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면 책장에 바로 꽂아 두기보다는 대충 눈으로 훑게된다. 이때 처음 손으로 잡으면서 느끼는 손맛이란게 있다. 책 본문을 읽기 전에 우리는 먼저 책을 손으로 잡게 되고, 맛을 느낀다. 그리고 유독 손맛이 좋은 책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아함의 중도체계>
내 페이퍼(불사를 꿈꾸다)에서 절판된 <인식의 나무>란 책을 다루려고 하던 참에, 이 책 <앎의 나무>의 거대한 나무 뒤통수? 표지를 발견했다. 그런데 기쁘면서도 뭔가 서운했다. 내가 여태 헌책방을 뒤져서라도 찾으려던 책은 '인식의 나무'인데, 이렇게 말끔하게 이름까지 바꿔서 나왔다니 말이다. '책의 물질성'에 잠시 빠졌던걸까? 하여튼 <앎의 나무> 이 책은 마뚜라나, 바렐라, 베이트슨 등과 함께 다른 게시판을 통해 정리해 볼 예정이다.
<양자역학과 경험>, 이 책은 살까 말까 잠깐 망설였다. '양자역학'에 관한 책을 그래도 좀 본 편인데, 그것들이 대중을 배려해서 어려운 부분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어, 그것의 정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어 내부적 통찰로 이끌기엔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려면 '수학적 표현'을 다루어야 한다. 나처럼 수학이 약한 사람에겐 곤란해지는 지점이다. 이 책, <양자역학과 경험>은 그런 면에서 참 애매하다. 전문적인 이해력이 요구되는 책은 아닌 거 같은데, (최대한 자제했겠지만) 수학적 표현들도 더러 보인다. 그래도 양자역학의 신화와 억측을 교정하는데 꽤 적절한 책으로 보이므로, 일단 도전을 해봐야 할 거 같다. 혀를 쭉 내민 표지의 책 <아인슈타인이 요라사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요리책이 아니라, 요리와 관련된 음식 재료, 요리 과정을 통해서 거기에 숨은 과학을 흥미롭게 끄집어낸 책이다. 그러니 음식과 요리에 대한 상식들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함경(阿含經)'은 실제 붓다의 직접적인 가르침을 담은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 후에 방대해진 불교경전들도 아함의 체계를 통해서 불교의 근본과 본질에서 얼마나 벌어졌는지 가늠하는 반성들이 생기기도 한다. 국내 불교학자로서 자주 이름을 볼 수 있는, 이중표씨의 책인데 알라딘 저자소개는 기독교쪽 사람(동명이인인듯)으로 잘못된 정보로 적어놨다.
<중국성풍속사> <화가와 그의 눈>
<세계풍속사>는 얌전한 책은 아니다. <포르노그라피의 발명>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세계(성)풍속사'라고 해도 될 만큼, 인류학-사회학적 성에 대한 긴 흐름이 있는 책이다. 특히 쉽게 볼 수 없는 많은 도표와 그림들이 적당하게 시각의 재미를 준다. 이 책은 원래 전에 <상>, <하>로 나왔는데, 새롭게 1, 2, 3권으로 다시 나온 것이다. 그러나 3권은 파울 프리샤우어가 아닌 다른 저자가 이어서 쓴 것이다. 이런 책과 비슷한 <중국성풍속사>는 네덜란드 외교관 출신인 동양학 학자의 책인데, 500여쪽에 걸쳐 선사시대부터 명나라까지의 중국 성풍속을 다룬다.
<미술과 시지각>은 오래 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걸로 갖고 있었다. 근데 책이 구형이라 판형도 작고 왠지 읽기가 꺼려졌는데, 이번에 다시 이 책으로 구하게 되었다. '시각'에 대한 관심도 있는터라, 이런 책들을 모으는 편인데, 대개가 전문적으로 흐르는 편이라 읽는 재미는 떨어진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는 조금 봤는데, 꽤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거 같다. 미술의 순수성에 대한 유아적인 태도를 벗아나, 예술(미술)을 이데올로기, 사회성의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시력을 제공한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짧고 간결한 설명으로 요점을 잘 제시한다는 것이다. 인용 그림과의 매치도 적절해 보인다. 괜히 쓸데 없는 그림으로 도배해서 별 거 없는 내용을 포장하는 책들에 비하면,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맛이 있다. <화가와 그의 눈>은 미술에 관한 많은 책들 중에서 약간의 차별성을 갖는다. 화가 출신이기도 한 저자(M. Grosser)는 단지 보이는 그림만이 아닌 좀 더 내밀한 것들을 말해주는데, 특히 그림에 쓰인 재료(안료)들과 관련된 부분은 다른 곳에서 쉽게 전해 듣기 어려운 것이다.
다카시나 슈지는 그래도 미술쪽에선 잘 알려진 일본 학자인데, <만화 서양미술사>는 이 사람 이름에 대한 믿음으로 고른거나 다름없다. 누구한테 선물하려고 산 책이긴 하지만, 만화로 꾸며진 것이라서 내가 먼저 얼른 읽어버렸다. 그런데 원시시대부터 현대미술까지 많은 것을 간결하게 다루려다 보니, 미술 사조의 흐름들이 자연스레 연결되지 않는 불규칙한 진행이 간혹 보인다. 그래도 중요한 예술 흐름이나 화가들과 일화들이 있어 어른들도 읽어도 될 거 같다. 너무 오래 마르크스를 멀리 하다 보니, 어렵지 않은, 그러면서 작은 자극이 될 만한 책을 골랐다. 바로 <쉽게 읽는 마르크스주의>.. <인간회복의 경제학>은 일본학자의 책인데, 자본주의 경제 흐름에 상실되는 인간의 그 '무엇'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으려는 저자의 인간학적 물음과 그것이 과연 이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도 살필 수 있을 거 같다.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는 단순한 라틴아메리카 여행 경험을 담은 것이 아니라, 정치학자의 비판적인 시각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진지함도 갖춘 책으로 보인다.
아까도 양자역학 책을 통해 수학에 대한 하소연을 했는데, 그래서 요새 수학공부를 다시 할 마음에 고른 책들이다. 기존의 수학책들엔 머리가 질려 있어서, 새로운 접근법을 찾게 되는데, 책의 제목도 '독본'이라 마음에 든다. 머리말을 보면, 내용은 중고교 수학, 특히 고교 수학이지만, 누구라도 읽기 쉽게 자세히 썼음을 밝히고 있다. 아직 읽어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책 크기도 일반 문제지처럼 약간 큰 편이고, 본문 구성도 별다른걸 못 느끼겠다. 그러니 실제로 읽어보고 어떤지 알아나가야 할 거 같다.
===============본문과 관련된 책들============================
<알기 쉬운 양자역학>
양자역학에 관한 책들 중에서 다소 전문적인 것들을 빼고 골라 봤더니, 대충 몇 권이 추려진다. <아인슈타인 & 보어>는 이 둘의 논쟁을 중심으로 꾸민 책으로 보인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인데, 이것은 인과론에 대한 믿음과 관련된 말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물리 현상도 그것은 결국 인간 인식의 한계 때문이지 자연 자체는 완전하다는 생각이다. 반면, 보어는 극미 세계에서 보이는 비합리적이고 불확정한 것들이 어쩌면 자연의 실제 상태라는 것이다. 이것이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의 원리'로 이론화되면서, 자연에 대한 설명은 '확률'로서만 가능함이 강조된다. 거기다가 귀신소동?이 벌어지는데, 미시 세계에서의 관측은 관찰자와 분리된 객관적인 대상의 묘사라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관찰자가 그것을 볼 때에만 그것은(원자) 대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관찰자가 보지 않을 때에는 그것은 허깨비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것을 과연 아인슈타인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직접 사고실험등을 통해 흥미로운 논쟁이 계속 진행되었다고 한다. 내 기억으론 아마도 보어쪽으로 기울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여튼 물리학의 두 대가들의 이런 우주적 논쟁은 참으로 부럽고 멋져 보인다. 사소한 것들로 말싸움을 하는 우리들과는 스케일이 다르지 않은가?
<아함경 1> <아함경 2> <한글 아함경>
*붓다의 설법이 담긴 아함경은 장부 아함경, 중부 아함경, 상응부 아함경, 증지부 아함경 등으로 나뉘는데, 보통 장아함경, 중아함경이라 하기도 한다.
다카시나 슈지의 책들
*라틴아메리카에 관한 여러 책들
라틴아메리카와 우리나라가 과거 경제 발전에서 비슷한 점이 있고, 미국이나 유럽 등 외세에 대한 민중의 저항과 독재자, 쿠테타 등도 그러하다. 특히 라틴아메리카는 동양계가 자국 외, 다른 나라에서는 처음 대통령이 당선된 곳(페루에서 후지모리)이기도 하다. 이런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책들도 생각보다는 많이 보인다. 역사나, 문화에 관한 책들도 있지만, 특히 눈에 띄는 건 영화에 관한 것들이다. 흔히 마야나 잉카 등 고대유적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시선에서 좀 더 넓힌다면, 우리와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그들의 모습과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러고 보니 월드음악의 붐으로 라틴계열 음악이 전지구적으로(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우리 가까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