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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모으는 사람 한영 세트 - 전2권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황선애 외 옮김 / 풀빛 / 2011년 8월
평점 :
생각을 모으는 사람(The Collector of Thoughts)를 읽고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수록 도서란 말에 호기심을 갖고 책을 폈다. 독일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가 생각이 난다. 내가 머문 뮌헨의 숙소 옆에 연극공연장이 하나 있었는데 매일 독일 전통 인형극을 하고 있었다. 인형들은 대부분 코가 길고 눈이 작고 동그랗다. 글쎄 독일인 들이 그렇게 생겼나 하고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니 주인공 그럼피 아저씨의 얼굴이 딱 그 인형들과 같다.
이 책은 꼭 미국 드라마 X파일의 느낌이 난다. 제목도 꽤나 심각하다. 우리 아들에게 느낌을 물어보니 역시나 분위기가 어둡고 조금 무섭다고 한다. 유치원생과 1학년은 차이가 나는가 보다. 우리 아들은 지금 유치원생이다.
이 책의 화자는 주인공과 매일 아침마다 인사를 나누는 글쓰는 아가씨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럼피 아저씨의 정확한 시간감각을 칭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늘 눈을 마주치고 인삿말을 건넨다. 정작 그럼피 아저씨는 본명을 이야기 해 준적도 없다. 정확히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 준 적이 없는데 이 작가 아가씨는 주인공에 대해서 훤히 알고 있다. 점점 신비감이 강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원작이 독일어로 되어 있다. 한국인 유학생이 영어와 한글로 번역하였다. 한글책은 우리 아들에게 읽혀 주었다. 꽤 난해하다.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내 아들은 그럼피 아저씨처럼 매일매일 생각을 줍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매우 재미나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각의 종류를 듣고는 처음만큼은 재미가 없다고 한다. 우리 어른들이 주로 하는 그런 생각들이기 때문이다. 화난 생각, 게으른 생각, 미워하는 생각 등등 말이다.
이제는 나를 위해 영어책을 펴서 쭈욱 읽었다. 사전이 전혀 필요없었다. 그만큼 쉬운 단어들을 선별하여 잘 영작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에게 읽어주면서 놓쳤던 내용들조차 이번에는 한번에 쉽게 머리에 들어온다.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란 책으로 유명한 정찬용 선생님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독일에 건축학으로 유학을 다녀와서 영어교사로 유명해지신 분인데 이 영어책을 번역한 분도 독일에서 독일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어를 잘하게 되면 영어는 쉬운가 보다하고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문다.
이렇게 독후감을 쓰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럼피 아저씨는 나의 생각도 주워가면 어떤 일을 할까 궁금해진다. 그럼피 아저씨의 주 임무는 생각을 줍는 것이 아니라 주워온 생각들을 분류하여 자기집 화단에 생각을 심어 꽃을 피우는 것이다. 생각이 꽃을 피우면 그 생각들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다시금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으로 심겨진다. “꽃들에게 희망을” 이란 책과 같이 꽤나 긴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은 생각을 쏟아내는 사람들에게 깨끗해지고 순해진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는 것. 즉, 사람들에게 희망과 소망을 주는 중요한 일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다.
여담으로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은 벌레들의 기나긴 여정을 책의 90% 가까이 이야기한다. 마지막 몇 장을 보면 그 벌레들은 결국 멎진 나비로 변신하여 이 꽃과 저 꽃으로 다니면서 암술과 수술에 가루를 묻혀주는 소중한 일들을 하게 된다. 즉, 제목과 같이 꽃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왜 태어난지 이유도 모르고 그저 벌레들이 모이는 곳으로 자기들도 열심을 내는 것이다.
책을 읽고 느끼는 모든 생각들은 각자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누군가 주워서 다시 다른 이들에게 전달한다는 재미난 설정이 어른이나 아이 구분없이 재미가 되어 준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면 시시때때로 만들어 내는 나의 생각이 잘 자라서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