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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은경의 톡톡 칼럼 - 블로거 페크의 생활칼럼집
피은경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8월
평점 :
이 책 《피은경의 톡톡 칼럼》을 사고 거의 한해가 됐다. 샀을 때 읽지 않고 한해가 다 되어서 보다니. 이 책을 보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리지 않아서 다행일지도. 지난 칠월 둘째주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않았다. 코로나19 전에는 도서관에 한주에 두번쯤 갔지만, 이제는 두주에 한번만 간다. 지난해 구월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도 그걸 다 못 읽었다. 그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지난해 팔, 구월에 많이 우울해서. 그래도 책을 보고 우울한 마음을 바꿔보려 했다. 책을 잘 못 보는 게 우울해지기도 하다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도 다 못 보니 한두권만 빌릴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것도 못했다. 도서관에 가면 보고 싶은 책이 보이니 말이다. 읽고 싶어서 빌린 책이지만, 막상 보면 생각보다 잘 읽히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읽었다. 책을 하나도 안 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보는 게 기분이 낫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우울함이 한해가 넘을지 몰랐다. 시간이 가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더 좋아지려면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한해쯤 지난 지금은 조금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다른 것보다 내 우울한 마음을 말하다니. 오래 안 좋았던 건 다른 일도 있어서일 것 같다. 그건 아주 좋아지지 않았지만, 전보다는 낫다. 이것도 다행이구나. 이 책을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와 시간이 지나면 그 일을 다르게 생각한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일희일비하지 마라고도 하는데, 난 일희는 덜하지만 일비는 심하다. 그런 걸 겉으로 나타내지 않고 거의 혼자 생각한다. 이건 내 성격이 그런 것일 뿐이다. 모두가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안 좋은 일은 누군가한테 말하면 조금 나아지기도 한다. 그런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사람은 다 살면서 좋은 일뿐 아니라 안 좋은 일을 겪는다. 그렇게 해서 자라는 거겠지. 어린이한테는 아프면서 자란다고 하는데, 나이를 먹으면 그런 말 안 하는 것 같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아프면서 자란다. 그때는 마음이지.
지난 2020년에 이 책 ‘피은경의 톡톡 칼럼’이 나온다는 건 바로 알았다. 블로그에서 글을 봐서 그렇구나. 페크 님이 블로그에 쓴 글을 보면 안 좋은 일에서도 좋은 걸 보려 하고 긍정스러운 생각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난 참 못하는 거다. 본래 사람 뇌는 안 좋은 걸 생각하고 대비한다고 한다. 그럴 때가 더 많겠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안 좋은 일만 겪은 사람도 울기만 하지 않고 웃기도 하지 않는가. 아니 그렇게 하기까지 시간 많이 걸렸을 거다. 자꾸 우울에 빠지기보다 그냥 웃음 지어도 조금 도움 될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우울했다고 했는데, 늘 그랬던 건 아니다. 괜찮은 일도 있었다. 그런 걸 오래 생각하면 좋을 텐데, 그걸 알아도 잘 못하는구나.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이나 책을 본다고 해도 사람이 바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런 말로 피하려는 건가. 어쩌면 난 우울함에 많이 익숙해진 건지도. 아니 좋은 일이 오래 가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설지도. 안 좋은 일도 그렇다는 걸 생각해야 하는데.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걸 바탕으로 책을 보기도 한다. 간접경험을 하려고 책을 보기도 하는구나. 그것도 책 읽는 데 영향을 미치겠다. 사람은 다 다르게 살아서 책 한권도 다르게 본다. 그게 더 나은 거겠지. 아주 이상하게 해석하면 안 되겠지만. 이것저것 두루두루 보고 생각하면 괜찮겠다. 이건 책뿐 아니라 세상도 마찬가지다. 하나만 생각하면 잘못할 수 있다. 줏대가 없어도 안 된다고 하는데. 자기만의 생각이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괜찮을지도. 페크 님은 책을 즐겨 보다 글을 쓰게 됐다. 여기 담기 건 생활 칼럼이다. 생각해 보니 칼럼은 자주 안 본 것 같다. 페크 님은 글을 찾아서 많이 보고 글쓰기를 공부했다. 그렇게 했기에 이렇게 책으로 묶었구나. 페크 님은 살면서 겪는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식구 친구 이웃 사이에서 일어난 여러 일을 깊이 생각하고 거기에서 긍정스러운 마음을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어한다.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가 된 건 참 좋은 것 같다. 글쓰기도 중요하지만 읽는 것도 중요하다. 읽고 생각하기. 생각하기에 좋은 게 글쓰기일지도 모르겠다. 이 말은 페크 님도 썼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것도 많다고. 나도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머릿속에 여러 가지가 있으면 글쓰기에 좀 낫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모든 걸 경험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책 읽어도 글 잘 못 쓰고 여러 분야 책을 보지도 않으면서 이런 말을 했구나. 어쩌다 한번 자주 보는 게 아닌 걸 보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내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느낀다. 책을 보고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것도 괜찮겠다. 책읽기와 글쓰기는 따로따로가 아니다. 책을 거의 읽지 않고 글을 안 써 본 사람이 처음 쓴 소설로 이름을 알리는 일이 아주 없지 않지만. 그런 사람은 어쩌다 하나가 아닐까. 다른 사람 생각도 알아야 자기 생각에만 빠지지 않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