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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홍차 - 생활밀착형 홍차만화
김줄 그림, 최예선 글 / 모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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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언제 홍차를 알았을까. 생각나지 않는다. 커피도 언제 알았는지 잘 모른다.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은 콩부터 고르고 자신이 갈고 내려서 마시기도 하겠지. 커피콩 스스로 볶는 사람도 있을까. 그것도 하는 사람은 커피를 좋아하고 파는 사람일 것 같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커피나무를 기르는 곳에 가는 사람도 있겠다. 얼마전에 커피가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말 들었다.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는 게 커피만은 아니겠구나. 홍차가 나오는 책인데 커피를 먼저 말했다. 커피 잘 모르지만 홍차보다 자주 오래 마셨다. 커피와 홍차 차이는 커피는 커피 열매 씨앗으로 만들고 홍차는 잎인가. 씨앗을 볶고 가루로 만들어서 먹는 거 많을 듯하다. 꼭 가루로 만들지 않아도 괜찮은 것도 있겠다. 씨앗을 가루로 만드는 건 한약에 많이 쓰일까. 과일 씨는 잘 먹지 않는데 먹으면 좋은 씨도 있다. 사과씨에는 독이 있다는 말 들었다. 포도나 수박씨는 몸에 좋다고 한다. 해바라기씨나 호박씨도 먹는구나. 땅콩, 호두. 어쩌다가 이렇게 흘렀지.

 

 커피를 마시면서 왜 홍차는 가루가 없고 티백만 있을까 했다. 티백이 아닌 잎도 있겠지만 그건 생각도 안 해 봤다. 홍차 가루로 된 거 아주 없지 않다. 레몬홍차, 복숭아홍차로 나온 거 있었다. 예전에 그거 가끔 사다 타 먹었다. 커피도 그렇지만 홍차도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마셔야 진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지. 차와 함께 단 쿠키와 케이크도 먹는구나. 난 커피(차)만 마신다. 가끔 과자나 빵 먹을 때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그건 어쩌다 한번이다.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넣지 않은 커피(차)보다 커피믹스나 레몬홍차 복숭아홍차를 마셨구나. 지금은 레몬홍차 복숭아홍차 마시지 않지만. 커피는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홍차는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은 것 같다. 만화에서 부잣집 아가씨한테 집사가 홍차를 우려주는 모습을 자주 봐서 그럴까. 티백은 물만 끓이고 컵에 붓고 조금 기다리면 된다.

 

 여전히 커피를 더 마시지만 홍차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친구가 보내준 홍차를 마셔서구나. 그래도 잘 모른다. 홍차도 여러 가지가 있고 사람에 따라 블렌딩(여러 가지 차 원료를 섞는 것)도 다르게 하겠지. 차이를 알려면 이것저것 마셔봐야겠구나. 지금은 한국에도 커피만큼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겠다(커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 본 적 없지만 홍차가 나오는 만화도 있다고 한다. 이 책 《오늘은 홍차》도 그렇구나. 홍마담은 예전에 방앗간이었던 곳에 홍차가게를 연다. 홍마담 일은 많이 나오지 않고 가게에 오는 사람한테 차를 권한다. 차가 나오면 차 마실 곳도 있어야겠지. 집에서 혼자 마셔도 괜찮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고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도 괜찮다. 홍차 하면 영국이 생각나고 커피 하면 미국이 생각난다. 차나무나 커피나무를 기르는 곳은 다른 곳일 텐데.

 

 커피콩을 볶고 갈고 내리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커피를 그렇게 시간을 들여 마시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홍차는 기다려야 한다. 잔도 따듯하게 데우면 더 좋다고 들었다. 정말 그런 건 누가 해줘야 좋지. 아니 그런 말 꼭 따라야 하는 건 아니구나. 서민은 서민에 맞게 홍차를 즐기면 된다. 하루 내내 사람을 상대하고 힘들게 일한 사람은 홍차를 마시면 마음이 풀린단다. 지금은 자신을 더 좋게 보이게 하고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저 자신은 자신 그대로여도 좋다고 하면 좋을 텐데. 일하면서도 여러 가지를 배우는 사람 많겠지. 홍차를 우리는 시간 동안 기다리고 차를 마시면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조용하게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차를 마시면 마음이 편안하겠다.

 

 마르셀 프루스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마들렌이 나오는데, 그건 홍차랑 같이 먹는 거겠지. 마들렌만 알았지 홍차는 생각도 못했다. 홍차로 기억을 되새기기도 한다. 장아란은 마흔셋 주부로 홍차를 좋아한다. 집에서 분위기 내고 마시기도 하고 홍마담 가게에 가기도 한다. 아이를 낳고는 일을 그만뒀다. 아이는 중학생이다. 중학생이라고 엄마 관심이 없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좀 쓸쓸했나 보다.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하다니. 아란은 모모우롱(모모는 복숭아)을 마시고 아이를 가졌을 때 복숭아만 먹었던 것을 떠올린다. 일본 사람이 자주 마시는 우롱차도 홍차 한 종류인가 보다. 아이스티는 차가운 홍차. 난 왜 아이스티를 차가운 녹차라고 생각했을까.

 

 혼자 조용히 차를 마시면서 자신을 마주해도 괜찮고 누군가와 함께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괜찮다. 그 시간을 즐기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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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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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니 어렸을 때 본 <전설의 고향>이 생각났다. 저승차사가 어떤 사람 혼을 데리고 저세상에 갔는데 사람을 잘못 데리고 간 거였다. 그 사람을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냈지만 그 사람 몸은 땅에 묻힌 뒤였다. 그 사람한테 저승차사가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라고 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잘못 죽은 사람은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 다른 사람으로 살게 된다. 그 뒤에 잘 살았다고 했던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거 쉽지 않았을 거다. 마지막에는 저승차사가 그 사람을 데리러 왔던 것 같다. 하나 더 생각난다. 그건 사고 때문에 엄마와 딸이 바뀐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비밀》이다. 거기에서는 시간이 지나고 딸이 돌아올 수 있다고 하고, 어느 날 자신은 딸이다 한다. 정말 딸 영혼이 돌아왔을까. 진짜는 어땠을지 그건 그걸 쓴 작가만이 알겠다. 이런 소설 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본 건 얼마 없다. 타임슬립하고 다른 사람으로 사는 이야기도 있다. 거기에서는 바뀐 상대가 어떻게 됐는지 나오지 않았다. 지난날로 간 사람이 다른 사람 삶을 살고 그 사람이 죽자 다시 본래 시대로 돌아갔다.

 

 앞에서 사람이 바뀌는 이야기를 한 건 이 소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서다. 《신의일보》 기자 이한나는 빌딩에서 누군가 불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그 일을 신문사에 알린다. 이한나는 거기에서 달아나려다 이대로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이한나는 자신을 괴롭히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한나는 병원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이름은 강유진. 강유진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7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강유진이 된 이한나가 병원을 나오자 이한나가 된 강유진이 찾아온다. 두 사람은 대체 어떤 힘으로 그렇게 서로 바뀌었을까. 두 사람이 만난 적은 없지만 아주 상관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강유진은 두 사람한테 일어난 일과 같은 걸 소설로 쓰기도 했다. 소설에서는 한해 뒤 본래대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한해 동안 바뀌어서 살기로 한다. 한해가 지나면 정말 둘은 본래대로 돌아갈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이한나와 강유진은 서로가 가지고 싶은 걸 가졌다. 이한나 아버지는 도박을 하고 빚을 졌다. 그 빚은 모두 이한나가 갚아야 했다. 이한나는 식구한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엄마와 동생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강유진은 소설을 쓰고 부모는 일찍 죽고 혼자 살았다. 혼자였지만 돈이 많았다. 죽은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거겠지.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한나는 이한나대로 힘들고 강유진은 강유진대로 문제가 있었다. 두 사람에서 어느 쪽이 더 나쁠까. 뜬금없는 말을 했구나. 두 사람이 바뀌고 한해가 다 되어갈 때쯤 이한나가 된 강유진은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다. 그 모습이 예전에 일어난 사건과 닮아 보여서 경찰은 연쇄살인이라 여긴다. 예전 사건과 비슷한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었다.

 

 두 사람에서 한사람이 죽으면 두 사람은 다시 바뀌는 일 없을까. 한해가 됐을 때 강유진 혼은 자기 몸으로 돌아오고 이한나 혼은 저세상으로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 솔직하게 말하면 나중에 나온 여자가 이한나인지 강유진인지 잘 모르겠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이한나 같은 말이 있는가 하면 강유진인 것 같은 말도 있어서다. 강유진 몸을 한 이한나겠지. 내 마음이 그러기를 바라는 걸까. 내가 잘 알아보지 못한 건 그것만이 아니다. 그건 두 사람이 가진 욕심이랄까. 몸이 바뀌고 조금 달라진 사람은 강유진이다. 강유진은 이한나로 신문 기사를 쓰고 이한나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남자친구하고도 잘 지냈다. 강유진은 지금까지 자신이 그렇게 살지 못한 걸 아쉽게 여겼다. 반대로 이한나는 강유진 몸이 되고는 돈은 많아도 밖에 다니기 힘들었다. 강유진이 살이 찌고 건강이 안 좋아서였다. 이한나는 자신이 된 강유진을 시샘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이한나다. 강유진 마음은 알기 어렵다. 이한나가 강유진을 알려고 강유진 일기를 보는 모습이 나오지만 거기에는 중요한 게 나오지 않았다. 책에 실린 강유진 일기는 그게 다가 아니었구나. 강유진이 뚱뚱해지고 왜 집에만 있게 됐는지는 남은 이야기에 나온다. 그걸 보면 강유진한테도 동정이 갈지도. 두 사람은 정말 본래대로 돌아가면 다르게 살려고 했을까. 한쪽은 돌아가지 않기를 바랐구나. 두 사람이 어떤 생각이었는지 형사가 말한다. 다른 사람이 말하게 하기보다 두 사람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나았을 텐데. 일부러 그렇게 보여주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사람이 놀라기를 바라고. 난 이한나가 하는 말 다 믿었는데 거기에는 거짓말도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보나. 자신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나 일이 있으면 극단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까. 강유진이나 이한나는 그렇게 생각한 듯하다. 찾기 힘들다 해도 극단의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낫겠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난 그럴 수 있을지. 자신 없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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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9-01-11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흔한 스토리인 것도 같은데, 여전히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마도 인간 누구나의 공통된 욕망인) 다른 사람들의 삶을 부러워하가거나 시샘하거나 하는 욕망을 벗어날 수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근데 이 이야기도 비슷하겠지만 사실은 모두가 어느정도는 그렇잖아요?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중요한 게 결핍되어 있을 수도 있고...

희선 2019-01-12 02:43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하니 두 사람이 바뀌고 서로의 마음을 아는 그런 이야기 많군요 엄마와 딸이 바뀌거나 아빠랑 딸이 바뀌는 것도 있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바뀌는 것도 있었네요 그래도 그런 건 좋게 끝나기도 하는데 이건 별로 좋게 끝나지 않는군요 예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이 때문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것도 연쇄살인이에요 그걸 그대로 배운 사람도 있고 두 사람에서 한사람이 그 피해를 입기도 해요 다른 사람은 그걸 이용하고, 아니 둘 다 이용했다고 할까 때로 사람은 바랄 수 없는 걸 바라기도 하죠 그래서 범죄가 생길지도... 많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다가도 그만둘 때가 더 많은데... 남을 부러워하기보다 자신을 좋아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희선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시선 411
신용목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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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목이라는 이름은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그때 시인이라고 했어요. 그게 언제였는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시간 많이 흐른 것 같기도 합니다. 신용목이 나오는 날은 그 방송을 들을까 했지만 별로 못 들었습니다. 그 뒤로도 신용목은 라디오 방송에 한주에 한번 나왔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우연히 들었더니 더는 나오지 않더군요. 나올 때는 잘 챙겨듣지 않다가 나오지 않게 된 걸 아쉬워하다니. 지금 생각하니 저는 자주 그랬습니다. 아니 그래도 끝까지 들은 것도 있고, 이제는 끝난 <인생 라디오>도 들었어요. 이건 아침이 아닌 낮에 해서 그랬군요. 저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합니다. 몇달 전에 다시 신용목이 같은 라디오 방송(<시 콘서트>)에 나온다는 거 알았어요. 그걸 챙겨듣느냐 하면 그러지 못합니다. 그 시간에 사물을 정하고 그것이 나온 시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음악은 듣지 못해도 다시듣기가 있으니 그걸 들어도 괜찮을 텐데 그러지도 않는군요. 이렇게 말하니 듣고 싶기도 하네요.

 

 라디오 방송을 듣고 언젠가 신용목 시인 시집을 한번 봐야지 생각했습니다. 예전 것이 아닌 지난해에 나온 걸 처음으로 보게 됐습니다. 보고 싶다 하고 보면 괜찮기도 한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군요. 제 탓입니다, 시를 못 알아들은. 알 듯한 말이 나오다 알 수 없는 말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시인은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자기 말로 하는데 제가 그걸 잘 못 알아들었습니다. 짧은 시도 있지만 거의 깁니다.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있는데 그것도 잘 그리지 못했습니다. 그리다 만 이라 해야 할까요. 그것도 괜찮기는 하겠지만. 뿌연 안개가 낀 듯한 느낌입니다. 이건 저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용목 시집을 잘 보신 분도 있겠지요. 언젠가 다시 보면 지금보다 나을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일지. 조금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잘 되새기면 좋은 말도 있어요.

 

 

 

흰나비는 이 세상 것 같지가 않다. 쫓아가는 아이는 꼭 넘어진다.

 

-<흰나비>, 91쪽

 

 

 

 짧은 시 한편만 옮겨 보았습니다. 다른 것은 뭐 없을까 했지만 그냥 안 쓰는 게 나을 듯합니다. 다 알아듣기 어렵지만 시가 괜찮기도 합니다. 슬프지는 않고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여러 가지 감정이 지나간 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자신한테 일어난 일을 조용하게 바라볼 수 있겠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신용목 시인 목소리는 조용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목소리와 시가 조금 다르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소리 내지 않고 조용하게 말하는 느낌. 그렇다고 화 나는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겠지요. 화도 잘 안 낼 것 같은 목소리지만.

 

 시를 잘 보려면 시를 자주 만나야 할까요, 이것저것 다 봐야 할까요. 둘 다겠습니다. 마음은 그러고 싶은데 게을러서 잘 안 됩니다(전에도 같은 말을). 세상, 자연이라도 잘 보고 싶어요. 다른 건 조금 어려우니. 잘 못 알아들어도 시를 만나는 시간은 괜찮습니다. 시는 어려운 이론을 말하지 않잖아요. 비, 눈, 밤, 가을, 아침, 새, 꽃, 사막, 바다, 편지, 햇살, 나비, 의자……. 그냥 낱말을 늘어놓아 봤습니다. 제가 쓴 것 말고도 더 있어요. 해 본 적 없지만 어떤 낱말이 나왔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시를 재미있게 볼 방법은 더 있겠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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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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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보다 먼저 나온 《가면병동》은 못 보았다. 그걸 먼저 보고 이걸 보는 게 더 나은가보다. 못 본 건 어쩔 수 없지. ‘병동’이라 하면 정신과 병동이 가장 먼저 생각나기도 하는데 그건 왤까. 병원이 정신병원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데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설까. 멀쩡한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몰아 병원에 가두기. 이것밖에 생각나지 않다니. 정신이 멀쩡한 사람도 누군가 미친 사람으로 몰아가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멀쩡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될지도. 아니 그래도 정신 차려야 한다. 여기에 정신과 병동은 나오지 않는다. 그냥 생각나서 말했을 뿐이다. 병원은 학교만큼이나 무서운 곳이다.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런 이야기도 있겠구나. 얼마전에 잠깐 뉴스 예고에서 간호사가 병원에서 오랫동안 사람(환자)을 죽였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소설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다니. 아니 예전에 실제 그런 일이 있어서 소설을 쓴 것일지도. 얼마전에 들은 그 일도 누군가 소설로 쓸 것 같다.

 

 구라타 아즈사는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정신이 들었다. 자신이 누워 있던 곳이 병원 침대고 링거를 맞고 환자옷을 입은 걸로 그곳이 병원이라는 것만 안다. 그곳에는 아즈사와 다른 네 사람이 있었다. 모두 전날 누군가를 만나고 끌려온 거였다. 다섯 사람은 다 의료 관계 일을 했다. 다섯 사람이 있던 방 한쪽 벽에는 광대 그림과 클라운이라는 서명이 들어간 말이 적혀 있었다.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그걸 본 아즈사는 리얼 탈출 게임을 바로 떠올린다. 아즈사는 간호사로 리얼 탈출 게임을 아주 좋아하고 여러 번 해 봤다. 아즈사가 그걸 잘 알아서 몇 사람이 아즈사가 클라운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한다. 여러 가지 말을 보고 열쇠를 찾고 다른 곳에도 가 보고 아즈사와 네 사람은 그곳에서 나가려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거기에는 시간 제한도 있었다. 시간 안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 병원은 불바다가 되고 모두 불에 타 죽는다.

 

 다섯 사람이 갇힌 곳은 병원으로 예전에 그 병원에서는 불법 장기이식을 했다. 식물인간인 환자 장기를 부자들한테 큰돈을 받고 이식했다. 그런 이야기를 써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는데, 벌써 나왔을까. 무뇌아 장기를 이식하던 것도 생각나는구나. 외국인 노동자 건강검진을 한다면서 장기 검사를 하고 나중에는 장기를 꺼내간 이야기도 있다. 부모가 없는 아이 장기도. 장기 이식할 사람은 많고 장기는 모자라니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겠지. 불법 장기 이식을 한 다도코로 병원은 문을 닫았다. 그런 병원을 영화감독 하자마와 의사 시바모토 다이키가 리얼 탈출 게임을 하는 곳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한해 반 전쯤 하자마가 병원 원장실에서 떨어지고 죽었다. 그날 시바모토가 하자마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기고 수술했지만. 시바모토가 하자마 수술을 해서 하자마를 죽인 게 시바모토가 아니냐는 소문이 나고 시바모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그게 아닐 것 같았다. 다섯 사람은 하자마가 죽은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야 거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거기 갇힌 다섯 사람은 다 시바모토와 아는 사이였다.

 

 문제를 풀고 어딘가에서 빠져나오는 걸 놀이로 하면 재미있을까. 난 놀이라 해도 별로다. 실제 그런 놀이 있는가 보다. 작가는 그걸 이용해서 복수하는 이야기를 썼구나. 복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부질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그걸 해야 눈을 감을 수 있다 할지도. 복수만 생각하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 다섯사람이 왜 병원에 갇혔는지보다 거기에서 어떻게 빠져나가려 하는지를 즐겁게 볼 수도 있을 텐데. 모두 시바모토와 아는 사이였는데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클라운은 시바모토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다 여긴 거겠지. 시바모토는 자신이 믿을 수 있다 여긴 사람한테 죽임 당했다. 그걸 생각하니 사람 마음은 다 알 수 없겠다 싶다. 그렇다 해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 마음이 다른 사람 많지 않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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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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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네핸가. 2014년에 나한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해 한국에는 아주 큰일이 있었다. 그래도 난 살았다. 지금도 산다. 딱히 죽을고비가 있었던 것도 아니구나. 어렸을 때는 덜했는데 언제부턴가 난 몸을 사린다. 그렇게 해도 큰 문제는 없어서 다행이구나. 누군가한테 해를 끼치는 건 아니니까. 나만 그렇게 생각할지. 난 어렸을 때 무엇이 하고 싶었더라. 이런 거 처음 생각한 건 아니지만 잘 모르겠다. 초등학생 때는 그저 다른 아이들이 말해서 나도 선생님이 될까 한 적 한번쯤 있었던 것 같다. 남 앞에서 말 잘 못하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니. 그밖에는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꿈도 없이 그냥 학교에 다녔다. 다녀야 했으니. 지금 아이들은 더 꿈꾸기 어려울까.

 

 자신이 잘 해서 할 수도 있지만 그걸 좋아해서 할 수도 있다. 마왕은 벌써 중학생 때 음악을 하리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마왕이 들은 말은 ‘넌 재능이 없잖아’ 였단다. 그런 말 듣고도 그만두지 않고 그 마음을 이어갔구나. 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로 강변가요제에 나갔다는 말 들었다. 그 밴드 아기천사가 CD를 냈다는 말은 이 책을 보고 알았다. 그때는 노래 제목이 달랐나 보다. 노래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로 바뀌었다. 노래는 앞부분만 조금 들었다. 대중음악에는 처음에 잘 안 된 노래가 나중에 다른 사람이 했을 때 잘 되는 일도 있다. 그건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져서겠지. 마왕이 솔로 1집을 냈을 때를 아이돌이라 하다니. 요즘 아이돌은 십대가 더 많은 듯하다. 마왕은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도 아이돌이었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때가 그랬구나.

 

 나도 봤다. 1988년 12월 24일에 한 MBC 대학가요제. 마지막에 무한궤도가 나와서 노래했을 때 대상 받을 거다 생각했다. <그대에게>가 문방구에서 산 멜로디언으로 이불 뒤집어쓰고 만든 거였다니(이 말도 들었던 것 같다). <그대에게>는 마음먹고 대학가요제에서 한 거였다. 강헌은 그대를 음악이라 말하기도 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난 글을 그런 식(그대)으로 쓴 적 있구나. 글일 때도 있고 내가 만나지 못한 사람일 때도 있고 친구일 때도 있다. 여기에서 내 말을 하다니. 마왕은 대학가요제에서 상을 받으면 바로 음반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리 쉽지 않았다. 이것도 작가와 비슷하구나. 신춘문예에 뽑히거나 문학상을 받는다고 여기저기에서 글 써달라고 하지 않겠다. 다행하게도 무한궤도라는 이름으로 음반이 나왔다. 단 하나지만. 마왕과 다르게 다른 사람은 죽 음악을 할 마음이 없었다. 정석원 조형곤은 015B를 하지만.

 

 무한궤도 신해철 넥스트 비트겐슈타인 크롬(노댄스)……. 이건 알지만 다 알지는 못한다. 난 강헌 같은 음악평론가는 아니다. 나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거 좋아했다. 마왕이 사랑만 노래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 게 아주 없지 않지만. 책을 보다 보니 음악이 듣고 싶기도 했다. 마왕이 SF나 판타지 좋아한다는 거 처음 안 것 같다. 그런 말 했을 텐데 내가 잘 듣지 못했겠지. 예전에 그걸 알았다면 SF, 판타지 책 봤을 텐데. 추리소설 안 것도 아주 오래 되지는 않았구나. 누군가는 어렸을 때부터 그걸 봤다는데. 마왕이 철학과였는데도 난 철학에 그렇게 관심 갖지 않았다. 아니 철학에는 조금 관심을 가졌지만, 철학 한 사람을 잘 몰랐다. 어릴 때는 자신이 좋게 여기는 사람이 무슨 말하면 거기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는데, 그때 난 뭐 했나. 책도 안 읽고 꿈도 없이(헛된 꿈은 있었을지도) 그냥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만 들었구나. 그때 뭔가 했다고 해서 지금 다르게 살았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 그렇게 나쁘지 않다. 내가 좀 더 나아지면 좋겠는데 그건 잘 안 된다.

 

 시간은 쉴새없이 흐르고 새로운 음악은 자꾸 나올 거다. 마왕이 세상을 떠난 시월에는 마왕 노래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뿐 아니라 다른 때도 라디오 방송에 나오면 좋겠다. 새로운 음악은 들을 수 없지만 예전에 나온 음악 찾아 듣는 사람도 있기를 바란다. 나도 어쩌다 한번 듣는데. 마왕은 2014년에 여러 가지 만들려고도 했다. 지휘도 배우려 했다고 한다. 마왕이 만든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려고도 했다. 아쉽다, 그거 못해서. 뮤지컬 했다 해도 난 못 봤을 테지만. 마왕 음악은 대중음악 역사에 영향을 주었다. 넥스트를 보고 밴드 하고 싶다 생각하고 실제로 한 사람도 있을 거다. 어떤 일이든 재능이 중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재능보다 중요한 건 좋아하는 마음이다. 마왕 이야기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마왕은 저세상에서도 음악 하고 있을까. 그래도 괜찮고 이곳에서 하지 못한 거 즐겁게 하면 좋겠다.

 

 

 

희선

 

 

 

 

☆―

 

난 아직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

일상의 피곤 속에 묻어버릴 수는 없어

언젠가 지쳐 쓰러질 것을 알아도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The Dreame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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