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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30일부터 사흘간, 취재팀이 시계관 안에 들어가 기거한다. 거기서 고묘지 미코토를 영매로 해서 본격적인 교령회를 몇 번 열어 저택에 사는 망령과 접촉을 꾀한다."

고가 정계사의 전 회장, 고가 미치노리가 갑자기 회장직에서 물러나 이곳에 저택을 짓고 이사를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1974년 여름의 일이었다. 나무 숲 너머에 있는 건물이 바로 그 당시에 지은 건물이고, 그 외에는 관리인들이 사는 별채가 한 동 있을 뿐이었다. 이쪽에 있는 서양식 건물과 시계탑은 아직 짓기 이전이었다. 증축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5년 후, 1979년의 일이었다. 이듬해 1980년 여름에 전체적으로 지금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직후, 미치노리는 돌연 죽음을 맞았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사항을 물어도 고바야가와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씩 웃으며, "그걸 알기 위해서 취재를 하러 가는 것 아닌가"란 말로 얼버무릴 뿐이었다.
"자, 그럼."
소파에 털썩 앉으면서, 고바야가와가 회의를 시작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고바야가와는 일어나, "이나미 사요코 씨"라면서 그녀 앞으로 팔을 내밀었다.
"이 집의 관리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분입니다. 오늘부터 사흘 간, 우리들 취재에 협력해 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니이미 씨의 이름은 이 리스트에는 없는데요."
"아 참, 그렇지. 그렇습니다."
고바야가와는 넓은 이마를 손으로 탁탁 두드렸다.
"그 리스트에 있는 후쿠니시 료타 군이 말입니다. 갑자기 오늘 올 수 없는 사정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핀치 히터로 온 겁니다."
"알겠습니다. 니이미 고즈에 씨란 말이죠."

"우선―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는데요, 오늘부터 여러분이 들어갈 ‘구관’에는 선대의 주인어른께서 남기고 가신 시계 수집품이 있습니다. 전부 아주 귀중한 물건입니다. 진열 케이스에 들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것도 절대로 만지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그 밖의 비품―주방이나 거실에 있는 비품에 대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구관’ 제일 안쪽에 잠겨 있는 방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 주세요."
"‘진자의 방’인가요? 이전에 언뜻 들은 일이 있습니다만."
고바야가와가 말했다.
"어째서 그 방에는 들어가면 안 되는 겁니까?"
"선대 주인 어른의 유언입니다."
"고가 미치노리 씨의?"
"주인 어른은 돌아가시기 전에 저희들에게 여러 가지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그 중 하나죠."

"아시다시피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이 집에 살고 있다고 소문이 무성한 죽은 자의 영혼과 접촉하는 것입니다. 그런 혼이 정말 살고 있는지 어쩐지, 지금은 나로서도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부터 사흘 동안 시간을 두고, 그 존재를 확인하고 정체를 밝히는 작업. 그 일을 거들기 위해, 이렇게 제가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입니다. 이 중에 지금까지 교령회에 참가한 적이 있으신 분 계십니까?"

"우선 알아두어야 할 것은 혼과의 교신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혼은 말하자면 전파 같은, 기본적으로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존재입니다. 내가 행하는 교령회에서는 참가자의 육체가 이른바 수신 안테나로 사용될 것입니다. 저 혼자서는 아무리 열심히 애를 써도 불가능합니다.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자신의 육체를 예민한 안테나로 작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알게 된 점인데, 혼은 상당히 흥분하기 쉬운 성질을 갖고 있고 불순물을 아주 싫어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아주 순수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들은 혼과 교신하는 안테나의 성능을 보다 완전하게 하기 위해 몸을 가능한 한 순수한 상태로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은 인공물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합성 섬유라든지 가공한 금속, 플라스틱 같은 불순물로 만든 것을 몸에 지니고만 있어도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새카만, 비교적 두터운 면으로 만든 옷이다. ‘중세의 수도승이 입었음직한’이라고 비유하면 상상하기 쉬울까.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모자와 주머니가 달린 초특대 긴 팔 티셔츠 같은 모양이다. 키가 큰 가와라자키한테도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다. 가와미나미도 키가 큰 편인데, 그래도 옷자락을 질질 끌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다. 아무튼 전원이 그런 옷을 입고 한 곳에 집합한 광경은 괴이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연구회 활동의 일환으로 이 집의 취재를 신청한 것은 작년 가을의 일이었다. 가마쿠라가 고향이라, ‘시계관의 망령’ 소문을 이전부터 들어 알고 있던 와타나베 료스케가 제안한 것이었는데, 그때는 한마디로 거절당한 모양이었다.

"유키야 도련님."
하며 이나미 사요코가 종종걸음으로 황급히 들어왔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유키야라면, 그러니까 아직 1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미소년이 죽은 고가 미치노리의 아들, 현재 이 저택의 주인이라는 말인가.

하얀 벽에 똑같은 간격으로 걸려 있는 으스스한 가면. 그 가운데 한 자리가 비어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원래 몇 개의 가면이 걸려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없어진 것이 어떤 가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 복도를 지났을 때는 있었던 하나가 그 자리에서 없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언제?’

아까 식료품을 차에서 내려 옮기느라 왔다 갔다 했을 때인가? 그때는 어땠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는 이 집 사람이 무슨 사정이 있어 떼어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참 내, 노노미야 씨."
사요코는 당황해 노인 옆으로 달려갔다.
"이러시면 안 돼요. 돌아가세요."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사요코를 무시하고 노인은 어리벙벙하게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아홉 명을 향해 기분 나쁠 정도로 쉰 목소리를 던졌다. 야윌 대로 야윈 주름투성이 얼굴 속에서 움푹 들어간 두 눈만 묘한 생기를 띠고 빛나고 있었다.

"이 집에서 나가시오. 불길한 징조가 보여. 파멸할 상이야. 죽은 자들에게 살해당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나가시오."
"노노미야 씨."
사요코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말한다.
"알겠어요. 내가 여러분한테 잘 말할게요. 그러니까 돌아가세요."

그리고 ‘구관’의 문이 닫히자 거의 동시에 계단 아래 검은 철제 문 너머에서 종소리가 마치 서로 경쟁하듯 울리기 시작했다. 시계관에 모여 있는 시계들이 오후 6시를 알리는 소리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후쿠니시 료타는 선명한 저녁 빛이 번져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뱉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오고 만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왠지 그냥 오고 싶어서 왔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정체를 알 수 없는 절박함 비슷한 충동에 사로잡혀서 온 듯한 기분도 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지금 평소보다 한결 어두침침하고 이상한 감상적인 기분에 잠겨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약도만 봐서는 이 버스 정거장에서 얼마나 떨어진 장소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물론 걸어서 몇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는 아닐 것이다. 돌아가는 버스는 밤늦게까지 있다. 애써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은 문제의 저택을 보고 싶다.

"옛날에 모두 함께 놀았던 숲 옆에 있는 집말이야. 탑이 있고, 분위기가 좀 으스스했었잖아."

‘역시 그랬군’ 하고 스스로 납득하는 동시에 후쿠니시는 새로운 의문을 품었다. 그 집이 문제의 저택이라면, 그렇다면 거기에 나타난다는 소녀의 망령은 설마 그때의……?

그들은 연구회 이름으로 저택에 취재 신청을 하기로 하고 교섭에 임했지만, 깨끗하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한 달쯤 지나자, 회원 대부분의 관심은 이미 그 일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올 봄에, 잡지 《카오스》에서 ‘특별 기획’에 협력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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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외전 3] 『인형관의 살인』 등장인물의 서사적 기능과 역할(상세편)


1. 히류 소이치(34) | 화가, ‘나’

가. 인물 및 사건에서의 역할

ㅇ(주인공·화자) 작품의 1인칭 화자이자 모든 사건과 기억의 중심에 위치한 인물임.

ㅇ(봉인된과거) 어린 시절 열차사고와 또래 아이의 죽음에 대한 기억을 봉인한 채 살아감.

ㅇ(피해자와가해자) 정체불명의 범인에게 위협받는 피해자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인격을 통해 사건을 일으킨 범인의 육체이기도 함.

나. 서사적 기능

ㅇ(세인격의중심) 본래의 히류, 자신을 심판하는 ‘그’, 자신을 구하려는 ‘시마다’가 한 육체 안에서 충돌함.

ㅇ(심리적밀실) 피해자와 범인, 화자와 가해자가 동일하다는 반전을 통해 히류 자신의 내면을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밀실’로 만듦.

ㅇ(핵심주제) 죄책감·자기처벌·생존욕구라는 작품의 핵심 주제를 한 인물 안에 집약함.


2. 히류 고요 | 소이치의 아버지, 고인

가. 인물 및 사건에서의 역할

ㅇ(부친) 소이치의 아버지로 작품 시작 이전 안뜰의 벚나무에서 목을 매달아 사망함.

ㅇ(인형제작) 죽기 전 여러 인형을 만들었으며, 벚나무 아래에는 미와코를 본떠 만든 완성된 인형이 든 관이 묻혀 있었음.

나. 서사적 기능

ㅇ(기억의매개) 고요가 남긴 인형들은 소이치가 봉인한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는 장치가 됨.

ㅇ(과거와현재) 인형의 시선과 관 속 미와코 인형을 통해 친어머니의 죽음과 현재의 인형관 사건을 연결함.


3. 히류 미와코 | 소이치의 친어머니, 고인

가. 인물 및 사건에서의 역할

ㅇ(친어머니) 28년 전 열차사고로 사망한 히류의 친어머니임.

ㅇ(사고의기억) 히류는 자신이 선로에 올려놓은 돌 때문에 열차가 전복되어 미와코가 죽었다고 기억함.

나. 서사적 기능

ㅇ(죄책감의근원) 히류가 평생 품어온 가장 오래되고 깊은 죄책감의 출발점임.

ㅇ(자기심판의토대) 이후 또래 아이의 죽음과 결합하여 히류의 자기처벌 욕구와 두 번째 인격 ‘그’의 형성에 중요한 심리적 토대가 됨.


4. 이케오 사와코(54) | 미와코의 여동생, 소이치를 길러준 어머니

가. 인물 및 사건에서의 역할

ㅇ(양육자) 친어머니를 잃은 히류를 자신의 아들처럼 길러 사실상 두 번째 어머니가 된 인물임.

ㅇ(방화희생자) 히류의 두 번째 인격 ‘그’가 안채에 불을 질러 살해함.

나. 서사적 기능

ㅇ(삶의제동장치) 히류가 자기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지 못하도록 붙잡아두는 가장 강한 삶의 이유임.

ㅇ(선행제거) ‘그’가 히류를 죽이기 전에 사와코를 먼저 살해한 것은 히류의 생존을 지탱하던 제동장치를 없애기 위해서임.

ㅇ(기사코와연결) 사와코가 사라진 뒤 기사코가 새로운 삶의 이유로 등장하면서 두 인물의 서사적 기능이 이어짐.


5. 쓰지이 유키히토(28) | 녹영장 거주자, 소이치의 육촌 형제

가. 인물 및 사건에서의 역할

ㅇ(작가) 히류와 육촌 관계인 작가로 녹영장 2-C에 거주함.

ㅇ(연쇄살인범) 아이들의 소음이 창작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어린아이들을 살해함.

ㅇ(창작과살인) 살인 직후에는 오히려 막혀 있던 창작력이 되살아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임.

ㅇ(밀실희생자) 이후 2-C 욕실에서 살해되어 작품의 핵심 밀실사건을 형성함.

나. 서사적 기능

ㅇ(초기미끼) 재산 문제와 히류에 대한 불만 때문에 초반에는 히류를 노리는 범인처럼 보이게 함.

ㅇ(또다른히류) ‘그’는 쓰지이의 아동살해를 목격하고 그를 과거의 죄를 반복한 ‘또 다른 히류’로 동일시함.

ㅇ(물리적수수께끼) 쓰지이의 죽음은 비밀통로와 여벌열쇠, 외부침입 가능성을 검토하게 하며 히류 범인설로 접근하는 핵심 사건이 됨.


6. 구라타니 마코토(26) | 녹영장 거주자, 대학원생

가. 인물 및 사건에서의 역할

ㅇ(거주자) 녹영장에 거주하는 대학원생으로 한때 범인 가능성이 검토되는 인물임.

ㅇ(외부용의자) 뚜렷한 범행동기는 드러나지 않아 핵심 후보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제외됨.

나. 서사적 기능

ㅇ(성씨미끼) 망상 속 ‘시마다’가 만든 열차사고 희생자 성씨 일치설에 포함되어 과거 사고와 관계된 인물처럼 보임.

ㅇ(추리분산) 집단복수설을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 이용되어 독자의 시선을 히류 외부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함.


7. 기즈가와 신조(52) | 녹영장 거주자, 마사지사

가. 인물 및 사건에서의 역할

ㅇ(맹인마사지사) 시각장애인 마사지사로 소개되는 녹영장 거주자임.

ㅇ(의심대상) 히류와 ‘시마다’는 그가 실제 맹인이 맞는지까지 의심하고 확인하려 함.

나. 서사적 기능

ㅇ(역의심) ‘맹인이므로 범행이 어렵다’는 생각과 ‘맹인이라는 설정 자체가 거짓일 수 있다’는 의심을 동시에 유발함.

ㅇ(집단공범미끼) 허구의 성씨 일치설에 포함되어 녹영장 주민 전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함.


8. 미즈지리 도키치(68) | 녹영장 관리인

가. 인물 및 사건에서의 역할

ㅇ(관리인) 녹영장을 관리하며 건물 구조와 거주자들의 생활을 잘 알고 있는 인물임.

ㅇ(내부접근자) 관리인이라는 위치 때문에 사건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잠재적 용의자로 기능함.

나. 서사적 기능

ㅇ(현장정보) 녹영장의 구조와 생활상을 현실적으로 보완하는 정보 제공자 역할을 함.

ㅇ(집단복수설) 망상 속 ‘시마다’의 성씨 일치설에 포함되어 열차사고 유족일 가능성이 있는 인물처럼 오도됨.


9. 미즈지리 기네(61) | 도키치의 아내

가. 인물 및 사건에서의 역할

ㅇ(관리인부인) 남편과 함께 녹영장에서 생활하며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임.

ㅇ(과거증언) 고요가 죽기 전부터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사실 등을 히류에게 알려줌.

나. 서사적 기능

ㅇ(증언자) 히류가 직접 알 수 없는 과거의 사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함.

ㅇ(인형의의미) 고요의 인형 제작 시점을 제시하여 인형과 히류의 과거 기억 사이의 연관성을 강화함.


10. 가케바 히사시게(34) | 소이치의 죽마고우

가. 인물 및 사건에서의 역할

ㅇ(죽마고우) 히류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동갑내기 친구임.

ㅇ(죽은형) 두 살 위 형을 오래전에 잃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히류가 강에서 죽게 한 아이의 동생일 가능성이 제기됨.

ㅇ(강력한후보) 이 때문에 후반부에는 히류와 함께 가장 강력한 범인 후보로 부상함.

ㅇ(실제조사자) 신문자료와 히류의 과거 치료사실 등을 조사하여 사건의 실제 진상에 접근함.

나. 서사적 기능

ㅇ(대항후보) 히류 본인설과 마지막까지 경쟁하는 가장 강력한 외부 범인 미끼임.

ㅇ(현실의추리자) 망상 속 ‘시마다’와 달리 실제 자료를 확인하여 허구정보와 현실을 구분해냄.

ㅇ(진상해설자) 결말에서 기사코에게 히류의 세 인격과 사건 구조를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함.

ㅇ(잔여수수께끼) 자신의 죽은 형에 관한 기사코의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아 작은 의문을 남김.


11. 미치자와 기사코(21) | 대학생

가. 인물 및 사건에서의 역할

ㅇ(호감대상) 히류가 새롭게 만나 감정적으로 끌리게 되는 대학생임.

ㅇ(삶의이유) 사와코 사망 이후 히류에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존재가 됨.

ㅇ(습격피해자) 이러한 이유로 ‘그’의 제거 대상이 되어 마네킹의 팔로 공격당함.

ㅇ(결정적목격자) 공격자와 자신을 구한 ‘시마다’의 목소리가 모두 히류의 것이었음을 기억함.

나. 서사적 기능

ㅇ(삶의상징) 사와코에 이어 히류를 죽음에서 삶의 방향으로 붙잡아두는 존재임.

ㅇ(인격충돌의현장) 기사코 습격 장면을 통해 ‘그’와 ‘시마다’라는 반대 인격의 충돌이 현실에서 직접 드러남.

ㅇ(독자대리인) 결말에서 가케바의 설명을 듣고 질문하며 독자가 사건의 진상을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함.


12. 시마다 기요시(38) | 소이치의 친구

가. 실제 시마다의 역할

ㅇ(실재인물) 대학 시절 히류와 같은 하숙집에서 지내며 히류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 실제 친구임.

ㅇ(핵심탐정) 관 시리즈에서 반복적으로 탐정 역할을 맡아온 독자에게 익숙한 인물임.

ㅇ(사건중부재) 사건 중 히류가 대화했다고 믿은 ‘시마다’는 실제 시마다가 아니었음.

ㅇ(최종편지) 사건 이후 실제 시마다가 가케바에게 편지를 보내 히류의 집과 나카무라 세이지가 무관함을 밝힘.

나. 세 번째 인격 ‘시마다’의 역할

ㅇ(구원자인격) 히류가 살아가고 싶고 누군가에게 도움받고 싶다는 욕망에서 실제 시마다의 모습을 빌려 만들어낸 인격임.

ㅇ(명탐정역할) 자신을 실제 시마다라고 믿고 히류의 사건을 분석하며 보호하려 함.

ㅇ(선의의오추리) 성씨 일치설·집단복수설·비밀통로설·가케바 범인설 등 여러 잘못된 추리를 진심으로 만들어냄.

다. 서사적 기능

ㅇ(최대서술트릭) 관 시리즈 독자가 실제 시마다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작품 최대의 서술트릭임.

ㅇ(탐정의전복)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라고 믿었던 존재가 사실 화자의 내부 인격이었다는 반전으로 ‘탐정’이라는 장르적 전제를 뒤집음.

ㅇ(생존욕구) ‘그’가 죽음과 자기심판을 상징한다면 ‘시마다’는 히류 내부에 남아 있던 생존욕구와 구원의지를 상징함.


13. 인물관계의 핵심 구조

ㅇ(죽음의축) 미와코의 죽음에서 비롯된 죄책감은 ‘그’라는 심판자를 만들어내며, ‘그’는 히류를 죽음으로 이끌기 위해 사와코·쓰지이·기사코를 차례로 제거하거나 제거하려 함.

ㅇ(삶의축) 사와코가 히류를 삶에 붙잡아두는 첫 번째 힘이라면 기사코는 새로운 삶의 이유이며, ‘시마다’는 히류 내부에서 작동하는 생존과 구원의 의지임.

ㅇ(추리의축) 가케바는 가장 강력한 외부 범인 후보이자 현실의 조사자로 기능하고, 구라타니·기즈가와·미즈지리 부부는 외부 범인을 찾도록 독자의 시선을 분산시킴.

ㅇ(핵심문구)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용의자 목록이 아니라 히류 소이치를 중심으로 ‘죄와 심판’, ‘죽음과 삶’, ‘범인과 탐정’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힘을 나누어 담당하도록 배치된 인물구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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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라색 블라우스에 소박한 마 재킷을 입은 키가 큰 여자였다. 가볍게 웨이브 진 갈색 머리가 어깨쯤에 가지런히 닿아 있다. 하얀 목덜미를 장식하고 있는 목걸이가 금빛으로 반짝여, 순간 눈이 부셨다. 눅눅한 공기 속에서 색다른 향수 냄새가 가물가물 잠이 올 것처럼 풍겼다.

선글라스 탓에 정확한 얼굴 생김은 알 수 없지만, 미인 축에 속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어디선가 본 얼굴이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만난 것은 아니더라도, 무슨 사진에선가 아무튼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저, 벌써 4시 반이 넘었는데요."
"그거 이상하군. 우리 집 시계는 아직 4시가 안 됐는데."
혹 방금 전에 일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움푹 패인 눈을 열심히 비벼대면서 방 안쪽을 돌아보았다.

과연 시계는 4시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야? 나 참, 죽었잖아."
가와미나미가 지적하기 전에 그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거 참. 얼마 전에 골동품 가게에서 사 왔는데 벌써 말썽이로군."
"그렇습니까?"

"뭐, 아무려면 어떤가."
별 문제 아니라는 듯 그렇게 말하고 그―신진 추리소설 작가 시시야 가도미, 즉 시마다 기요시는 3년 전과 다름없이 천진스럽게 웃었다.

가와미나미 다카아키가 시마다 기요시를 처음 만난 것은 1986년 봄이었다. 3월 26일, 가와미나미는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다. 당시 가와미나미는 스물한 살. 규슈 오이타 현의 ○■시에 있는 K대학 공학부의 3학년생이었다.

그를 만나게 된 계기는 그날 가와미나미에게 배달된 한 통의 편지 때문이었다. 발송인의 이름은 나카무라 세이지. 오이타 현의 츠노시마라는 조그만 섬에 ‘청옥부青屋敷’와 ‘십각관十角館’이라 불리는 기묘한 건물을 짓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건축가의 이름이다.

대처승의 셋째 아들로 남아돌아가는 시간을 어쩌지 못하고 있던 그는 가와미나미 못지않게 호기심이 왕성한지 발송인이 세이지로 되어 있는 그 편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또 열렬한 미스터리 마니아로, 가와미나미가 한때 학교 동아리인 ‘미스터리 연구회’에 몸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것만으로도 가와미나미에게 호감을 품었다.

두 사람은 츠노시마의 십각관을 방문한 가와미나미의 친구들을 덮친 살인 사건과 맞부딪치게 되었다. 그러니까 ‘3년 전의 그 사건’ 말이다.

시마다와는 사건 후에도 한동안은 만났는데 점차 소원해졌다. 가와미나미가 졸업 논문과 대학원 수험 준비에 쫓겨 상당히 바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아마 그해 7월이었을 것이다.

대학원에서 2년 간 석사 과정을 마친 가와미나미는 도쿄에 있는 기단샤라는 출판사에 취직했다. 올 4월의 일이다. 규슈를 떠나 도쿄로 올라오게 되자 오랜만에 시마다에게 전화라도 해볼까 하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그는 작년에 도쿄로 이사를 와 있었다. 가와미나미는 그때야 비로소 그가 시시야 가도미라는 필명의 추리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야말로 놀랐어. 공학부 출신인 자네가 출판사에, 그것도 공교롭게 기단샤에 취직을 했다니 놀랄 일이지."

작년 9월, 시시야 가도미는 『미로관의 살인』이란 작품으로 데뷔했다. 그 책을 출간한 출판사가 기단샤라는 것을 알았을 때, 가와미나미 역시 정말 질긴 인연이다 싶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맨션의 오너가 옛날부터 아는 사람이라, 신출내기 작가의 궁핍함을 동정해서 싼 가격에 빌려 주었거든."
"그래요?"
"대학 시절에 하숙하던 아파트 주인의 아들이야. 나이도 같은데다,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친해졌지. ‘미도리장綠荘’이란 아파트였는데……."

"그 책을 낸 다음, 의외로 반응이 컸어. ‘악마’의 오리지널을 고안한 종이 접기 연구가에게서도 편지가 왔었지. 나도 그 사람의 책을 보고 접는 방법을 알았는데, 새로 고안한 ‘개량형 악마’를 그가 가르쳐 주었어. 이걸 봐. 구형은 손가락이 다섯 개밖에 없지 않았잖아."

그가 내민 ‘악마’를 손에 들고 보았다. 과연, 이전에는 다섯 개였던 손가락이 일곱으로 갈라져 있었다.

"손가락이 일곱 개인 악마인가요?"
"응.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은 읽었나? 그 작품에 나오는 ‘오버 로드’를 의식하고 만든 모양이야."
"굉장하군요. 이게 종이 한 장을 한 군데도 오리지 않고 접어 만든 것이라니."

"그런데, 시마다 씨―아니, 시시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편이 좋겠죠. 저도 일단은 기단샤의 편집자니까요."
"아무래도 좋지만, 그 선생이라는 소리는 좀 참아주게나."
"그럼 시시야 씨."

"가마쿠라에 ‘시계저택’이란 건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시계저택?"
시마다 기요시―시시야 가도미는 재빠른 반응을 보였다. 짙은 눈썹을 바짝 치켜올리고, 날카로워진 눈초리로 가와미나미를 쳐다본다.
"설마, 코난."
"그 설마입니다."

"‘시계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더군요. 짐작하시는 대로, 그 집도 그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건물의 하나인 모양입니다."

"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입수했지? 자네가 독자적으로 조사한 것도 아닐 텐데. 자네는 가능하면 나카무라 세이지란 이름과 관계하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야."

"그 《카오스》에서 지금 제가 담당하고 있는 ‘특별 기획’ 건이 바로, ‘가마쿠라 시계저택의 망령에 도전한다’는 것입니다."

"망령?"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나도 잘 몰랐는데, 현지에서는 꽤 유명한 모양입니다. 그 집이 원래는 고가 미치노리란 사람의 소유였다고 하는데, 그가 죽은 9년 전을 전후로 해서 유난히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소녀의 유령이 저택에서 나와 일대의 숲을 배회한다는 소문이 동네에 나돌기 시작했답니다. 그 유령의 정체가 옛날에 죽은 고가 미치노리의 딸이라는데요."

"‘기묘한 건물’이라는 소리를 듣고, 설마 하고 여기면서 이번 기획안을 낸 부편집장에게 물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런 좀 이상한 건물만 지었던 나카무라 뭐라고 하는 건축가가 설계를 한 모양이라고 그러더군요."

가와미나미가 내민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뽑아든 시시야는 "오늘의 한 개비"라 중얼거리면서 입에 물었다. 3년 전 서로 알고 지낼 때도 시시야는 과거에 폐를 앓은 적이 있다면서 하루에 한 개비만 피운다고 했다. 그 맹세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 모양이었다.

"성이 고묘지라고 하지 아마."
"고묘지 미코토."

아까 스쳐지나간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가와미나미는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소위 초능력자입니다."
"초능력자?"
시시야는 놀랍다는 듯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정말인가, 그 말?"
"강한 힘을 지닌 발군의 미인 초능력자로 통하고 있습니다. 우리 잡지에서도 몇 번 그녀의 협력을 얻어 기사를 실은 일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아까 현관 로비에서 우연히 봤을 때, 금방 알아본 겁니다."

"텔레비전에 출연할 때면 온통 새카맣게 차려 입고, 시체처럼 창백한 화장을 해서 아주 신비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런 유의 초자연 현상에 대해서 자네의 입장은 어떤가? 긍정하는 입장인가 부정하는 입장인가?"
"옛날에는 완전히 부정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 하는 일 때문에 여러 가지 자료를 읽고 취재도 하다 보니까, 다소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기야 잡지에 실리는 그런 기사는 90퍼센트는 신빙성이 없다고 봐야겠지만요."
"그렇겠지. 나머지 10퍼센트에 대해서는 반드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말인가?"
"그런 셈입니다."

"그 시계저택의 망령을 취재하기 위해, 《카오스》의 편집부에서 당대 제일의 미인 초능력자를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아까는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그 고묘지 미코토가 이 맨션에, 그것도 옆방에 살고 있으니."
"과연 놀랄 만한 우연의 연속이군."

"그렇지만 뭐, 어떤 종류의 사건은 그런 식으로 얽히고설킬 수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묘한 우연이 겹치는 곳에는 반드시 그 나름의 무언가가 있는 법이야."

"무슨 나쁜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그런 예감……?"
"아니, 아니. 설사 내가 그렇게 말한다 해도, 무슨 논리적 근거가 없질 않나. 쓸데없는 노파심이라고 생각해 주게나."

"그래. 아무튼 조심하는 게 좋겠어. 가능하면 나도 동행하고 싶은데. 30일이면 두 주일 후인가?"
"그 때쯤 바쁜 일이 없으면."
"지금 쓰고 있는 장편의 마감 날짜가 열흘 후야. 날짜에 맞게 제대로 써지면 시간은 날 텐데."

1989년 7월 16일, 일요일. 밖에서는 장마의 끝을 알리는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뭔가 있는 듯한 시시야의 말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가와미나미는 그 시점에서는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두 주일 후에 방문할 시계관에서, 설마 자신이 그처럼 어처구니없는 악몽을 꾸게 되리라고는.

"그건 그렇고,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습니다. 전에는 분명히 바늘이 있었는데, 왜 떼어 버렸는지……."

7월 30일, 일요일 오후. JR 오후나역에 집합한 취재반 일행은 세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두 대는 택시, 한 대는 《카오스》지의 부편집장인 고바야가와 시게오가 요코하마의 자택에서부터 타고 온 왜건이다.

"십 년 만이잖아. 이 근처에 오는 거."
"아니, 옛날에 온 적이 있다는 말입니까?"
가와미나미가 그렇게 묻자, 처음 만나는 상대가 편집자라 다소 긴장한 듯 사키코가 어색한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우리들, 그러니까 저랑 사키코, 그리고 뒤차에 타고 있는 가와라자키, 오늘 오지 못한 후쿠니시, 그렇게 네 명이 초등학교 때 같은 학원에 다녔었거든요. 그 학원에서 여름 방학에 ‘강화 합숙’이란 것을 이 근처에서 했어요."

"우리가 시험을 본 중학교는 W대학의 부속 중학교였는데, 사이좋게 모두 합격했어요. 그 다음에는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대학교까지 올라갔으니까."
"흐음. 중학교에서 대학까지 죽 함께 올라갔다니, 흔한 일은 아니군."
"뭐, 그런 셈이죠. 게다가 대학에서 미스터리 연구회라는 묘한 동아리에도 나란히 들어갔으니까 소꿉친구라기보다는 차라리 끈질긴 인연이죠."

이번 ‘특별 기획’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그들 두 명과 1, 2학년생인 와타나베 료스케와 니이미 고즈에 등 모두 다섯 명이다. 그 중 니이미 고즈에의 참가 여부는 어제서야 결정되었다. 처음에는 지금 우류가 말한 후쿠니시라는 3학년생이 팀에 참가할 예정이었는데, 엊그제 친척이 상을 당해 올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급기야 그녀가 대신 따라온 것이다.

앞서 가던 은색 왜건이 정지하자, 뚱뚱한 몸집에 베이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렸다. 고바야가와 시게오, 마흔 네 살. 이번 ‘특별 기획’의 제안자이며 이 취재반의 리더이다.

고가 미치노리가 죽은 후 이 집은 유키야라는 이름의 아들이 상속해 지금까지 살고 있는 듯했다. 다만 무슨 사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실질적으로 저택의 관리를 맡고 있는 사람은 이전부터 고가 가문에서 일하던 이나미 사요코라는 여자라고 한다.

시각은 오후 4시를 약간 넘었다. 슬슬 땅거미가 몰려들 시간인데 여름의 태양은 아직도 높이 떠 있고 하늘은 장마 끝이라 그런지 활짝 개어 있다. 숲의 향, 매미 소리.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덕분인가 바람이 시원해서 기분은 상쾌하다. 그러나 그 바람에 소슬거리는 잡초와 나무의 모양새는 환한 태양 빛 아래에서도 왠지 음침하고 으스스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우츠미가 말한 ‘나무 숲 너머’ 부분이 세 번째다. 짙은 초록색 잎이 무성한 회양목 화단이 중앙에서 오른쪽과 앞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그 뒤로 칙칙한 벽돌 벽이 언뜻언뜻 보인다. 도중에 한 군데, 돔 형태로 튀어나와 있는 지붕이 눈에 띄는 특징이랄 수 있을 것 같았다. 복도인 듯한 길쭉한 통로가 왼쪽의 서양식 건물과 연결되어 있는 이 편평한 건물이 오늘부터 사흘간 그들이 기거할 예정인 시계관의 본채라는 것을 가와미나미는 사전 지식으로 알고 있었다.

바늘이 없다는 시계의 문자판은 이쪽에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암갈색 외벽 오른쪽 끝에는 조그만 타원형 창문이 세로로 한 줄 나란하다.
문득, 그 창문 하나에 눈길이 멈췄다. 탑의 중간 정도―지상에서 3층 정도 높이에 나 있는 창문에 사람 그림자 같은 것이 언뜻 비쳤던 것이다.
‘누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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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讀書短想] 같은 날 태어난 두 작가(남과 여)
- 아야츠지 유키토(綾辻行人릉십행인, 남),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궁부미유키, 여)


『인형관의 살인』 후기에서 꽤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만났다. 아야츠지 유키토(綾辻行人)와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는 1960년 12월 23일, 경자년(庚子年) 쥐띠로 같은 날 태어났다. 더구나 1992년에는 아야츠지가 『시계관의 살인』으로, 미야베가 『용은 잠든다』로 제4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공동 수상했다.

같은 날 태어난 두 작가가 서른한 살의 나이에 같은 상을 받았다는 우연도 재미있지만, 이후 두 사람이 걸어간 길을 함께 놓고 보면 더욱 흥미롭다.

아야츠지는 수상 당시 “미스터리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닌 작품”으로 상을 받은 것이 기쁘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트릭과 논리, 구조와 반전을 중심에 두고 신본격 추리소설의 길을 걸어왔다. 『십각관의 살인』에서 시작된 관 시리즈 역시 그 길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반면 미야베 미유키는 미스터리를 중심에 두면서도 인간과 사회, 시대의 모습을 폭넓게 작품 속에 담아왔다. 내가 읽어온 미야베의 작품들을 떠올려보아도 사건의 해결 못지않게 그 사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1960년 12월 23일, 경자년 쥐띠로 같은 날 태어난 두 사람. 1992년에는 같은 상을 받았지만, 이후 각자의 방식으로 일본 미스터리의 중요한 작가가 되었다. 한 사람은 신본격 추리소설의 길을 걸었고, 다른 한 사람은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휴머니즘 미스터리의 길을 걸었다. 『인형관의 살인』 후기에서 발견한 짧은 인연 하나가 두 작가의 서로 다른 작품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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