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의 대발해 7 - 동경천도와 역모 ㅣ 김홍신의 대발해 7
김홍신 지음 / 아리샘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독서보고] 김홍신의 『대발해』 7권, 동경천도와 역모 – 총기가 흐려진 문왕, 외척이된 대원의의 역모, 그리고 황실 혼란의 심화

1. 대발해 7권 전체 개요

가. 목적
ㅇ (핵심 요약) 대발해 7권에서 56년에 걸친 대흠무(문왕) 치세 말기에 나타난 판단력 저하와 후궁·외척 정치의 확대, 대원의 세력의 전횡, 충신들의 축출과 암살, 황실 계승 질서의 혼란, 그리고 대흠무 승하 직후 벌어지는 대원의의 찬탈 시도와 이에 맞선 반격의 시작을 종합적으로 검토함.

나. 시대적 및 공간적 배경
ㅇ (시대적 배경) 대체로 755년 안녹산의 난 이후부터 793년(계유년) 대흠무 붕어 직전까지의 시기로, 문왕 대흠무의 말년에 이르러 발해는 외형상 강성함을 유지하나 내부적으로는 후궁·외척 정치가 확대되고 황실 권위와 인사 질서가 크게 흔들리는 국면임.
ㅇ (공간적 배경) 상경용천부와 홀한해, 흑수 지경과 오장성, 산동의 평로치청 세력권, 일본과의 외교 공간, 동경 천도 논의가 벌어지는 발해 조정, 그리고 반격의 거점이 되는 서경압록부 등 제국 강역 전반이 주요 무대로 제시됨.

다. 핵심 요지
ㅇ (군주의 노쇠와 정치 혼란) 7권은 문왕 대흠무가 더 이상 치세 초반의 통치 감각을 유지하지 못하고, 후궁과 외척의 말에 흔들리며 충언을 배척하는 과정이 조정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줌.
ㅇ (외척 정치의 확대) 대술묘와 대원의 세력은 혼맥, 인사, 군사, 국문 조작을 바탕으로 황실과 조정을 잠식하며 사실상 정국 운영의 중심으로 떠오름.
ㅇ (충신의 연쇄적 퇴장) 양소화, 고흔정, 신석정, 무명선사, 주공신, 이태극 등 발해를 떠받치던 인물들이 차례로 제거되거나 밀려나면서 나라의 중심축이 하나씩 흔들림.
ㅇ (질서 동요의 가속화) 겉으로는 발해가 여전히 강대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황실과 조정의 권력 질서가 깊이 흔들리고 있었음을 보여주며, 이후 더 큰 내분으로 이어질 조짐을 드러냄.

2. 주요 내용 전개

가. 주공신의 재등장과 주소연 입궁
ㅇ (독수리의 상징) 대흠무의 독수리가 주공신의 딸 주소연이 기른 잿빛 독수리에게 패하는 장면은, 황제의 기세와 감각이 이미 예전 같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냄.
ㅇ (주공신 복권) 대흠무는 이 일을 계기로 주공신을 다시 가까이 두고, 국부 고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주소연을 후궁으로 맞아들임.
ㅇ (정략 혼인의 반복) 이는 노쇠한 군주가 정치를 바로 세우기보다 혼인을 통해 세력 균형을 잡으려는 선택으로 보이며, 이후 반복되는 후궁 정치의 출발점이 됨.

나. 안녹산 세력의 종말과 대당 질서 변화
ㅇ (반란의 격화) 안녹산은 마침내 반란을 일으켜 당 제국을 크게 뒤흔들고, 장안까지 위협하며 천하 질서를 혼란에 빠뜨림.
ㅇ (반란 세력의 분열과 최후) 그러나 반란 세력 내부의 권력 다툼이 이어지면서 안녹산은 끝내 피살되고, 안경서와 사사명으로 이어지는 혼란도 계속되며 당의 내전은 쉽게 수습되지 못함.
ㅇ (이합비의 최후) 안녹산 곁에 있던 이합비도 이 과정에서 함께 죽음을 맞으며, 발해가 당 내부를 흔들기 위해 심어 놓았던 공작 서사 역시 비극으로 마감됨.
ㅇ (외교 환경의 변화) 이로써 발해는 당의 약화를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되지만, 동시에 더 혼란스럽고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 환경과 마주하게 됨.

다. 상경 천도 이후 대굉임의 순람과 오장성 사건
ㅇ (황태자의 순람) 상경 천도 후 장자 대굉임은 태백산과 흑수 지경을 순람하며 변방 백성들의 삶과 국경의 실상을 직접 보게 됨.
ㅇ (오장성의 부패) 이 과정에서 흑수지경의 오장성 성주 설기와 아들 설개가 흑수와 내통하고 사익을 챙기며 변방을 농단하고 있음이 드러남.
ㅇ (난청의 죽음) 설개는 대굉임 일행을 돈 많은 나그네로 알고 습격하고, 그 와중에 난청이 죽고 설개도 목숨을 잃음.
ㅇ (통치 균열의 징후) 이 사건은 넓어진 강역의 말단에서 이미 중앙의 통치력이 흐트러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임.

라. 대술묘와 대원의 세력의 부상
ㅇ (새 외척의 등장) 대흠무는 새 후궁 대술묘를 들이고, 그의 아버지 대견강과 아들 대원의를 가까이 두며 높은 벼슬과 권한을 부여함.
ㅇ (신석정의 경고) 태사 신석정은 대원의를 역상이라 하며 강하게 반대하지만, 대흠무는 오히려 스스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고 믿으며 충언을 물리침.
ㅇ (양소화의 제거) 대술묘 입궁과 외척 확대에 반대한 양소화는 대원의의 암계로 홀한해에서 익사체로 발견되고, 이는 충신 제거가 제도 밖 암살의 방식으로 넘어갔음을 뜻함.

마. 황후 고흔정 독살과 검시 거부
ㅇ (황후의 죽음) 대굉임의 어머니이자 황후인 고흔정이 독살되면서 황실 내부의 암투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듦.
ㅇ (진실 규명의 봉쇄) 신석정은 배후를 밝히려면 검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대흠무는 황후의 몸에 칼을 댈 수 없다며 분노하고 오히려 신석정을 내침.
ㅇ (국문 조작) 대중정 고잉 등이 약과 고문으로 거짓 진술을 받아내며 사건의 본질은 흐려지고, 진실보다 황제의 감정과 간신의 이익이 국문을 좌우하게 됨.
ㅇ (군주 판단력의 상실) 이 장면은 문왕이 더 이상 사실 판단과 공적 절차보다 체면과 측근의 말에 흔들리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줌.

바. 신석정·무명선사의 유배와 암살
ㅇ (충신의 추방) 신석정과 무명선사는 진실 규명과 간신 제거를 주장하다 각각 태백산과 안국사로 귀양을 가게 됨.
ㅇ (침묵 강요의 질서) 충언이 곧 불경과 반역으로 몰리고, 간신이 충성을 내세워 군주를 둘러싸는 구조가 완성됨.
ㅇ (암살의 실행) 이후 대원의는 태사 신석정을 호환을 위장하여 제거하고, 발해 조정은 충신을 견제 장치로 삼던 질서를 사실상 잃어버리게 됨.

사. 이정기와의 연계와 외형적 강성
ㅇ (평로치청과의 교분) 대원의는 산동의 이희옥, 곧 이정기와 깊은 교분을 쌓고, 대흠무는 이를 외교적 성과로 받아들여 더욱 밀착함.
ㅇ (마의술과 군사력 지원) 발해는 난청을 산동에 보내 마의술을 전수하게 하고, 병장기와 말까지 지원하여 평로치청의 군사적 기반을 강화함.
ㅇ (강성의 양면성) 겉으로 보면 이는 발해 국력의 확장이지만, 실제로는 대원의가 외부 군사 세력과 연계하여 자신의 정치적 기반까지 넓혀 가는 과정이기도 함.

아. 일본 외교의 오만과 국서 파동
ㅇ (상국 의식의 표출) 대흠무는 강대해진 국세를 믿고 일본 위에 상국으로 군림하려는 태도를 드러내며, 외교 문서 또한 상대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흐름.
ㅇ (일만복의 수습) 사신 일만복은 일본 천황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국서를 고쳐 다시 올리는 등 현장에서 황제의 과도한 자만을 수습하느라 애를 먹음.
ㅇ (외교 감각의 약화) 이는 군주의 자의식이 커질수록 실무 외교가 얼마나 어려워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나, 이 또한 대흠무의 힘을 약화시키키 위한 대원의의 암계임.

자. 황후 책봉 경쟁과 황실의 혼란
ㅇ (대술묘와 대귀령의 경쟁) 황후 고흔정 사후, 대원의는 누이 대술묘와 딸 대귀령을 모두 황실 권력의 중심축으로 세우려 하며 황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을 부추김.
ㅇ (도덕 질서의 무너짐) 부녀가 한 황제를 둘러싸고 권력을 다투는 기형적 상황은 황실이 공적 질서의 상징이 아니라 사적 욕망의 공간으로 전락했음을 드러냄.
ㅇ (대귀령의 도주) 대귀령은 황후 책봉을 앞두고도 금군 장수 양신장과 사랑을 택해 도주하고, 이는 황실이 이미 조롱거리가 될 만큼 권위를 잃었음을 보여줌.

차. 대굉임 계열의 몰락과 대원의의 전횡
ㅇ (정통 계승자의 약화) 대원의는 대굉임에게 약을 써 병약하게 만들고 끝내 일찍 죽게 하며, 황태자 계열의 기반을 무너뜨림.
ㅇ (황자들의 좌절) 대숭린, 대청윤, 대정한 등은 황제의 명을 받고 군사를 이끌고 황도로 향하지만, 대원의는 이를 모반으로 황제에게 거짓상소를 올려 대흠무는 오히려 대원의를 믿고 그에게 토벌을 맡김.
ㅇ (실기의 반복) 충신들이 대원의를 제거하자고 거듭 간하나, 대화여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함.

카. 동경 천도 강행과 반대파 축출
ㅇ (장수 집착의 정치화) 대원의는 동경으로 옮기면 오래 살 수 있다는 술사들의 말을 내세워 대흠무의 불안을 자극하고, 군주는 국가 대사보다 자신의 수명에 더 마음을 빼앗김.
ㅇ (중신들의 항거) 이태극, 주공신, 박차암, 최준무, 조휘붕 등 핵심 중신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천도를 반대하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양 처리됨.
ㅇ (정치 공작으로서의 천도) 동경 천도는 단순한 수도 이전이 아니라, 반대 세력을 조정 밖으로 몰아내고 대원의 중심의 권력 질서를 굳히는 정치 행위로 기능함.

타. 대흠무 승하와 대원의의 찬탈
ㅇ (56년 치세의 종말) 793년, 밖으로 당과 맞설 수 있는 대국을 세우고 안으로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제3대 황제 대흠무가 오랜 치세를 마감함.
ㅇ (손자 책봉과 실기) 대흠무는 손자 대화여를 태자로 세우지만, 정작 대원의를 제거하라는 가장 핵심적 조치는 끝내 내리지 못함.
ㅇ (황제 사후의 반란) 대흠무 승하 직후, 대원의는 곧바로 옥새와 황위를 장악하려 들고 대화여에게 미치는 약을 먹여 실성하게 만듦.
ㅇ (명분 없는 찬탈의 한계) 그러나 이러한 찬탈은 정통성이 약했고, 오히려 반격의 명분을 반대 세력에게 제공하게 됨.

파. 반격의 시작과 내전 국면의 형성
ㅇ (토벌의 기치) 대숭린, 대청윤, 무명선사 등은 서경압록부를 중심으로 대원의 토벌의 기치를 들고 일어섬.
ㅇ (전국적 저항의 확산) 서경압록부를 기점으로 황족과 귀양 가 있던 충신, 각지의 군사와 의병이 차례로 합류하며 반대 세력이 빠르게 커짐.
ㅇ (변방 질서의 동요) 내부 혼란을 틈타 북흑수와 남흑수의 움직임까지 거칠어지며, 문왕이 다져 놓았던 변방 질서도 크게 흔들리기 시작함.
ㅇ (국가 질서의 동요) 이는 이미 조정이 하나의 중심으로 나라를 묶지 못하고, 각 지역과 세력이 자기 명분 아래 움직이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줌.

3. 인물 및 통치 평가

가. 대흠무의 군주상 변화
ㅇ (초기 문왕과 말년 문왕의 단절) 7권의 대흠무는 6권에서 보였던 체제 정비형 군주의 모습과 달리, 노쇠와 불안, 욕망 속에서 후궁과 외척의 말에 흔들리는 인물로 변해 감.
ㅇ (노욕의 정치적 결과) 성격 변화가 아니라 판단력 자체가 흐려져 충신과 간신을 분별하지 못하고, 공적 절차보다 체면과 총애를 앞세우는 모습이 반복됨.
ㅇ (권력의 말년 위험) 군주의 말년이 국가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대흠무는 7권에서 발해 내부 혼란을 키우는 직접적 원인으로 형상화됨.

나. 대원의의 성격과 역할
ㅇ (간신의 전형) 대원의는 후궁 세력, 외교 관계, 군사 기반, 국문 조작을 모두 활용해 권력을 장악하는 전형적인 간신으로 그려짐.
ㅇ (외척 정치의 화신) 그는 단순히 사악한 개인이 아니라, 군주가 충언을 버리고 총애와 사사로운 정에 기대기 시작할 때 어떤 인물이 나라를 잠식하는지를 보여주는 존재임.
ㅇ (찬탈 지향의 권신) 대원의는 황실 혼맥과 관료 인맥, 외부 군사 세력과의 연계를 이용하여 결국 황위까지 넘보는 단계에 이름.

다. 대굉임과 대화여의 한계
ㅇ (무력한 정통 계승자) 대굉임은 민생을 살피고 진실을 보려는 의지는 있으나 결단과 숙청의 시기를 놓치며 권력 투쟁에서는 무력한 모습을 보임.
ㅇ (결단 부재의 대가) 대화여 역시 간신 제거를 요구하는 충언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황위를 지킬 최소한의 장치조차 확보하지 못함.

라. 충신 세력의 역사적 의미
ㅇ (충신의 연쇄적 퇴장) 양소화, 신석정, 무명선사, 주공신, 이태극 등은 끝까지 나라를 위해 간언하지만, 귀양·축출·암살을 겪으며 문왕 말기의 어두운 그림자를 상징함.
ㅇ (국운의 지표) 충신이 밀려나고 간신이 살아남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국가 혼란의 가장 분명한 징후로 제시됨.

4. 거시적 고찰 및 역사적 함의

가. 강성 국가의 외형과 내부 균열
ㅇ (외형과 내면의 괴리) 7권의 발해는 평로치청과 연계하고 일본과 외교를 벌이며 겉으로는 강국의 위상을 보이나, 내부적으로는 황실 질서와 인사 체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음.
ㅇ (강성의 취약성) 이는 군사력과 외교력만으로 국가의 지속이 보장되지 않으며, 내부 통치 윤리와 계승 질서가 흔들리면 강국도 큰 혼란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줌.

나. 군주의 노쇠와 체제 동요
ㅇ (초심 상실의 대가) 56년이라는 기나긴 치세 동안 부국강병을 이룬 군주라 하더라도, 노년의 총명 상실과 권력 관리 실패가 한순간에 제국의 질서를 크게 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임.
ㅇ (말년 권력의 위험) 오래 집권한 군주가 불안과 장수 욕망에 사로잡히면, 간신이 그 틈을 파고들어 조정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점이 7권 전체를 관통함.

다. 황실의 사유화와 외척 정치
ㅇ (왕실의 사적 공간화) 후궁과 외척, 혈연과 총애가 공적 질서보다 앞서기 시작하면서 황실은 더 이상 나라의 중심이 아니라 욕망과 음모의 공간으로 변질됨.
ㅇ (혼란의 심화) 외척 정치가 중심이 되고 충신 숙청이 시작되면서, 군주 자신도 그 구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드러남.
ㅇ (사유화된 국정 운영) 대원의라는 권신 한 사람에게 인사, 군사, 정보가 크게 집중되면서, 발해가 자랑하던 관제와 법도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국정 운영이 외척 세력에 크게 좌우되는 모습이 나타남.

라. 문왕 말기 혼란의 역사적 의미
ㅇ (혼란의 심화) 7권은 발해가 여전히 강한 외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문왕 말기에 황실과 조정의 혼란이 깊어지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권이라 할 수 있음.
ㅇ (내분의 예고) 문왕 승하와 대원의의 찬탈 시도는 이후 발해 정치가 보다 거센 권력 투쟁과 정통성 경쟁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예고함.
ㅇ (왕조의 딜레마) 밖으로는 강대한 국세를 유지하던 제국이, 결국 황궁 내부의 암투와 군주의 노욕, 외척의 전횡이라는 가장 오래된 왕조의 약점 때문에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드러냄.

마. 늙은 군주의 노욕이 부른 권력의 혼란
ㅇ (노욕의 비극) 대발해 7권은 늙은 군주가 스스로의 한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젊음과 아름다움, 장수와 권력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할 때 나라가 얼마나 크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줌. 대흠무는 후궁과 외척을 가까이하며 사사로운 욕망을 정치 판단 위에 놓았고, 그 결과 충신의 간언은 밀려나고 간신의 아첨만 조정을 채우게 됨.
ㅇ (사적 욕망의 정치화) 본래 황제의 욕망은 개인의 문제에 그쳐야 하나, 문왕 말기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황후 책봉, 외척 중용, 천도 논의, 태자 문제까지 모두 흔드는 국정의 문제로 번짐. 특히 대술묘와 대귀령, 대원의 세력이 황실 안으로 깊숙이 파고든 것은 군주의 노욕이 단순한 추문이 아니라 국가 운영 자체를 어지럽히는 화근이 되었음을 보여줌.
ㅇ (성군의 몰락) 더 뼈아픈 점은 대흠무가 본래 무능한 군주가 아니었다는 사실임. 나라를 정비하고 상경 천도를 이루며 강성한 발해의 기틀을 닦았던 군주가, 말년에 이르러 총기가 흐려지고 욕망에 끌려 충신과 간신을 분간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쌓은 질서를 허무는 모습은 더 큰 비극으로 다가옴.
ㅇ (권력의 교훈) 결국 7권은 늙은 군주의 노욕이 한 사람의 추한 말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황실의 질서를 흐리고 충신을 죽음으로 몰며 간신에게 나라를 맡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줌.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문왕 말기를 통해, 권력이 오래갈수록 절제와 자기 억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서사라 할 수 있음.

5. 종합 결론

가. 문왕 말기의 본질
ㅇ (국정 혼란) 대발해 7권은 문왕 대흠무가 노쇠로 총기가 흐려지고, 충신보다 후궁과 외척을 가까이하며 국정을 그르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됨.

나. 대원의 정치의 확대
ㅇ (외척 전횡의 심화) 대원의는 외척과 권신의 전형으로서 황실 내부를 잠식하고 충신을 제거하며, 마침내 군주의 죽음 뒤 황위까지 넘보는 수준에 이름.

다. 문왕 말기 혼란의 심화
ㅇ (권력 질서의 동요) 겉으로는 강대해 보이던 발해가 내부적으로는 황실과 조정의 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7권은 문왕 말기 정치 혼란이 깊어지는 과정을 그린 권으로 볼 수 있음.
ㅇ (전체 서사의 의미) 결국 7권은 한때 성군으로 보였던 문왕조차 말년에는 간신을 막지 못하고, 그 결과 황실과 조정의 혼란을 키우게 되는 비극적 정치 서사라 할 수 있음.

존명(尊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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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녹산으로부터 시작된 당나라 내란은장장 9년을 끌다가 계묘(763)년 3월에 막을내렸다. 아버지를 죽이고 네 번째로 연나라황제가 되었던 사조의가 평주의 석성현의산속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 죽었다. 연전연패에 배반하거나 항복하는 신하들 때문에도망갈 데도 없었다.

하북이 평정되자 당 조정은 논공행상을행했다. 사촌아우 이회옥 덕분에 평로절도사가 되어 출세가도를 달렸던 후희일은, 평로치청절도사에 검교공부상서를 제수받고식읍을 받았다. 그리고 개국공신 24명의초상화가 걸린 능연각에 초상화가 걸리는영광을 누렸다. 사조의가 자살하기 직전에전세를 역전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항복한 사조의의 신하들도 과분하리만큼 사급을 받았다.

"후희일이 발해와 밀통한단 말인고?"
황제 이예가 크게 놀라며 물었다.
"후희일의 충정은 처음부터 변치 아니했사옵니다."
"그런데 어찌 발해와 밀통하는고?"
"후희일의 심복 이회옥이 발해와 내통하고 교역을 주선한다고 들었사옵니다."

한편, 산동 지역의 통치자로 군림한 후희일은 군심과 민심이 이회옥에게 쏠리는 것에 신경이 곤두섰다. 전전긍긍하던 참에 대령군왕 복고회은으로부터 한 장의 밀서가날아들었다. 발해와 밀통하고 있는 이회옥의 죄명을 찾아 참살하라는 내용이었다.
후희일은 때를 기다리며 이회옥의 거동을 면밀히 탐문하였다. 이회옥이 발해 사람들이 교역하는 걸 도와주며 그들과 교분을쌓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조정에서걱정할 정도인 줄은 몰랐다. 군사들에게 신망이 큰 이회옥을 참하기 위해서는 납득될만한 죄목을 찾아야 했다.

그럴 즈음 당나라는 또다시 내란에 휘말리게 되었다. 이민족인 복고회은이 당나라가 고수해 온 이이제이의 덫을 실감하고 끝내 반기를 들었다. 복고회은은 안사의 난을종결시킨 일등공신이었음에도 번족이라는이유로 냉대받자 반기를 들었다. 이에 서방의 강자 토번(티베트)이 10만 대군을 휘몰아 당나라 도읍지인 장안을 함락했다.

이때 이회옥은 반란을 일으킨 복고회은을 도와 평로치청의 군사를 일으키자고 후희일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복고회은의 거병은 명분이 있습니다.당나라는 운명을 다했습니다. 형님이 거병하면 천하가 준동합니다. 하북의 이회선,설숭, 전승사, 이보신도 따를 것입니다."
이회옥은 진지하게 당조를 멸하자고했다.

을사(765)년 5월, 후희일은 이회옥을 병마사직에서 해임하고 옥에 가두었다. 그리고 복고회은을 도와 거병을 도모했다 하여반역죄로 다스리기로 했다.
그러나 하늘은 이회옥의 손을 잡아주었다. 후희일이 무자(무당)를 데리고 성 밖나들이를 간 사이에 평소 이회옥을 따르던군사들이 옥을 부수고 이희옥을 구출하여절도사로 떠받들었다.

황제 이예는 고심 끝에 명백하게 반심을품은 줄을 알면서도 이회옥에게 평로치청의 절도유후 자리를 주었다. 그의 반심을무마하기 위해서였다. 이회옥은 평로치청의 통치자로 군림하게 되었고, 당제 이예로부터 이정기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나는 고구려 후손이오. 당나라 조정에서는 언젠가 나를 버릴 것이오. 내 평생 소원은 고구려를 복국하는 것이오. 대부도 알겠지만 나라를 일으키는 것은 민심과 군심도 얻어야 하고, 용맹한 군사와 좋은 군마와 병장기가 필요하오. 황상께 간곡히 주품해 주시오."

대원의의 보고를 받은 대흠무는 크게 기뻐하여 대원의에게 문산관인 자수대부와무산관이자 정2품인 보국대장군을 제수했다. 아주 각별한 배려였다. 문관에게는문산관을 내리고, 무관에게는 무산관을 내리는 게 관작의 정령임에도, 황제는 각별히대원의에게 문무관작을 겸직케 했다. 그만큼 총애한다는 뜻이고 공적을 인정했다.

해가 바뀌어 병오(766)년 봄이 되자 발해교역선은 박작구와 비사성 일대에서 바다건너 등주로 향했다. 통한의 땅 등주는 수나라 때부터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고구려와 백제를 공격하던 전진기지였다. 백여 년이 지난 지금 고구려의 후손 이정기가 등주를 포함한 산동 일대를 치세하고 있으니 얼마나 장쾌한 일인가.

나는 그저 강대한 군사력만 있으면 나라를 창업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소이다. 허나 대부를 보면서 군사력은 나라를 만드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제야알았소."
산동의 맹주인 이정기가 거리낌 없이 속내를 내보였다. 스스로 내공을 다지며 천하를 경략할 꿈을 꾸는 것을 보면 영걸이 틀림없었다.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며,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호걸만이 보일 수 있는 자세였다.난욱도 머리를 조아려 예를 표했다.

"발해가 강성해진 것은, 법령이 엄하되공평하고, 조세가 균등하며, 가난하고 병든자들을 따뜻하게 대하며, 군신 간에 바른말을 하고, 천하에 도가 통하니 누구나 몸과 마음이 가볍기 때문입니다."

명은 하늘에 맡기고 채찍을 들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시면 천하를 얻을 테니수명이 길고 짧음에 연연해하지 마십시오.오직 일념으로 당나라 땅을 차지하고,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정성으로 치세하십시오."
이정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는 나의 스승이오."
두 사람은 밤 이슥토록 술잔을 기울이며세상사를 논하고 앞날을 예견하며 담소를나누었다.

일본 천황 백벽도 그 본디 뜻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전과 다르게 발해 황제가문투를 바꾸어 하국 다루듯 한데다 천손 운운하며 장인과 사위 관계를 맺자 하니 홧김에 따져본 것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주고받는 국서는각기 귀히 여겨 국서고에 보존하는 법이거늘, 불손하고 예법이 어긋난 발해의 국서를 받을 수 없도다. 이에 국서와 발해 황제가 보낸 방물을 사신과 함께 돌려보내겠노라. 유사에게 명하여 빈례를 모두 중지하라."

"신이 되돌아가 국서를 다시 받아가지고와도 여러 달이 걸리옵니다. 국서는 결코신하가 고칠 수 없사옵니다. 그럼에도 신은감히 아뢰겠사옵니다. 원컨대 국서를 예법에 맞추어 고쳐 올리겠사옵니다. 훗날 황상께옵서 신의 죄를 물을 것이나, 두 나라의화애로움과 번영을 도모했다는 공을 남기고 기꺼이 죽기를 청하겠사옵니다. 윤허하여 주옵소서."
두 나라의 번영을 위하여 목숨을 던지겠다는 발해 사신의 충절에 백벽은 탄복했다.
"내 어찌 그대와 같은 충신의 청을 기꺼이 받지 않겠는가. 허나 나중에 오는 사신들은 예법을 어기지 않게 하라."
"폐하, 황공하옵니다."

대흠무는 황후의 신체가 한낱 짐승처럼취급되는 게 못마땅했다. 신석정은 황제를설득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 황제에게 황후 몸에 칼을 대는 건 불경이라고진언한 자가 있는 듯했다.
"간악한 무리를 치죄하시겠나이까?"
"짐이 몸소 국문하겠소."
"황후마마를 시해해서 득볼 자가 누구겠나이까?"
"물러가시오!"

국사의 행차에는 법도가 있어삼엄한 수행이 따르게 마련인데, 무명은 제자 일운만 앞세우고 황궁으로 들어섰다. 
한 식경 만에 무명선사도 쫓겨나듯 궁궐을 나섰다. 불심 두터운 대흠무는 진신사리를 구해온 날부터 무명을 만날 때마다 삼배를 올려 예를 갖추었다. 그러나 그날만큼은무명의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국사와 태사가 시해범을 잡기 위해 검시할 것을 주청하고 이진무, 두필효, 임향기가 모진 심문에도 굴하지 않자, 문무백관이이심전심으로 상소문을 닦았다.
이틀째 되는 날에 여러 신하가 연명으로올리는 진신소가 편전으로 올라갔다. 물론뭇 신하가 모두 연명하지는 않았다. 끝까지검시를 반대하는 국구 고원과 그의 제자들,근신 대원의와 그의 측근들, 대중정 고잉 역시 연명하지 않았다.

매질을 하거나 불 달군 인두는 결코 사용하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형구들이 널려있는데도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바늘과 송곳, 거칠게 켠 대나무와 끓인 물에약을 타서 마시게 했다. 때가 되면 맛깔스런 음식과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쌀밥을 먹였고, 더러는 몸 고생을 달래라면서 술도몇 잔씩 마시게 했다.
닷새째부터는 국문당하는 자들의 가솔들을 데려다 곁에 앉혀놓고 꼭 같은 방법으로 심문했다.

드디어 엄청난 죄상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죄명을 밝힌 것은 사선시의 모시간,은기종, 여물총이었다. 그들이 밝힌 시해의주모자는 국구 고원, 황자 대굉임의 비인고은공의 아버지 고극사, 대내상 고건의 아들이자 상경용천부의 수장인 경사 고군, 중경현덕부도독 고학성과 동경용원부도독왕사감이었다.

"전하, 모두 거짓이옵니다. 황후께서 신하의 상에 있는 음식을 드실 수도 없거니와설사 드셨더라도 마마께서만 절명하실 수없사옵니다. 이는 처음부터 마마를 시해하고 죄를 덮어씌우려는 음모이옵니다. 전하,저 간특한 고잉에게 속지 마옵소서!"
이진무가 목청을 세워 대굉임에게 간했지만, 고잉은 반박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대중정 고잉은 들으라! 하늘이 두렵지않느냐? 어찌 황후를 시중했던 후궁들은심문하지 않고, 죄 없는 신하들만 심문하여죄상을 꾸며내느냐. 닷새 동안 거짓 죄상을만든 너의 간특한 재주를 하늘이 모르겠느냐?"
이진무는 고잉을 꾸짖으며 그 경황에도황자 대굉임의 일그러진 표정을 살폈다.

"전하! 신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옵니다. 삼족이 멸화를 당하는데 어찌 거짓으로 살기를 바라겠사옵니까. 저들처럼 국구와 고씨 일가의 역모였다고 말하면 화를 면할 수있음을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그럼에도 감히 진언하고 죽기를 청하옵니다. 지금이라도 태사께서 황후의 옥체를 검시하시면 음모를 밝힐 수 있사옵니다. 전하, 현자 고극사는 추앙받는 선비로, 오직 후학을 가르칠뿐 세상에 이름을 내밀지 않았사옵니다. 이는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시는 걸 막으려는역신들의 음모이니 신들이 죽은 뒤라도 기필코 밝히옵소서."
임향기의 낭랑한 목소리는 죽음을 눈앞에 둔 여인 같지 않게 당당했다.

제에게 황후의 시신을 검시하여 원흉을 밝히자고 주청할 생각이었다.
 
대흠무는 국문을 주관하는 황자의 간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대흠무는 반대하는 신하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칙지를 내렸다.
"역신 이진무, 두필효, 임향기는 효수하여 그 죄상이 효경처럼 간악했음을 알리거라. 고원은 멀리 동평부, 고극사는 철리부, 고군은 삭탈하여 막힐부로 유배하라.도독 고학성과 왕사감은 군졸로 강등하여도부수를 삼거라. 또한 왕비 고은공을 폐하여 사가로 보내고, 고원의 아들 고용을 삭탈하여 아비를 따라가 시중들게 하라. 짐의명을 거역한 자는 역신으로 문죄하겠도다."

그때 태사 신석정이 앞으로 썩 나섰다. 편전 대령한 진신들이 일순 숨을 멈추었다.
"폐하, 술맛이 좋고, 되가 정확하며, 친절한 술집인데도 술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술집의 개가 사납기 때문이라고 했나이다.어진 선비와 충직한 신하들이 폐하께 진언하려 해도 사나운 개가 폐하 곁에서 선비와신하를 물어뜯으면 폐하의 총명이 흐려지고, 어진 선비와 충직한 신하는 떠나게되나이다. 이는 곧 민심을 잃는 것이며, 어두운 밤길을 비추던 등불이 꺼진 것과 같사옵니다."

대흠무가 신석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짐을 보필하는 진신 중에 개가 있소?"
목소리에 퍼런 날이 섰다.
"언젠가는 주인을 물어뜯나이다."
신석정은 한 치 흔들림이 없었다.
"태사에게 면책과 불촉권을 주었소. 언제고 바른말로 간하라는 뜻이지, 역신을 두둔하고 감히 황후를 능멸하라는 게 아니었소. 조용히 퇴궐하면 문죄하지 않겠소.물러가시오!"
벽력 같은 호통이었다. 신석정은 무릎을꿇었다.
"예부터 폐하가 어질면 신하는 곧은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나이다. 또한 충신은 바른말을 다하고 죽음을 피하지 않는다고 했나이다. 황후마마의 억울함을 풀어 드리는게 신하된 도리이옵니다."
목숨을 내놓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진언이었다.
"경은 죽음이 두렵지 않소?"
편전을 우렁우렁 울리는 노기 찬 소리였다.

"신의 나이 예순일곱이나이다. 죽음은두렵지 않사오나 혹세무민한 세상이 되고,간신이 득세하여 천기가 흐려지는 게 두렵사옵니다."

그때 불쑥무명선사가 정적을 깨뜨렸다.
"폐하!"
무명의 목소리는 더없이 묵직했다.
"윗사람의 도리를 잃고 아랫사람을 죽이는 것을 패라 하고, 죄 없는 사람을 애써 죽이는 것은 적이며, 충언하는 신하를 문죄하는 어리석음은 폭이고, 옳지 않는 판단으로흐린 명령을 거두어들이지 않는 것을 멸이라 하나이다."

욱은 스승이나 마찬가지인신석정을 주살했다는 대원의를 받아들일수 없었다. 시일이 흐른 뒤에야 난욱은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신석정을 귀양 보낸 것은 황제인데, 야심 많은 대원의가 황제의 뜻을 좇아 신석정을 주살했다는 것은터무니없는 무근지설이라고 결론내렸다.신석정의 처참한 말로를 순전히 황제 탓으로 돌린 난욱은 그때부터 황제를 향한 충심에 등을 돌렸다. 대원의가 끝까지 난욱을호의로 대한 것도 마음을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정기의 급서는 번진 연합의 패퇴를 의미했고, 당나라에게는 승기를 잡는 기회가되었다. 당제 이괄은 전열을 가다듬어 양승의를 공격하여 패퇴시키고, 곧장 전열을 공격하여 화공전술로 대승을 거두었다.
때맞추어 이정기의 심복이자 친척인 덕주자사 이사진과 체주자사 이장경이 당나라에 항복했다. 더 놀라운 것은 요충지인서주자사 이유의 항복이었다. 이정기의 사촌아우이자, 가장 신임했던 심복까지도 배신의 칼날을 뽑아들었다. 
고구려의 후손들이 고구려의 혼을 살리기 위해 웅혼한 기개로 당나라와 맞설 때,또 다른 고구려 후손들은 배반의 깃발을 들고 고구려의 피를 더럽히고 있었으니, 패왕의 길은 험하고도 험했다.

그러나 이납은 몇 차례의 죽을 고비를넘기고 임술(782)년에 번진 세력과 다시 연합하여 제나라를 세우고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대기국 왕 주도, 조나라 왕 왕무준, 위나라 왕 전열과 함께 반당 대열을 공고히했다.
산동반도에 고구려 후손이 왕국을 세운것은 천하를 놀라게 했다

"사람은 속여도 하늘은 속일 수 없는 죄가 있습니다."
대술묘도 똑같이 목청을 높여 대원의의말을 맞받았다. 대술묘의 눈빛이 대원의의눈을 뚫을 듯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황후를 시해한 자가 누구이며, 그 독물이 무엇인지 밝혀지면, 경의 목숨이 백 개인들 어찌 존망지추의 위급이 아니겠습니까? 경의 운명이 내 손 안에 있으니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시오."
"……."
대원의는 갑자기 머릿속이 어지러워 혀끝만 달싹거릴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밀을 누설하지 않음은 마지막 남은혈육의 정이오. 현비가 책봉되는 순간 경의목숨은 내 것이오. 함부로 나서지 마시오."
대원의의 등줄기로 얼음덩이가 타고 내려오는 듯했다. 
"귀비마마, 신은 가문도 지켜야 하고, 사직도 보위해야 할 막중한 천명을 받고 있사옵니다."
"경은 참으로 어리석소. 내 손으로 총경채, 달기종, 목판술을 문초하란 말이오?"
설마 했는데, 대술묘가 사건의 전말을 세세히 아는 것 같았다. 대원의는 대술묘에게더 말을 붙일 수도, 그렇다고 애원할 수도없어 그냥 시름없이 돌아섰다.
대원의는 궁궐을 나서며 모든 게 한꺼번에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천도를 반대하는 신하들도 상소와 주달하기에 바빴다. 선조성의 좌상 이태극은 좌평장사 주공신, 시중 박차암과 함께 편전으로 나아가 천도의 부당함을 고했다.
"폐하의 성덕이 흐려지자 간사한 무리들이 천도를 주청하고 있사옵니다. 가뭄으로백성들이 굶주리는데 천도하는 건 민심을저버리는 일이옵니다. 재정을 염출하고 부역을 징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민심을저버린 죄는 사하기 어렵사옵니다. 지금 당나라는 군웅이 할거하고 병란이 일어 존망의 위기에 처했사옵니다. 반드시 천도해야한다면 서진하여 서경을 도읍으로 삼아 당나라를 경계하는 게 순리이옵니다. 통촉하옵소서."

대흠무는 흰 수염이 잘 어울리는 주공신에게 물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우상 대원의가폐하의 용안을 흐리게 하고 있사옵니다. 대원의는 동경 일대에 심복과 따르는 자들을심어 터를 잡게 했으며, 많은 양마와 양곡을 비축해 두었사옵니다. 이는 곧 역심을일으켰을 때 방비할 수 없는 형상이옵니다.지금 당나라가 어지러운 이유는 개원의 치를 이룬 당 현종이 말년에 환관 고력사와이림보, 양국충 같은 간신들에게 둘러싸여 총명을 잃은 후유증 때문이옵니다."

황후마마를 시해한 배후를 밝히시면 반드시 대원의와 그 심복들의 죄상이 드러나옵니다."
선조성 시중 박차암도 죽음을 각오한 듯간했다.

황자 대숭린과 대정한이 이런 정황을 예견하고 천도하기 전 대흠무에게 주청했었다.
"물이 끓어 넘치는 걸 멈추려면 불을 끄는 게 상책이옵니다. 지금 군국대사가 모두대원의의 수중에 들었사옵니다. 더구나 천도할 동경 일대에는 대원의의 식읍이 3천호나 되며, 인근의 군사들은 대원의가 초모한 군사들이옵니다. 백성들은 귀비궁이 화마를 입은 일도 대원의의 계략이라 믿고 있사옵니다. 사직을 보전하고 국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대원의를 범관으로 삼고, 그의심복들을 정죄하옵소서."

역정이 묻어나는 소리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총명예지하여 사해가 두려워하고, 만백성이 추앙하던 황제였다. 그러나세월은 속일 수 없다고 했던가. 권세를 너무 오래 누리면 총명이 흐려지는 게 세상이치인가. 대흠무는 근신 중에 근신이요,아부의 달인인 대원의에게 정사를 맡기고후궁들의 치마폭을 헤어나지 못했다.

대원의는 누이 대술묘뿐 아니라 딸 대귀령까지 대흠무에게 바쳤다. 어디 그뿐인가. 늙은 황제가 어떤 여인을 좋아하는지를 살펴 수시로 미인을 바쳤다. 황제가 대귀령을총애하는 줄 뻔히 알면서, 더 젊고 더 예쁜여인들을 골라 바치는 대원의의 간교함을,대흠무는 오로지 충성으로 알았다.

"예부터 총애하는 신하에게 권세가 모아지면 반드시 화근이라 했사옵니다. 지금 대원의는 무소불위 막강지권을 가지고 폐하를 참칭하며, 천하를 농락하고 있사옵니다.이는 고구려 말년의 연개소문에 비할 게 아니옵니다. 연개소문은 영류왕을 시해하고보장왕을 내세워 대막리지가 되었사옵니다. 당 태종의 백만 대군을 무너뜨린 용맹과 기개는 높이 살지언정, 어찌 주군을시해한 죄를 덮을 수 있겠사옵니까? 무릇제왕은 백성과 나라를 위해 재앙이 될 만한것은 모두 참초제근해야 하옵니다. 잡초를없애려면 어찌 그 뿌리를 뽑지 않을 수 있사옵니까? 대원의를 물리치옵소서."
대청윤도 곡진하게 간했다. 태자 대굉임이 죽었는데도 아직 태자를 책봉하지 않았으니, 만약 대흠무가 급서하면 대원의의 막강한 권세를 무엇으로 누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조회를 폐하다시피한 대흠무는 정사를대원의에게 맡긴 채 대전을 비우는 날이 많았다. 대내상 고중걸은 명색만 만인지상이었지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다. 정사는 대원의의 심복인 우상 고잉이 주무르고 있었다. 황위를 이어받아야 할 황자 세 명은상경에 머물고, 귀비 소생인 대성진만 궁성에 머물고 있으니, 변고가 생기면 모든 권세가 대원의 수중에 들 것을 모르는 사람이없었다.

여인은 금군장수였던 장각수의 딸장효채였다. 장각수는 황후 시해 사건에 연루되어 효수당한 장수였다. 그의 아내와 자식들이 모두 자살했다고 들은 대원의는 딸자식이 살아 있는 게 믿기지 않았다.
대원의는 장각수 일가족의 자살을 보고했던 장수 미경금을 잡아들였다. 미경금은모든 걸 각오한 듯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장각수의 자식들이 하나같이 창검을 잘쓰기에 집을 포위하고 기다렸습니다. 아무기척이 없어 급습했더니 모두 자결했는데,열두 살짜리 계집아이만 칼을 잡은 채 제목을 찌르지 못하고 울었습니다. 저는 계집애를 차마 죽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담을 넘겨 도망가게 했습니다. 어찌 충신의 자식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있겠습니까?"
심복처럼 아꼈던 미경금은 눈을 똑바로뜬 채 대꾸했다.
"충신의 자식이라 했느냐?"
"그렇습니다.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진실을 감출 수 없습니다."
미경금은 더 입을 열어 말할 수 없었다.대원의의 칼날이 바람을 가르며 미금경의목을 쳤다.

"폐하, 백 번을 죽어도 죄를 씻지 못하니신의 삼족을 멸하시어 만분의 일이라도 죄를 씻게 하옵소서."
대흠무는 무릎을 꿇고 엎드린 대원의를쳐다보지도 않은 채 언성을 높였다.
"대원의의 왕호를 폐하고 범관으로 삼으라."

환궁한 대흠무는 며칠 만에 병석에 눕고말았다. 정사를 폐하여 대전에 나가지 않을뿐더러 신하들을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수라상도 그냥 나오기 일쑤였다. 들끓는 심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버럭버럭 소리 지르거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보검을 마구휘둘러 내시와 궁녀들을 놀라게 했다.
그럴 만도 했으리라. 천하의 주인이요,하늘의 자손이며 만백성을 거느린 황제의여인이 황후 책봉을 앞두고 젊은 장수와 도망쳤으니, 그 수치와 수모를 어찌 견딜 수있으랴.

대귀령이 양신장과 도망치는 순간 대원의는 모든 권세를 잃었다. 황후와 태자가책봉되는 순간 민심은 그쪽으로 쏠릴 것이다. 앞날이 훤히 보이는데 가만히 있으면무슨 변고를 당할지 모른다. 심복도 무수히많지만 정적 또한 무수했다.
"묘책이 없겠느냐?"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무슨 참화를겪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황후 시해 사건부터 대귀령의 반심에 이르기까지 짊어져야할 죄상이 너무 많았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대원의가 막강지권을 누릴 때는 숨길 수 있을지언정 권좌에서 멀어지는 순간 없는 죄마저 덤터기 쓸수 있는 게 세상인심이었다.

이때 토적군 장수로 전장에 나갔던 박사성이 편전에 꿇어 엎드리며 간했다.
"감히 아뢰옵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광왕전하를 비롯한 세 황자가 역모를 꾸민 것은 사리에 맞지 않사옵니다. 2만 군사를 일으켜 황성을 침공했다지만 실제로 5천 군사뿐이었고 전투 대형을 갖추지 않았으니애초 공격 의도가 없었사옵니다. 항복한 군사들은 폐하의 칙서를 받들고 입궐하는 군사들이었기에 모두 기뻐했다 하옵니다. 더구나 광왕전하는 생모인 숙비마마가 황후에 오르는 걸 크게 기뻐하여, 여러 가지 물선을 마련했다 하옵니다. 간신들이 폐하의칙서를 위조하여 사직을 어지럽혔으니 좌우를 살피시옵소서."
대흠무의 얼굴이 금새 변했다.
"사실이더냐?"
"항복했거나 사로잡힌 군사들을 모두 방면했사옵니다. 그들을 문초하면 진위를 밝힐 수 있사옵니다. 역신들이 도성을 공격하면서 어찌 무방비로 행군했겠사옵니까?"
"반적들이 공성무기와 화차, 검거까지거느리지 않았더냐?"
"그 또한 칙서를 받든 것이옵니다."
"짐은 칙서를 내리지 않았노라."
"폐하, 간사한 무리들이 칙서를 위조했으니 폐하를 참칭한 죄를 엄히 다스려 국기를 바로잡고 간신들을 물리치옵소서."
"누가 간신인고?"
"대원의의 암계가 어찌 두렵지 않겠사옵니까?"

대흠무의 노성에 시위가 달려들어 박사성을 포박했다.
이로부터 상소를 올려 덕비와 숙비의 폐비를 부당하다고 주청하거나, 세 황자의 역모에 얽힌 진위를 밝혀 달라는 신하들은 삭탈되고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꿈에서 대숭린과 대청윤이 내 손을 잡으며 살려 달라고 애원한다. 살아 있으니꿈에 나타났으리라."
대흠무는 세월이 흐르며 황자들의 반란이 조작되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품었다.
"폐하, 적손이 총명호학하고 담대하여능히 보필할 것이옵니다."
"그렇구나."

대흠무는 드디어 임신(792)년 정월에 손자 대화여를 태자로 책봉했다. 책봉식을 마친 대화여는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태자궁으로 입궁하고 대사면을 단행했다.
대사령 소식에 대원의는 크게 놀랐다. 정적들이 모두 풀려났기에 가슴이 섬뜩했다.심지어 대원의를 주살하려 했던 장각수의딸 장효채와 귀양 갔던 박사성도 사면되었다. 반적으로 낙인찍힌 대숭린과 대청윤의 가솔도 사면되어 도성으로 돌아왔다. 시퍼런 칼날이 목덜미를 파고드는 위기를 느낀 대원의는 몸을 숙이고 사방을 살펴보았다.

그해 5월, 제나라 왕 이납은 불과 서른네살로 아버지 이정기와 같은 악성종양으로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에 둘째아들 이사고가 어린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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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 [초특가판]
허진호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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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보고]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조용한 사랑과 말없는 이별의 기록

1. 작품 개요
가. 기본 정보
ㅇ (제목/원제) 「8월의 크리스마스」
ㅇ (감독/주연) 허진호 / 한석규, 심은하
ㅇ (제작국가/개봉연도) 한국 / 1998년
ㅇ (작품의 위상) 과장된 사건이나 신파적 장치 없이도 사랑과 이별의 정서를 깊게 남긴 대표적인 한국영화임.

나. 작품의 기본 성격
ㅇ (시대적 배경) 1990년대 후반의 한국을 배경으로 하며, 빠르게 변해 가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아직 천천히 사람을 만나고 정을 쌓던 시절의 공기를 담고 있음.
ㅇ (공간적 배경) 동네 사진관과 골목길, 주차단속이 이루어지는 거리, 집과 병원 같은 익숙한 장소들이 주 무대가 되며, 이런 평범한 공간들이 오히려 영화의 조용한 슬픔을 더 또렷하게 받쳐 줌.
ㅇ (작품의 성격) 겉으로는 사진관 주인 정원과 주차단속원 다림의 잔잔한 만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삶의 끝을 앞둔 사람이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마음에 담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 영화임.
ㅇ (핵심 문제의식) 사람은 떠날 날이 가까워진 순간에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은 정말 추억으로만 접히는지를 묻게 하는 작품임.

2. 줄거리 및 서사 구조
가. 기본 줄거리
ㅇ (사건의 시작) 사진관을 운영하며 조용히 살아가던 정원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겉으로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이어 감.
ㅇ (전개의 흐름) 주차단속원 다림은 단속 업무를 하다가 사진관을 자주 찾게 되고, 정원과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씩 정과 호감이 쌓여 감.
ㅇ (중심 흐름) 이 영화의 중심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 자체보다, 정원이 다림을 마음에 담게 되면서도 끝내 그 사랑을 다 말하지 못한 채 조용히 물러설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음.
ㅇ (결말의 의미) 정원은 자신의 병과 감정을 끝내 다림에게 다 털어놓지 않은 채 사라지고, 남겨진 사람은 그 빈자리를 뒤늦게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영화는 더 큰 여운을 남김.

나. 서사 전개의 특징
ㅇ (잔잔한 흐름) 이 영화는 큰 사건을 앞세우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와 시선, 잠깐의 기다림과 어색한 웃음 같은 것들로 감정을 천천히 쌓아 감.
ㅇ (말보다 표정) 인물들은 자기 마음을 길게 설명하지 않으며, 잠시 머뭇거리는 표정과 말끝을 흐리는 순간들 속에서 더 많은 감정이 드러남.
ㅇ (예정된 이별) 관객은 정원의 처지를 어느 정도 알고 영화를 따라가게 되므로, 평범해 보이는 장면들조차 시간이 갈수록 더 애틋하고 아프게 다가오게 됨.

3. 주요 인물 분석
가. 정원
ㅇ (인물의 성격) 정원은 자신의 처지를 요란하게 드러내지 않고, 조용하고 단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짐.
ㅇ (삶의 태도) 삶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사실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거나 원망하기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시간을 가능한 한 평온하게 지나가려는 태도를 보임.
ㅇ (사랑의 방식) 다림을 마음에 두게 되면서도 끝내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나려는 모습은 이 인물의 가장 큰 슬픔이자 품위로 남음.
ㅇ (인물의 의미) 정원은 마지막까지 자기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 소비하지 않고, 조용한 태도로 사랑과 이별을 견뎠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음.

나. 다림
ㅇ (인물의 성격) 다림은 밝고 솔직하며, 감정을 억지로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인물로 그려짐.
ㅇ (정원이 바라보는 대상) 정원에게 다림은 단순한 연애 상대가 아니라, 끝이 가까운 삶 속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처럼 보임.
ㅇ (일상의 다정함) “아저씨 저 안 와서 삐졌죠” 같은 장난스러운 말투 속에는 이미 기다림과 반가움, 서운함과 애정이 함께 들어 있어 두 사람 관계의 결을 잘 보여 줌.
ㅇ (남겨지는 사람의 슬픔) 다림은 모든 진실을 다 알지 못한 채 정원의 빈자리를 마주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또 다른 슬픔을 안고 가는 인물임.

다. 가족과 주변 인물
ㅇ (가족의 의미) 정원의 가족은 죽음을 특별한 말로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함께 밥을 먹고 일상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고 있음.
ㅇ (조용한 동행) 이 영화는 한 사람만의 비극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또한 말없이 그 시간을 함께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 줌.

4. 핵심 주제 및 메시지
가. 조용히 스며든 사랑
ㅇ (사랑의 결) 이 영화의 사랑은 뜨겁게 부딪치고 고백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꾸 눈길이 가고 괜히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감정으로 서서히 쌓여 감.
ㅇ (말하지 못한 이유) 정원은 다림을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더 가까이 갈 수도, 끝까지 붙잡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임.
ㅇ (추억으로 끝나지 않는 마음) 그래서 이 영화의 사랑은 지나간 인연으로 쉽게 정리되지 않고, 떠난 뒤에도 오래 남는 사람의 기억으로 더 깊어짐.

나. 삶의 끝과 남겨지는 사람
ㅇ (일상의 지속)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해서 삶이 갑자기 특별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사진을 찍고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며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줌.
ㅇ (품위 있는 태도) 정원이 끝까지 담담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은 삶의 마지막을 맞는 태도에도 조용한 품위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 줌.
ㅇ (남겨진 빈자리) 떠나는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이 더 오래 그 빈자리를 바라보게 된다는 점 또한 이 영화가 조용히 전하는 큰 슬픔임.

5. 인상 깊은 장면과 기억에 남는 요소
가. 사진관과 사진의 의미
ㅇ (사진관의 자리) 정원이 일하는 사진관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얼굴과 시간이 남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영화 전체의 정서와 잘 어울림.
ㅇ (남겨지는 것과 사라지는 것) 사진은 한순간을 붙들어 둘 수 있지만, 정작 사람은 붙들어 둘 수 없다는 점이 이 영화의 더 큰 슬픔으로 이어짐.
ㅇ (사라진 뒤의 풍경) 정원 없는 사진관 앞에 다림이 서 있는 장면은, 남겨진 사람이 느끼는 허전함과 뒤늦은 상실을 아주 조용하게 보여 줌.

나. 다림과 정원의 관계
ㅇ (감정의 시작) 다림이 사진관을 드나들며 정원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장면들은 꾸미지 않은 대화만으로도 관계가 깊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 줌.
ㅇ (삐졌죠라는 말의 의미) “아저씨 저 안 와서 삐졌죠”라는 말은 장난처럼 들리지만, 이미 상대를 기다리고 또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라 더 마음에 남음.
ㅇ (말하지 못한 사랑) 정원이 다림을 향해 마음이 있으면서도 끝내 다 말하지 못하는 모습은, 이 영화가 지닌 조용한 비극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부분임.

다. 마지막 독백의 울림
ㅇ (독백의 의미) 정원의 마지막 말은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체념에서 출발하지만, 다림만은 끝내 그런 식으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고백으로 이어짐.
ㅇ (가장 아픈 대목)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라는 말은 다림이 잠깐 스쳐 간 인연이 아니라, 끝내 마음속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들려 이 영화의 가장 아픈 말처럼 남음.
ㅇ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남) 그래서 이 영화의 슬픔은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나야 한다는 데서 더 크게 남음.

6. 인상 깊은 부분과 생각
가. 장면이 남긴 감정
ㅇ (담백한 슬픔) 이 영화가 더 슬픈 이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이별을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여 주기 때문이라고 느껴짐.
ㅇ (늦게 오는 상실) 함께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그 사람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그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되는 감정이라는 점임.
ㅇ (기억에 남는 장면) 사진관 앞에 서 있는 다림, 사진으로 남은 얼굴, 유리창 너머로 조용히 바라보는 정원의 모습 같은 장면들은 큰 사건이 없어도 사람 마음을 오래 붙드는 힘이 있음을 보여 줌.

나. 초원사진관의 기억
ㅇ (초원사진관의 기억) 정원과 다림의 사랑이 남아 있는 군산 신창동의 초원사진관을 직접 다녀온 적이 있어, 이 영화는 단순히 본 작품이 아니라 실제로 한 번 더 걸어 들어가 본 공간의 기억과 함께 남아 있음.
ㅇ (영화와 현실의 맞닿음) 화면으로만 보던 사진관 앞에 직접 서 보면, 영화 속 두 사람의 조용한 마음과 남겨진 빈자리가 더 또렷하게 느껴져 이 작품의 슬픔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옴.

다. 마지막 독백이 남긴 생각
ㅇ (마지막 독백의 여운) 정원의 마지막 독백을 듣고 있으면 사랑이 꼭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며, 끝내 마음속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것으로도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됨.

7. 종합 평가 및 결론
가. 작품의 성취
ㅇ (작품의 강점)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랑과 이별, 죽음과 일상을 과장 없이 담아내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특별한 영화임.
ㅇ (조용한 힘) 이 영화의 힘은 큰 사건보다 작은 표정과 평범한 대화, 그리고 말하지 못한 마음으로 더 큰 슬픔을 전한다는 데 있음.

나. 결론, 소회
ㅇ (사랑의 기억) 정원의 마지막 독백은 사랑이 언젠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말로 시작하지만, 결국 어떤 사람은 끝내 추억으로만 접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또렷하게 알려줌.
ㅇ (남겨진 빈자리) 그래서 이 영화는 헤어진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떠난 뒤에도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는 사람과 그 빈자리에 대한 이야기로 더 깊게 다가옴.
ㅇ (한줄 정리) 이 영화는 뜨거운 사랑보다, 끝내 다 말하지 못한 마음과 오래 남는 빈자리가 사람을 더 오래 붙들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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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보고] 영화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문명 붕괴 속 고독한 생존과 인류를 위한 마지막 희생

1. 작품 개요
가. 기본 정보
ㅇ (제목/원제)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ㅇ (감독/주연) 프랜시스 로런스 / 윌 스미스, 앨리스 브라가, 샐리 리처드슨
ㅇ (조력) 샘(반려견)
ㅇ (제작국가/개봉연도) 미국 / 2007년
ㅇ (작품의 위상) 인류 멸망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거대한 재난보다 한 인간의 고독과 마지막 선택을 중심에 둔 재난·SF 영화임.

나. 작품의 기본 성격
ㅇ (사건의 출발) 암을 정복하기 위한 신약 개발이 인류를 구하는 대신 치명적인 변이를 불러오면서, 문명 전체가 붕괴 위기에 빠지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됨.
ㅇ (영화 내 설정) KV 바이러스는 치사율 90%를 기록했고, 살아남은 인구 중 약 5억 8,800만 명은 변종 인간으로 바뀌었으며, 1,200만 명 미만만이 면역자로 남은 것으로 제시됨.
ㅇ (시대적 배경) 뉴욕이 봉쇄되고 대부분의 인류가 죽거나 변종 인간으로 바뀐 뒤, 사실상 한 도시가 무너진 채 남아 있는 종말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함.
ㅇ (공간적 배경) 영화의 무대는 텅 빈 뉴욕 전체이지만, 그 넓은 공간은 자유의 공간이 아니라 낮과 밤이 갈라진 생존의 감옥처럼 그려짐.
ㅇ (핵심 문제의식) 문명이 무너진 뒤 인간을 끝까지 버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지막까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게 하는 영화임.

2. 줄거리 및 서사 구조
가. 기본 줄거리
ㅇ (생존자의 처지) 주인공 로버트 네빌은 뉴욕에 가까스로 홀로 살아남아, 낮에는 식량을 구하고 밤에는 은신처에 숨어 지내며 생존을 이어 감.
ㅇ (생존의 일상) 그는 변종 인간들이 햇빛에 치명적인 약점을 지녔다는 점을 이용해 낮에만 움직이며, 방송을 송출해 살아남은 사람들을 찾고 면역 치료제 개발에도 매달림.
ㅇ (상실의 축적) 네빌은 가족을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이미 큰 상실을 겪었고, 이후 유일한 동반자였던 샘마저 잃게 되면서 사실상 완전한 고독 속으로 밀려남.
ㅇ (결말의 의미) 마지막 순간 네빌은 면역 치료제를 완성해 생존자에게 넘긴 뒤, 자신은 변종 인간들과 함께 죽음을 맞음으로써 인류를 위한 마지막 희생을 택함.

나. 서사 전개의 특징
ㅇ (고독의 축적) 이 영화는 단순한 괴물 영화처럼 사건만 밀어붙이기보다, 텅 빈 도시를 떠도는 한 사람의 외로움과 불안이 어떻게 쌓여 가는지를 보여 줌.
ㅇ (낮과 밤의 대비) 낮의 뉴욕은 넓고 고요하지만, 밤의 뉴욕은 변종 인간들이 지배하는 공포의 공간으로 뒤바뀐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대비를 이룸.
ㅇ (점진적 붕괴) 네빌은 처음에는 비교적 질서 있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샘의 죽음 이후 감정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며 영화의 비극이 더 짙어짐.

3. 주요 인물 분석
가. 로버트 네빌
ㅇ (인물의 성격) 네빌은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라 끝까지 치료제를 만들려는 과학자이자, 마지막까지 임무를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짐.
ㅇ (삶에 대한 애착) 샘과 함께 허드슨 강 쪽에 정박한 배에서 골프를 치며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보면, 네빌은 완전히 무너진 사람이 아니라 아직은 삶의 리듬과 일상을 붙들고 버티려는 모습을 보임.
ㅇ (고독한 존재) 그는 텅 빈 도시에서 오직 혼자 살아남았다는 사실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이미 문명 폐허 속에 남겨진 마지막 증인처럼 보이기도 함.
ㅇ (인물의 의미) 네빌은 끝내 자기 목숨보다 인류의 가능성을 앞세우는 선택을 함으로써, 멸망 직전의 세계에서도 인간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인물임.

나. 샘
ㅇ (동반자의 의미) 샘은 단순한 반려견이 아니라, 무너진 세계에서 네빌이 사람답게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마지막 가족 같은 존재임.
ㅇ (상실의 전환점) 샘은 변종 개들과 싸우다 치명상을 입고 감염되며, 결국 네빌의 손으로 마지막을 맞게 됨. 이 장면은 네빌에게 마지막 정서적 버팀목이 무너지는 결정적 순간으로 작용함.
ㅇ (고독의 심화) 샘을 잃은 뒤 네빌이 더 위험하게 행동하고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로 기울어 가는 점에서, 샘의 존재는 이 영화 전체의 감정선에서 매우 큰 존재임.

다. 안나와 아이
ㅇ (외부 세계의 증거) 네빌의 방송 송출을 듣고 찾아온 안나와 아이는 네빌이 끝까지 믿지 못했던 다른 생존자의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인물들임.
ㅇ (희망의 매개) 이들은 단순히 구조 대상이 아니라, 네빌이 완성한 치료제를 다음 세계로 옮기는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 희망의 연결고리로 기능함.
ㅇ (의문이 남는 설정) 다만 변종 인간들이 우글거리는 밤의 위기 속에서 이들이 네빌을 구해 내는 과정은 영화 흐름상 넘어갈 수는 있어도, 개연성 면에서는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음.

4. 핵심 주제 및 메시지
가. 문명 붕괴와 인간의 고독
ㅇ (무너진 세계) 영화는 인류 멸망 자체보다, 텅 빈 도시에서 혼자 살아남은 인간이 얼마나 빠르게 외로움과 불안에 잠식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줌.
ㅇ (고독의 무게) 사람은 먹을 것만 있다고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할 상대와 정서적 연결이 끊어질 때 더 깊이 무너질 수 있음을 네빌의 삶을 통해 드러냄.
ㅇ (도시의 역설) 뉴욕처럼 거대한 도시는 원래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가장 거대한 고독의 공간으로 바뀌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임.

나. 과학과 재앙의 역설
ㅇ (구원의 실패) 암을 정복하려던 신약이 오히려 인류를 멸망 직전으로 몰아넣었다는 설정은, 인간이 만든 구원의 기술이 언제든 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불안을 보여 줌.
ㅇ (과학의 양면성) 그러나 영화는 과학 자체를 악으로만 그리지 않고, 네빌이 다시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매달린다는 점에서 과학이 파괴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음을 함께 보여 줌.

다. 희생과 전설의 의미
ㅇ (마지막 선택) 네빌은 자신의 생존을 택하지 않고 치료제를 다른 생존자에게 넘기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감수함.
ㅇ (전설의 뜻) 이 영화에서 전설은 단순히 살아남은 영웅이라는 뜻이 아니라, 무너진 세계 속에서도 끝까지 사람을 살리려 했던 마지막 인간이라는 뜻으로 보여짐.
ㅇ (인간성의 잔존) 결국 영화는 문명은 무너질 수 있어도, 끝까지 타인을 살리려는 마음까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함.

5. 인상 깊은 장면과 기억에 남는 요소
가. 텅 빈 뉴욕의 풍경
ㅇ (도시의 공포) 자동차도 사람도 없는 뉴욕의 풍경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문명 붕괴가 얼마나 처참한지를 한눈에 보여 주는 장면임.
ㅇ (낮의 침묵) 햇빛 아래에서 사슴을 쫓고 식량을 구하는 장면들은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그 고요함 자체가 이미 세상이 끝났다는 사실을 더 선명하게 드러냄.

나. 샘의 죽음
ㅇ (가장 아픈 장면) 샘이 변종 개들과 싸우다 감염되고, 결국 네빌의 손으로 마지막을 맞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대목 가운데 하나임.
ㅇ (완전한 고독) 이 장면 이후 네빌은 더 이상 예전처럼 버티지 못하고, 사실상 감정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큰 전환점이 됨.

다. 마지막 희생
ㅇ (치료제의 완성) 네빌이 마지막 순간 치료제를 완성해 안나에게 넘기는 장면은, 그가 단순히 살아남은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자기 역할을 다한 사람임을 보여 줌.
ㅇ (폭발의 의미) 수류탄을 터뜨려 변종 인간들과 함께 죽는 선택은 영웅적 과시라기보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자리에서 인류의 가능성을 지켜 내기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보임.

6. 인상 깊은 부분과 생각
가. 버티게 하는 것
ㅇ (삶의 흔적) 네빌이 샘과 함께 배에서 골프를 치고, 방송을 내보내고,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사람이 끝까지 버티게 하는 것은 결국 일상의 습관과 삶의 리듬이라는 생각이 듦.
ㅇ (무너지는 순간) 그런 점에서 샘의 죽음은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네빌이 붙잡고 있던 삶의 마지막 끈이 끊어지는 순간처럼 보임.

나. 개연성에 대한 생각
ㅇ (아쉬운 설정) 안나와 아이가 무시무시한 변종 인간들 사이에서 네빌을 구해 내는 부분은 영화 흐름상 넘어갈 수는 있어도, 실제로는 다소 어색하고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음.
ㅇ (마지막 선택) 그래도 네빌이 끝내 치료제를 남기고 죽음을 택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또렷하게 남는 부분임.

다. 마지막에 남는 생각
ㅇ (살아남는 것의 의미) 결국 중요한 것은 오래 버티는 것 자체가 아니라, 끝까지 무엇을 지키려 했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임.
ㅇ (전설의 이유) 네빌이 전설이 된 것은 강해서가 아니라, 다 무너진 뒤에도 마지막까지 사람을 살리려는 쪽에 서 있었기 때문으로 보임.

7. 종합 평가 및 결론
가. 작품의 성취
ㅇ (작품의 강점) 「나는 전설이다」는 재난과 괴물의 공포를 앞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고독과 상실, 그리고 마지막 희생을 더 강하게 남기는 영화임.
ㅇ (남는 여운) 특히 샘의 죽음, 텅 빈 뉴욕, 마지막 치료제 장면은 문명이 무너진 자리에서 인간이 무엇으로 버티는지를 곱씹게 함.

나. 결론, 소회
ㅇ (인간의 마지막 품위) 이 영화는 세상이 무너진 뒤에도 끝까지 사람을 살리려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간의 마지막 품위가 무엇인지를 보여 줌.
ㅇ (한줄 정리) 「나는 전설이다」는 괴물보다 더 무서운 고독 속에서도 끝내 인류를 위한 희망 하나를 남기고 사라진 한 인간의 비극적 기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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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꼿꼿하며 간쟁을 서슴지 않았다. 올곧은 간쟁으로야 어찌 태부 신석정이나 혜민시 대령 난곡을 당할까마는, 신석정이나난곡은 황제를 독대하여 간쟁하지만 주공신은 편전에서 대놓고 하기 일쑤였다. 그는황제의 처족이나 척신들을 물리치는 일에누구보다 앞장섰으며, 관제를 대폭 개편해폐습을 개혁하고 유신을 단행해야 한다고주장했다. 그리고 그것이 관철될 때까지 끊임없이 상소했다.

마지막 상소문에서도 주공신의 서슬은한 치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선조들이 다스리던 땅은 송곳을 꽂을 만한 작은 땅이라도되찾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황제의 도리라고 했다.

"비록 짐이 아끼는 독수리를 죽인 놈이지만, 늠름한 기세를 멸할 수 없도다. 가져가 딸에게 주어라. 또한 딸의 용기가 가상하여 금잔과 옥환을 하사하노라."
뜻밖에도 금잔과 옥가락지까지 받은 주공신은 머리를 조아렸다.

"독수리가 어느 정도 살면 묵은 털로 나래가 무거워지고 발톱의 날카로움도 무뎌지며, 부리도 닳아 그대로는 몇 년 더 살 수없게 되옵니다. 이때 살기를 체념한 독수리는 얼마 못 살고 죽지만, 용기 있는 독수리는 깎아지른 벼랑에 둥지를 틀고, 아무것도먹지 않고 부리를 절벽에 부딪쳐 깨뜨리옵니다. 그렇게 계속 깨뜨리면 닳아빠진 부리가 빠지고 새 부리가 나옵니다."

"발톱도 절벽에 갈고 또 갈면 묵은 발톱이 빠지고 예리한 새 발톱이 나오는데, 이때쯤이면 독수리가 벼랑을 벗어나 창공을줄곧 날면서 묵은 털을 빼버리옵니다. 독수리는 털이 빠진 채 바싹 말라 벌거숭이가되지만 다시 새 털이 나게 되옵니다. 털은윤이 흐르고 부드러우며 가벼워서 창공을맘껏 날아다닐 수 있사옵니다. 이렇게 처절히 고행을 한 독수리는 40년을 더 산다 하옵니다."

주공신의 얘기를 들으면서 대흠무는 독수리의 고행과 웅지가 고구려가 멸망한 지30년 만에 일어선 발해의 기상과 닮았다고생각했다.

그날 밤 국구 고원이 은밀히 대흠무를찾아왔다.
"폐하, 신이 감히 아뢰옵니다. 충신을 얻기 위해서는 주공신의 딸을 후궁으로 맞아들이시옵소서."
사사로이는 장인이 아니던가. 대흠무는젊고 고혹스런 후궁을 두라는 국구의 말을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천하를 다스리려면 물과 같아야 하옵니다. 물은 만물에게 두루 베풀지만 다투는일이 없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위치하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연한 물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쇠와 돌을 다루고, 스스로모양을 갖지 않아 작은 틈새까지 자유자재로 스며드옵니다. 앞으로 주공신은 간쟁을서슴지 않을 것이니, 그의 간쟁을 받아들이시면 반드시 성덕이 사해를 비출 것이옵니다.

"폐하, 새가 죽을 때는 울음소리가 슬프고, 사람이 죽을 때는 말이 옳다고 했사옵니다. 누구든 죽기를 각오하고 간하거든,옳은 말이라 여기시옵소서."
결국 밤 이슥토록 고원과 마주앉아 청담을 나눈 대흠무는 고원의 청을 듣기로 마음을 굳혔다.
 
병신(756)년 화창한 봄날, 발해 황제 대흠무는 강역의 중심인 상경으로 천도하고선조에게 제를 올렸다. 천지신명께도 도성의 무궁함을 기원하는 제를 올린 후 대사면을 단행했다. 죄의 대소를 논하지 않고 뇌옥을 열게 했으며, 유배 갔던 자들도 모두방면했다.

신석정은 대흠무가, 위기에 처한 당나라를 급습하거나 내홍에 싸인 당나라가 경황이 없을 때 신라를 공략하여 남방을 평정하거나, 국기를 바로잡아 대국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쇄신을 단행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신석정은 그런 기운을 곳곳에서 감지하면서도 부러 내색하지 않았다. 대흠무는누가 간언하지 않아도 천하의 흐름을 읽고민심을 세세히 파악했다.

"높은 산을 오르면 눈보라와 강풍과 세찬 빗방울이 그치지 않듯 인간사도 그러하옵니다."

그 무렵 당제 이융기는 재상 양국충의간언을 받아들여 장안의 서남방에 있는 파촉으로 몽진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극비리에 용무장군 진현례에게 2천 명의 호위 군사와 말 9백여 필을 대기시켰다. 때는 병신(756)년 6월 13일이었다.
부슬비가 내리고 안개 자욱한 새벽에 몰래 황궁을 빠져나가는 도피 일행은 3천여명이었다. 태자와 공주 등 황손들과 양국충, 위견소, 고력사가 황제를 따랐다. 양귀비를 비롯한 양씨 일족과 환관, 비빈들이 뒤따르고 있었지만 도망자의 처량한 행렬이었다.

도주 이틀째 되는 6월 14일, 마외역에 도착했지만, 현령은 도망쳤고 배곯은 군사들은 금세라도 폭동을 일으킬 것 같았다. 눈치 빠른 호위 대장 진현례는 목청을 세워군사들의 원성을 엉뚱한 데로 모았다.
"지금 천하가 무너져 백성들이 떠돌아다니고 만승천자께서도 모든 것을 잃으셨다.양국충 같은 간신이 백성들을 벗겨 먹지 않았다면, 조야가 어찌 오늘의 처지에 이르렀겠느냐? 양국충을 죽여 만백성들의 원망과분노를 막아야 한다."

호위 대장의 선동으로 호위 군사들 손에양국충의 목이 달아났다. 그의 아들 호부시랑 양훤도 아비와 같은 신세가 되었고, 양귀비의 언니 한국부인과 진국부인도 칼날아래 이슬이 되었다.

"폐하, 소첩은 폐하의 은의에 어긋나는몸이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한시 바삐 부처님을 뵙게 해주옵소서."
눈물범벅이 된 양귀비의 목을 고력사가 비단수건으로 졸랐다.
"귀비, 극락왕생하여라."
이융기는 끓어오르는 통한을 삼켰다. 서른여덟의 천하절색 양귀비는 경국지색이라는 이름과 함께 사라졌다.

대흠무는 당나라 사신이 돌아간 후 신석정과 대신들에게 안녹산 군사와 함께 당나라 깊숙이 진격한 발해 군사 5천 명을 회군시킬 방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한편, 대굉임 일행이 발해 강역을 순람하여 북방의 흑수 지경에 다다랐을 때는 추위가 극심한 한겨울이었다. 그들은 덫으로 작은 짐승을 잡고 창애로 꿩을 잡아 허기를때우며 순례를 계속했다.

그러나 어느 틈에 설개의 졸개가 대굉임을 향해 장도를 내리쳤다. 난청이 칼날을다급히 막다가 왼쪽 목을 찔려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삽시에 덜미에서 붉은 피가솟구쳤다. 어수선한 틈에 설개가 말을 타고도망치기 시작했다

난청이 무겁게 눈을 한 번 떴지만 이내눈꺼풀이 내려앉았다. 회자정리라지만, 인생의 무상함이 대굉임의 가슴을 메웠다. 어찌 그리 갈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의 목숨이이리 가볍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대굉임은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하늘을 보았다.

난청의 아버지 난삼은 열아홉 젊은 나이에 태자비 강사임을 위해 험준한 태백산에홀로 올라 자인삼을 캐어 바쳤다. 소꿉동무강사임이 회임하자 태자비의 순산을 위해초하루와 보름마다 몸을 깨끗이 하고 천신에게 빌었다. 그의 아들 난청도 황자를 지키려다가 기꺼이 목숨을 바쳤으니 어찌 대굉임의 가슴이 미어지지 않겠는가. 난청은그렇게 허망하게 저승길로 떠났다.

"그 산이 얼마나 아름답고 수려하면, 이름도 서릿발같이 하얗다 하여 상악이라 부르겠습니까. 또한 가을 단풍이 기가 막히다하여 풍악, 겨울 되어 나뭇잎이 다 떨어지면 신기한 바위가 드러난다 하여 개골, 동해 바다 가운데에 있어서 신선이 살고 불로초와 불사약이 있는 영산이라 하여 봉래라고 합니다. 또 부처님께서 살고 있는 동해한가운데의 아름다운 산이 금강산인데, 그산처럼 아름답고 신비하다 하여 금강산이라고 부릅니다. 대방광불화엄경이라는 경전에 나오는 산 이름이 바로 금강산입니다."

대흠무는 사위 양태사에게 대임을 맡기기로 했다.
"일본 가는 뱃길이 멀고 험해서 아까운인재들이 주검 되어 깊은 바다에 수장되니짐의 마음이 심히 아프도다. 부마는 오늘부터 해로를 익히고 교역을 배워 짐을 보필하고 나라의 동량이 되어라."

해가 바뀌어 정유(757)년 정월 보름 무렵, 경천동지할 소식이 장안에서 날아들었다.천하를 뒤흔들던 연나라 황제 안녹산이 급사하고 둘째아들 안경서가 계위했다고했다. 뜻밖의 보고를 받은 대신 고원은 급히 황제를 알현했다. 대흠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안녹산에게 은밀히 빌려준 발해 군사 5천 명을 안전하게 회군하는 일이 화급했다.또 안녹산을 거병케 하는 데 사력을 다했던이합비의 안전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후 이합비가 참살당했다는 소식이전해졌다. 이합비를 끝까지 수발했던 해시례가 천신만고 끝에 장안을 탈출하여 상경까지 도망쳐 올 수 있었던 덕에 안녹산이급사한 내막과 이합비의 죽음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신석정의 머리는 오직 이합비의 시신을찾을 생각 뿐이었다.
병신년 정월 초하루에 낙양에서 황위에올랐으니, 안녹산은 꼭 1년 만에 아들과 심복의 손에 암살당했다. 이와 함께 안녹산의마음을 흔들어 중원을 어지럽힌 이합비는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안경서는 황위에 오래 있지 못할 것이오. 하북의 맹주가 된 사사명에게는 10만 대군이 있소이다. 안경서가 사사명을 위천왕으로 봉했지만, 사사명이 심복 장수 채희덕에게 태원성을 맡기고 범양으로 급히돌아간 건 딴 생각이 있기 때문이오. 안녹산이 낙양과 장안을 함락하고 막대한 금은재화를 범양에 옮긴 걸 사사명이 왜 모르겠소."

혜민시에서 혜민부로승격하면 그 수장은 중신반열에 오르고, 황제를 수시로 독대할 수 있으니 벼슬만 중신이지 권신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대흠무는 대신들의 주청을 받아 혜민부경에 난곡을 임명하였다. 의술에 능하고 시문에 밝으며 황제의 심경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사명은 오승은을 참살하고 무술(758)년 6월, 13만 대군을 일으켰다. 그는 당군에 대패하고 도망 다니는 안경서의 구원 요청을 핑계로 단숨에 위주를 점령하는 위용을 보였다. 이에 안경서는 목숨을 부지하기위해 사사명에게 전위하겠다고 말했다.
기해(759)년 정월 초하루, 사사명은 위주에서 연나라 황제를 칭하고 즉위했다. 그러나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봄날 느닷없이 안경서를 형장에 세우고 참수했다. 안경서의죄목은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아버지를 죽이고 황위에 올랐으니 천륜을 어긴 대역죄를 지었다는 것이었다. 안경서 뿐만 아니라 동생 4명과 그의 심복들도 목 졸라 죽이는 교형에 처했다.

그러나 대흠무는 일거에 거절했다. 당나라에서도 수차 간곡히 원병을 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어느 편도 거들지 않는 것이유익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흠무의 계략이었다. 겉으로는두 나라의 전쟁이지만 실제로는 내란이었다. 중원의 내란이 길어질수록 발해는 오히려 부강해질 것이다. 내란이 끝나면 강역이 폐허가 되고 국고가 비어서 군심과 민심을 다독거리는 일만도 힘겨울 것이다.
발해는 그 틈에 군사를 기르고, 농경과물산을 장려하고, 교역을 넓혀 나라를 부국강병하게 하려 했다. 그러나 강직한 신하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 중 당나라 유학파들은 황제 대흠무가 유약하다고 생각했다. 위기에 처한 당나라를 도와주고 중원이 평정된 뒤 약조대로 요서 땅을 차지하면, 그것이 바로 부국강병이라고 생각했다.

"춘추필법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었도다. 첫째 존화양이라 하여 중화를 높이며 다른 나라는 깎아내리고, 둘째는 상내약외라하여 중화의 역사는 상세히 기술하되 다른나라 역사는 간단히 쓰며, 셋째 위국휘치라하여 중화를 위해 수치스러운 것은 모두 숨긴다는 것이다. 공자가 춘추를 쓰면서 왕이나 천자의 잘못을 대놓고 쓰지 못해 이리저리 에둘러 기술한 것이 바로 춘추필법임을경들은 아는고?"

"그러함에도 우리의 사가와 선비들이 춘추필법의 장단에 춤을 추며 중화의 사서를베끼고 있지 않는가. 간쟁을 하려거든 그런어리석고 옹졸한 선비들처럼 정세를 다루고 있지나 않는지 살펴보라. 당나라는 내란이 평정되면 분명 오랑캐들이 스스로 군사를 일으켜 황은에 보답했다고 기록하리라.섣불리 우리가 기병하지 않는 까닭이 거기에 있음을 경들은 숙고하라."

"성무고황제께서는 유언으로 신라를 치지 말라 이르셨노라. 나당 연합으로 백제와고구려를 멸망케 했더라도 다 같은 단군자손이니 형제로 대하라 하셨도다. 신라를 치는 것은 바로 형제를 죽이는 것과 같도다.현명한 신하는 먼저 백성의 어려움을 보고,간교한 신하는 먼저 군주의 얼굴빛을 살핀다고 했도다. 경들은 늘 바른말로 간하니충신이 분명하도다. 언제고 짐의 부덕을 간쟁하는 데 충절을 아끼지 말라."

사사명도 안녹산처럼 자식 복이 없었는지 장남 사조의 대신 첩의 자식이자 막내인사조청을 후계자로 삼을 생각이었다. 사조의는 아버지가 동생 사조청을 부원수로 삼고 자신을 제거하려 하자, 신축(761)년 3월심복 장수 낙열, 허계상과 모의하여 아버지사사명을 죽이는 패륜을 저질렀다.

더구나 당나라와 신라, 일본까지 교역하여재산을 불린 것을 푼푼하게 나누어주었기때문에 대소신료들로부터도 신망을 크게얻었다. 그러나 강직한 신하들은 대견강의득세를 걱정하여 대술묘를 후궁으로 앉히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특히 양소화는 대술묘의 입궁뿐 아니라대견강과 대원의가 근신이 되는 걸 한사코반대했다. 그들이 돈벌이라면 해적질까지서슴지 않았으며, 백성들의 고혈을 짜 큰재물을 모은 죄상을 낱낱 적어 상소했다.그러나 대흠무는 주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구려 후손들 중 왕모중과 고선지 이후에 후희일과 이회옥이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받고 있는 걸 대흠무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지략과 용맹이 두드러진 탓도 있지만,그들 휘하에 있는 군사들은 고구려 후손들이 주축을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태부는 오직 충성으로만 폐하를 섬기며나라의 부국강병에만 혼신을 바치옵니다.그러나 국구는 고구려 왕손의 피를 숨기지못하고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사옵니다. 폐하께서 보위에 오른 지 스물다섯 해가 되었사옵니다. 태자를 봉하시면 그들이 태자에게 모여드는 게 보일 것이옵니다. 그러면충신과 간신도 보이게 되옵니다."
대흠무는 당당한 체구의 대원의를 내려다보며 지략과 기개가 담대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한 말이 다시는 입 밖에서 공론이되지 않게 하라. 너의 충절은 잊지 않겠도다."

"폐하, 사람이 모여드는 이유는 이득이나 덕이 있기 때문이옵니다. 국구 고원은덕이 있어 사람이 모여들고, 대견강은 이득이 있어 사람이 모여드는 것이옵니다. 덕을좇는 자들은 도리를 지키지만, 이익을 좇는자들은 사욕을 위해 음모와 흑심을 품게 마련이옵니다."
대흠무의 얘기를 다 듣고 난 신석정은 오히려 대원의의 부친인 대견강을 비판하고 나섰다.

"폐하, 재물은 반드시 사람을 떠나지만덕은 후세까지 모여드옵니다. 지략이 지나치면 음계가 되고 음계가 지나치면 반심이되옵니다. 대견강 부자를 경계하옵소서."
신석정이 아니라면 차마 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황제가 총애하는 대술묘의 아버지요, 오라버니였다.

대원의의 주장이 마땅히 옳으니 받아주옵소서. 양소화가 비록 여인의 몸이지만 웅지가 장대하니 재상으로 삼아 곁에 두옵소서. 대원의의 현책은 받아주시고 간책은멀리하옵소서."
"폐하, 국구는 고구려 왕손이옵니다. 그에게 충역이 있으면 진작에 작은 징후라도있었을 것이옵니다. 국구는 겉모습과 나이만 변했을 뿐 마음은 한결같사옵니다. 통촉하옵소서."

"짐이 어리석을 때마다 눈이 흐려졌음이니, 눈에 침을 맞아야 한다고 말하시오.또한 남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귀가 어두워졌음이니 귀에 침을 맞으라 하고, 부당한명령을 내리거든 입이 가벼워졌음이니 입에 침을 맞으라 하시오. 하늘을 우러러보지못하면 머리끝에 침을 놓겠다 하고, 덕이모자란 듯하면 가슴에 침을 맞으라 하시오."
"폐하!"
신석정은 몸을 더 조아렸다.
"경은 신하일 뿐 아니라, 짐의 스승이자자손들의 스승이오. 오늘부터 태부는 짐에게 무슨 말을 해도 벌하거나 죄를 물을 수없는 면책권과 불촉권을 주겠소."

"폐하, 대원의의 얼굴은 역상이옵니다.신이 청하건대 그를 멀리하시어 후환을 방비하옵소서."
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신석정은 단호하게 간했다. 양소화도 누차 대원의를 멀리하라고 상소했다.
"짐에게 맡겨 두시오."
기어이 황제는 태부의 뜻을 자르고 물러가게 했다.

조정에서는 그녀의 공을 높이 받들어 개국공으로 추증했지만, 백관들은 별로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신석정과 무명선사를 비롯한 소수의 권신들만이 그녀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겼다. 그들은 양소화의 급작스런횡사에 의문을 품었지만, 진위를 밝힐 만한단서를 찾지 못했다. 양소화의 죽음에 얽힌풍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0호 연좌제 때문에 그녀를 미워하는 권신들의 암계가 아니면 그녀가 매섭게 비판한 대원의 일가의 응징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그 즈음 대원의의 사가에는 심복 몇 사람이 무릎 끓은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찌 감쪽같이 주살하지 못하고 풍문이들끓게 했느냐?"
"곧 주서채를 죽여 소문의 진원을 없애겠습니다."

이렇듯 대흠무는 3성 6부 1대 7시 1원 1감 1국의 주요 관작을 모두 정비했다. 그외에도 무관직제 10위를 정해 각 위마다대장군, 장군을 두고 그 밑에 도장과 낭장을 두었다. 별도로 혜민부를 두어 백성을구휼하도록 했고, 문무를 가리지 않고 품계를 1품에서 9품으로 나누어 각각 정과 종으로 구별했다. 그 안에서도 상과 하를 구분하여 벼슬을 세분했다.

대흠무는 도성인 상경용천부를 비롯한 5경과 15부의 도독과 그 관하 62주에는 자사를 모두 정비하여 강역을 장악하는 쇄신을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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