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일기 5 노견일기 5
정우열 지음 / 동그람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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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동안 고양이를 보다가 이번엔 개를 만났다. 풋코는 첫째권부터 봐서 다음을 안 보면 섭섭한 마음이 든다. 본래 책이 여러 권이면 그렇지 않나. 한권 보면 다음 권이 보고 싶은 거. 풋코이야기는 여섯권이나 나왔다. 이번에는 <노견일기 5>다. 이 책은 2021년 8월에 나왔다. 한해가 넘어서 만났구나. 지금 풋코는 잘 지낼까. 이 책이 나왔을 때는 괜찮다고 했는데. 개나 고양이와 살다 먼저 떠나보내면 무척 마음 아프겠다. 풋코 이야기가 이렇게 책으로 남아서 좋겠다. 이 말 전에도 쓴 것 같구나. 풋코는 정우열뿐 아니라 이 책을 본 사람은 다 아는 개가 됐다. 많은 사람이 풋코 기억하겠다. 이런 말을 하다니. 아직 풋코 잘 지내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동물은 냄새를 잘 맡겠지. 정우열 집에 손님이 찾아왔는데, 풋코가 손님 가방 냄새를 맡았다. 손님은 먹을 거 없는데 했는데, 가방 속엔 빵이 있었다. 풋코는 그 빵 먹었으려나. 풋코가 빵 좋아하던가. 풋코는 과일 좋아한다. 귤, 감. 제주도에 살아서 귤도 먹는 걸까. 이번에 정우열은 이사했다. 이사한 곳은 가게가 없는가 보다. 귤밭과 귤가게만 있었다. 귤가게 주인은 풋코를 좋아하고 풋코한테 귤을 주기도 했다. 정우열한테 줬다고 해야겠구나. 팔기 어려운 귤을. 그런 거 받으면 고마우면서 미안하겠다. 정우열 친구가 그 가게에서 귤 사서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친구 맞겠지.


 예전에도 그랬지만 정우열 둘레에는 개와 살거나 개를 먼저 떠나 보낸 사람이 있었다. 개와 고양이와 살다보면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걸까. 개를 먼저 떠난 보낸 사람은 정우열한테 개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개를 잊지 못하겠지. 개가 개를 찾은 이야기도 있었다. 사람 이름이 진도고 개 이름이 용수라니, 좀 재미있지 않나. 반대여야 할 것 같은데. 용수가 여우를 찾아서 다행이다 싶다. 다른 개 이름은 여우다. 여우를 닮아설지 여우털색깔과 같아설지. 그건 안 나왔다.


 지난번에 《뽀짜툰》을 보니 고양이가 이빨 갈 때 채유리가 이빨 모아두지 않은 걸 아쉽게 여겼다. 정우열은 풋코 이빨을 모아두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빠진 이빨을 모으려 했다. 개가 죽을 때가 다가오면 이빨이 빠지는 걸까. 그런 거 보면 조마조마하겠다. 풋코는 안 좋은 데도 있었다. 백내장으로 눈이 잘 안 보이고 혈압에 신장이 안 좋았다. 사람도 나이들면 건강이 안 좋아지는데. 예전에 정우열은 풋코 눈 수술 안 해야겠다 했는데, 이번에는 서울에 갔다. 검사를 했더니 풋코 나이가 많아서 수술하기 위험하다고 했다. 풋코가 혈압약도 먹는가 보다. 약을 먹어서 좀 나아지면 좋겠다.


 정우열과 풋코가 지내는 일상은 잔잔하다. 그런 것만 그려선가. 다들 풋코 좋아하는 것 같다. 풋코가 나이가 들어서 전보다 얌전해졌다고 했구나. 풋코 혼자 집에 두면 집안이 엉망진창이 되기도 했는데, 이젠 풋코가 얌전히 잠을 잔다. 정우열은 그런 풋코를 보고 다 컸다고 한다. 다음 권에서는 풋코가 어떨지. 별일 없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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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5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8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5-15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내용일 것 같습니다...

희선 2023-05-18 00:44   좋아요 1 | URL
고양이랑 사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개와 사는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희선

2023-05-16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8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5-16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나 강아지 있는 집에 가면 손님 소지품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어요.
신발도 그렇고 가방도 그렇고요.
간식도 없고 특별한 건 없을 것 같은데.
서로 대화가 잘 되지 않으니까 궁금하긴 해요.
희선님, 오늘 날씨가 많이 더웠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5-18 01:11   좋아요 2 | URL
집에 다른 사람이 오면 고양이는 피하는 것 같지만 개는 다르기도 하겠네요 사람을 반기는 고양이도 있지만, 고양이는 낯선 사람을 무섭게 여길 것 같아요 개는 짖지 않으면 괜찮겠네요 모르는 사람이 집에 오면 짖는 개도 있잖아요

동물하고는 그냥 마음으로 말하는 것밖에 없겠습니다 그래도 잘 보면 조금이라도 알겠지요 여름이 가까이 온 느낌입니다 사월에도 더운 날 있었지만 그때보다 더웠어요 여름엔 더 덥겠죠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뽀짜툰 5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5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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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뽀짜툰》도 어느새 다섯권째다. 처음 본 게 8권이고 9권을 보고 앞으로 가다니. 앞으로 두권 보면 다 보는구나. 내가 뽀또 짜구 쪼코 포비와 함께 살지는 않아도 넷을 보고 시간이 흐르는 걸 느끼다니. 채유리는 함께 살아서 더 애틋했겠다. 이번 5권에서 채유리는 고양이와 부산으로 옮기고 아홉해가 됐다.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구나. 포비는 부산에서 만났지만. 채유리가 고양이와 살고 싶다 생각하자 뽀또와 짜구를 만났다. 딱 둘만 있어도 괜찮지만, 쪼꼬를 만나고 또 포비를 만났다.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 아닐까. 고양이를 만나는 사람은 자꾸 만나는 것 같기도 하다. 더 늘리는 사람도 있고 잠시 보호하고 입양 보내는 사람도 있겠지. 잠시라도 고양이와 함께 살면 정이 들겠다.


 채유리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산다. 서울로 일하러 가고 혼자 살아서 고양이와 살게 됐다. 엄마 아빠는 집안에 고양이(동물)를 두는 걸 싫어했다. 시간이 흐르고는 좀 나아졌다. 처음엔 고양이가 채유리 방과 베란다에서만 지냈는데, 뽀또 짜구 쪼꼬 포비는 조금씩 자리를 넓혀갔다. 여전히 채유리 엄마 아빠 방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포비는 그 문이 조금 열려 있으면 들어가기도 했다.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있으면 호기심이 생길까. 고양이 넷이 집안 여기저기 다닌다 해도 채유리는 아홉해나 살아서 그 집을 비좁게 느꼈다. 침대가 작아서 고양이 넷과 편하게 못 잤다고 할까. 채유리는 이사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채유리 바람은 마당 있는 집이지만, 그건 어려워서 좀 더 넓은 곳으로 가기로 한다. 엄마 아빠도 그러자고 했다. 다른 사람이 이사하는 거 보면 좀 부럽다. 난 오랫동안 한 곳에 살아서. 남을 부러워하면 뭐 하나 이사 못하는데.


 이사하기로 하니 채유리 아빠가 부동산에 다녀오고 채유리와 엄마는 그 집을 보러 가고 바로 그 집으로 정했다. 산과 바다가 보이는 넓은 집이었다. 산도 보이고 바다도 조금 보인다니, 그런 집 좋을 것 같다. 집에 있는 가구가 낡아서 사기로 하고 채유리는 엄마 아빠와 함께 가구를 보러 갔다. 아빠는 원목소파를 보더니 아주 좋아하고 여러 가지를 다 원목으로 맞췄다. 이사하기 힘은 들어도 하기로 하면 설레겠다. 채유리는 자기 방에 들일 큰 침대를 사야겠다 하고 찾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우연히 간 가구 가게에서 딱 마음에 드는 걸 찾았다. 그런 거 신기하지 않나. 자신이 뭔가 찾으면 딱 맞는 게 나타나는 거. 그동안은 관심 없어서 안 봐서 몰랐던 걸지도 모르겠다. 넓은 곳으로 이사하면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도 좋아하겠지.


 고양이가 넓은 곳 좋아하는지 어떤지는 나도 잘 모른다. 고양이는 살던 곳이 바뀌면 겁을 먹는다고 들은 적 있는데, 뽀또 짜구 쪼꼬는 새로운 집에 바로 적응했는데 포비는 며칠 걸렸다. 포비도 시간이 흐르고 새 집에 적응해서 다행이구나. 뽀또 짜구 쪼꼬는 나이가 들었지만, 포비는 가장 어렸다. 넷에서 뽀또가 가장 힘이 셌는데, 포비가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포비는 심심하면 뽀또 짜구 쪼꼬를 조금 괴롭혔다. 나쁜 마음으로 그런 건 아니겠지. 같이 놀았으면 했던 걸지도. 넷에서는 가장 어리니 힘이 남아 돌 거 아닌가. 쪼꼬가 어떤 방에 들어갔다 못 나온 걸 안 포비는 그 방 앞에서 울었다. 쪼꼬를 구해달라고. 포비 기특하구나.


 교회에서 만난 사람이 채유리한테 누군가 버린 새끼 고양이 이야기를 했다. 채유리는 그 말을 흘려듣지 못하고 고양이를 보러 갔다가 집으로 데리고 온다. 바로 데리고 온 건 아니고 구청에 맡겼다가 새끼 고양이를 잊지 못하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엄마가 조금 화냈지만 새끼를 보고는 괜찮아졌다. 아빠도. 채유리는 뽀또와 짜구처럼 두 마리가 함께 살기를 바랐는데, 하나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잘 돌봐도 새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 두 마리여서 채유리는 엄마한테 일당을 줄 테니 고양이 분유 먹이는 걸 함께 하자고 했는데, 엄마는 고양이한테 분유를 먹여선지 하나 남은 고양이를 입양 보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했다. 엄마도 고양이한테 정이 들었구나. 엄마가 포비를 예뻐하기는 했는데, 이제 포비보다 새끼 고양이를 더 귀엽게 여겼다. 그 고양이 이름은 봉구가 되었다. 봉구는 8권과 9권에 나온다.


 동물 한마리를 돌보고 사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채유리는 다섯과 살게 되다니. 뽀또 짜구 쪼꼬 포비 그리고 다섯째 봉구 보는 재미가 있겠다. 봉구가 캣초딩일 때는 뽀또 짜구 쪼꼬 포비와 집안 식구를 다 물고 다녔다. 사람으로 치면 중2병일까, 미운 몇살일까. 봉구도 자랐다. 봉구는 뽀또 짜구 쪼꼬 포비보다 겁이 많았다. 큰 일은 없었는데 낯선 사람이 집에 오면 겁을 냈다. 사람이 잘 때 나타나서 어떤지 알아봤다. 봉구는 조심성 많은 성격인가 보다. 봉구는 채유리 무릎뿐 아니라 채유리 아빠 무릎에도 앉았다. 채유리 아빠도 봉구를 아주 작을 때 봐서 봉구를 좋아하는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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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5-10 15: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처럼 곧 여섯 마리 육고의 집사가 될 날이 머지 않았군요?^^
다섯 마리 키우면 쉽지 않을 터인데 말입니다.
바다도 보이고 산도 보이는 집이라면? 부산 어느 동네일까? 잠깐 상상해 보았습니다.
부산 앞바다 쪽 근처는 가전 제품이 빨리 고장이 난다더군요. 습기가 많아서요.
친구 한 명은 다른 지역의 바다 근처에서 살았을 때 빨래가 잘 안 마르더라고 그러구요. 그래서 저도 바다가 내다 보이는 곳에 살면 어떨까? 상상하다가 이젠 마음을 접었더랬습니다^^
뽀송뽀송하게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요즘 고양이 반려묘 웹툰들이 많던데 전 투비에서 즐찾해서 종종 찾아 보는 웹툰이 있거든요. 굉장히 재밌더라구요?
이 책도 재밌겠어요^^

희선 2023-05-11 03:18   좋아요 2 | URL
봉구 형제가 죽지 않았다면 여섯이 됐을 텐데, 봉구 형제가 죽어서 다섯이 됐네요 다섯도 적지 않죠 저마다 달라서 그런 거 보는 재미 있을 것 같아요

바다는 그렇게 가깝지는 않은 듯해요 보이면 아주 먼 건 아닐지... 산은 좀 가깝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했군요 바다가 가까이 있으면 습기가 많겠지요 바다 가까이에 살면 바깥 벽 청소도 가끔 해야 한다더군요 단독주택은 관리하기 어렵겠습니다

지금은 고양이 개와 함께 지내는 이야기 그림으로 잘 그리죠 그런 이야기 많은 사람이 좋아해서기도 하고 남기고 싶어서기도 하겠습니다 그게 책이 될지 모르겠지만, 책이 되면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 해도 언제든 만날 수 있으니...


희선

서니데이 2023-05-11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건 그만큼 할일이 많지만, 그만큼의 좋은 점도 있을거예요.
사진 속의 고양이들 귀엽습니다.
희선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5-13 02:30   좋아요 1 | URL
동물을 돌보는 건 아이를 돌보는 것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아이 돌보기보다는 덜 힘들겠지요 동물이 주는 것도 많을 거예요 그런 걸 바라고 함께 사는 건 아니겠지만... 이번주도 다 끝나가는군요 서니데이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연필 - 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페트로스키 선집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홍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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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언제부터 글을 썼을까. 글을 쓰기 전에 그림을 그리고 문자를 발명한 다음에 글을 썼구나. 언젠가 본 책에서 농업혁명이 일어나고 정착생활을 하고 난 다음에 기록을 하게 됐다고 한 것 같다. 그런 거 대충 아는구나. 내가 정확하게 아는 게 아닐지도.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잘 몰라도 괜찮겠지. 인류가 문명을 만든 건 200만년 됐다고 하던데. 그러고 보면 사람은 참 재미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욕심 욕망이 많기도 하다. 그러면서 남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것도 사람이 발명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전에 동굴에는 무엇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돌 같은 데 그림을 그렸을 테니 단단하고 뾰족한 걸로 그렸겠지. 그건 동물뼈였을지. 철을 알게 되고는 철을 못처럼 뾰족하게 만들어서 그렸겠지. 그건 글을 쓰는 것이 되기도 했겠다.


 이번에 본 책 제목은 《연필》이다. 내가 연필을 쓴 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으로 한글 공부할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연필과 샤프펜슬 가끔 볼펜도 썼다. 중학생 때부터는 연필은 거의 안 썼다.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는 연필로 공부할까. 하겠지. 어렸을 때 난 둥근연필을 많이 썼다. 그때 이상하게 둥근연필보다 육각연필이 쓰고 싶었다. 둥근연필이든 육각연필이든 값은 같았을 텐데, 난 왜 둥근연필을 썼을까. 엄마가 그걸 사다줘서 그랬겠지. 육각연필 쓰고 싶으면 내가 사서 쓰면 될 텐데 왜 못 샀을까. 지금 생각하니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크레파스보다 색연필이 갖고 싶기도 했다. 크레파스는 색칠하고 나면 끈적끈적하지 않나. 미술시간에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고 칠해도 다른 건 색연필로 칠하고 싶었다.


 연필을 쓰기 전에 철필로 글을 썼단다. 깃펜도 썼다. 잉크는 연필이 없을 때도 있었구나. 깃펜 멋지게 보이지만, 그때 사람은 쓰기 안 좋다고 여겼을지도. 깃펜을 많이 쓰면 새도 많이 잡았을까. 길에 떨어진 깃을 깃펜으로 썼을지. 이런 건 깃털 이야기 하는 데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철필은 잘못 쓰면 무기가 되기도 했다. 사람은 연필이 없을 때도 글을 썼다. 연필은 흑연을 발견하고 만들었을지도. 이 연필을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모른단다. 이 책을 쓴 헨리 페트로스키는 목공 장인이나 가구 장인이 만들었으리라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살이 붙기도 하고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기도 했겠지. 물건을 만드는 사람, 지금으로 말하면 공학자는 기록을 하지 않았다. 연필 만드는 법도 아는 사람만 알았다.


 지금은 어떤 물건을 만들면 특허를 내고 특허권을 가지겠다. 연필 특허권은 한사람한테 없었을지도. 신기하게도 사람은 비슷한 때 비슷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 사람 콩테는 흑연과 점토를 섞어서 연필심을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 콩테라는 그림 도구 있지 않던가. 한때 숲에서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연필을 만들었다. 소로 아버지가 연필을 만들고 소로도 그걸 도왔다고 한다. 소로는 공학자기도 했단다. 하지만 소로는 더 좋은 연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미국 연필 질이 안 좋은 때도 있었다니. 미국도 처음부터 뭔가를 잘 만들지는 않았구나. 한국은 일본 지배에서 벗어나고 한국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전쟁 뒤에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만든 것보다 미국 거나 일본 것을 더 좋아했다. 지금은 한국 게 더 좋다. 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주 많아졌다. 난 한국에서 만든 거 쓰고 싶은데(종이로 만드는 건 거의 한국에서 만든 걸 판다. 편지지 공책 수첩 그런 거). 제2차 세계전쟁 뒤 예술이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것 같은 느낌을 연필 만드는 것에서도 느꼈다.


 이 책 《연필》을 보다 보니 요즘 나오는 ‘아무튼 시리즈’가 생각났다. 이 책이 나온 건 1989년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 7월에 처음 나왔단다. 연필 한 가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니. 그것만 있는 건 아니구나. 산업혁명 뒤 연필은 기계로 많이 만들었을 텐데, 독일은 수공업이 더 많았던가 보다.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서 기계를 만들고 그걸로 연필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돈을 덜 쓰려고 유색인, 그것도 유색인 여성한테 일을 시켰단다. 예전에는 연필심이 자루 끝까지 들어가지 않고, 연필심을 넣지 않은 나무 막대만 판 일도 있었다. 그건 사기구나. 연필이 단순해 보이지만 지금처럼 만들기까지 시간 걸렸겠다. 뭐든 그렇구나. 아쉬운 건 연필 자루로 쓰는 삼나무나 나무가 많이 들고 흑연도 많이 사라졌다는 거다. 영국 컴벌랜드에서 처음 흑연을 발견했는데, 그건 아주 옛날에 다 썼다.


 인쇄술이나 종이를 발명해서 누구나 쉽게 책을 보게 됐다. 그건 좋은데 지구 자원은 끝이 있다. 사람이 쓰는 물건에는 나무가 참 많이 들어간다. 연필 쓰는 건 지구에 좋은 걸까. 잘 모르겠다. 나무 흑연 점토도 끝이 있을 텐데.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고. 텔레비전이 나오고 라디오는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라디오 방송은 여전히 남았다. 연필도 사라질 거다 했던가 보다. 연필이 아니어도 쓸 게 많기는 하다. 하지만 연필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이 책이 나왔을 때보다 덜 쓸지 몰라도. 앞으로도 연필 쓰는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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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07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볼펜을 사용하고 연필은 책에 밑줄을 그을 때만 사용해요.
연필이 좋습니다.^^

희선 2023-05-08 02:20   좋아요 0 | URL
볼펜으로 밑줄 긋기보다 연필로 긋는 게 더 좋겠습니다 저는 책을 깨끗하게 봐서 밑줄 거의 안 그어요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는 책도 있어서군요


희선

scott 2023-05-07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필 깎는 그 순간을 좋아합니다
여러 종류의 연필, 색연필이 있는데 쓰는 게 아까워서 연필 꽂이에 장식용으로 ㅎㅎ
손글씨는 쓰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연필을 쥐지 않는 날이 더 많네요 ^^

희선 2023-05-08 02:24   좋아요 1 | URL
연필 깎는 시간도 좋을 것 같네요 연필깎이로 깎는 것보다 칼로 깎는 게 더 좋죠 지금은 색연필 있어요 깎아서 쓰는 거예요 예전에 샀는데 자주 안 써서 다 못 썼습니다 색칠을 해야 할 텐데... 예전에 색칠하는 엽서 샀는데 다 못했어요


희선

새파랑 2023-05-07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필은 책에 밑줄그을때에 특화된 필기구인거 같아요 ~!!

희선 2023-05-08 02:25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도 연필로 밑줄 그으시는군요 새파랑 님 책을 보면 밑줄이 많겠습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3-05-07 1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필 씁니다. 연필이 내는 사각사각 소리와 힘을 줘도 부러지지 않는 연필심의 촉감이 좋아요. 그래서 연필을 막 모으는데, 쓰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훠얼씬 빨라서 연필이 쌓여 있네요.

희선 2023-05-08 02:28   좋아요 2 | URL
초등학교 때는 거의 연필만 써서 연필이 빨리 닳은 것 같은데, 지금은 쓰기는 해도 잠깐 써서 조금씩만 닳아요 연필로 쓸 때 나는 소리도 좋네요 그런 소리도 들으면서 써야 할 텐데... 연필 사두면 쓰겠지요


희선

2023-06-08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1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짜툰 4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4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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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하루 시간은 잘 간다. 사람이 사는 시간과 고양이가 사는 시간은 좀 다르겠지. 고양이 시간이 훨씬 빨리 흐를까. 고양이뿐 아니라 동물은 거의 그렇겠다. 동물이어도 오래 사는 것도 있지만. 개나 고양이는 사람보다 짧은 시간을 산다. 동물은 그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생각하지 않겠지. 사람만이 시간을 아껴쓰고 알차게 보내야 한다 생각하겠다. 동물한테는 동물 일이 있기는 하겠지만. 사람과 살면서 달라진 거 많을 것 같다. 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중성화수술 해주는 사람 많겠지. 그렇게 하는 건 사람 마음대로일지 몰라도. 자손을 남기지 못해도 사는 동안 즐겁기를 바란다. 고양이는 여기저기 많구나. 고양이가 사라질 걱정은 없겠지. 또 모르는 일이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못 살게 굴면 사라질 위기가 찾아올지도.


 예전에 우연히 《뽀짜툰》 8권을 보고 얼마전에 9권을 보고 앞에 것도 보기로 했는데, 이번 건 《뽀짜툰》 4권이다. 7권까지 보려면 앞으로 세권 남았다. 거기엔 뽀또와 짜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게 나오겠구나. 그거 어떻게 보나. 아직 뽀또와 짜구는 건강하다. 언젠가 헤어질 걸 생각하면 동물과 함께 살기 어렵겠지. 내가 그렇구나. 아니 꼭 그것 때문은 아니다. 내가 잘 해주지 못할 게 뻔하다. 채유리는 뽀또 짜구 쪼꼬 포비한테 마음을 많이 썼구나. 어릴 때는 잠 못 자면서 우유를 먹이고 애들이 즐겁게 놀 만한 게 없나 생각했다. 애들이라 하다니.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달랐다. 그래도 종이상자는 어느 고양이든 좋아하겠다. 종이상자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할까. 뭔가 위험에서 안전하다고 느낄지. 이건 아니려나. 그저 고양이는 종이상자에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해야겠다.


 네 마리에서 가장 위는 뽀또다. 그래서 뽀또 이름이 가장 먼절까. 짜뽀보다 뽀짜가 나아설지도. 짜구는 쪼꼬나 포비한테 밀린다. 짜구가 조금 만만하게 여기는 건 형제인 뽀또다. 뽀또와 짜구는 둘이 붙어 있을 때가 많다. 둘이 다정하게 함께 자기도 하지만, 투닥투닥 싸우기도 했다. 싸우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잔다. 그런 모습 참 귀엽다. 그림을 귀엽게 그렸구나. 채유리가 처음으로 함께 살게 된 게 짜구고 가끔 뽀또도 봐주어서 둘이 함께 있는 건 괜찮았다. 뽀또가 처음에 함께 살던 사람을 만나면 아주 반가워했나 보다. 고양이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고 하던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포비도 다른 집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전에 함께 산 사람한테 보인 행동을 채유리한테는 보이지 않았다. 포비가 다른 곳에 갔다 왔다 해도 잘 살아서 다행이구나. 먹을 게 있으면 괜찮을까. 그것만은 아닐 거다.


 언젠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이 쓴 글을 보니 고양이가 말을 한다고 했다. 동물도 동물 말이 있겠구나. 사람은 그 말을 못 알아듣지만. 동물은 사람 말을 알아듣기도 한다. 눈치를 잘 보는 걸까. 짜구와 쪼꼬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포비와 뽀또는 말을 많이 했다. 포비는 밥이나 간식 놀아달라고 하고, 뽀또는 사람이 없어도 혼자 말을 했다. 혼잣말 잘 하는 고양이도 있겠지. 말하면서 노는 건가. 채유리는 뽀또 짜구 쪼꼬 포비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알려고 했다. 그걸 뽀또 짜구 쪼꼬 포비도 알겠지. 난 이름을 다 쓰는데 채유리는 ‘뽀짜쪼포’라고도 한다. 내가 고양이와 함께 살기는 어려워도 이렇게 책으로 보는 건 괜찮다. 많은 사람이 그렇겠다. 요즘은 개와 고양이를 담은 동영상도 많구나. 우연히 그거 봤는데, 시간이 아주 빨리 가서 찾아보지 않기로 했다. 난 책이 좋다. 채유리는 예전에 기르던 동물 사진 찍어둔 걸 다행하게 여겼다. 기억은 희미해지지. 뽀또 짜구 쪼꼬 포비 이야기는 책으로 나와서 더 좋겠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냄새가 있기도 하다. 캡닙이나 마따따비(개다래나무). 뽀또 짜구 쪼꼬 포비가 마따따비에 빠져 풀어진 모습 좀 웃긴다. 마따따비는 포비를 폭력스럽게 만들었다. 뽀또는 커피나 치약과 귤 그리고 파스 냄새도 좋아했다. 짜구도 조금 좋아한다. 쪼꼬는 시큰둥하다. 포비는 그런 거 아주 싫어했다. 포비는 생선구이와 닭튀김 냄새를 좋아했다. 뽀또 짜구 쪼꼬는 거기에 반응하지 않다니 신기하다. 포비는 잠시 다른 집에 살 때 그걸 먹었던 걸지도. 고양이 꼬리를 잘라야 집을 나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나 보다. 그런 건 누가 만들어 냈을까. 고양이한테 꼬리가 있는 건 다 까닭이 있을 텐데. 이상한 말을 보고 고양이 꼬리 자르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이번에도 재미있게 봤다. 뽀또 짜구 쪼꼬 포비가 오래 산다면 좋을 텐데. 이젠 이런 말 못하는구나. 뽀또 짜구 쪼꼬는 이제 세상에 없으니. 아니다, 이 책에서는 살아 있다. 그런 거 보는 게 어딘가. 지난번에도 같은 말을 했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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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5-04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들은 꼬리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 같습니다
냄새에 민감한 냥이들 뽀짜툰 주인공들 냥이들 넘 사랑스럽네요😍

희선 2023-05-05 03:13   좋아요 2 | URL
개하고는 꼬리로 말하는 게 달라서 서로 다르게 알아듣는다는 말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요새는 개와 고양이 친하게 지내는 애들도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05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정말 잘 갑니다. 토요일이 그제 같은데 내일 또 토요일이라니...
일주일이 휙 휙~~ 지나갑니다. 그렇게 느껴질수록 시간이 소중해지네요.^^

희선 2023-05-06 02:27   좋아요 1 | URL
이번주는 더 빨리 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1일과 어제 5일이 있어서... 다 쉬는 건 아니지만, 주말이 가면 바로 어버이날이네요 그날도 빨리 오는 것 같습니다


희선
 
챌린지 블루 창비교육 성장소설 1
이희영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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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림이라는 이름이 한글이 아닐까 했는데 정말이네. 그것도 미술에서 말하는 말이었다니. 바림이 넌 그림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겠어. 그걸 생각하고 네 이름을 바림이라 지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너를 만든 작가는 생각했겠지. 그림, 난 그림을 잘 못 그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 어린이는 누구나 여기저기 낙서를 한다고 하는데 다 그럴까. 어쩐지 난 그러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해. 어렴풋이 생각나는 어린 나는 노래를 지어서 부른 거야. 다른 건 생각 안 나도 그건 기억하다니. 노래 하는 거 좋아하기는 했어. 그뿐이야. 그걸 죽 해야지 하지도 않고, 초등학생 때는 합창부 연습 오래 하는 거 무척 싫었어. 바림이 넌 친구 해미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미술학원에 다녀서 너도 다녔구나. 해미는 그만뒀지만 넌 미술을 죽 했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고등학교 때는 입시미술을 하고. 그저 그림이 좋아서 그리는 것과 입시미술은 많이 다를 것 같아. 난 노래를 죽 하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어. 그저 음악을 좋아했지만, 별 재능도 없고 피아노도 잠깐만 배우고 말았어. 더 배우고 싶었는데. 더 배웠다 해도 고등학생 때 그쪽으로 가야지 하지 않았을 것 같아.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은 중요하겠지.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 말이야. 해미가 편의점에 함께 가자고 했지만, 처음에 넌 가지 않는다고 했다가 조금 뒤 해미를 뒤따라갔어. 눈이 와서 미끄러운 길을 걸어야 했는데, 넌 슬리퍼를 운동화로 갈아 신지도 않고 나갔지. 그러다 미끄러지고 손을 다치고 말았구나. 날마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넌 손을 다쳐서 두주 동안 손가락을 움직이면 안 되었어. 그런 일이 일어나면 걱정도 하겠지만, 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구나.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돼서 그랬겠지. 넌 엄마한테 시골, 할머니가 살았고 지금은 이모가 사는 곳에 가겠다고 했구나. 겨울방학 제대로 보내고 싶다고. 어쩌면 그건 충동스럽게 말한 거였겠지만, 너한테 경진은 어린 시절 기억이 있는 곳이었어. 어릴 때라고 해도 거기에 오래 산 건 아니었군. 초등학교 1학년 때 여름방학을 보냈지. 그 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는 한번도 가지 않았어. 할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가끔 갔을지도 모를 텐데.


 이모는 네 마음을 조금 알아주더구나. 그런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는 건 참 좋은 거야. 사람이 다른 사람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해도 그대로 받아들여주기만 해도 좋은데.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정말 쓸쓸해. 이런 말을 하다니. 바림이 넌 무척 심각하게 생각했는데, 난 그런 널 보고 이제 열아홉살인데 벌써 다 산 듯하다니 하는 생각을 했어. 사람은 어떤 걸 하면 시간과 돈을 쓴 게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 쉽게 그만두지 못해. 지금 생각하니 난 아예 그런 건 안 하는군. 하다 그만둘 만한 건. 돈이 없어서 그렇지 뭐. 아니 그런 나도 그런 게 아주 없는 건 아니야. 돈을 버린 일도 조금 있어. 그런 걸 몇번 되풀이하다보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고 여기게 된 걸지도. 바림이 넌 나처럼 하지 않을 것 같아. 입시미술을 하다보니 그림이 싫어졌지만, 그게 아니면 여전히 좋아하잖아. 그렇지. 아직 모르겠다고.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


 해미나 이모는 참 대단한 것 같아. 그렇다고 해미나 이모가 결정을 쉽게 했다고 생각하면 안 돼. 사람은 다 다르지. 용기를 바로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용기를 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도 있어. 난 뒤군. 아니 용기를 내는 때가 있기는 할지. 이런 바보 같은 내 이야기를 하다니. 바림이 넌 시간이 걸렸지만, 네 마음을 들여다 보려고 했군. 아니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린 것도 아니었어. 이제 열아홉살이잖아. 나이를 먹은 사람은 내가 열아홉살이면 뭐든 할 텐데, 할까. 난 그런 말 못해. 내가 지금 열아홉살로 돌아간다 해도 난 이리저리 헤맬 것 같아. 나이를 먹어도 다르지 않겠지. 슬프군. 바림아, 이런 말해서 미안해. 네 둘레에는 나보다 멋진 사람이 많아서 다행이야. 이모와 해미 그리고 경진에서 만난 이레도 있군.


 사람은 다 자기 일은 아주 커 보이지만 다른 사람은 뭐든 척척 잘 하는 것 같기도 해. 바림이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이레가 너랑 같은 나이지만, 하고 싶은 것도 있고 글도 써서 동화작가가 되었으니 질투가 나기도 했겠어. 이레가 글을 쓴 건 그게 처음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군. 그동안 글을 쓰고 응모했지만 여러 번 떨어지기도 했으니 말이야. 글을 한번도 안 쓰다 어느 날 글을 쓰고 상을 받는 사람도 있어. 그렇다고 그 사람이 하나도 애쓰지 않은 건 아닐지도 몰라. 쉽게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일지도. 그런 사람 보면 나도 그런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기도 해. 아무리 시간이 가도 난 그런 말 못할 거야. 열심히 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잘 할지 모르기도 해. 내가 나를 잘 모르는가 봐. 나도 아직 멀었군. 바림이 넌 열아홉살에 자신을 잘 봐야 한다는 걸 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참 좋겠어.


 바림이 네가 지금은 그림 그만둬도 다시 할 날 올 것 같아. 대학이나 상을 받으려고 하기보다 그저 바림이 네가 하고 싶어서 할 날 말이야. 그게 더 좋지. 어린 넌 미술 이론을 하나도 몰라도 네 마음대로 그림을 잘 그렸어. 상상한 아이도 만들어냈군. 그건 자연이었지만. 그 아이를 잊었다니. 다시 기억해 내서 다행이야. 길은 하나가 아니고 하고 싶은 것도 하나가 아니겠지. 멀리 돌아가면서 여러 가지를 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어딘가에 갈 거야.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지. 바림이 네가 늘 즐겁게 살았으면 해.




희선





☆―


 “세상 모든 만물은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게 돼 있어. 이 나무들도 올곧게 보이지만, 그 뿌리는 이리저리 구불거리잖아. 암석하고도 부딪히고 다른 뿌리와도 뒤엉키고, 그러면서 물을 찾아 깊숙이 더 깊숙이 뻗어 내려가는 거잖아.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거지.”  (173쪽)



 “후회? 후회는 회전목마 같은 거야. 끊임없이 되돌아오거든. 어떤 날은 ‘그래, 내 선택이 옳았어.’ 하고 자신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땅을 치고 후회하지. 바림아,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야.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니야. 그냥 후회 자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거지. 그것 역시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그 순간을 결정한 스스로를 존중하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결정한 일에 후회가 남을까 두려워하지 마. 그것마저 받아들여. 그리고 잊지 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내가 지난번에 말했지. 술취한 등산객이 백오산 돌탑 무너뜨렸다고. 거기에 새 돌탑이 다시 생겼어. 그 사이 사람들이 하나둘 새로 쌓아 올린 거지. 본래 무너지고 다시 쌓아 올리고 이 지난한 일을 되풀이하는 게 삶이야. 멈춰 서는 게 아니고 잠시 쉬어 가는 길이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236쪽~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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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4-30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림이 미술용어이면서 바람, 바다의 사투리이기도 하네요.
미술을 전공하고 싶은데 손을 다치면 참 막막할 듯 한데~~
입시생은 하루에 10시간씩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그래도 바림이는 조금 쉬다가 다시 미술을 할 것인가, 다른 길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희선님은 노래 잘 하시는군요.
저는 노래도, 그림도 완전 꽝 입니다^^

희선 2023-05-01 01:09   좋아요 2 | URL
입시생은 하루에 열시간이나 그림을 그리다니... 그때 바림이는 그림을 그만두고 싶어했어요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친구는 쉬었다가 했는데 잘 하기도 했어요 자신은 오랫동안 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는 거 같으면 안 좋겠습니다 입시가 좋아하는 것도 안 좋아하게 만드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손을 다쳐서 쉴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죠 자신이 그림을 처음 그리던 때, 그림을 좋아하던 때를 떠올리는 기회가 왔으니...

어렸을 때 노래 하는 거 좋아하기만 하고 보통이었어요 지금은 별로예요 안 해서... 오월이네요 페넬로페 님 오월 첫날 좋은 날이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3-05-01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1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5-02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짝거리는 불꽃이 있는 표지가 예뻐요.
가끔씩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가 있는데, 학생시절의 이야기들은 재미있어요.
청소년기 지난지 오래되었지만 그 시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되어도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시절이 다시 올 수 있다면 수험생이야 할 수 있겠다는 마음입니다.
희선님, 5월이예요. 좋은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희선 2023-05-04 01:21   좋아요 1 | URL
지금은 청소년 소설이 따로 나오기도 하는군요 이것도 시간이 많이 지났겠습니다 저도 가끔 청소년 소설이나 동화 봐요 그냥... 청소년이라고 청소년 소설만 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청소년이 아니다 해서 그걸 보면 안 될 거 없겠지요 사람은 어느 때든 자기 갈 길을 잃고 헤맬 것 같아요 그럴 때 책이 가야 할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면 좋을 텐데... 그런 거 찾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저는 잘 못 찾아요

서니데이 님 오늘 지나면 어린이 날이네요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