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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스타벅스
마이클 게이츠 길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땡큐! 스타벅스
부제 : 그곳에서 내 인생은 다시 시작되었다.
책 표지에 멋진 일러스트레이트 그림이 하나 있다. 어느 뉴욕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스타벅스 매장. 그 앞에 머리가 희끗한 한 노신사가 빗자루를 어깨에 지고 가슴에는 스타벅스 마크가 찍힌 앞치마를 입고 서 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스타벅스 지점장인가? 설마 지점장이 직접 청소를 할까?
책 페이지를 한 장 넘기니 스타벅스 카페라떼 쇼트 쿠폰이 있다. 우와 웬걸. 그런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스타벅스에서 일을 시작한지 약 1년 남짓한 노신사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의 나이는 64세. 그는 10년전에 아주 유명한 광고회사 JWT를 명퇴하고 현재는 생활비가 바닥이 나 고민중이다. 여전히 멋진 정장을 입고 있지만, 마음 속에는 일자리와 생계에 대한 걱정밖에 없다. 거의 30년간 몸 담았던 JWT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았지만, 그의 실수로 퇴직전에 집과 재산을 아내에게 주어야만 했다. 사실 저금해 둔 돈은 얼마되지 않았다. 자신이 해고 될 것이란 생각을 해 본적 없어 늘 자신만만하게 대책없이 살았기 때문이다. 여튼 책의 초반에 나타나는 그의 현실은 참 암담하고 답답했다. 그저 예일대를 졸업하고 한 때 광고계에서 활약한 퇴물. 이게 간단한 그의 약력이다.
그런 아저씨가 어떻게 해서 스타벅스와 연을 맺게 되었을까? 어떻게 해서 이런 책을 쓰게 되었을까? 결국 어떻게 될 지 모르던 인생에 다시금 소생의 기운이 생기게 된 것일까?
어느 날 주인공은 대책없이 꼬여버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그냥 커피나 한잔하자는 생각이었고, 그 때 가지고 있는 돈의 전부를 커피 한잔에 올인하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자기 옆으로 다가온 흑인의 젊은 여성. 자신을 크리스털이라고 소개하는 여성은 자신이 스타벅스의 점장이고 이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안한다. 그 순간 어른의 머리 속에는 수만가지 생각이 피어오르는데, 이런 식이다. ‘뭐, 흑인 젊은 여자가 나한테 일을 주겠다고, 그것도 커피가게 점원자리를... 내 친구들이 웃겠군. 그런데 내 처지는 지금...’ 그와 동시에 이렇게 대답한다. “네, 하겠습니다. 꼭 해보고 싶습니다.” 이내 또 다른 생각이 피어오른다. ‘내가 미쳤군. 이 나이에 이 어린 흑인 여자 밑에서 일하겠다고. 광고주한테 잘 보이려 하던 말들이 입에 밴 거야. 그러지 않고서야’ 하면서 말이다.
그 날 이후 저자 마이클 게이츠 길은 스타벅스 파트너, 마이크가 되었다. 1시간 반이 넘는 출근을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지하철을 놓칠까봐 초조해 한다. 그리고 돈 계산은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 카운터보다는 청소를 좋아한다. 젊은 여자 점장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화장실 청소도 열심히 한다. 점장이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할 때면 뒤에서 광고업계에서 일했던 노하우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곳에서 사람을 사귄다. 친구들이 생겼다. 잊고 지냈던 오랜 친구들과 재회한다. 사이가 나빠졌던 자녀들과 관계를 회복한다. 커피에 대해서 공부하고 사람들에게 멋진 홍보 행사도 치룬다. 열정을 갖는다. 과거의 즐겁지 않았던 기억들을 순간순간 떠올리면서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감사해 한다. 경직되고 명령조였던 과거의 모습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변화한다. 행복해 한다.
이 책을 읽고 내 아버지를 생각했다. 어느덧 변화를 두려워하고 일이 없어 심심해 하시는 그런 연세가 되신 내 아버지를 생각했다. 세계 1등 나라인 미국에서도 저자와 같이 나이 50만 되면 일자리를 잃고 당황해 하는 사람들이 있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답답한 상황에서 그 마음을 열어 보이는 저자의 글을 천천히 읽어 보았다. 내 아버지의 마음을 읽는 것 같았다. 미국은 그래도 여전히 기회의 나라인 것 같다. 스타벅스 같은 회사가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스타벅스는 있다. 그런데 과연 내 아버지도 저자와 같이 다시 열정을 갖으실 수 있을까? 한참을 생각해 보니 가능하다. 단, 가족이 힘을 주어야 하겠다. 그래야 내 아버지와 그 밖의 다른 어른들도 마이크와 같은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