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완전판 - 양장판
타니구치 지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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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가 타니구치 지로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책은 《산책 완전판》이 처음이다. 인터넷 책방에서 이 책이 나온 거 본 적 있을지도 모르겠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책 좋아하겠지. 아니 걷기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책속을 걸으면 되지 않나. 누군가는 책을 보는 걸 산책이라 했다. 책속을 거니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이건 만화여서 그림이 있잖은가. 자신이 여기 나온 사람이다 생각해도 괜찮겠다. 같이 걷다 보면 실제 걷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여기엔 말이 별로 없다. 남자가 걸으면서 만나는 여러 가지를 그렸다. 이렇게 한가롭게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겠다. 바쁜 세상에서 숨이 트이게 해주겠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고 남자는 여자한테 걷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온다. 이사한 곳은 시골 같다. 어떤 사람이 새를 보는 걸 보고 남자도 잠깐 본다. 겨울엔 나뭇잎이 없어서 새 보기가 쉽겠다. 남자는 새를 보고 책방에서 새 도감을 산다. 새 도감을 바로 사다니, 여기 나오는 사람은 타니구치 지로일까. 집에 개가 있었다. 그 개는 왜 그 집 마루 밑에 있었을까. 먼저 살던 사람이 두고 갔을까. 두고 간 게 아니고 그 개가 떠돌다 그 집에 온 거였으면 좋겠다. 개가 순했다. 이름은 눈 오는 날이어서 유키라 지었다. ‘유키’ 하니 ‘왈’ 하고 대답했다. 흰 개여서 예전 이름도 유키였으려나. 유키는 일본말로 눈이다. 다음부터 남자는 개 유키와 함께 걷는다.

 

 걸으면 이것저것 잘 보인다. 걷는다고 다 보이는 건 아니구나. 걸으면서 마음 써서 봐야 한다. 그렇게 걸으면 좋고 아무 생각없이 걸어도 괜찮다. 남자는 여기저기 잘 둘러봤다. 차가 많은 곳이 아니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곳은 아주 큰 도시가 아니어도 거의 찻길 옆을 걸어야 한다. 걷기에 좋은 곳도 있겠지만 집 가까운 곳에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다니. 그래도 걷다 보면 나무 사람 꽃이 보인다. 겨울엔 나뭇가지만. 그럴 땐 하늘을 보면 좀 나을까. 파란하늘. 날씨가 좋아야 파란하늘을 볼 텐데. 가끔 구름이 떠 가기도 하고 새가 날기도 하는구나. 별거 없는 풍경이다. 남자가 걷는 곳도 아주 다르지 않다. 어쩌면 그래서 마음 편하게 책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난 비 오는 날엔 밖에 나가기 싫다. 비 맞는 것도 싫다. 여기 나오는 사람은 걷다가 비가 와도 뛰지 않고 비 맞고 걸었다. 책이 젖는데도. 비 맞은 다음에 목욕탕에 갔다. 다른 사람은 없고 남자 혼자였다. 다른 사람이 없어서 좋았겠다. 여름엔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 들어가서 헤엄쳤다. 시골이어서 밤엔 별도 잘 보였다. 유키가 마당을 파고 조개를 찾았을 때는 그 조개를 바다에 돌려 보내준다면서 남자는 여자한테 바다에 가자고 한다. 남자와 여자는 정말 바다에 간다. 조개 껍데기일 뿐인데 바다에 보내준다. 그런 것도 작지만 즐거운 일이겠다.

 

 시골길만 걷지는 않는다. 골목길로 들어가고 좁은 길을 빠져 나오기도 한다. 고양이가 다닐 만한 길이랄까. 길에서 고양이도 만났다. 난 밤에는 걷지 않지만, 여기 나오는 사람은 밤에도 걸었다. 늦은 밤에 돌아오고는 집앞에 가방을 두고 걷고 어떤 아파트 옥상에서 아침을 맞았다. 그런 것도 하다니. 자유롭구나. 여기 나오는 때는 예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아주 옛날은 아니다. 지금도 이런 곳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한가롭게 걷기 좋은 곳 말이다. 걷기에 안 좋은 곳은 없다. 어디든 걸으면 좋다. 걸으면서 자연을 만나면 좋지만 도시에도 나무 꽃이나 새가 있다. 도시는 조용히 생각하면서 걷기에는 조금 안 좋겠다. 도시도 걷다 보면 뜻밖에 괜찮을 거다.

 

 이 책을 다 봤으니 이제 걸어야겠다. 날이 밝으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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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9-06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오는 날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우산 들고 걸어도 옷이 비에 젖는 것도 그렇고 조심스러워요. 비오는 날보다는 맑은 날의 컨디션이 더 좋기도 하고요.
태풍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오늘도 뉴스 특보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잘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희선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2-09-07 01:08   좋아요 1 | URL
학교 다닐 때는 비 오는 날 학교 가기 싫었는데... 늘 신발 양말 다 젖었던 것 같아요 그건 초등학생 때였던가 늘 걸어다녀서 비 오는 날 학교 가는 건 안 좋았네요 태풍 때문에 쉬는 학교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위험할 때는 그러기도 해야죠 어제 새벽에 바람이 불기는 했는데, 여섯시 정도에는 아주 세게 불기도 했어요 제주도랑 남쪽은 피해가 많은 것 같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09-06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이 좋을거 같으니 꼭 걸으시길 바랍니다.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많더라구요 ~!!

희선 2022-09-07 01:10   좋아요 3 | URL
태풍 지나가고 날씨가 맑았네요 오늘도 날씨 좋을 듯합니다 오늘은 밖에 나가야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2-09-06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도 산책. 예술작품 감상도 산책.
산책이라는 말이 품는 걸 다시 생각하게 하네요.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희선 2022-09-07 01:14   좋아요 2 | URL
예술작품 감상도 산책이라니 멋진 산책이겠습니다 저는 그런 것도 거의 책으로만 보니 생각 못했습니다 저는 거의 안 하는 달리기도 괜찮지만, 걸으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도 하죠 그때 여러 가지 보기도 하는 듯합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09-06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써서 걸으면 더 보이는 게 많겠네요^^ 하지만 무심하게 걸을 땐 생각 정리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비가 많이 와서 산책을 못해서 우울하더라구요. 오늘은 걸어야겠습니다*^^*

희선 2022-09-07 01:16   좋아요 2 | URL
제가 사는 곳도 그저께는 하루 내내 비가 왔어요 아주 가끔은 비 올 때 걷는 것도 괜찮지만, 비가 많이 쏟아질 때는 별로고 부슬부슬 내릴 때... 마음 쓰고 보기도 하고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걷는 것도 좋겠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어제는 조금 걸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9-06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오는 날 비맞고 걷는 것도 좋아해요. 물론 비맞고 집으로 바로 와서 씻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요. ㅎㅎ오늘 오전에는 태풍때문에 못 걸었는데 태풍이 지나가고 하늘이 맑으니 좀있다 저녁먹고는 나가봐야겠네요. 오늘 하늘이 너무 맑고 예뻐요.

희선 2022-09-07 01:19   좋아요 1 | URL
비 맞는 거 싫어하는데 딱 한번 우산이 없어서 비 맞고 집에 온 적 있어요 그때 다 젖었습니다 비 맞고 걸은 다음엔 바로 씻어야 감기 안 걸리죠 부산은 제가 사는 곳보다 비 많이 왔겠습니다 하늘이 맑아졌군요 그런 거 보면 하늘이 얄밉기도 해요 비를 막 뿌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맑기도 해서... 맑으면 그 하늘을 좋게 봐야 하는데...


희선

페넬로페 2022-09-06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가 넘 정겹고 좋은데요.
전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산책은 잘 하지 않아요.
산책은 날 좋은 날 해야 좋아요^^

희선 2022-09-07 01:21   좋아요 2 | URL
지금도 저런 곳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주 없지는 않겠습니다 산책은 날씨 좋을 때 하면 기분 더 좋죠 바람도 살살 불면 시원해서 괜찮겠네요 태풍이 가고 며칠은 날씨 좋다고 합니다 그럴 때 걸으면 좋겠네요


희선

2022-09-06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7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6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7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7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7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9-07 14: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 너무 예쁘네요

희선 2022-09-08 00:47   좋아요 0 | URL
책소개를 지금 봤는데 에세이 만화라는 말이 있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