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책들이 봄싹 피듯 눈에 들어온다.

HOW TO READ 시리즈...

소박한 두께지만 거장들의 사유를 본격적으로 탐험하기 앞서 안내 역할을 하는 책들이 있다. 가령 나의 경우엔 '시공사 로고스 총서'나 '시공 디스커버리' '시공 아트', 그리고 김영사의 '하룻밤의 지식여행', 청미래의 '만화로 보는...'  등에서 톡톡하게 도움을 받았다. 아무래도 수월하게 볼 수 있고, 그 대신 뭔가 가벼운 뒤끝을 남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간혹 다른 책들에서 건지지 못하는 명료하고 단순한 끈들을 발견하기도 한다(기억나는 책이 있는데, 시공사 로고스 총서로 나온 '데리다'는 어떤 데리다 입문서 보다 데리다의 기본 골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거 같다) 

 

 

 

 

 

최근에 눈에 띄는 이와 유사한 시리즈-HOW TO READ도 왠지 기대되는 책들이다.  소개글을 살펴보니, 영국 그란타 북스(Granta Books, Granta Publications)의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시리즈로, 이와 유사한 다른 시도들과는 질적인 차별성도 갖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책의 저자들이 그들 나름대로 소화한 것들을 알기 쉽게 풀이 하는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HOW TO READ'답게 -원전 텍스트를 중심으로 직접 읽기의 과정이- 이 시리즈의 큰 특징에 속하는 거 같다.  

 

참여한 필진들도 (몇몇은) 예사롭지 않다. 우선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있다. 그가 라캉을 맡았다니, 내용이고 번역이고 생각할 겨를 없이 충동적으로 보고 싶어진다. 물론 지젝의 스타일로 볼 때, 얌전하고 친절하기만 한 라캉의 전달자 역할을 기대하진 않지만 말이다.

 키스 안셀 피어슨(Keith Ansell Pearson)은 니체를 맡았다. 그가 쓴 <싹트는 생명>은 폭넓은 자료들을 촘촘하게 활용하면서 들뢰즈의 '생명철학' 이라는 주제를 유기적으로 잘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베르그송이 큰 기둥 역할을 하며, 더불어 니체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키스 안셀 피어슨 자신이 ('생명'이란 화두로) 니체-베르그송-들뢰즈에 관심이 큰 만큼, 이번 책에서도 그만의 니체 접근법이 기대된다.

 

 

 

 

 

그 외, 우리나라에도 이미 나와 있는 비트겐슈타인의 전기형식의 책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저자 레이 몽크가 <비트겐슈타인>을, 여성으로서 사회와 성(性)에 관한 주제의 책들을 써왔던  페넬로페 도이처가 <데리다>를 맡았다. 여성 학자의 시선에 담긴 데리다, 그것은 그 전 데리다에 관한 책들과 사뭇 다른  긍정적인 보완을 기대하게 만든다.

HOW TO READ 시리즈에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사르트르, 사드, 키에르케고르, 칼 구스타프 융, 제임스 조이스, 하이데거, 아퀴나스, 보부아르 그리고 이집트 사자의 서(Egyptian Book of the Dead)등도 보인다. 사드와 하이데거도 이번에 같이 나왔다면, 프로이트, 라캉과 함께 연대(連帶)적 읽기도 가능했을거란 생각도 해본다.

나는 아무래도 이 시리즈에서 <니체> <라캉>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마르크스> <데리다> 순으로 모아 볼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시리즈물에서 프로이트는 단골로 자주 등장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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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an 2007-05-24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구해서 읽다 보니 5장에 접어드는군요. 아직까진 좋군요. 다 읽고 간만에 서평이라도 써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