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 ㅣ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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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아니라 슬픔이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 — 세스지

책 소개

* 지은이 : 세스지(背筋), 일본의 공포소설 작가
* 옮긴이 : 전선영
* 출판사 : 반타
* 출간일 : 2026년 6월 22일
* 분량 : 364쪽
* 장르 : 일본 공포소설, 모큐멘터리 호러
* 작품 특징 : 잡지 기사, 인터뷰, 인터넷 게시글, 목격담 등 다양한 기록을 엮어 긴키 지방의 특정 장소에서 발생한 괴이한 사건들을 추적하는 작품
* 특이사항 : 2025년 국내 출간된 동명 소설을 일부 개작한 작품. 기본 줄거리는 유지하면서 인물 설정과 주제, 결말 등을 변경한 일본 문고판을 『두 번째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

⸻

책을 읽는 내내 무섭지 않았다.

산속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 기괴한 행동을 하는 여자, 수상한 종교 집단과 저주를 부르는 스티커까지. 실제로 이런 일을 겪는다면 공포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활자로 읽는 이야기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산만했다.

1984년 소녀 실종사건에서 시작해 수련회 집단 히스테리, 인터넷 괴담, 아파트 투신사건, 미확인 생물, 기괴한 사진과 신흥 종교까지. 사건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하나의 이야기에 몰입할 만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끼어든다. 작가는 이 모든 사건에서 공통점을 찾아 하나의 장소로 연결하려는 것 같은데, 내게는 서로 다른 괴담을 이것저것 가져다 붙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반복되는 단서들이 조금씩 연결된다. 산과 댐, 신사와 도리이, 감과 신부, 그리고 마시라사마.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던 말들이 뒤에 가서 설명된다. 하지만 단서들이 연결된다고 해서 읽는 동안 끊겼던 몰입까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연결 관계를 이해하는 것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후반부에 이르러 그동안 괴담 속에 가려져 있던 한 가족의 비극이 드러났다.

사람들을 두렵게 했던 빨간 여자는 한때 남편과 두 자녀를 둔 어머니였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종교에 빠져들었고, 그 과정에서 가족의 삶은 무너져 내렸다. 아키라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으며, 홀로 남은 세노는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그들의 사연을 알고 나니 귀신의 정체나 괴담의 진상보다 그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더 마음에 남았다. 그때까지 무섭지 않게만 읽었던 이야기에서 비로소 슬픔을 느꼈다.

결국, 가족인가.

가족을 갖고 싶었던 사람, 가족을 잃은 사람, 그리고 잃어버린 가족을 끝내 놓아주지 못하는 사람.

특히 빨간 여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었다. 열 살 때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3남 1녀, 네 남매를 홀로 책임지셨다. 어린 자식 넷을 키우며 살아오신 세월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그럼에도 어머니는 힘을 잃지 않으셨고, 우리 네 남매를 끝까지 지켜주셨다.

그래서 빨간 여자의 이야기가 더욱 안타까웠다. 남편을 잃은 슬픔과 혼자 자식을 키워야 하는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종교에 빠져들고, 결국 자식들마저 비극으로 몰아넣은 삶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만약 우리 어머니도 그랬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꽂이에 꽂혀 있던 최인호의 『가족』 두 권을 찾아 꺼냈다.

1권의 표지에는 아버지가 어린아이를 목말 태우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탄 아이도 함께 웃고 있다. 아이를 목말 태운 아버지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2권의 표지는 더욱 따뜻하다. 아버지가 아들의 뒤에서 두 팔로 가슴을 감싸 안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품에 안겨 해맑게 웃고, 아버지는 그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의 웃음이 아버지에게 전해진 것인지, 아버지의 행복이 아이에게 전해진 것인지 모를 만큼 두 사람의 표정이 밝다.

그래, 이게 가족의 모습이어야지.

아이를 어깨에 태워주고, 품에 꼭 안아주고,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것. 자식에게 아버지의 어깨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고, 아버지의 품은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아키라와 세노의 아버지도, 나의 아버지도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

저 사진 속 아버지와 아이처럼 함께 웃고 살아갈 시간이 우리에게는 너무 짧았다. 아키라와 세노도 아버지의 빈자리를 안고 자라야 했고, 나 역시 열 살 이후로는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탈 수도, 아버지의 품에 안길 수도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떠난 뒤 남겨진 가족의 삶은 너무나 달랐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모두 채울 수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우리 네 남매가 살아갈 울타리는 끝까지 지켜주셨다. 반면 소설 속 어머니는 남편을 잃은 뒤 종교에 의지했고,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맞았다.

그 여자도 처음부터 그런 삶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키라와 세노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 표지 속 아버지와 아들의 웃는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이런 가족의 모습이었다면, 그 여자와 아키라, 세노도……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다.

결국 책을 덮고 내 마음에 남은 것은 귀신도, 저주도 아니었다. 열 살에 아버지를 잃은 우리 네 남매의 곁을 끝까지 지켜주신 어머니였다. 그 세월의 무게를 이제야 조금 헤아려 본다.

어머니의 은혜는 하늘같다.

식상하고 상투적인 말이지만, 지금 내 마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내게 이 책은 공포가 아니라 슬픔의 이야기였고,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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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취재를 구실로 ●●●●● 현지에 가서 그 지역 사람들한테서 종교의 발상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를 들은 거야. 그게 그 인터뷰 녹취. 너무나 하찮은, 불쌍한 남자 이야기. - P-1

우리가 산으로 꾀는 것이라고 부르는 그건…. 그래. 틀림없이 가족을 갖고 싶어 했을 거야. 그러니 집요하게 신부를 계속 구하지 않았겠어? 외톨이니까, 산속에서 손짓하면서. 그건 신 같은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우리랑 같은, 그저 바보 같은 남자. - P-1

동시에 그 돌에 대한 것도 알게 됐어. 사교 집단이 숭배하던 남자는 그저 희생자이고, 모든 원인은 그 돌에 있었다는 걸 말이야.
하지만 이미 돌은 그 종교 시설에는 없어. 어머니가 훔쳐서 빼돌렸으니까. - P-1

발자취를 뒤쫓지는 않았지만, 아마 여전히 어딘가에서 새로운 희생자를 만들고 있겠지. 이를테면 종교 단체에서 다단계 판매 집단으로 껍데기만 바꿔서 말이야. - P-1

다단계 판매 집단이 외웠던 그 주문,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 그야 종교 단체 신자가 외운 것과 거의 같으니까. 잠입 보고 기사를 구멍이 뚫릴 만큼 읽었으니 잊을 리가 없지.
속여서 미안해. 처음부터 난 전부 알고 있었어. - P-1

바보 같지. 자기 어머니가 괴담이 되다니. 정말 웃기지도 않아.
하지만 나는 확인해야 했어. 유령이 된 어머니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아키라는 정말 되살아났는지. - P-1

하지만 어차피 한낱 괴담이니까 실체 따윈 없고. 폐허가 된 그 집에 가 봤지만, 어머니도, 아키라도 내 앞에는 나타나 주질 않았어. 그런 짓을 계속하는 걸 마음 한구석으로는 어리석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만둘 수가 없었어.

그러다 당신과 만났지. - P-1

새삼스럽지만 한때나마 이런 나와 가족이 돼줘서 고마워. 이제야 겨우 과거의 저주에서 풀려나는구나, 그땐 그렇게 생각했어.
아이가 생겼을 때는 정말 기뻤어. 하지만 난 그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질 못했지. 아직 이름조차 없던 그 아이. 사랑하는 것조차 할 수 없다니 다정한 당신은 용서해 주었지만,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없었어. 아니, 아냐. 무서웠어. 유산하고 이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돼버렸으니까 당신에게 버림받는 게 아닐까 두려웠어. 그래서 내가 먼저 이혼해 달라고 부탁한 거야.
미안. 새삼스럽네, 참. 울지 말고.
당신이 말했잖아.
따뜻한 가족을 갖고 싶다고. 미안해. 나로선 그 바람을 이루어 줄 수 없었어. - P-1

만약 이 세상에 사람이 하나도 남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면 유령은 존재할 수 있을 거 같아?
인지하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이 세상에 머무를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모호하고 약한 존재라고 생각해 - P-1

유령으로서 어머니를, 아키라를 계속 존재하게 만들 생각이었어.
어리석고, 하지만 소중한 내 가족을. 마지막까지 가족이 될 수 없었던 내 가족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못 견디게 미우니까.
계속 존재시킴으로써, 바보 같은 가족의 모습을 계속 대중의 눈에 노출함으로써 복수하고 싶었어. - P-1

관계없는 당신을 끌어들여서 미안해.
나 말이야, 올해로 어머니가 죽은 나이가 되었어.
이제 이런 짓 그만두자고 생각했지. 질려버렸으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쩔 수 없는 과거를 죽도록 조사하는 것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농담 같은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 가는 것도. 차라리 오컬트 작가 따위 때려치우고 어디 숨어서 죽어버릴까, 그런 생각도 했지. 그런데 당신한테서 연락이 오고 말았어. - P-1

나는 그저 그 아이를 찾고 있을 뿐이다.
이것을 읽고 그 아이를 보는 사람이 나타나리라 믿고 계속 썼다. 세노를, 지히로를 이해해 주기 위해서.
설령 아키라를 본 사람이 어떻게 되더라도. - P-1

괴이한 존재는 때로 우리에게 구원이 된다.
우리는 항상 죽음을 두려워한다. 자신이 죽고 나면 어떻게 돼 버릴까. 소중한 사람이 죽은 뒤 어떻게 돼버릴까 두려워한다.
심장이 움직임을 멈춘 육체는 내버려두면 썩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또는 화장장에서 고온의 불에 타서 재가 된다. 하지만 그런 잔혹한 ‘현상’으로서의 죽음은 우리에게서 살아갈 의미를 빼앗는다.
사후의 세계라는 것은 분명히 있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매달리면서 어떻게든 인생을 보내고 있다. - P-1

선을 행하면 틀림없이 천국에 갈 수 있다. 악인은 지옥에 떨어진다. 신은 언제나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며 사십구재까지는 현세에 혼이 머무르고, 음력 칠월 보름이면 피안에서 돌아온다. 그렇게 믿음으로써 죽음 너머에 있는 ‘무(無)’로부터 계속 시선을 돌렸다. - P-1

그것은 두려움을 낳으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사후의 구원을 넌지시 알려준다.
우리는 그것을 믿음으로써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약한 존재다. 허구를 계속 믿다 결국 사실로 만들어버릴 만큼 애처로운 존재다. - P-1

생각해 보면 당신과 나는 서로 닮은꼴이었을지도 몰라.
서로 이해하기를 회피하고 자신만 지키며 살아온 인간이니.
당신과 처음 만났던 그날, 마치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어.
그렇기에 더욱 당신에게 끌렸지.
나와 닮은 당신을 이해함으로써 그런 자신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니까. - P-1

당신이 필사적으로 죽은 모친을 이해하려 했던 것처럼.
그리고 당신과 다시 가족이 되기 위해서.
줄곧 생각했어.
"겨우 그 아이가 내 눈에 보였어."
그렇게 당신이 말했을 때부터.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도 내게는 보이지 않아. 유령이. 당신의 동생이.
당신을 이해하고 싶어. 하지만 보이지 않아. - P-1

앞으로 당신이 이걸 읽는 날이 올까.
만약 내가 당신의 동생을 볼 수 있다면 그때는 다시 한번 가족이 돼줄까.

그때를 기다리고 있어. 계속.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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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필 - 연필이 연필이기를 그칠 때 ㅣ 아무튼 시리즈 34
김지승 지음 / 제철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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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블랙윙에 대한 단상
(今朝黑翼斷想)

어제 직원이 내가 쓰는 연필을 보더니 부러워했다. 연필이야 집에 차고 넘치니 직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집 책상 구석에 블랙윙 LAB 11.24.23 한 상자가 올라가 있기에 오늘 아침 출근하며 집어왔다.

사무실에 와서 상자를 열었다. 예전에 이 제품 가운데 희귀한 색이 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서였다. 혹시 내 상자에도 들어 있나 싶어 한 자루씩 살펴보는데, 열두 자리가 다 차지 않는다. 세어보니 열 자루다. 두 자루가 없다. 언제 꺼내 썼는지, 누구에게 주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에 제 갈 길을 간 모양이다.

LAB 11.24.23은 블랙윙 랩 시리즈의 아홉 번째 제품이다. 블랙윙이 3년 넘게 모아둔 ‘미스핏 연필’을 열두 자루씩 담아 2023년 11월 24일 내놓았다. 기존 제품을 만들다가 색이 고르게 나오지 않았거나, 칠이 한 겹만 입혀졌거나, 표면에 작은 흠이 생기는 등 외관상 정식 제품의 규격에서 벗어난 연필들이다. 생김새는 제각각이지만 필기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

상자마다 연필의 색과 심이 다르며 상자 번호도 따로 붙어 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열어봐야 안다. 그냥 버렸으면 불량품이었을 것을, 블랙윙은 세상에 하나뿐인 조합으로 만들어 한정판으로 팔았다. 장사를 참 잘한다.

나도 이 LAB을 여섯 상자쯤 샀다. 그런데 오늘 찾던 쨍한 파란색은 한 자루도 보이지 않는다. 파란색이 귀하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블랙윙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산 여러 상자에는 없으니 적어도 내게는 희귀한 색이 맞다.

상자를 뒤지다 보니 2021년 마지막 날 북플에 올렸던 글이 생각났다. 그동안 사들인 연필을 한데 모아놓고 “몇 번을 태어나 죽어도 다 쓰지 못할 연필들”이라며 자랑했던 글이다. 그때 찍어둔 사진을 다시 펼쳐보니 수많은 연필 사이에 푸른색 블랙윙 한 자루가 보였다.

그 연필은 오늘 찾던 LAB의 파란색이 아니었다. 블랙윙 Volume 73, 레이크 타호였다.

레이크 타호는 2017년 6월에 나온 한정판이다. 연필 몸통에는 타호 블루 색을 입혔고, 표면에는 호수 주변의 지형을 본뜬 무늬를 도드라지게 새겼다. 은색 페룰과 흰색 지우개를 달았으며, 심은 진하고 부드러운 소프트 흑연이다.

숫자 73은 타호호의 투명도를 측정한 세키 깊이 73피트에서 따왔다. 한때 개발과 오염으로 맑은 물빛을 잃어가던 호수가 보전 노력으로 투명도를 회복한 것을 기념한 연필이다. 호수의 색과 지형, 환경보전의 의미까지 연필 한 자루에 담았다.

나는 이 연필이 나오기 전인 2016년 10월, 실제 레이크 타호에 갔었다.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넓고 푸른 호수와 그 뒤를 둘러싼 산을 직접 보았다. 이듬해 그 호수의 이름과 색을 담은 블랙윙이 나왔고, 지금 내게는 두 타스가 상자째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출시된 지 9년이 지난 지금은 온전한 한 상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연필이 되었다.

오늘 직원들에게 한 자루씩 나눠주려고 LAB 상자를 가져왔을 뿐인데, 두 자루가 없다는 것을 알차리고, 희귀하다는 파란색을 찾아보고, 5년 전 북플에 올린 글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그 글의 사진 속에서 레이크 타호를 찾아내어, 10년 전 그 호수 앞에 서 있던 시간까지 돌아보았다.

LAB의 두 자루는 이미 어디론가 갔고, 찾던 쨍한 파란색은 애초부터 없었다. 대신 레이크 타호 두 타스가 여전히 내 연필 상자 속에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연필은 쓰면 쓸수록 짧아진다. 하지만 연필 한 자루에 붙은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길어진다. 오늘 내 손을 떠나 직원들 손으로 건너갈 연필에도 또 하나의 이야기가 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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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속죄해야 합니다.
한 번 더 제게 이야기를 들으러 오세요.
이번에는 제가 말하는 대로 퍼뜨리세요.

내용은 지금은 숨기겠습니다.
어차피 여기에 적어도 당신처럼 수준 낮은 인간은 이해 못 하겠지요.

두 번째
×××

왜 연락이 오지 않지?
자신의 죄를 인정해라.

안녕하세요.
전혀 답장이 없으시네요.

뭐, 그것도 이젠 괜찮습니다.
저는 더 높은 곳에 도달하기로 했습니다.
아들과 함께.

당신의 차크라도 열어드리겠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도록.
저를 찾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노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을 다물고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빨간 여자와 남자애한테 집착하는 거야?"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지, 남자애가 아니라, 아키라 군이라고 해야 하나. 세노 아키라 군."
순간적으로 크게 벌어진 그녀의 눈. 그 눈꼬리가 반짝였다.
"언제부터… 알았던 거야?"
긴 침묵 후, 내 눈을 보지 않고 그녀는 말했다.

어떻게 해서 그녀는 이런 정보를 찾아냈을까.
사소한 위화감이란 불씨는 다른 곳으로도 번졌다. 그녀는 우연히 ●●●●●에 대한 괴담에서 기묘한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리고 조사를 시작하자 끌어당긴 것처럼 정보가 모여들었다. 마치 이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과연 이건 우연일까. 그녀는 처음부터 이 정보들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

며칠 후, 호러 작가에게서 들은 것은 빨간 여자와 남자아이, 아키라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놀란 것은 그 진상이 아니다. 모자의 성이 세노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것도 우연의 일치일까.

내가 이야기를 끝마쳐도 그녀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세노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내게는 남자아이 따위 보이지 않았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지금도 찾고 있다.
세노가 아니다. 남자아이를.

정보가 있으신 분 연락 바랍니다.

서로 참 젊었어, 그치.
당신이 프러포즈해서 결혼하고, 내 성이 오자와가 되고. 그리고 임신하고, 유산하고, 이혼하고. 다시 세노로 돌아가 버렸지.
이래 봬도 꽤 신경 썼거든. 전처로서 말이야. 부편집장이 됐으니 아마 여러모로 바쁘겠지,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려나, 하면서.

우리가 빨간 여자라고 불렀던 건 내 어머니였던 여자.
그리고 아키라는, 그 아이는 내 동생.

부부였을 때도, 당신한테는 가족 이야길 전혀 하지 않았네. 그야 내겐 그때 이미 가족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게 설마 이런 형태로 알려져 버릴 줄이야.
그래도 이왕 말 나온 김에 제대로 이야기할게. 내 가족이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이었나. 아버지가 병에 걸리고 말았어. 어머니는 간병에, 육아에, 그야말로 필사적이었어. 아키라는 아직 어렸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는 큰 병원 근방으로 이사하게 된 것도 그 무렵. ●●●●●에 있는 단독주택이었어. 하지만 나는 그 집에 살지 않았어. 할머니 집에 맡겨졌거든.

장례식 끝나고 할머니가 "지히로는 이제 어디서 살래? 너 살고 싶은 집에서 살면 된단다"라고 하셨지만, 난 그 집으로 옮기지 않았어. 죽은 아버지 대신 그 집에 들어가 산다는 게 아무래도 꺼림직했나, 비탄에 젖은 어머니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았나, 잘 모르겠어.

어머닌 그때 이상한 종교에 푹 빠져 있었거든.
보다 못한 할머니가 아키라를 데리러 가려고 했다던데, 어머니가 "이제 더는 내 소중한 사람을 빼앗지 마요!" 하고 쫓아냈다나. 그뿐만 아니라 몇 번이나 "지히로를 돌려줘!"라며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야.

"엄마, 이상한 종교 같은 건 그만둬"라고.
그 말을 듣고 어머니는 외쳤어.
"아아! 이 아이를 용서해 주세요."
그렇게 부르짖으면서 두 손을 위로 올리고 펄쩍펄쩍 뛰었어.
"징그러워."
나는 그렇게 한마디 내뱉고 문을 닫았어. 그렇게 변해버린 어머니를 더는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키라가 자살한 것은 내가 스무 살 때. 상경해서 대학에 다니던 무렵이었어. 할머니는 치매가 발병해서 시설에서 지내고 있었을 거야.
친척에게도 버림받고, 할머니도 그 모양인 지금, 어머니의 유일한 혈육으로서 그 집으로 향했지. 그 종교의 신자가 잔뜩 몰려와서 조문하던, 이상한 형식의 장례식. 모두 입을 모아 "고맙습니다"라질 않나, 엄청 불편한 자리였어.

잊히지도 않아. 아키라의 관 앞에서 어머니가 했던 말.
"괜찮아. 이건 높은 곳에 도달하기 위한 시련이니까. 함께 헤쳐 나가자"라나.
머릿속에서 소리가 나더라. 뚝, 하고.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던 실이 끊어지는 소리. 내가 소리쳤지.
"그 종교 탓에 아키라가 왕따를 당하다가 죽었잖아!"
그러고는 그 집을 뛰쳐나왔어. 정신이 이상해진 어머니를 남겨둔 채, 기자의 눈을 피해 신칸센 막차에 올라탔지.

스티커의 네 모서리에는 ‘了’라는 한자가 쓰여 있었고. 그리고 다다미방의 벗겨진 다다미 밑에는 금줄을 두른 커다란 돌이 놓여 있었어.
정말이지 몇 시간이나 필사적으로 그 스티커들을 떼어냈어. 큰소리로 울부짖으면서. 바보 같았어. 그런 짓 해봐야 아무 의미 없는데.

그걸 보고 맞은편 집 앞을 청소하던 사람이 얼굴을 찌푸렸어. 그때 깨달았지. 아, 이렇게 해서 유령의 집이 만들어지는구나.
"어머니의, 세노의 딸 지히로라고 합니다. 생전에 어머니가 폐를 끼쳤습니다."
그렇게 말했더니 그제야 이웃 사람도 내가 정상인이란 걸 알아준 모양이야. 뭐, 그런 집에서 나온 사람, 정상이라고 생각할 리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막상 일해보니까 오컬트 잡지라서 그런가, 그런 쪽 정보는 잔뜩 모이더라. 하지만 정작 중요한 그 종교에 관한 정보는 적었어. 모이는 건 시시한 괴담뿐.
그래도 그중에는 종교 단체와 연관이 있을 법한 게 몇 가지 있었어. 그게 ●●●●●에 있는 산의 괴담. 이걸 기사화해서 실으면 독자의 반응이 있을지도 모른다.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정보를 모으고, 기사로 써서 발표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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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게 들었습니다. 원숭이의 신이라고요."
"그렇군. 걔한텐 그렇게 가르쳤지. 이보게, 말하는 거야 상관없지만, 세상에다 대놓고 쓰거나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네."
"알겠습니다. 저만 아는 이야기로 하죠."
"그거는, 응? 신 같은 게 아냐. 그냥 남자지."
"남자요?"
"그래. 마사루라는 이름의 남자야."
"그냥 남자를 사당까지 지어 모시고 있다고요?"

"마사루네는 마사루가 아직 어릴 적에 부친이 곰한테 물려 죽고, 모친과 둘이 살았거든. 모친도 몸이 약해서 자리보전만 겨우 했다는구먼."

"아마 쓸쓸했던 게지. 유일한 가족이 없어져서. 손주 얼굴 보고 싶다던 모친의 바람도 이루어 주지 못했으니까. 모친 간병하는 데 여념이 없어서 마을 회합에 얼굴 한번 내밀지 않고. 스물 넘어서도 장가도 못 갔다고 하대."
"노이로제 상태였나…."
"집에 틀어박혀 이상야릇한 인형 하나 꾸며놓고 종일 말을 걸고 그랬다는 거야. 제 신부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가족을 갖고 싶었던 게지."

"남자가 여자더러 ‘당신 집에 감나무 있소?’ 하고 물어. 그러면 여자가 ‘있어요. 마침 감이 맺혔네요’라고 대답해. 그러면 또 남자가 ‘그 감을 받아도 되오?’라고 묻지. 여자는 ‘예. 따주셔요’라고 대꾸하는 거야. 물론 실제로는 감 같은 거 없어도 돼.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마음이 있는지 확인하는 풍습이야."

"뭐 그런 풍습이 있는데, 마사루에게 그걸 장난스레 가르친 놈이 있었던 거지. ‘감이 있는지 물으면 너도 신부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마사루는 그걸 실행했고요?"
"아니, 뭘 착각했는지, 쉴 새 없이 온 마을 여자한테 ‘감이 있으니 이리 온’ 하고 다녔다는 거야."

"그랬는데… 어느 날 밤, 마사루네 집 근처 사는 여자가 죽은 채 발견된 거야. 머리가 깨져서. 이제 범인 찾는데, 마사루네 밭에서 피 묻은 커다란 돌이 발견됐지 뭔가. 어디서 들고 온 건지 모르지만, 이 주변 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검은 바위를 떼다 온 것 같은 큰 돌이었네. 그걸 발견하고 죽은 여자의 남편과 젊은이들이 마사루를 에워싸고 마구 때렸지."

"마사루는 그대로 맞아 죽었습니까?"
"아니지, 반쯤 죽은 상태로 곁에 있던 여자를 죽인 큰 돌에 스스로 머리를 박아 죽어버렸다지 뭔가."

"아냐, 아냐. 그러고 나서 마을 여자가 몇 사람이나 죽었어. 다들 희한하게 죽었어. 그 돌에 머리를 박아서 죽어버렸거든. 마사루가 불러낸 거라는 말까지 나왔지."
"마사루의 저주에 걸렸다?"

"그건 저기, 그래서야. 이렇게 비참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는 못 하니까. 그런데 마사루는 또 계속 모셔야 하고. 그래서 이름이 비슷한 ‘마시라사마’라는 원숭이 신으로 말하기로 하고 후세로 전한 거야. 실제로 나도 딸애한테 ‘마시라사마’라고 일렀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옛날에 『월간 Q』에 실렸던 사교 집단 잠입 보고서에는 그 불쌍한 가짜 신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비명에 간 마을 사람 하나가 가짜 신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 사교 집단. 그녀들은 신을 대리할 돌을 사당에서 훔쳐내어 한 번 더 모심으로써 신을 숭배했다. 그리고 신앙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각지에 부적을 흩뿌려서 신의 존재를 널리 퍼뜨렸다.
힘을 되찾은 신은 일찍이 자신이 묻혔던 산으로 여자를 불러들였다.
모든 것은 ‘가족 만들기’. 오직 그것만을 위해서.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 사교 집단. 그녀들은 신을 대리할 돌을 사당에서 훔쳐내어 한 번 더 모심으로써 신을 숭배했다. 그리고 신앙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각지에 부적을 흩뿌려서 신의 존재를 널리 퍼뜨렸다.
힘을 되찾은 신은 일찍이 자신이 묻혔던 산으로 여자를 불러들였다.
모든 것은 ‘가족 만들기’. 오직 그것만을 위해서.

여기까지 읽고 당신 눈에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을까?
만약 보였다면 더는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앞으로 아무리 페이지를 넘겨도 기다리고 있는 결말이 바뀌지는 않을 테니까.
반대로 보이지 않았다면 부디 보일 때까지 읽어주길.

"내게는 보였어. 그러니 부디 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라."

하지만 내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모습을 감추었다.
내가 지금도 찾고 있는 ‘어떤 인물’.
그것은 세노가 아니다. 그녀가 본 것이다.

정보가 있으신 분은 연락 바랍니다.

그런데, 오자와 선생은 유령이란 거 믿으시나? 그래. 그렇지.
나? 나는 말이지, 호러 작가니까 뜻밖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유령은 믿지 않아요.
오랜 세월 호러 작가로서 쌓아 온 경험에서 내린 내 지론이지만, 유령이란 건 사람의 공포심이 만든 거야.

공포의 대상은 전국 공통이지만,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여 이름을 바꾸어가며 전승되기도 해요.
메리는 집 전화가 없어진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고, 때로는 문자 메시지로 연락하지. 이젠 뭐, 메리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괴담은 없어졌는지도 모르지만,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시대를 뛰어넘어 계속 남을 거야.

산, 강, 바다에 대한 괴담이 시대를 가리지 않고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아닐까. 인간의 힘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공포가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이름을 얻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지.

다만 일부 예외는 있어.
아주 좁은 지역에만 알려질 만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건 그 지역의 독특한 괴담으로 전해지는 거야. ●●●●●의 초등학교가 바로 그런 거였고.

그러다 알게 된 게 어떤 학생과 그의 모친이 자살한 사건이고.
당시 사건이 보도된 신문 기사 사본도 있어. 취재 메모 사이에 끼워두었지. 꼼꼼한 성격은 이럴 때 도움이 된다니까. 자, 이거.

사망한 건 당시 11세였던 ○○ 아키라 군. 맞아, ‘了’라고 쓰고 아키라라고 읽지.
성은 ‘세노’였어. 그러니까 ‘세노 아키라’ 군.

왜 그래? 안색이 나쁜데? 괜찮은 거야? 아이고, 그래. 그럼 계속할게.

아까, 게재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잖아.
그게 이 집 이야기야.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아무도 안 사는 집을 두고 동네에서는 ‘부적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거기에 빨간 코트를 입은 여자의 유령이 나온다면서.
그 모친이 종종 빨간 코트를 입었던 모양이야.
아무래도 현실에 아직 남아 있는 폐허에 관해서는 못 쓰겠더라. 게다가 쓰자고 맘먹으면 아무래도 실제 사건을 언급 안 할 수가 없는데 윤리적으로 그러면 안 되잖아.
그래서 그냥 묻어둔 거야.

아키라 군의 이야기도, 모친의 이야기도 학생들 사이에 전해지는 줄거리를 대체로 따랐지만, 이야기의 세부적인 면은 좀 각색을 했어.
목격자가 행방불명되어 버렸다면 누가 그 이야기를 들었겠냐 하는 거지. 후후.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정말 유령이나 그것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면, 이건 적어도 인간에게 해가 되는 거야. 코로나바이러스랑 같을지도?
일단 엮여버리면, 무차별로 공격을 개시하지. 피해 정도도 다양하고. 너무나 부조리한 이야기야.
유령이 그런 거라면, 나는 지금까지 취재한 괴담을 씀으로써 독자에게 해롭기 짝이 없는 것을 흩뿌린 셈이 되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있을 리 없어. 있으면 배기겠어?

나는 유령을 믿지 않아. 그래서 지금도 평온하게 살고 있지.
나쁜 말은 안 할 테니 정체를 밝히려는 짓은 그만둬.
내가 하려고 했던, 학교에 전해지는 무서운 이야기의 근원을 규명하는 작업과, 하는 일은 같아도 목적이 달라.
‘유령의 정체, 알고 보니 마른 참억새’라는 속담도 있잖아.
유령의 정체가 마른 참억새였다면 한시름 놓지. 하지만 만약 그게 마른 참억새가 아닌 무언가였다면 선생은 어쩔 거야?

나는 점프하는 여자와 아이의 괴담에서 모자가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준 공포가 만들어낸 소문이라는 마른 참억새를 보았어. 그런데 선생은 뭘 볼 생각이야?

…그나저나 선생은 결혼은 하셨나? 이런 일만 하다 가족한테 걱정 끼치고 그러면 안 돼. 아, 아, 혼자시구먼. 그렇지, 이 업계에는 많지. 나도 남 말을 할 때가 아니지만 말이야.
뭐? 어머 그래요. 이혼을…. 뭐, 요즘 시대에 드문 일도 아니니까.
밥은 제대로 챙겨 먹어? 혼자면 돌봐 주는 사람도 없어서 큰일이야. 보니까 제대로 챙겨 먹는 거 같지 않네. 안색이 안 좋아. 편의점 음식만 먹으면 안 돼. 이런 괴담만 쫓아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우울해질 거야. 괜찮으면 내가 아는 애를 소개해 드릴까? 착하고 성실한 애야.

「오리타 씨, 상담하셨던 그 건, 찾아냈습니다! 예전에 저희 주간지에서 취재한 ●●●●●의 사건에 등장하는 망상병 여자가 보낸 편집니다.」

******

• 첫 번째
×××씨

오랜만입니다.
세노입니다.
저를 기억하십니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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