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겨울 2022 소설 보다
김채원.성혜령.현호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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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은 춥다. 이 추위는 어쩐지 어두운 느낌 아닌가. 동지가 지나면 낮이 조금씩 길어지기는 하지만 겨울이 다 간 건 아니다. 추워서 쨍할 때 있기는 하구나. 시린 파란하늘. 덜 춥고 공기 좋은 날이라면 좋을 텐데. 그건 바랄 수 없겠지. 바라면 안 되겠다. 내가 이렇구나. ‘해도 돼’보다 ‘하면 안 된다’ 생각하는 거. 이런 생각하는 게 편해서다. 바라는 걸 모두 가질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저 자신이 가진 걸 생각하는 게 낫지. 자기대로 살기.


 한해에 네번 나오는 책 ‘소설 보다’. 이번에 《소설 보다 : 겨울 2022》를 만났다. 겨울이 들어가서 잠깐 겨울을 생각했다. 여기 실린 소설 세편 다 어두워 보인다. 세 사람 다 처음 만났다. 김채원 소설 <빛 가운데 걷기>는 할아버지(노인)와 아이가 함께 사는 이야기다. 긴 시간이 나오지는 않는다. 할아버지는 아이가 집에 돌아올 때쯤 학교에 데리러 갔다 집에 오고, 아주 가끔 둘이 핫도그와 오렌지 주스를 사서 나눠 먹기도 했다. 노인은 아이를 집에 데려다 놓고 밖으로 나와 걸었다. 걸으면서 딸을 생각했다. 딸은 아이 엄마다. 아무래도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 딸은 왜 그랬을까. 결혼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 아이를 갖고 결혼하고, 그 뒤 정신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나 보다. 이런 말 때문에 난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여긴 걸지도. 그런 말 안 나오는데. 단편이기에 노인 딸이 어땠는지 잘 모른다. 노인이 조금 생각하는 걸로만 알 수 있다. 아이는 조금 문제가 있나 보다. 선천성은 아니어서 치료하면 나을지도. 다른 사람은 그렇게 여겨도 노인은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 하는 것 같다. 지금은 아이가 어려서 그런 거고 자라면 달라지겠지.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란다.


 두번째 <버섯 농장>(성혜령)을 보면서는 세상이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쓰지도 않은 빚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별 걱정을 다했구나. 진화는 남자친구가 아는 동생이 일하는 곳에서 휴대전화기를 사고 시간이 흐른 뒤 빚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게 된다. 진화 이름으로 전 남자친구가 아는 동생이 휴대전화기를 개통하고 게임을 하고 빚을 졌단다. 그런 빚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진화는 친구 기진한테 빚을 진 사람 아버지가 있다는 요양 병원에 차로 태워다 달라고 한다. 빚을 진 사람 아버지가 요양 병원에 있는 건 아니고 어머니가 있었다. 빚진 사람한테는 할머니다. 남자(아버지)는 어머니를 요양 병원으로 모시려고 아내와 헤어졌다. 아들은 이제 다 자랐으니 자기한테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부모가 평생 자식을 책임지지는 못한다. 그래야 하는데. 이 이야기는 진화가 어쩌다 빚을 진 이야기면서 진화와 기진 두 사람 이야기기도 한 듯하다. 둘은 고등학생 때 만나고 서로의 부모가 안 좋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런 비밀을 나눈 사이다. 하지만 기진 엄마 아빠는 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기진은 부모가 죽고 나자 부모가 그렇게 안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기진은 일자리를 힘들게 구하지 않고 부모가 남겨준 돈으로 살아도 됐지만, 진화는 언제나 일했다. 진화는 자신이 어려울 때 기진이 도와준다는 말을 하지 않은 걸 섭섭하게 여겼다. 친한 친구여도 돈은 좀. 앞으로도 진화와 기진은 친구로 지낼까. 둘은 함께 빚을 진 사람 아버지 시체를 땅에 묻었다. 갑자기 이런 말을. 그 사람은 갑자기 죽었다. 그럴 때는 경찰에 전화를 해야지. 소설이어서 땅에 묻게 했나 보다. 그 부분은 현실과 동떨어졌지만, 다른 건 실제 일어날 것 같은 일이다.


 마지막 이야기 <연필 샌드위치>(현호정)에서 ‘나’는 꿈속에서 연필을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야 했다. 빵 사이에 연필을 채우고 다른 것을 넣어도 된다. 그런 샌드위치 이 아파서 어떻게 먹나. 연필이 씹히기는 하려나. ‘나’는 그걸 먹는 감각을 말한다. 나무와 흑연. 치즈 같은 지우개를 넣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 사이에 할머니가 먹던 꽈리고추 멸치볶음 간장 냄새가 싫었다는 이야기와 엄마가 음식을 먹지 못해 말랐던 이야기도 나온다. 할머니 엄마 나 하면 좋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여기 담긴 건 그렇지도 않다. 할머니는 이모가 해준 음식이 맛있다 하고.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할머니는 외할머니 같은데. 엄마와 딸이어도 사이가 안 좋을 수 있겠다. 그래도 엄마와 ‘나’는 사이가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건 다행인가. 지금 음식을 먹지 못하는 건 ‘나’다. 언젠가 ‘나’가 음식을 먹고 건강해지길.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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