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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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나는 픽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소설은 거의 읽지를 않는다.
하지만, 추리소설은 좋아했다. 그런데, 그 또한 허구라서 싫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있다.
내가 픽션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은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이 그 시작이 되었다.
모두들 재미있다고 권하는 책이었고, 나 또한 기대하고 큰 돈을 들여 샀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나를 책에 맞춰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상의 공간에 나를 넣고 그 속에서 즐거워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몰입은 잘 되지 않고, 남들이 즐거워하는 것만큼 효과도 없다.
그때부터 두껍고 길고 깊이 들어가는 그런 시리즈 소설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한번에 모두 읽지 않으면 답답해 지는데, 며칠 쉬었다 읽으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니 말이다.


그런 내가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두려움 때문인지 처음 20페이지가 쉽지는 않았다.
그나마, 중국 역사서를 바탕으로 한 책이란 사실에 다소 기대감은 컸다.
20페이지 이후부터 점점 박진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략 이야기의 흐름이 짐작하는대로 흐르다가 그때부터 조금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간중간 성인물 같은 야한 곳들도 등장한다.
시간의 완급이 장난이 아니다. 천천히 걷다가 급히 달리다가 점프하는 그런 흐름이다.
무협소설같은 그런 느낌도 주었지만,
내가 가장 몰입하던 중간 부분은 마치 "해리포터"를 보는 느낌을 준다.
가족이 모두 어떤 이유로 죽게 된다. 혼자가 되어 마법학교 같은 학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오직 공부만 한다. 마치 최고의 마법사가 되려 노력하는 해리포터처럼.
또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극복하려는 그 노력에 조력자가 등장한다.
분명 중국의 송나라 시기를 묘사하지만, 작은 공간의 상세한 묘사는
해리포터의 마법학교 같은 그런 느낌을 준다. 밍교수 또한 스네이크 교수 같다고 할까...


이 책은 시기는 과거의 중국이지만, 어떤 부분은 유럽의 근대를 묘사하는 느낌도 준다.
저자가 스페인 사람이기에 그가 읽은 중국 고문은 그렇게 현대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
"송자" 이 책의 주인공이다. "공자"와 같은 시대의 위인의 이름같다.
그런데, 송나라 송자는 실존 인물이다.
당시 CSI의 검시관이었던 송자는 "세원집록"이란 법의학서를 기록했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그 "세원집록"과 송자란 인물의 기록을 모티브로 이 소설을 쓴 것이다.
그러고 보니 국내에도 이런 식의 역사소설 들이 몇 권 있다.
일본 중고서점에서 찾은 조선시대 고서를 소설로 만든 경우가 기억이 났다.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인데, 바로 정조가 주인공이다.


완전하지 않은 역사는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기억된다.
바로 그러기에 소설은 그런 기억들을 이야기로 다듬어 줄 수 있다.
삼국지가 소설임에도 사람들은 역사라고 기억하는 것과 같다.
분명 과거 중국 역사 속에서 등장하는 여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그런 허구를 통해 더 많이 회자될 수 있어 그런 장치를 두게 된다.
삼국지 초선이가 그런 캐릭터이다. 이 책에도 수도 없이 잠시 잠깐 여자들이 등장한다.
역시나 이 책의 저자가 남자이기에 강렬한 인상을 남지는 여주인공은 없다.
어쩌면 그런 일반적인 남자들의 부조화 또한 그대로 묘사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 소설은 남자들이 더 좋아할 책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장르를 원하는 독자라면, 역사소설에 추리소설, 적당한 애로물까지 겸비하고
판타지 적인 양념까지 가득한 이 책을 결코 아쉬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뭔가 멋진 잡탕밥을 먹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이제 소설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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