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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지음 / 열림원 / 2020년 12월
평점 :
코로나19로 넉넉하지 않은 경제 사정은 최악으로 가고 있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지면 생활 반경을 좁히는 데 코로나가 합리적 핑계를 만들어 줬다.
우리 동네에는 어린 시절 다니던 동네 서점이 건재하나 운동 삼아 옆 동네 대형서점을 찾게 된다. 커피 일을 하며 알게 된 지인의 카페는 멀어도 찾아가나 동네 책방은 '한 번 가봐야 하는데...'하며 기약 없이 미루고 미룬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라 그런지 모른다. 그나마 지난해 동네 책방을 가볼 수 있던 것도 지인인 시인들의 우이시 낭독회 덕뿐이었다. 그때 찾았던 동네 책방의 운영과 관련한 책도 읽었는데 방문했을 때는 이미 주인이 바뀌어 있어 책에서 그려진 공간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어떻게 보면 이 책도 비슷한 내용이 책일지도 모르나 그때와 다른 무게감이 느껴진다.
김이듬 시인의 이름은 시를 썼었기에 알고 있었고, 종종 그 시를 접하긴 했지만 동네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유희경 시인의 위트 앤 시니컬은 워낙 시집하면 떠오를 서점이었고 가본 적이 있기에(신촌에 있을 때) 알고 있었으나 책방 이듬은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되어 검색을 해봤다.
서울 사는 뚜벅이에게는 큰맘 먹고 가봐야 할 거리. 책에서 만난 공간에는 저자의 보이지 않는 피땀이 느껴진다. 작은 카페 사장으로 잠시 운영을 해본 경험이 떠오르게 하고, 북카페에서 일하던 때 나는 훗날 카페를 차려도 북카페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때도 생각이 난다.
동네책방의 구조는 북카페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내가 일했던 북카페는 처음 내 아지트였고, 후일 직장이 됐었는데 책을 파는 곳은 아니었으나 책이 감싸고 있는 공간이 좋았다. 워낙 사장 형님이 작업실로 사용하시려고 만드신 공간이었기에 그 용도로 찾는 작가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 지역 월세에 비해서는 그리 좋은 매출은 아니었고, 주 중에는 특히나 그랬다. 나도 책을 기증하며 내 공간처럼 만들어 가던 곳이었으나 막상 운영을 해보니 현실적인 벽이 확실히 느껴졌었다.
책에서 나오는 저자의 공간도 지금은 이사를 한 것으로 안다. 그래도 책방 언니가 책방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끔찍하게 조용한 송년회라도>의 마지막 두 문장이 잘 보여주는 게 아닐까?
바람이 없다면 어떻게 항해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불어주는 온기로 이 배가 천천히 항해하고 있다.(p.37)
이 문장이 더 와닿은 이유는 기초 세일링을 교육할 때 은은하게 불어오는 순풍을 떠오르게 한다. 내가 요트 세일링을 1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한배를 타는 이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이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앞바람은 바람을 마주하며 나아가기에 더 빠르게 느껴지나, 뒷바람은 비슷한 속력을 내더라도 바람을 거스르지 않기에 움직이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는 초보 시절의 시간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 덕에 다른 일을 하며 경제 활동을 하고 있기에 이렇게 적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말이 확실히 떠오르기도 했던 시간이고, 자신의 곳간만 챙기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는 시기였다.
책을 읽으며 표지의 디자인과 내용의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글은 아름다우나 그 글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표지 디자인처럼 여유롭지 않았음을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신의 새로운 작은 테이블에서 새로운 날들을 만들어갈 저자를 응원한다. 아직 내가 사보지 못한 저자의 시집을 사러 조만간 대화동으로 짧은 여행을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고, 오랜만에 읽는 시인의 산문집이었다(아직 사두고 읽지 못한 시인들의 에세이, 산문집에 갑자기 죄책감이 든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