 강호를 만나 두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 강모와 강태는 만주에서 공부하게 됐다고 한다. 강태는 공부할 것 같아도 강모는 어떨지. 강호는 이기채가 춘복이와 백단이 만동이를 때린 일을 비꼬았다. 그런 말 듣는다고 이기채가 자기 잘못을 알려나, 모르겠지. 효원은 강호를 만나고 강모가 오유키와 함께 있다는 말을 듣는다. 효원이 생각하는 것처럼 오유키 형편이 좋은 건 아닌데, 그 부분은 아쉽구나.


 가장 걱정되는 건 강실이다. 왜 강실이는 그렇게 비실비실한 건지. 마음이 안 좋아서 몸도 안 좋아지고 지금은 배 속에 아이까지 있어서 더 힘이 없는 걸지도. 옹구네가 강실이한테 어떻게 할지 그게 걱정인지, 나도 모르겠다.




희선





☆―


 누리는 자는 대를 물려 영원히 그 기득권을 누려야 되고, 착취당하는 자는 영원히 제 가죽과 뼈를 착취당해야만 ‘순리(順理)’다 하고요.


 순리. 그러나 그 순리는 누구를 위한 순리일까요.


 왜 그 순리는 누구에게는 권리가 되고 누구에게는 억압이 될까요.


 그것이 참으로 진정한 순리라면 누구도 누구를 해치지 않으면서 공생하고 상생해야 할 텐데.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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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9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혼불7까지 달리셨네요. 한 권씩 완독할 때마다 기분이 뿌듯하시겠지요.
누구도 해치지 않으면서 공생하는 것, 요즘 들어 사람들이 더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혼불 완주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희선 2023-11-30 02:53   좋아요 2 | URL
달리지 않고 천천히 갑니다 책이 그렇게 두껍지는 않지만,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아요 이 말은 전에도 했군요 읽기는 하는데 제대로 못 읽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은 신분제도가 없다 하지만, 그건 겉만 그렇고 아주 없는 게 아니기도 하군요 다른 사람도 생각하고 함께 살면 좋겠습니다


희선
 
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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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이 쓰는 말인 ‘가성비’ 난 잘 안 쓰고 잘 모른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로 줄임말이었구나. 그랬구나. 이 말은 쓰지 않는다 해도 아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닐지도. 두 가지에서 싼 것보다 값이 같아도 성능이 좋은 거나, 조금 돈을 더 주고 나은 쪽을 고르는 거. 지금 생각하니 난 돈을 덜 쓰려고 하지만 더 주고 나은 쪽을 고른 적은 별로 없다. 난 가성비보다 싼 것을 찾으려고 하는구나. 비슷한 값이어도 좀 나은 걸 고르기는 하겠지만, 뭐가 더 나은지 잘 모르고 내가 고른 게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난 가성비 잘 모르고 이 말 잘 생각하지 않는 거 맞구나. 뭐 그럴 수도 있지.


 이 소설집 《코스트 베니핏》에는 소설 다섯편이 실렸다. 코스트 베니핏이 가성비다. 영어 잘 모르고 잘 안 쓰기도 해선지 책 제목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자꾸 ‘코스트 베니핏’을 생각하면 조금 익숙해지려나. <절친대행>(조영주)부터 한번 말해 볼까. 결혼식 손님 대행 같은 건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그건 딱 한번 많은 사람을 부르는 거겠다. 늘 혼자가 싫어서 쉬는 날이나 시간이 있을 때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사람 있기도 하겠지. 난 늘 혼자여서 혼자가 편하다. 친구를 만나도 말 잘 못하고 할 말도 없다. 난 절친대행을 이용하지 않겠구나. 돈으로 친구를 사는. 절친대행은 돈을 뿌리고 사람을 곁에 두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한테 딱 맞춰주는 친구다.


 자신한테 딱 맞춰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을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안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람 마음은 바람 같아서 잡기 어렵다. 돈을 받고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은 그게 일이어서 상대한테 맞춰주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돈을 받지 않으면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런 사람한테 빠져들기도 할까. ‘절친대행’에서 재연은 돈으로 맺은 친구한테 푹 빠져든다. 재연은 다른 데 돈을 쓰는 것보다 절친대행에 돈을 쓰는 게 낫다고 여겼다. 절친대행에서 일하는 최선희 언니는 사람을 자신한테 중독시키는구나. 재연과 재연 친구인 명혜는 선희 언니가 없으면 못산다고도 한다. 친구와 그런 사이가 될까. 친구와도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두번째 강의경 소설 <두리안의 맛>은 블로거인 윤지가 공짜여행을 하면서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이야기다. 어딘가에 가는 게 아니어도 다른 데서 물건을 받고 글을 쓰는 건 별로일 것 같다. 윤지는 대학생으로 대학생 처지에 맞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그걸 글로 써써 블로그에 올렸다. 그때는 솔직하게 썼는데, 공짜여행은 그러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공짜지만 공짜가 아닌. <빈집 채우기>(이진)는 결혼을 앞두고 집에 둘 물건을 장만하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결혼하는 사람이 가구나 전기제품을 새로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긴 것 같다. 꼭 그래야 할까. 없으면 사야 하지만 쓰던 게 있으면 그걸 쓰면 안 될까. ‘나’는 식기세척기 사는 문제로 남자친구와 싸운다. ‘나’는 부자로 잘산다고 여긴 친구가 아이는 하나도 돌보지 않는 남편과 산다는 걸 알게 되고 자기 남자친구를 생각한다. 남자친구가 친구 남편보다 낫다 여긴 거구나. 이건 돈보다 사람을 보는 거겠다.


 다음 소설 <2005년생이 온다>(주원규)는 잘 모르겠다. 세 아이가 만든 모임이 ‘2005년생이 온다’인데, 그걸 만들자고 한 자유주의는 스무살에 은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스무살 전에 어떻게 돈을 벌고 스무살에 은퇴할까. 그 방법을 공부하려는 거였을지도. 백세 시대라고 해서 오래 일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구나. 나이 많은 사람한테는 일자리가 별로 없겠다. 마지막 소설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정명섭)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티브로 썼다. SF다. 죄를 지었지만 벌 받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은 사람이 우연히 한 곳에 모이고 하나 둘 죽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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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6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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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 대보름이다고 들떠서 달을 보러 가는 사람이나 다리 밟기를 하러 가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명절이다고 즐거워하지는 않는다. 지금도 다르지 않구나. 명절에도 쉬지 않고 일하고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 많다. 이제는 돌아갈 고향이 없기도 하던가. 부모님이 사는 곳이 고향이기는 하겠다. 매안 이씨 종가 종손인 강모는 집을 나가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도 집에 오지 않고, 새해에도 정월 대보름에도 오지 않았다. 강모 아버지인 이기채는 이제는 집에 없는 아들보다 며느리를 생각하는 것 같다. 아주 의지하는 건 아닐지 몰라도 처음 마음과 달라진 듯도 하다. 효원이한테는 잘된 일이겠다. 이기채는 강모는 마음대로 하게 두었는데, 손자인 철재한테는 엄했다. 강모가 집을 떠나고 제멋대로인 걸 자신이 제대로 기르지 못해서다 여겼다. 그렇다고 손자는 엄하게 대하다니.


 아버지가 바란 일이기는 하지만, 그걸 실행하던 사람 무당과 무당 남편 백단이와 만동이는 보름달 뜬 밤 청암부인 무덤 한쪽을 파고 만동이 아버지 뼈를 묻었다. 이 말은 지난번에도 했던가. 이번 《혼불》 6권에서는 그 모습을 보여준다. 달이 뜨고 무서워하면서도 아버지 뼈를 묻는 두 사람. 만동이보다 백단이가 무덤을 본래대로 하려고 했다. 그 모습을 어둠속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춘복이다. 춘복이는 보름달을 보고 매안에 와서 먼저 무덤에 왔다. 그러고는 오류골댁(강실이 집)에 간 거였다. 춘복이는 백단이와 만동이가 한 일을 다른 사람한테 말 안 하려나 보다. 춘복이는 오류골댁 바깥에서 강실이가 마당에 나온 걸 지켜봤다. 강실이가 쓰러지자 달려갔다. 춘복이는 강실이를 아무도 없는 대나무밭으로 데리고 간다. 강실이는 몸도 마음도 얼어서 어찌하지 못했다.


 춘복이는 일을 저지르고 깨달았다. 강실이 마음을 얻지 못하리라는 걸. 춘복이는 그저 강실이가 자기 아이를 낳아주는 것만 바란 게 아니었구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나 보다. 강모도 그렇고 춘복이도 일을 저지르고 말다니. 왜 그전에 모를까. 옹구네는 자신이 강모와 강실이 이야기를 하는 틈에 춘복이가 그래서 마음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다음 할 일을 생각했다. 강모 아내인 효원이는 청암부인이 죽기 전에 강모와 강실이 일을 알고 있었다. 옹구네가 벌써 이 집 하인한테 말해서 효원이도 알게 된 거다. 옹구네가 바란 일이기는 했다. 효원이는 양반집 며느리니 그런 거 알아도 뭔가 말하기 어렵겠지. 아주 모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남편과 사촌 동생이니, 그건 집안 망신이기도 했다.


 효원은 청암부인 장례식 때 강실이를 남모르게 쏘아본 듯하다. 장을 담그는 날이 다가왔다. 옛날엔 장 담그는 날도 따로 있었다. 가물지도 습하지도 않은 날. 그날을 놓치면 장 맛이 안 좋았단다. 강모 어머니인 율촌댁은 장을 잘 담갔다. 장을 담글 때 강실이도 온다고 했는데, 그날 강실이 몸이 안 좋아서 장을 다 담글 때쯤 강실이와 오류골댁이 큰집에 왔다. 강실이는 쓰러지고 만다. 강실이가 쓰러진 걸 어떻게 알았는지 옹구네가 와서는 안서방네한테 춘복이와 강실이 이야기를 했다. 거짓말도 보탰다. 옹구네는 강실이가 아이를 가진 게 아니냐고 했다. 옹구네는 겁도 없이 그런 말을 했구나. 옹구네 자신도 자신을 조금 처량하게 여겼다. 춘복이 때문에 자신이 그러는 데. 안서방네는 그 말을 효원이한테 하고 효원이는 혼날 걸 알고도 의원이 오기 전에 강실이를 집으로 돌려 보냈다. 효원이는 강실이를 죽게 하면 안 된다 생각했다. 그건 강실이를 생각한 게 아니고 이씨 집안이나 자기 아들 철재를 생각한 거였다. 어쩐지 슬프구나. 그것보다 강실이가 안됐다. 왜 작가는 강실이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의원은 오류골댁으로 가서 강실이를 진맥하고 감짝 놀란다. 강실이는 상사(相思)고 배 속에 아이가 있었다. 의원도 그렇지만 강실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더 놀란다. 예전에는 향약이 있었는데 그건 법이었다. 꽤 엄했다. 옛날에는 큰 죄를 지으면 그게 몇 대까지 가기도 했구나. 앞으로 강실이는 어떻게 될지. 효원이는 안서방네한테 밤에 잠을 자지 말고 오류골댁을 살피라 했다. 새벽에 강실이는 집을 빠져나와 청암부인이 판 저수지 청호로 갔다. ‘혼불’은 시대가 바뀐 때기도 한데. 매안도 바뀌기는 했지만, 옛날과 그대로인 것도 많았다. 강실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싶다. 강실이는 제대로 말도 못하는구나. 시대가 그렇게 만든 것일지도.


 잠시 강실이가 일본한테 나라를 빼앗긴 조선인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다. 어떨지. 이건 그저 갑자기 생각난 것일 뿐이다. 조선은 힘이 없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았나. 늘 그런 건 아니겠지만. 강실이는 시간이 가면 좀 달라질지. 그건 모르겠다.




희선





☆―


 “이것이 다 누가 이루신 것인데요.”


 “내가 무슨 한 일이 있겠느냐…… 세월이 그렇게 해 준 것이지.”


 “무심한 세월이라고 어디 아무한테나 그렇게 해 주겠습니까. 전에 제가 듣고 마음에 좋아서 접어 둔 말이 있는데요, 봄바람은 차별없이 천지에 가득 불어오지만 살아 있는 가지라야 눈을 뜬다, 고 안 허든가요.”


 “좋은 말이로구나. 세상에 있는 삼라만상, 목숨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세월은 모두 다 그 품속에 안고 키워 주느니라. 들짐승, 산짐승, 물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를 보아라. 아무도 안 멕여 주지마는 저절로 저 혼자서 맹수도 되고 맹금도 되어 호랑이 독수리 용맹을 떨치지 않더냐. 산속 나무들도 마찬가지고 사람 또한 그러느니라. 아이들 커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조막만하던 핏덩어리가 나이 먹으면서 장성허는 것이 어찌 어미 아비가 키우는 것이랴…… 세월이 키워 준다…… 허나 그것은 다 제가 타고난 목숨을 제 몸에 지니고 있을 때 이야기다. 살어 있으면서도 죽은 것은 제가 저를 속이는 것이야. 살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죽어 버린 것이 세상에는 또한 부지기수니라. 어쩌든지 있는 정성을 다 기울여서 목숨을 죽이지 말고 불씨 같이 잘 보존허고 있노라면, 그것은 저절로 창성허느니.”


 목숨이 혼(魂)이다.


 혼이 있어야 목숨이야.


 “잘 알겠습니다.”


 “어쩌든지 마음을 지켜야 한다. 사람 마음이 곧 목숨이니라.”


 “명심하겠습니다.”


 “마음을 잃어버리면 한 생애 헛사는 것이야.”


 “예.”  (《혼불》 6권, 118쪽~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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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6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혼불 5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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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에 보름달이 뜨는 건 열두번에서 열세번일까. 가끔 윤년이 있고 음력이 두번일 때도 있지 않은가. 평소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거다. 달이 보이면 달이 떴구나 할 때가 많다. 그런 나도 보름달 생각할 때가 있기도 하다. 정월 보름과 한가위다. 두번밖에 안 되다니. 지금도 설이나 한가위는 큰 명절이지만 정월 보름은 명절이 아니구나. 그밖에 옛사람은 절기마다 이런저런 날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게 많이 사라졌다. 시대가 바뀐 것도 있지만, 일제 강점기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일제 강점기에는 설을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하라는 압박 있었겠지. 일제 강점기가 지나가고도 왔다 갔다 했던가. 설이나 한가위(추석)가 아주 사라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일본은 양력으로 하지만.


 이번에 만난 《혼불》 5권은 3부 아소, 님하다. ‘혼불’은 5부까지고 두권씩이다. 1부는 시간이 좀 흐르기도 했는데, 2부에서 청암부인이 죽고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그렇다고 그때 일만 말하지 않는다. 청암부인이 살았을 때 이야기도 나오고 창례식 이야기도 나왔다. 3부에서는 해가 바뀐다. 이때는 몇 년일지, 1944년 같기도 한데 분명하지 않다. 1943년일지도(그보다 앞일지도). 정월 풍습을 이야기 한다. 한해 마지막 날엔 잠을 자면 안 된다거나 신발을 숨겨둬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옛날 이야기. 그런 건 오랫동안 이어져 오기도 하다니 신기하기도 하구나. 매안 종가에서는 집을 떠난 강모가 오지 않으려나 했다. 명절이니. 한사람 더 강실이도 강모를 기다렸다. 강모가 온다고 달라질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강실이는 강모가 자신을 어디론가 데리고 가길 바라는 건지.


 잠시 만주 봉천에 간 강모와 강태 이야기가 나왔다. 강태는 겉모습은 가까이 하기 어려워도 한번 친해지면 괜찮고 마음도 좋았다. 만주에 오래 산 조선 사람 김씨(김성직)는 강태를 의지하고 함께 일 해 보지 않겠느냐고 한다. 함께 일한다기보다 도와달라고 한 거구나. 강모는 그저 그런 말을 듣기만 했다. 오유키도 떼어 보내지 않았다. 강태는 오유키가 함께인 걸 못마땅하게 여겼다. 오유키 말은 없다.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왜 오유키가 강모와 강태가 탄 기차에 있었는지 설명도 없다. 오유키는 있지만 거의 그림자 같기도 하다. 이건 오유키 마음과 같은 건가. 오유키는 자신이 강모한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오유키 자신도 잘 몰랐다.


 설이 지나고 정월 대보름이 찾아왔다. 예전에는 보름달을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 ‘달 봤다’고 외쳤다. 옹구네는 거멍굴이 아닌 고리배미 마을에서 달집 태우는 걸 보려 했다. 그걸 보기 전에 주막에서 말을 했다. 강실이와 강모 이야기. 옹구네는 소문을 퍼뜨리기로 작정했구나. 춘복이는 달을 보고 빌었다. 강실이가 자기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지난번에 춘복이가 강실이를 좋아하는 것보다 신분상승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는데.



 조선 법으로 노비·승려·백정·무당·광대·상여꾼·기생·공장(工匠)을 팔천이다 하였는데, 이 여덟 가지 천민에서도 가장 수악한 것이 백정과 무당이었으니.  (275쪽)



 신분제도는 법으로 정해지고 바뀌지 않은 거였구나. 조선 말기에는 양반을 돈으로 사기도 했지만. 신분제도가 거의 사라진 1940년대에도 그게 남아 있었다. 사람 생각이 바뀌려면 시간이 걸리기는 하는구나. 매안과 그 둘레는 예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무당과 무부(무당 남편) 이야기가 나오고 아버지가 아들은 어쩔 수 없지만 손자라도 잘 살기를 바라고 죽으면서 자신을 투장해 달라고 했다. 명당에 무덤을 만들면 정말 후손이 잘 살까. 그런 이야기 앞에도 나오기는 했는데. 이번 5권에 또 나오고 양반 무덤에 몰래 묻어달라고 하다니. 죽으면 다 끝인데. 신분 때문에 서러웠던 사람은 어떻게든 자손만은 그런 서러움 겪지 않기를 바랐을지도. 무당 남편인 아들(만동)은 아버지 말을 따라 정월 대보름날 틈을 타서 아버지 뼈를 청암부인 무덤 한쪽에 묻는다. 아내인 무당 백단이도 함께 그걸 했다.


 달을 보고 달을 자기 안에 넣으려 한 춘복이는 매안 원뜸으로 가고 오류골댁을 살펴본다. 그때 강실이는 집에 혼자 있었다. 아버지는 달을 보러 가고 어머니 오류골댁은 다리를 밟으러 갔다.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이 큰 명절이었구나. 연을 만들고 연을 날리고 그 연은 정월 대보름에 태웠다. 강실이 부모는 강실이 액막이 연을 만들었다. 풍습이지만 좋을 거다 믿었겠다. 강실이 걱정이구나. 조선 시대에는 여성을 보쌈하기도 했다. 지금 보면 그건 억지로 끌고 가는 거 아닌가.




희선





☆―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 갓난아기 때부터 향기로운 방령(芳齡)에 이르기까지, 어여쁘고 아름다워 부왕에게 귀애받고, 만사람들에게는 선망 칭송을 받던 공주가, 그 모든 것을 무참하게 빼앗긴 채 한순간에 더러운 죄인이 되어 내쫓기는 것은 오로지 다른 것 아닌 ‘음행’ 하였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소문은 연기와 같이 모양도 없는 것이 칼과 창 하나도 쓰지 않고, 장수와 재상과 임금을 점령하여 굴복시킬 수가 있었던 것이다.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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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0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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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0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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