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세트 - 전10권 - 개정증보판
시내암 지음,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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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살성 72명】

037. 지괴성(地魁星) 신기군사(神機軍師) 주무(朱武)
038. 지살성(地煞星) 진삼산(鎮三山) 황신(黃信)
039. 지용성(地勇星) 병울지(病尉遲) 손립(孫立)
040. 지걸성(地傑星) 추군마(醜郡馬) 선찬(宣贊)
041. 지웅성(地雄星) 정목안(井木犴) 학사문(郝思文)
042. 지위성(地威星) 백승장(百勝將) 한도(韓滔)
043. 지영성(地英星) 천목장(天目將) 팽기(彭玘)
044. 지기성(地奇星) 성수장(聖水將) 단정규(單廷珪)
045. 지맹성(地猛星) 신화장(神火將) 위정국(魏定國)
046. 지문성(地文星) 성수서생(聖手書生) 소양(蕭讓)

047. 지정성(地正星) 철면공목(鐵面孔目) 배선(裴宣)
048. 지활성(地闊星) 마운금시(摩雲金翅) 구붕(歐鵬)
049. 지합성(地闔星) 화안산예(火眼狻猊) 등비(鄧飛)
050. 지강성(地強星) 금모호(錦毛虎) 연순(燕順)
051. 지암성(地暗星) 금표자(錦豹子) 양림(楊林)
052. 지축성(地軸星) 굉천뢰(轟天雷) 능진(凌振)
053. 지회성(地會星) 신산자(神算子) 장경(蔣敬)
054. 지좌성(地佐星) 소온후(小溫侯) 여방(呂方)
055. 지우성(地祐星) 새인귀(賽仁貴) 곽성(郭盛)
056. 지령성(地靈星) 신의(神醫) 안도전(安道全)

057. 지수성(地獸星) 자염백(紫髯伯) 황보단(皇甫端)
058. 지미성(地微星) 왜각호(矮腳虎) 왕영(王英)
059. 지혜성(地慧星) 일장청(一丈青) 호삼랑(扈三娘)
060. 지폭성(地暴星) 상문신(喪門神) 포욱(鮑旭)
061. 지연성(地然星) 혼세마왕(混世魔王) 번서(樊瑞)
062. 지창성(地猖星) 모두성(毛頭星) 공명(孔明)
063. 지광성(地狂星) 독화성(獨火星) 공량(孔亮)
064. 지비성(地飛星) 팔비나타(八臂那吒) 항충(項充)
065. 지주성(地走星) 비천대성(飛天大聖) 이곤(李袞)
066. 지교성(地巧星) 옥비장(玉臂匠) 김대견(金大堅)

067. 지명성(地明星) 철적선(鐵笛仙) 마린(馬麟)
068. 지진성(地進星) 출동교(出洞蛟) 동위(童威)
069. 지퇴성(地退星) 번강신(翻江蜃) 동맹(童猛)
070. 지만성(地滿星) 옥번간(玉幡竿) 맹강(孟康)
071. 지수성(地遂星) 통비원(通臂猿) 후건(侯健)
072. 지주성(地周星) 도간호(跳澗虎) 진달(陳達)
073. 지은성(地隱星) 백화사(白花蛇) 양춘(楊春)
074. 지이성(地異星) 백면낭군(白面郎君) 정천수(鄭天壽)
075. 지리성(地理星) 구미귀(九尾龜) 도종왕(陶宗旺)
076. 지준성(地俊星) 철선자(鐵扇子) 송청(宋清)

077. 지악성(地樂星) 철규자(鐵叫子) 악화(樂和)
078. 지첩성(地捷星) 화항호(花項虎) 공왕(龔旺)
079. 지속성(地速星) 중전호(中箭虎) 정득손(丁得孫)
080. 지진성(地鎮星) 소차란(小遮攔) 목춘(穆春)
081. 지계성(地稽星) 조도귀(操刀鬼) 조정(曹正)
082. 지마성(地魔星) 운리금강(雲裡金剛) 송만(宋萬)
083. 지요성(地妖星) 모착천(摸著天) 두천(杜遷)
084. 지유성(地幽星) 병대충(病大蟲) 설영(薛永)
085. 지복성(地伏星) 금안표(金眼彪) 시은(施恩)
086. 지벽성(地僻星) 타호장(打虎將) 이충(李忠)

087. 지공성(地空星) 소패왕(小霸王) 주통(周通)
088. 지고성(地孤星) 금전표자(金錢豹子) 탕륭(湯隆)
089. 지전성(地全星) 귀검아(鬼臉兒) 두흥(杜興)
090. 지단성(地短星) 출림룡(出林龍) 추연(鄒淵)
091. 지각성(地角星) 독각룡(獨角龍) 추윤(鄒潤)
092. 지수성(地囚星) 한지홀률(旱地忽律) 주귀(朱貴)
093. 지장성(地藏星) 소면호(笑面虎) 주부(朱富)
094. 지평성(地平星) 철비박(鐵臂膊) 채복(蔡福)
095. 지손성(地損星) 일지화(一枝花) 채경(蔡慶)
096. 지노성(地奴星) 최명판관(催命判官) 이립(李立)

097. 지찰성(地察星) 청안호(青眼虎) 이운(李雲)
098. 지악성(地惡星) 몰면목(沒面目) 초정(焦挺)
099. 지추성(地醜星) 석장군(石將軍) 석용(石勇)
100. 지수성(地數星) 소울지(小尉遲) 손신(孫新)
101. 지음성(地陰星) 모대충(母大蟲) 고대수(顧大嫂)
102. 지형성(地刑星) 채원자(菜園子) 장청(張青)
103. 지장성(地壯星) 모야차(母夜叉) 손이랑(孫二娘)
104. 지열성(地劣星) 활섬파(活閃婆) 왕정륙(王定六)
105. 지건성(地健星) 험도신(險道神) 욱보사(郁保四)
106. 지모성(地耗星) 백일서(白日鼠) 백승(白勝)
107. 지적성(地賊星) 고상조(鼓上蚤) 시천(時遷)
108. 지구성(地狗星) 금모견(金毛犬) 단경주(段景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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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암 지음,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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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성 36명】

01. 천괴성(天魁星) 급시우(及時雨)·호보의(呼保義) 송강(宋江)
02. 천강성(天罡星) 옥기린(玉麒麟) 노준의(盧俊義)
03. 천기성(天機星) 지다성(智多星) 오용(吳用)
04. 천한성(天閒星) 입운룡(入雲龍) 공손승(公孫勝)
05. 천용성(天勇星) 대도(大刀) 관승(關勝)
06. 천웅성(天雄星) 표자두(豹子頭) 임충(林沖)
07. 천맹성(天猛星) 벽력화(霹靂火) 진명(秦明)
08. 천위성(天威星) 쌍편(雙鞭) 호연작(呼延灼)
09. 천영성(天英星) 소이광(小李廣) 화영(花榮)
10. 천귀성(天貴星) 소선풍(小旋風) 시진(柴進)

11. 천부성(天富星) 박천조(撲天雕) 이응(李應)
12. 천만성(天滿星) 미염공(美髯公) 주동(朱仝)
13. 천고성(天孤星) 화화상(花和尚) 노지심(魯智深)
14. 천상성(天傷星) 행자(行者) 무송(武松)
15. 천립성(天立星) 쌍창장(雙槍將) 동평(董平)
16. 천첩성(天捷星) 몰우전(沒羽箭) 장청(張清)
17. 천암성(天暗星) 청면수(青面獸) 양지(楊志)
18. 천우성(天祐星) 금창수(金槍手) 서녕(徐寧)
19. 천공성(天空星) 급선봉(急先鋒) 색초(索超)
20. 천속성(天速星) 신행태보(神行太保) 대종(戴宗)

21. 천이성(天異星) 적발귀(赤髮鬼) 유당(劉唐)
22. 천살성(天殺星) 흑선풍(黑旋風) 이규(李逵)
23. 천미성(天微星) 구문룡(九紋龍) 사진(史進)
24. 천구성(天究星) 몰차란(沒遮攔) 목홍(穆弘)
25. 천퇴성(天退星) 삽시호(插翅虎) 뇌횡(雷橫)
26. 천수성(天壽星) 혼강룡(混江龍) 이준(李俊)
27. 천검성(天劍星) 입지태세(立地太歲) 완소이(阮小二)
28. 천평성(天平星) 선화아(船火兒) 장횡(張橫)
29. 천죄성(天罪星) 단명이랑(短命二郎) 완소오(阮小五)
30. 천손성(天損星) 낭리백조(浪裡白條) 장순(張順)

31. 천패성(天敗星) 활염라(活閻羅) 완소칠(阮小七)
32. 천뢰성(天牢星) 병관색(病關索) 양웅(楊雄)
33. 천혜성(天慧星) 반명삼랑(拚命三郎) 석수(石秀)
34. 천폭성(天暴星) 양두사(兩頭蛇) 해진(解珍)
35. 천곡성(天哭星) 쌍미갈(雙尾蠍) 해보(解寶)
36. 천교성(天巧星) 낭자(浪子) 연청(燕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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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암 지음,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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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끝의 저편에도 백성이 있었다

— 이문열 평역 『수호지』를 읽고

『수호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양산박의 108호걸이다. 저마다 기구한 사연을 안고 양산박으로 모여든 호걸들. 그들의 별호만 들어도 오래된 벗을 만나는 듯 반갑다.

쌍편 호연작, 표자두 임충, 옥기린 노준의, 화화상 노지심, 행자 무송, 흑선풍 이규, 구문룡 사진….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인물은 호연작과 임충, 그리고 노준의다. 세 사람 모두 뛰어난 무예를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내 마음을 끄는 이유가 단순히 그들의 무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호연작과 임충은 본래 송나라의 관군 출신이다.

임충은 팔십만 금군의 교두였고, 호연작은 명장 호연찬의 후손으로 조정의 군대를 지휘하던 장수였다. 그들에게 관직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평생 쌓아온 명예이자 자부심이었을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이 결국 양산박에 합류한다.

물론 그 과정은 다르다. 임충은 부패한 권력의 모함으로 모든 것을 잃고 쫓기듯 양산박으로 향했고, 호연작은 양산박을 토벌하러 왔다가 패전한 뒤 송강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선택을 모두 순수한 의협심 때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이 기존의 신분과 소속에만 매달리지 않고, 한때 적이었던 사람들과 뜻을 함께하게 되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명예보다 의(義).

내가 그들에게서 발견하고 싶은 가치다.

노준의가 양산박에 이른 사정은 또 다르다. 그는 관군 출신은 아니었지만, 하북의 부호이자 이름난 무인이었다. 그 역시 계략과 배신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고 양산박에 합류한 인물이다.

그러나 『수호지』를 끝까지 읽고 나면 그토록 좋아했던 호걸들의 이야기가 마냥 통쾌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양산박에 모인 108호걸은 부패한 관리와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싸운다. 그들은 충의당(忠義堂)에 모여 형제의 의리를 맹세하고, 체천행도(替天行道), 곧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한다는 기치를 내건다.

그들의 반항에는 분명 통쾌함이 있다. 하지만 양산박의 호걸들이 언제나 정의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살인과 약탈을 저질렀고, 동료를 얻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내세운 의는 과연 누구를 위한 의였을까.

이 질문은 송강이 조정의 초안(招安)을 받아들이면서 더욱 무거워진다.

한때 조정의 부패에 맞서 싸웠던 호걸들이 다시 송나라의 관군이 된다.

송강은 부패한 관리들에게 맞섰지만, 황제의 권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는 조정의 인정을 받아 기존 질서 안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체천행도를 외치던 양산박이 다시 황제의 명령을 받들게 된 것이다.

이후 그들은 요나라를 비롯한 여러 적과 싸운 끝에 방랍의 반란군을 토벌하러 간다.

그 마지막 전쟁에서 수많은 호걸이 죽는다.

벽력화 진명, 구문룡 사진, 반명삼랑 석수…. 그토록 무예가 뛰어나고 숱한 전장을 헤쳐 나온 호걸들이 방랍군의 칼과 창, 화살 앞에 하나둘 쓰러진다. 임충은 정벌을 마친 뒤 병으로 죽고, 노준의와 송강마저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이 대목에 이르면 허망함마저 느껴진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양산박에 모였고, 무엇을 위해 싸웠으며, 결국 무엇을 위해 죽었는가.

송나라 조정의 입장에서 보면 송강과 그의 부하들은 반역자에서 충신으로 거듭난 사람들이다. 그러나 방랍의 입장에서 보면 어떠했을까.

방랍 역시 실제 역사에서 송나라 말기의 가혹한 수탈에 저항하여 반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에게도 자신을 따르는 장수들이 있었고,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과 삶의 터전이 있었을 것이다.

송강에게 충성을 다한 호연작이 의로운 장수라면, 방랍에게 충성을 다한 석보와 방걸은 단지 역적의 장수에 불과한 것일까.

송강의 군대가 승리하면 충의의 승리이고, 방랍의 군대가 승리하면 반역의 승리인가.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다.

충(忠)과 의(義)는 누구를 향하느냐, 누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송강에게 충성하는 것이 의로운 일이라면, 방랍에게 충성하는 것 역시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의로운 일일 수 있다. 송나라에 대한 충성이 절대적인 선이라면, 송나라의 압제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렇다고 반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만으로 방랍을 의로운 지도자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그의 군대 또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해쳤다. 저항의 명분이 있다고 해서 그 과정의 모든 폭력까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편에 섰느냐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충과 의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나는 그 대상이 **백성(百姓)**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라는 말도 있고, 민중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나는 백성이라는 표현이 더 좋다.

국민이라는 말에서는 국가의 구성원이라는 의미가 먼저 떠오른다. 어느 나라의 국민인가에 따라 소속이 구분된다. 민중이라는 말에서도 때로는 특정한 계층이나 집단을 떠올리게 된다.

반면 내가 생각하는 백성은 그런 경계를 두지 않는다.

나라와 민족, 신분과 소속을 떠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다.

물론 백성은 오래도록 임금의 통치를 받는 사람들을 가리켜 온 말이다. 그러나 내게는 그 말이 칼과 깃발을 든 사람들보다, 그 칼에 집과 가족을 잃고도 삶을 이어가야 했던 사람들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긴 편과 진 편을 가리지 않고,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을 부를 때 이 말이 가장 알맞다고 느낀다.

송나라 사람도 백성이고, 요나라 사람도 백성이다. 방랍을 따르던 사람들도 백성이고, 송나라 관군에게 징집된 병사들 역시 백성이다.

그들에게도 부모와 처자식이 있고, 지켜야 할 집과 논밭이 있으며, 내일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에게는 개선의 북소리가 울리겠지만, 패배한 사람들의 집에서는 곡소리가 날 것이다. 그리고 그 곡소리에는 국경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충과 의를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진다.

황제에게 충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충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형제들과 끝까지 의리를 지켰다는 이유만으로 의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충성이 백성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 의리를 지키는 과정에서 누구의 삶이 희생되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나는 호연작과 임충을 여전히 좋아한다. 관군의 명예를 뒤로하고 양산박의 일원이 된 그들의 삶에는 분명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양산박의 형제들을 위해 휘두른 칼이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었는가. 그 칼끝의 저편에는 또 어떤 사람들이 서 있었는가.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형제이고 가족이 아니었을까.

돌이켜보면 『수호지』는 처음에는 영웅들의 용맹에 열광하게 만들지만, 마지막에는 그 영웅들이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묻게 하는 작품이다.

108호걸의 이름과 별호, 그들이 펼치는 무예와 기발한 계략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흥미롭다. 그러나 이제 내 마음에 더 오래 남는 것은 승패도, 서열도, 무예의 우열도 아니다.

충은 누구를 위한 충이어야 하며, 의는 누구를 지키기 위한 의여야 하는가.

그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백성이다.

양산박의 호걸들이 방랍을 향해 진군하던 순간, 그들은 칼끝의 저편에도 백성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을까.

백성은 어느 한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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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 ‘불가사의한 스티커‘의 존재를 아시는지. 예전부터 본지 독자들에게 조사 의뢰를숱하게 받아온 본 건에 대하여 이번에 편집부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편집부의 현장 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도내에서 여러 차례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붙여진 장소는 전봇대와 건물 벽면이 가장 많았다. 그밖에 거리의 우편함 바닥 면, 폐가의 창 등, 눈에 띄게 할 목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장소에도 많이 붙어 있었다.

"딴 이야기긴 한데, 내가 보낸 다른 기사, 제대로 읽었어?"
그녀가 말한 다른 기사란 늙은 모친이 이사한 아파트에서 자살을 목격하는 단편 「기다리고 있다」와 「불가사의한 스티커, 그 정체에다가서다!」,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찾아냈다는 바이커의 블로그에 대한 괴담을 가리키는 것일 테다. 내가 가가와를 인터뷰한음성을 그녀에게 보낸 다음 날, 그녀는 그 글들을 내게 보내왔다.

"확실히 흥미로운 이야기였어. 당신이 보내준 여자 유령에 얽힌 몇 가지 기사와도 통하는 게 있고. 하지만 이번 특집에 이걸 집어넣는 건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

"왜라니, 게재 전 원고 쪽이 디테일을 알기 쉬우니까 그런 거 아냐?"
"그래, 디테일. 그 기사는 체험자를 취재해서 내가 적은 거야. 윤문 지시를 내린 건 당신이고."
"뭐?"

"한마디로 산만해질 것 같아. 특집의 의도가 흔들린다고 해야 하나."
그녀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변함없이 생각이 읽히지 않는 얼굴로. 나는 계속했다.

"원래 특집 기획안은 ▶의 ‘산‘이 발단이 된 괴담이지. 그런데 이 여자 유령은 아냐. 산과는 관계없고, 굳이 말하자면 도시전설적인 색채가 강해."
"하긴 그러네."

"신사와 아파트 단지를 직선으로 연결했을 때, 가장 거리가 가까운 곳이 5동이야. 그리고 5동의 거실 창은 산을 면하고 있지. 뛰어내리는 사람이 우연히 거길 골랐던 게 아니라면 신사에 가까운 동 중에서도 가장 신사에 가까운 면, 그러니까 옥상에 올라서서 신사 방향으로 뛰어내렸다는 말이야."

"동쪽에서는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이 자주 발생하고, 서쪽에서는 댐으로 뛰어내리는 사람이 많지. 이게 다 우연일까."

우리는 그것들을 대략이나마 구분하기 위해 괴이를 ‘산으로 꾀는 것‘, ‘빨간 여자‘, ‘저주 스티커‘라고 명명했다.

"근방의 향토사 사료를 조사하거나 역사에 밝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지 않고서야 신사에 관해서는 더 이상 조사하기 어려울 것같군. 게다가 이야기에 나오는 건 본전이 아니라 사당이야. 상세한 유래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인터넷으로 조사한 바로는 그 폐신사의 이름조차 나와 있지 않아."

그녀는 역시 빨간 여자와 산은 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행방불명이 된 소녀가 괴담이 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듯, 그녀 역시 산으로 유인당해서 귀신이 돼버린 사람의 하나일까. 그렇지 않으면....

"모친은 창을 통해 그 산을 보고 있었다...."
"그래. 그리고 거기에 있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뭘?"

산을 중심으로 괴이 현상이 퍼지고 있다는 추측에 오류는 없어 보였지만 아무래도 그 종류가 한 가지는 아닌 것 같았다.

다만 이 빨간 여자에 대해서는 산으로 꾀는 것 이상으로 많은 수수께끼가 있다. 정체도 동기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점프를하는 걸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 걸까. 행동 원리를 전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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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 ‘불가사의한 스티커‘의 존재를 아시는지. 예전부터 본지 독자들에게 조사 의뢰를 숱하게 받아온 본 건에 대하여 이번에 편집부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그날, 주간 근무나 야간 근무나 담당자는 모니터 룸에서 새로 설치된 것까지 포함해 건물 감시 카메라를 다 확인했답니다. 이상은 없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다음 날, 동료가 야간 근무와 교대로 출근했더니 큰 소동이 벌어져 있었다더군요.
건물 2층 창에 스티커가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는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사건이었습니다. 일가족 네 명이 모두 행방불명이라니, 편집부에서도 화제였죠. 경찰도 사건성을 고려해서였는지 정보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아서 취재에 애를 먹었습니다. 크게 화제가 된 터라 어느 신문사에서건 필사적으로 기삿거리를 찾아다녔습니다.

편집부의 현장 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도내에서 여러 차례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붙여진 장소는 전봇대와 건물 벽면이 가장 많았다. 그밖에 거리의 우편함 바닥 면, 폐가의 창 등, 눈에 띄게 할 목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장소에도 많이 붙어 있었다.

그래도 이상한 것은 아무도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깨닫고 보면 이미 붙어 있어요.
일단 저희도 일이니까 지시가 내려진 이상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순찰했는데도요. 순찰 경로에 일부러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까지 추가했죠. 그런데도 매일 누군가가 스티커를 계속 붙였습니다.

"제가 아는 것 중에 유사한 부적은 없습니다. 도리이가 그려진 이상, 절이 아니라 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부적은 그림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거의 없고, 신앙 대상이 되는 신의 이름이나 신사의 이름, 또는 경전이 문자로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스티커는 그게 네 모서리에 쓰인 ‘‘라는 문자뿐입니다.
또 이 사람 같은 그림도 비슷한 건 본 적이 없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뿔 대사 그림에 가까워 보입니다만, 그린 사람이 달라짐으로써 뿔 대사의 디테일이 변화한 것이라기보다 애초에 다른 것을 그린 것처럼 보이네요. 초보자가 어떤 목적으로 부적 같은 걸 만들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생각합니다."

스티커와 흡사한 그림을 보내왔는데, 함께 적혀 있는 문장이 약간 이상했거든요. 옛날 일이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런 내용이었어요.
"찾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널리 퍼뜨려 주시면 멋진 친구가 생깁니다. 귀여운 아입니다."

최근에 그 스티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어쩌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그 일가족이 그린 그림을 실제로는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요.

정사각형 종이 다발이 네 개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한 다발이 10센티미터 정도 높이였다고 하네요. 장수로 치면 몇백 장 되지 않으려나. 그 곁에는 펜도 네 자루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많은 종이에는 모두 똑같은 그림 같은 게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도리이 안에 사람이 있는 듯한 그림이요.

"그 사건은 아무래도 좀 거북해. 되도록 엮이고 싶지 않아."
그때는 이거 특종 냄새가 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뭐 결국 헛수고에 그쳤지만 말입니다.

기분 나쁘죠. 모두 장난으로 서로 보내곤 했지만, 반에 영감이 있다는 애 하나가 이건 진짜 위험하다고, 바로 삭제하는 게 낫다고 해서 수신함에서 지워버렸어요.

그러다가 어떤 스티커가 거리 곳곳에 붙어 있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처음에는 또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찾아내는 게 재밌어졌다고 해요. 제법 찾기 어려운 데 붙어 있는 것도 있어서 보물찾기하는 기분이었다나요. 찾아내면 오늘은 행운, 그런 느낌으로 스티커를 찾으면서 외근을 돌았다고 해요.

그는 마음속으로 R씨에게 말을 걸면서 거울을 열어보았다고 해요그런데 거울에는 그 스티커가 붙어 있었대요. 삼면경의 모든 면에 빼곡하게.

그냥,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취미 생활도 열심히 하는구나 싶어서 적당히 흘려 넘겼네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사람이 이상해졌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고 나서 얼마 후 R씨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죠.
자살이었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스티커 틈새로 살짝 엿보이는 거울에 자기 얼굴이 비쳤을 때 처음으로 자기가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얼마 후, 남편분은 이사를 가버렸어요. 야반도주하듯 가재도구도 고스란히 남기고 어딘가로 가버린 모양이에요.

휴일에 느닷없이●에 다녀올게요"라며 혼자 나갔다나 봐요. 그러고는 댐에서 뛰어내렸다는데......
장례식에도 참석했는데, 남편분이 부쩍 초췌해져서 보고 있기가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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