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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미묘하다. 읽는 내내 뭔가 미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 미묘함이 아니라 찝찝함이었다. 어쩌면 이런 결말을 내내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대면하고 나니 뭔가의 덜컥거림이 빠져버린듯한 후련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좋다고 할 수 없는 느낌이 남았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 작품을 접한 것은 처음이다. 일부는 이 작품의 그녀의 기존 작품과 다르다고, 어떤 사람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읽어보지를 않았으니, 나로썬 일단 '혀'에 대한 느낌으로 가득이다. 지금까지 접해왔던 영화나 소설에서 음식, 요리는 사랑과 연관되어지는게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대부분의 요리는 슬픔, 기쁨 등과 연관되어졌지, 실제, 분노, 화라는 격한 감정은 왠지 기피되어져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러했던 감정이 '혀'에서는 정면으로 마주쳐야 한다.
사랑이 끝난 후 시작되는 이 소설은, 33세의 요리사 지원이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면서 자신의 쿠킹 클래스를 정리하고, 예전의 직장인 이탈리아 레스토랑 '노베'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4년동안 사랑한 남자는 자신의 쿠킹클래스에서 수강생이던 전모델 세연에게 빼앗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를 끝까지 포기 못한다. 그녀의 요리는 그녀의 사랑과 맞닿아있다. 사랑을 바질에, 사프란에 비교하는 지원. 세연의 부모와 함께 식사를 하러온 그를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응대하는 그녀. 뭔가 읽는 내내 뒤틀렸으면서도, 아름답고, 맛깔스러운 음식에 홀린 건지, 그녀의 매혹적인 문체에 홀린건지- 그 미묘함이 무엇인지 뚜렷이 집어내질 못하고, 그녀가 이끄는대로 끌려가버렸다.
나는 그것을 꿀떡 삼킨다. 그의 혀는 내 입속에서 펄떡거리는 생선처럼 저항한다. 나는 입을 꽉 다물어 그것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내 이는 그것을 잽싸게 가로채 으깬다. 내 혀는 넘치는 분비물로 그것을 축축하게 적시고 뒤집고 근육처럼 힘차게 움직여 목구멍 깊숙이 밀어넣는다.
읽고 싶다기보다는 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끝을 보고 싶지 않지만, 끌려가버리는 느낌이었다. 최근 가볍고 즐거운 책만 읽으면서 왠지 책과 제대로 만나고 있지 않다는 자책감이 가득했다. '혀'는 긴 한숨과 함께 막막함이 느껴지지만 적어도, 읽으면서, 읽고나서도 계속 머리를 굴려야 하는 소설이었다. 한순간의 느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미처 쓰지 못한 내용에 아쉬워하며... 마음 한가득 채워져버린 소설이다.
꿈을 안꾸는 것보다 꿈을 꾸는 게 낫다고. 꿈을 꾼다는 건 욕망하고 있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이 책을 끝까지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을까? 그냥 혀 끝에서 놀리다 끝내버리는 건 아닐까. 마음이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