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짜툰 2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2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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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한테도 잘하기 어려운 난 동물한테도 잘 못할 거다. 귀엽다고 함께 살고 싶지는 않다. 동물이 귀여운 건 잠시고 여러 가지 챙겨줘야 한다. 개든 고양이든. 아이보다는 편해도 개와 고양이와 사는 건 아이를 돌보는 것과 아주 많이 다르지 않을 거다. 《뽀짜툰》 2권을 바로 만났다. 뽀또 짜구 쪼꼬 포비가 어떻게 살아갈까 싶어서. 잘 살겠지만. 채유리는 2권에서 뽀또 짜구 뽀또 쪼꼬 포비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목숨이든 가볍지 않겠지. 그렇기는 해도 무엇이든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처음에 죽음으로 헤어질 걸 생각하면 슬플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그런 거 생각하지 못하겠다.


 꿈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꾼다고 한다. 채유리는 기쁘고 즐거운 꿈도 꿨지만, 가끔 쓸픈 꿈도 꿨다. 뽀또 짜구 쪼꼬 포비에서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가 있었을지도. 고양이도 자면서 꿈을 꾼다. 고양이는 어떤 꿈을 꿀까. 고양이 기억력은 그리 좋지 않다던데 정말일까. 함께 사는 사람은 기억할 것 같기도 한데 어떨지. 고양이랑 말을 한다면 그런 거 알 텐데, 고양이가 자기와 함께 사는 사람을 알아 보는지 어떤지 알기 어렵겠지. 아니 아주 기억 못하는 건 아닐 거다. 그러기를 바란다.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 기억하는 걸 보면 고양이 기억력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을지도. 고양이는 바스락 거리는 비닐 소리 좋아하고 상자에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이건 어느 고양이나 비슷해 보인다. 상자는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상자 속에 들어간 고양이 귀엽다.


 개는 자주 목욕 시킬까. 동물을 바깥에서 기를 때는 그런 거 생각 안 했을 것 같은데, 집에서 개나 고양이와 살게 되고는 목욕 시키는 것 같다. 다행하게도 고양이는 자주 씻기지 않아도 스스로 털을 골라서 깨끗하다. 그래도 시간이 가면 좀 지저분한가 보다. 그럴 때 목욕 시키겠지. 고양이는 물을 아주 싫어한다. 쪼꼬는 어릴 때 거의 목욕을 시키지 않았다. 그게 다섯해 동안이나 갔다. 채유리는 쪼꼬가 늘 깨끗하기를 바랐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쪼꼬는 목욕을 시키니 잠시 삐치기도 했다. 목욕 처음 시켰을 때는 쪼꼬가 삐친 시간이 좀 길었는데, 나이를 먹으니 조금 부드러워졌다. 채유리는 고양이와 산 지 열해가 넘었다. 뽀또와 짜구는 열한살 쪼꼬는 열살이다. 막내 포비는 다섯살이다.


 고양이도 나이를 먹으니 까칠했던 게 부드러워지는구나. 쪼꼬는 발톱깎기 쉽지 않았다. 짜구는 참고 뽀또는 엄살부리고 포비는 잠시 얼어버린다. 쪼꼬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쪼꼬 발톱은 쪼꼬가 잘 때 깎기로 했단다. 이번 2권에서는 발톱 깎을 때 쪼꼬가 화를 덜 낸다고 했다. 사람이 하나하나 다른 것처럼 고양이도 하나하나 다르다. 쪼꼬는 있는 듯 없는 듯 지냈다. 쪼꼬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쪼꼬 혼자였다 해도 그런대로 잘 지냈겠지만. 포비는 채유리 식구한테 예쁨을 많이 받았다. 손님한테는 스스럼 없었다. 포비는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구나. 포비가 조금 무서워하는 사람은 큰 남자다. 예전에 입양 간 곳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도.


 채유리는 어릴 때 가축이 있는 곳에서 살았지만, 그때는 동물복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릴 때니 그랬겠다. 뽀또 짜구 쪼꼬 포비와 살게 되고는 채유리는 벌레 한마리도 함부로 죽이면 안 되겠다 했다. 채유리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것도 있었다. 그건 뱀이다. 채유리는 서른이 넘도록 뱀은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다. 뱀도 생물인데. 뱀이 무섭기는 하지. 그래도 죽이지는 못하겠다. 채유리는 자신이 뱀을 싫어하는 것처럼 세상에는 고양이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사람은 고양이를 안 좋게 여기기도 했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지만. 가끔 인터넷에서 동물을 학대한 기사를 보기도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 동물을 억지로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다. 동물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것도 안 된다. 지구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다. 지구는 동, 식물과 여러 생물이 함께 사는 곳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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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3-04-22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사진을 보니 고양이들이 다들 나이가 조금씩 있군요! 찾아보니 고양이 나이가 13살이 넘으면 노년으로 본다고 하네요... 저는 헤어짐이 무서워서 동물을 키우기 어려울 것 같은데, 뽀짜툰의 작가님께서는 열 해 넘게 함께 하시고 계신다니 대단하시다고 느껴져요.

희선 2023-04-24 00:04   좋아요 2 | URL
제가 이 책을 8권부터 보고 9권도 봤어요 1권은 예전에 나왔네요 여기에서 무지개 다리 건넌 아이가 셋이나 됩니다 앞으로 그런 모습 볼 듯하네요 책으로 봐도 슬플 것 같은데, 작가는 얼마나 슬펐을지... 하나도 아니고 여럿을 보내다니... 그래도 아직 남았어요 남은 셋은 더 오래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다 또 들어올지도 모르죠


희선

stella.K 2023-04-23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고양이 셰어하우스 보고 있습니다. 재미있긴한데 개를 키워 본 자로선 개가 낫잖나 싶어요. ㅎ
개도 자주 목욕시키면 안된다는데 냄새 땜에 어쩔수가 없어요. 일주일에 한번ᆢ!ㅠ

희선 2023-04-24 00:06   좋아요 2 | URL
집안에서 사니 깨끗하게 해주기도 하는군요 어제 잠깐 들은 라디오 방송에서 개와 산책하는 사람은 건강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런 기사 보기도 했어요 개와 함께 살면 산책하러 나가야 하니 사람도 건강해지겠습니다 실제 그렇다고 하죠


희선

서니데이 2023-04-23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뉴스보다 드라마가 우선인건 우리집과 비슷하네요.
대신 우리집은 제가 뉴스, 부모님은 드라마라는 점이 차이.^^;
열살 넘은 고양이라니, 가족이네요.
잘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하루 되세요.^^

희선 2023-04-24 00:18   좋아요 1 | URL
오래 함께 살면 거의 식구나 마찬가지죠 그런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슬플 것 같습니다 아프지 않고 가면 좀 나을지, 아니 그것도 마음 아프겠네요 작가가 부모님하고 살게 돼서 더 나은 듯해요 부모님이 예전에는 고양이하고 사는 거 반대했는데, 지금은 함께 사니 더 좋겠습니다

서니데이 님 사월 마지막 주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뽀짜툰 1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1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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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유리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이야기를 그린 《뽀짜툰》은 1권이 아닌 8권을 가장 처음 만났다. 고양이 발자국 안에 적힌 숫자 8을 보고 이 책이 일곱권이나 더 있다니 했다. 얼마전에 9권을 봤다. 그거 볼 때는 앞에 거 안 봐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바뀌었다. 앞에 일곱권 다 보고 싶다로. ‘뽀짜툰’ 1권에는 내가 못 본 고양이 짜구와 뽀또가 있었다. 어린 쪼꼬도. 8권에서 쪼꼬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앞으로 책을 보다보면 짜구와 뽀또가 무지개 다리 건너는 걸 보겠구나. 내가 함께 산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하니 슬프다. 우주에서 목숨 있는 건 언젠가 다 죽는다. 그걸 잊지 않아야겠지.


 이제는 반려동물이라 하지만, 예전에는 애완동물이라 했다. 동물도 오랜 시간 함께 살면 식구나 마찬가지지. 채유리는 엄마 아빠가 농장을 하고 가축을 길러서 동물을 좋아했다. 엄마 아빠가 하던 농장이 잘 안 돼서 그곳을 아주 떠나야 했다. 그때는 사는 것도 그리 괜찮지 않았다. 엄마 아빠는 어떻게든 일을 하고 집을 사게 됐다. 채유리는 동물과 함께 살고 싶었다. 동물에서 고양이가 가장 편하지 않을까 했다. 채유리는 우연히 고양이를 주워오고 잠시 함께 살았는데, 엄마는 크게 뭐라 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고내기(고양이)를 갖다 버리라고 했다. 집안에서 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했구나.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아빠도 고양이와 함께 산다. 그것도 여러 마리와 여기에선(뽀짜툰 1권) 짜구 뽀또 쪼꼬 포비가. 첫번째로 만난 찐이하고는 두달 만에 헤어졌다.


 얼마 뒤 채유리는 일을 하러 서울로 가게 된다. 거기에서는 혼자 사니 고양이를 길러도 되겠지 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L군이, K군과 채유리 그리고 L군 셋이 고양이 한마리씩 맡아서 기르자고 한다. 이때 만난 고양이가 짜구와 뽀또다. 뽀또는 L군과 살았는데, 어찌어찌하다 채유리가 맡게 된다. L군이 일 때문에 집을 비워서였다. 뽀또와 짜구는 자매여서 함께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 살다니. 채유리는 돈을 별로 못 벌고 단칸방에 살아도 뽀또와 짜구가 있어서 괜찮았다. 자신은 굶어도 뽀또와 짜구는 잘 먹였다. 그때는 다른 사람이 그런 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시절도 있었구나. 다른 사람이 새끼 고양이를 주웠다면서 채유리한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봤다. 채유리는 그 사람이 바빠서 새끼 고양이 밥을 제대로 주지 못할 걸 걱정했다. 걱정하다 새끼 고양이가 우유를 먹을 동안 자신이 돌봐주려 했는데, 그 뒤에도 함께 산다. 그게 바로 쪼꼬다. 쪼꼬도 어린 시절, 새끼 고양이일 때가 있었다. 사람도 그렇고 고양이도 모두 어린 시절이 있구나.


 고양이와 함께 살면 지루하지 않겠다. 그건 여러 마리일 때 그럴까. 하나만 있으면 조용히 있을지도. 채유리는 고양이 두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와 함께 살게 됐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은 한마리하고만 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도 혼자보다 여럿이 있으면 쓸쓸하지 않겠다. 짜구와 뽀또는 싸우다가도 잘 때는 딱 붙어서 잤다. 둘은 그랬는데 쪼꼬는 혼자 떨어져 있어서 조금 쓸쓸해 보였다. 쪼꼬가 좀 크자 뽀또는 더는 봐주지 않았다. 짜구는 여전히 쪼꼬한테 졌다. 쪼꼬는 짜구가 만만했나 보다. 그런 게 또 재미있게 보였다. 가끔 싸워도 자기들이 함께 산다는 건 알았겠지.


 혼자 살던 채유리는 언젠가 엄마 아빠와 함께 살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기회가 왔다. 채유리는 대구에서 서울로 갔다가 부산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고양이를 채유리 식구로 인정해줬는데, 아빠는 어떨까 했다. 다행하게 아빠도 고양이를 데리고 와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채유리 방과 베란다에만 두라고 했다. 엄마 아빠는 다시 일을 했다. 채유리는 엄마 아빠가 일하러 나가면 자기 방문을 열고 고양이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고양이도 좁은 곳에 있는 것보다 여기저기 다니는 게 더 좋겠지. 어느 날은 아빠가 거실에 있을 때 고양이도 있었다. 아빠는 그걸 보고도 방으로 들어가게 하라고 하지 않고, 고양이가 여기에도 나왔던가 했다. 엄마는 처음부터 그랬다고 말한다. 엄마는 고양이 싫어하지 않는구나. 아빠도 예전과 달라졌다.


 뽀또와 짜구는 둘이 함께 있었지만, 쪼꼬는 혼자 떨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채유리는 고양이 한마리를 더 들여야 하나 한다.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고 밖에 나간 날 새끼 고양이를 만났다. 그건 바로 포비다. 지금은 포비지만 포비는 다른 집에 갔다가 돌아왔다. 인연이 되려면 그렇게 되기도 하겠지. 채유리가 잠시 돌보다 입양 보낸 고양이도 있었다. 그 고양이는 열해 뒤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고도 그 소식을 전해주다니. 그 고양이는 뽀또와 짜구보다 어렸는데 먼저 죽다니. 아파서 죽었구나. 늘 함께 사는 뽀또 짜구 쪼꼬 포비가 있어도 잠시 스치는 고양이와 헤어지는 것도 슬프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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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4-20 0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집에 동물을 키운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같이 살면 정이 붙고 한 식구처럼 여겨질 것 같아요.
저도 길 가다가 길고양이 만나면 반갑더라고요^^

희선 2023-04-22 00:47   좋아요 1 | URL
동물은 사람이 해주면 그것보다 더 많은 걸 주기도 하는군요 그래서 사람이 좋아하고 함께 살겠습니다 요새 산책하는 개를 만나기도 했네요 길고양이 잘 안 보여요 이제 따듯하니 돌아다니기 좋을 텐데...


희선

2023-04-20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22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이버 2023-04-20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사진도 이름도 너무 귀엽네요 >.<

희선 2023-04-22 00:52   좋아요 2 | URL
하나랑 조용히 사는 것도 괜찮겠지만, 여럿하고 우당탕탕 사는 것도 즐겁겠지요 고양이 그림도 사진도 다 귀여워요


희선
 
소설 보다 : 여름 2022 소설 보다
김지연.이미상.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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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여름은 덥고 비도 많이 왔네요. 《소설 보다 여름 2022》를 보니 지난 여름이 조금 생각났습니다. 세해 전 2020년 여름은 장마가 길었지요. 2020년에서 두해 전, 2023년에서는 다섯해 전인 2018년 여름은 아주아주 더웠습니다. 짝수 해가 좀 안 좋을까요. 2021년 여름엔 장마가 짧았습니다. 가을 장마가 일찍 찾아왔군요. 그것도 기억할 만한 거네요. 전 어렸을 때 여름 좋아했어요. 그냥. 여름에 더운 건 참겠지만, 비 많이 오는 건 싫어요. 불도 무섭지만, 물도 마찬가지로 무섭습니다. 소설과 상관없는 말을 조금 늘어놓았네요.


 여기엔 단편소설이 세편 실렸어요. 김지연 소설 <포기>, 이미상 소설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함윤이 소설 <강가/Ganga>예요. 세번째 소설 <강가/Ganga>는 강까라 읽지 앍고 강가라 읽어야 할지. 강 가장자리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한데. ‘나’가 왜 다른 나라에 가서 남자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냉동식품을 포장하는 일을 외국인 노동자와 했던가 봐요. 냉동식품은 사람이 담는 건가요. 그런 거 기계가 하는 거 아닌지. 저도 잘 모릅니다. ‘나’와 함께 일한 쿠쿠와 자자한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쿠쿠는 ‘나’를 원망하는 것 같았고 자자는 ‘나’가 결정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했어요. ‘나’가 다른 나라에 간 건 두 사람을 만났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데.



 내가 원하는 남자는 자상하고, 같은 책을 자주 읽고, 요리에 일가견이 있으며, 내 모든 단점을 가뿐히 버티고, 흑백영화를 보며, 산책을 즐기고, 크고 작은 동물 모두를 사랑하며, 목덜미에서 좋은 냄새가 나야 합니다. 내가 바라는 남자는 나를 때리지 않고, 아니, 그 누구도 때리지 않고, 내 과거를 무시하지 않으며, 함부로 욕하지 않고, 노인이나 어린 애를 비웃지 않으며, 길거리에 검은 침을 뱉지 않고, 잘난 체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자신을 깎아 내리지도 않고, 타인을 숭배하지도 않으며, 또 위협하지도 않습니다……무엇보다, 내가 사랑에 빠질 만큼 아름답게 생겨야 해요. (<강가/Ganga>에서, 119쪽~120쪽)



 ‘나’가 바라는 사람 만나기도 어렵고 사기도 어렵겠습니다. ‘나’는 왜 그런 사람을 바라고 사기라도 해야겠다 생각했을지. 자기 이름을 강가라 해야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쓰던 이름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을까요. 이것도 잘 모릅니다. 두번째 이미상 소설 쉽지 않습니다. 소설 쓰기도 조금 말하고, 제목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이기도 하네요. 제목에 나온 것 같은 모험은 그리 길지 않은데. 아니 목경과 목경 언니 무경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사는 게 모험. 고모와 무경은 좀 비슷할지도 모르겠어요. 비슷하면서도 다르군요. 사람이 비슷한 점이 있다 해도 똑같지는 않군요. 고모와 무경은 집안에서 사고뭉치로 보기도 해요. 그런 걸 목경은 귀족이라 해요. 아닌 이건 작가 생각이네요. 사회부적응자. 이 말 생각하고 나도 그렇구나 했습니다.


 마지막에 첫번째 소설을 말하는군요. 그나마 세편에서 한편 조금 이해했습니다. <포기>. 무언가를 놓는 건 용기가 있어야 하죠. 사람은 살면서 놓아야 한다는 말 듣기도 하는군요. <포기>에서 말하는 건 사람을 놓는 거예요. 자신이 먼저 놓지는 않는군요. 미선이 사귀던 민재는 미선이 사촌과 미선이 아는 사람한테 돈을 조금씩 빌리고 사라졌어요. 민재한테 돈을 빌려준 사람은 민재한테 크든 작든 신세진 사람이었어요. 그래도 미선이 사촌인 호두(본래 이름은 영호)한테는 이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빌렸군요. 민재는 사라진 뒤에 가끔 미선이한테 전화를 했어요. 소설은 미선이 민재 전화를 받고 민재가 고동에 있다는 말을 듣는 걸로 시작해요. 왜 민재는 여러 사람한테 돈을 빌리고 연락을 끊었을지. 빚이 있었을까요. 이런 짐작밖에 못하는군요.


 미선이 사촌인 호두는 민재와 연락하고 자신이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해요. 돈을 갚는다는 글을 공증까지 받았습니다. 민재는 달마다 조금씩 돈을 갚아요. 호두는 민재가 돈을 다 갚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잠깐 해요. 민재가 돈을 다 갚으면 아주 끊길대니. 민재는 돈을 다 갚기 전에 다시 연락을 끊어요. 미선이나 호두는 더는 민재를 생각하지 않기로 해요.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사람은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잖아요. 누군가는 헤어지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죠. 돈과 상관없어도. 그 사람을 놓고 자기 길을 가야죠. 상대가 놓은 걸 다시 이으려 해도 잘 안 되겠습니다.




희선





☆―


 민재가 말한 평범한 삶이란 불운과 함께 하는 삶이었다. 살면서 한두 개 불운이라는 게 없을 수 없으니까 그거야말로 평범했다. (<포기>에서,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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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7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기회있을 때마다 한권씩 읽곤했는데 한쿡소설 잘 안 읽다보니 덩달아 멀어졌네요.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희선 2023-04-20 00:03   좋아요 1 | URL
저는 책이 나오고 시간이 지난 뒤에 보는군요 미루지 않고 바로 보려다가도 밀리고 맙니다 여기엔 소설이 세편이어서 다행입니다


희선

파이버 2023-04-17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 희선님 리뷰를 읽고서야 가물가물 기억이 납니다... 저도 두번째 이미상 작가님 소설이 어려웠어요.

희선 2023-04-20 00:04   좋아요 1 | URL
이미상 작가 소설은 또 보게 생겼습니다 젊은작가상 대상이더군요 다시 읽으면 좀 다르게 보일지 여전히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04-17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곧 다가 올 여름이 또 걱정되네요
얼마나 덥고 비가 올런지요~~
이 소설들이 여름에 어울리는 소설인가요?
사람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은 왜이리 힘들고 어려운지요^^

희선 2023-04-20 00:06   좋아요 1 | URL
어제 여름 날씨였다고 하던데... 사월에 여름 날씨라니... 지금 이렇게 더우면 여름엔 얼마나 더울까 걱정 되기도 하죠 비는 와야 하지만 적당히 오면 좋겠습니다 늘... 이런 거 바라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 안나 도스토옙스카야의 회고록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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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작가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표도르 미하일리비치 도스토옙스키인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일지. 도스토옙스키뿐 아니라 톨스토이 소설은 다 못 봤다. 아니 톨스토이가 쓴 단편소설은 한번 봤다. 이 책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을 보고서야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가 같은 시대 작가라는 걸 안 것 같다. 톨스토이가 도스토옙스키보다 일곱살 적었다. 다른 나라 작가 그것도 19세기 작가가 언제 태어났는지 잘 모른다. 나만 그럴지도. 작가한테 관심 가진 사람은 그 작가가 언제 태어났는지 정도는 기억하겠다. 나한테 표도르 마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가까이 하기 어려운 작가다. 그냥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언젠가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을 보려다 그만뒀다. 앞부분만 잘 넘기면 재미있을지도 모를 텐데. 그걸 넘기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구나.


 내가 아는 도스토옙스키는 도박으로 빚이 많아서 소설을 썼다는 거다. 그건 아주 조금밖에 모르는 거였다. 도스토옙스키가 도박빚이 있기는 했겠지만, 도스토옙스키는 갑자기 형이 죽고 형네 식구와 형 빚을 떠안았다. 첫번째 부인 아들인 파벨 알렉산드로비치하고도 함께 살았다. 그런 걸 보면 도스토옙스키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동안 도스토옙스키한테 가진 인상은 나쁜 사람이었던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도박을 즐기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을 한 건 빚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빚을 갚으려고 도박을 한 게 버릇이 되고 거기에 빠져버린 거지. 도스토옙스키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도박꾼》을 썼다고 한다. 여기에서 도스토옙스키는 도박하는 사람 편을 들어주는가 보다.


 도스토옙스키는 형수나 의붓아들뿐 아니라 동생한테도 돈을 주었다. 자기도 돈이 없어서 쪼들리는데, 돈이 들어오면 다른 사람한테 돈을 주었다. 이때 러시아에는 할 일이 별로 없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살기 어려웠으니 자기 형제한테 손을 벌렸을 거 아닌가. 난 아무리 돈이 없어도 형제한테 달라고는 안 할 텐데. 내가 돈이 없다 해도 아주 굶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보면 그때 러시아가 어땠는지 알지도 모르겠다. 도스토옙스키는 빚 때문에 자신이 잡지에 글을 실어 달라고 해서 원고료를 얼마 받지 못했다. 톨스토이나 투르게네프는 도스토옙스키보다 돈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도스토옙스키가 글을, 소설을 썼다는 건 도스토옙스키 자신은 소설을 써야 한다 생각해서겠지.


 두번째 부인 안나 그리고리예브나는 도스토옙스키가 악덕 출판업자와 계악하고 소설을 써야 해서 만났다. 이때 도스토옙스키는 소설 쓰기가 힘들었다. 간질 발작으로 눈을 다친 것 같았다. 안나는 속기를 배우고 그 일을 하려 했다. 안나가 작가인 도스토옙스키를 알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그저 그랬던 것 같다. 안나보다 나이도 많았으니. 이때는 마흔살만 넘어도 노인이라 했나 보다. 도스토옙스키는 거의 한달이 되어서야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이름을 외웠다. 안나와 도스토옙스키는 시간이 흐르고서야 이야기를 했다. 만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말하기 어렵기는 하겠다. 이때 도스토옙스키가 구술한 게 《도박꾼》이다. 안나는 속기로 받아적고 다음 날 잘 적어왔다. 도스토옙스키는 소설 구술을 다 마치고 내일부터 안나를 만나지 못하느냐고 하고 안나 집에 초대해달라고 한다. 안나는 다음날 다다음날 며칠은 다른 약속이 있다면서 나중에 오라고 했다.


 누군가는 첫눈에 반한다고도 하지만. 한달 정도도 빠르지 않을까. 도스토옙스키는 안나 집에 찾아가고 안나한테 청혼한다. 그 다음부터 거의 날마다 도스토옙스키는 안나 집에 간다. 바로 결혼하든가 하지 석달이나 기다려야 하다니 했다.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나 보다. 옛날이니. 형수와 의붓아들은 도스토옙스키가 결혼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안나와 도스토옙스키가 결혼하고는 두 사람이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다. 친척이 도스토옙스키 집에 자꾸 찾아와서. 도스토옙스키는 다른 나라에서 석달 지내다 오려고 했는데, 그 시간은 네 해나 길어진다. 잠깐 떠나려던 게 그렇게 길어지다니. 다른 나라에 살 때 첫째딸을 잃었다. 그때 참 마음 아팠겠다.


 안나는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에 빠지고 돈을 잃어도 크게 뭐라 하지 않았다. 안나는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으로 돈을 잃는 걸 알면서도 기분을 바꾸라는 뜻으로 그걸 하고 오라고 한다. 그러고 나면 도스토옙스키는 다시 소설을 썼다. 도박으로는 돈을 따지 못한다는 걸 알고. 도스토옙스키는 글을 쓰고 고치고 싶어하기도 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도스토옙스키는 그걸 아쉽게 여겼다. 안나와 도스토옙스키가 함께 산 시간은 열네해인데, 열세해째에 빚을 모두 갚았다. 빚을 다 갚았으니 앞으로는 여유 있게 글을 써도 됐을 텐데.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 2부를 쓸 계획이 있었던가 보다. 그걸 못 쓰고 죽다니. 도스토옙스키가 스스로 회고록을 썼다 해도 괜찮았을 텐데. 이런 거 아쉬워하면 뭐 하나. 도스토옙스키 소설 하나도 안 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조금 우습구나.


 그때 러시아 사람은 작가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했나 보다. 지금도 그런가. 도스토옙스키가 죽자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장례행렬도 길었다. 안나와 딸은 도스토옙스키 장례식에 못 들어갈 뻔했다. 그런 일까지 있었다니.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가 알기는 했지만 한번도 만나지 못했단다. 같은 시대에 사니 한번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언제부터 만우절은 있었을까. 도스토옙스키는 만우절에 안나한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 거 재미있지 않나. 도스토옙스키가 안나와 가장 가깝고 남편이어서 좋은 점을 더 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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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3 1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인데 아무래도 도 선생님 책은 웬만해서
읽지 못하고 있으니 이 책도 그냥 눈찜만하게 되네요.
몇년 전에 도 선생님 전기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모르긴 해도 이 책이 참고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희선 2023-04-13 23:48   좋아요 4 | URL
도스토옙스키 잘 몰랐는데, 이 책을 보고 조금 알게 됐습니다 안나가 자기 이야기를 조금 쓰기도 했는데 그건 못 썼네요 도스토옙스키가 안나를 만나서 괜찮았을 것 같아요 지나고 나서 말하는 거지만, 누군가는 만나서 괜찮고 누군가는 만나지 않은 게 나았겠다 싶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3-04-14 0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완전 좋습니다 ㅋ <노름꾼> 읽어보시면 완전 웃깁니다~!!
<카라마죠프>도 분량압박이 있어서 그렇지 잘 읽힙니다~!!

희선 2023-04-16 00:33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도스토옙스키 소설 다 보셔서 뿌듯하겠습니다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 앞부분을 잘 넘겼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네요 일본에서는 그 소설로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건 미스터리 같았어요


희선

scott 2023-04-14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끼옹 안나 만나서 대 문호가 된 것!
간질 발작에 도박 중독자 도끼옹
진심으로 어질고 현명하고 인내 하는 안나를 만나서 그나마 작가로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끼옹이 집안에서 둘째 였지만 형과 형수 동생들이 줄기차게 돈을 요구 해서
안나도 마음 고생 심했을 것 같습니다
도끼옹 작품에 이 가족들 전부 한 두번 씩 나옵니다.

희선 2023-04-16 00:39   좋아요 1 | URL
도스토옙스키가 안나를 만난 건 행운이군요 그때 못 만났다면 도스토옙스키가 소설 쓰기 힘들었겠습니다 형제들이 돈을 달라고 하다니... 그래도 도스토옙스키는 그런 걸 거절하지 않았네요 마음이 약해서 그랬나 봅니다 첫번째 결혼도 그런 마음 때문에 한 것 같기도 합니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볼 수 있을지... 예전에 보려고 한 적 있기도 한데...


희선

페넬로페 2023-04-15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가 도스토옙스키작가보다 나이가 더 적군요 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작가들의 전기나 그래픽노블을 보면 보통 사람이 사는 방식과는 좀 다른 삶을 사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작가들은 작품으로만 만나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네요
안나가 고생이 많았을 것 같아요^^

희선 2023-04-16 00:49   좋아요 1 | URL
같은 시대 작가였다는 거 이 책 보고 알았어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는 서로의 소설을 봤어요 그런 거 생각하면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저는 소설 보면서 작가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지기도 했네요 그렇다고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그저 소설을 보면서 작가를 조금 생각하기도 합니다 소설이 다 작가 이야기는 아닐 텐데...


희선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이야기장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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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제목이 좋구나.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라니. 이 책에 담긴 글은 정여울이 쓴 것에서 좋은 걸 모았다고 한다. 다시 보니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 모음’이란다. 여러 글을 쓰고 거기에서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를 모았다니,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펜데믹을 지나는 세 해 동안 쓴 글. 난 그동안 어떤 책을 보고 뭘 썼는지. 책은 별로 못 보고 글도 잘 쓰지 못했다. 다른 때도 우울했지만, 코로나19 뒤로 더 우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말을 하다니. 정여울은 우울함보다 우울해도 그것보다 나은 걸 말하려고 하는데. 자신이 마음 쓰는 사람한테는 가장 좋은 걸 주고 싶기도 하겠지. 여기 담긴 글은 정여울이 생각하는 사람뿐 아니라 이 책을 만날 사람도 생각한 거겠다.


 책을 보다가 난 책을 그렇게 잘 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책 한권이라도 집중하고 글 하나하나를 보고 글을 쓰면 훨씬 잘 볼지도 모를 텐데, 내가 책을 그렇게 빨리 보지는 못하지만 한번 보고 만다. 책을 보고 쓰기는 하지만, 대충 쓴다. 대충 쓰고도 썼다고 기분 좋게 여긴다. 책을 보고 쓰다보면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책 이야기를 잘 쓰려고 애쓰지는 않은 것 같다. 애쓰지도 않고 잘 쓰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니. 정여울이 말한 것처럼 책 한권이라도 깊이 있게 보면 다른 책도 좀 괜찮게 보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한번쯤 해 보고 싶은데, 게으른 난 아마 안 하겠지. 지금까지처럼 책을 보겠지. 이런, 내가 나를 잘 믿지 못한다.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자기를 믿고 응원해야 할 텐데.


 지금까지 정여울이 쓴 책은 여러 권 봤다. 나온 책이 많지만 내가 본 건 그리 많지 않다. 글을 참 열심히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다 글을 열심히 쓰겠지만. 작가가 되려고 애쓴 이야기도 대단했다. 어머니는 작가가 되는 걸 반대했다고 하던데. 정여울은 어렸을 때는 부모님 말을 잘 듣는 사람이었다. 부모가 하라는대로 했다고 할까. 어느 순간 그런 게 답답하게 느껴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생겼겠지. 자신의 트라우마를 낫게 하려고 심리학을 공부하고 그런 글을 쓰기도 했다. 신화와 고전 공부도 했던가. 정여울은 멋진 사람이구나.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 많을 것 같다. 이름도 멋지지 않나.


 헤르만 헤세, 융. 그러고 보니 헤르만 헤세도 융을 만났다고 한 것 같다. 내가 아는 게 그 정도밖에 안 되다니. 정여울이 좋아하는 작가는 더 많을지도 모를 텐데. 헤르만 헤세를 많이 말해서 헤세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난 그런 작가가 없다. 그저 소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재미뿐 아니라 깊이있게 생각해야 할 텐데. 여기엔 책 이야기도 있는데 헤세 책은 없구나. 그건 다른 데 있으니 괜찮겠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버지니아 울프, 헬렌 한프. 이 세 작가 공통점은 뭘까. 여성이라는 거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한테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자기만의 방을 가진 여성이 많지만,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은 갖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여성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나아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다.


 요즘은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말 보면서 난 자존감 낮은데 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도 올라가지 않는 자존감. 여기에서 정여울은 자존감이 높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런 말에 위로받는 사람도 있겠다. 바로 나구나. 나도 이런저런 말에 휘둘리기도 하는가 보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면 될 텐데. 사람이 이런저런 것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책을 보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이 모든 걸 알려주는 건 아니지만. 책만 믿으면 안 되기도 하겠다. 잘못 생각하지 않으려면 여러 사람이 말하는 걸 들어야 한다. 책도 여러 가지를 봐야 할 텐데. 가끔 책에 쓰인 말에 휘둘리기도 하는구나.


 내가 나를 좋아하기. 여전히 난 잘 못한다. 정여울은 그걸 잘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애썼겠지. 그런 걸 배워야 할 텐데. 나한테 안 좋은 점도 있지만,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 다른 사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지.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면을 보려고 해야 한다. 그러면 뜻밖의 면을 알게 되기도 하겠지. 세상도 사람도 오래 봐야 잘 보이겠다. 풀꽃처럼.




희선





☆―


 아들러는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남을 행복하게 하기’라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해볼 것을 제안했다. 만약 ‘나’가 끝없이 우울하고 처량하다는 생각으로 괴롭다면, 둘레에서 한 사람을 골라 ‘오늘은 그 사람을 기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최소한 세 가지 좋은 일을 실천해보는 거다.  (230쪽~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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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4-09 15: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여울 작가도 참 부지런히 성실하게 글을 써서 책을 내는 작가인 것 같아요.
처음엔 이런 작가도 있구나! 생각했었는데, 정말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쓰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를 존경심이....^^
이 책은 제목이 참 좋습니다.

희선 2023-04-13 03:26   좋아요 2 | URL
책이 얼마 나오지 않았는데, 또 나오는 걸 보기도 했군요 책은 다 못 봤지만... 전에는 한달에 한권 내는 월간 정여울을 내기도 했죠 지금 보니 라디오 방송도 하는가 봐요 그렇게 길지 않은 3분 방송이네요 그런 방송도 있다니... 정여울 작가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글도 부지런히 쓰는군요 대단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4-09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무리 좋은 뜻이라고 한대도 뭔가 이래야 돼 저래야 돼라고 규정하는 것이 이미 폭력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요즘은 진짜 자존감 좀 없으면 어때. 뭐 그러면 또 그런대로 살아가는 거지. 이게 난데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희선 2023-04-13 03:28   좋아요 1 | URL
어쩌면 저도 어떤 말을 듣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제는 그런 말 들어도 그런가 보다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고... 어떤 게 높은 게 좋을지 몰라도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겠습니다 이걸 잊지 않아야겠네요


희선

2023-04-11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3 0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