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5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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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에 보름달이 뜨는 건 열두번에서 열세번일까. 가끔 윤년이 있고 음력이 두번일 때도 있지 않은가. 평소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거다. 달이 보이면 달이 떴구나 할 때가 많다. 그런 나도 보름달 생각할 때가 있기도 하다. 정월 보름과 한가위다. 두번밖에 안 되다니. 지금도 설이나 한가위는 큰 명절이지만 정월 보름은 명절이 아니구나. 그밖에 옛사람은 절기마다 이런저런 날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게 많이 사라졌다. 시대가 바뀐 것도 있지만, 일제 강점기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일제 강점기에는 설을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하라는 압박 있었겠지. 일제 강점기가 지나가고도 왔다 갔다 했던가. 설이나 한가위(추석)가 아주 사라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일본은 양력으로 하지만.


 이번에 만난 《혼불》 5권은 3부 아소, 님하다. ‘혼불’은 5부까지고 두권씩이다. 1부는 시간이 좀 흐르기도 했는데, 2부에서 청암부인이 죽고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그렇다고 그때 일만 말하지 않는다. 청암부인이 살았을 때 이야기도 나오고 창례식 이야기도 나왔다. 3부에서는 해가 바뀐다. 이때는 몇 년일지, 1944년 같기도 한데 분명하지 않다. 1943년일지도(그보다 앞일지도). 정월 풍습을 이야기 한다. 한해 마지막 날엔 잠을 자면 안 된다거나 신발을 숨겨둬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옛날 이야기. 그런 건 오랫동안 이어져 오기도 하다니 신기하기도 하구나. 매안 종가에서는 집을 떠난 강모가 오지 않으려나 했다. 명절이니. 한사람 더 강실이도 강모를 기다렸다. 강모가 온다고 달라질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강실이는 강모가 자신을 어디론가 데리고 가길 바라는 건지.


 잠시 만주 봉천에 간 강모와 강태 이야기가 나왔다. 강태는 겉모습은 가까이 하기 어려워도 한번 친해지면 괜찮고 마음도 좋았다. 만주에 오래 산 조선 사람 김씨(김성직)는 강태를 의지하고 함께 일 해 보지 않겠느냐고 한다. 함께 일한다기보다 도와달라고 한 거구나. 강모는 그저 그런 말을 듣기만 했다. 오유키도 떼어 보내지 않았다. 강태는 오유키가 함께인 걸 못마땅하게 여겼다. 오유키 말은 없다.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왜 오유키가 강모와 강태가 탄 기차에 있었는지 설명도 없다. 오유키는 있지만 거의 그림자 같기도 하다. 이건 오유키 마음과 같은 건가. 오유키는 자신이 강모한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오유키 자신도 잘 몰랐다.


 설이 지나고 정월 대보름이 찾아왔다. 예전에는 보름달을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 ‘달 봤다’고 외쳤다. 옹구네는 거멍굴이 아닌 고리배미 마을에서 달집 태우는 걸 보려 했다. 그걸 보기 전에 주막에서 말을 했다. 강실이와 강모 이야기. 옹구네는 소문을 퍼뜨리기로 작정했구나. 춘복이는 달을 보고 빌었다. 강실이가 자기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지난번에 춘복이가 강실이를 좋아하는 것보다 신분상승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는데.



 조선 법으로 노비·승려·백정·무당·광대·상여꾼·기생·공장(工匠)을 팔천이다 하였는데, 이 여덟 가지 천민에서도 가장 수악한 것이 백정과 무당이었으니.  (275쪽)



 신분제도는 법으로 정해지고 바뀌지 않은 거였구나. 조선 말기에는 양반을 돈으로 사기도 했지만. 신분제도가 거의 사라진 1940년대에도 그게 남아 있었다. 사람 생각이 바뀌려면 시간이 걸리기는 하는구나. 매안과 그 둘레는 예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무당과 무부(무당 남편) 이야기가 나오고 아버지가 아들은 어쩔 수 없지만 손자라도 잘 살기를 바라고 죽으면서 자신을 투장해 달라고 했다. 명당에 무덤을 만들면 정말 후손이 잘 살까. 그런 이야기 앞에도 나오기는 했는데. 이번 5권에 또 나오고 양반 무덤에 몰래 묻어달라고 하다니. 죽으면 다 끝인데. 신분 때문에 서러웠던 사람은 어떻게든 자손만은 그런 서러움 겪지 않기를 바랐을지도. 무당 남편인 아들(만동)은 아버지 말을 따라 정월 대보름날 틈을 타서 아버지 뼈를 청암부인 무덤 한쪽에 묻는다. 아내인 무당 백단이도 함께 그걸 했다.


 달을 보고 달을 자기 안에 넣으려 한 춘복이는 매안 원뜸으로 가고 오류골댁을 살펴본다. 그때 강실이는 집에 혼자 있었다. 아버지는 달을 보러 가고 어머니 오류골댁은 다리를 밟으러 갔다.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이 큰 명절이었구나. 연을 만들고 연을 날리고 그 연은 정월 대보름에 태웠다. 강실이 부모는 강실이 액막이 연을 만들었다. 풍습이지만 좋을 거다 믿었겠다. 강실이 걱정이구나. 조선 시대에는 여성을 보쌈하기도 했다. 지금 보면 그건 억지로 끌고 가는 거 아닌가.




희선





☆―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 갓난아기 때부터 향기로운 방령(芳齡)에 이르기까지, 어여쁘고 아름다워 부왕에게 귀애받고, 만사람들에게는 선망 칭송을 받던 공주가, 그 모든 것을 무참하게 빼앗긴 채 한순간에 더러운 죄인이 되어 내쫓기는 것은 오로지 다른 것 아닌 ‘음행’ 하였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소문은 연기와 같이 모양도 없는 것이 칼과 창 하나도 쓰지 않고, 장수와 재상과 임금을 점령하여 굴복시킬 수가 있었던 것이다.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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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0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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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0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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