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마음이 수레의 양쪽 바퀴가 되어 이야기는 처음부터 술술 진행되었다.

혼례식의 절차만 정하면 될 무렵, 터무니없는 큰 사건이 일어났다. 도련님에게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게다가 여자는 오쿠로야의 하녀였다.

오하루는 만넨야의 소개로 들어온 하녀가 아니었던 걸까. 그런 설교를 듣지 못했을까. 듣고도 잊어버렸을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내용을 담은 설교일수록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오하루는 분명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그 곧은 눈빛으로 꾸어서는 안 될 꿈을 꾸었다. 늦춰서는 안 되는 긴장을 늦추었다.

"좋아해서 배가 맞는 건 아니야. 배가 맞을 때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맞아 버린다니까. 남자는 그런 법이야. 그걸 모르다니, 역시 너는 아직 어린애로구나."

슬퍼 보인다……기보다도 도련님은 무서워하고 있다. 긴지는 겨우 그 사실을 깨달았다. 도련님의 어두운 눈동자는 긴지를 피해 발치만 보고 있다. 그리고 한 번 기울어져 버린 커다란 물병에서 물이 넘쳐나 그치지 않는 것처럼, 계속해서 말을 토해 내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물 위로 한 쌍의 남녀가 하늘을 향해 누운 채 떠내려온다. 멀고 어두운 어둠 저편에서 긴지의 바로 발치까지 흘러온다.

도련님과 오하루였다.

두 사람은 똑같이 표주박과 박쥐 줄무늬 기모노를 입고 오른손과 왼손을 수건으로 꼭 묶고 있었다.

오캇피키
범인의 수색·체포를 맡았던 하급 관리

"내가 만나러 갔을 때, 오쿠로야 도련님의 왼쪽 손목에는 무언가로 세게 묶은 흔적 같은 청자색 멍이 나 있었단다. 이렇게, 둥글게 말이야."

─그해 여름, 오시마무라의 그 집에서 너는 졸다가 나쁜 꿈을 꾼 거다. 그런 것으로 해 둬.

오캇피키의 말을 잊지는 않았다. 두 번 다시 졸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로부터 반년쯤 후에, 물에 젖은 진흙 벽이 허물어지듯이 오쿠로야는 망했다.

구미야시키
하급 무사들이 거주하던 주택지

요리키
하급 무사들을 지휘하며 사무를 분담·보좌하던 직책

저는 오카다야에서, 정확하게 열 살 때부터 고용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모두 조슈 출신으로,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함께 고향을 도망쳐 나와 혼인한 사람들입니다.

다른 두 동생들 중 하나는 열다섯 살이 되기 전에 포창천연두으로 죽었고, 다른 하나는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가 그 후로 행방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이는 사창가에서 죽었고요. 제가 좋아서 몸을 팔았는지, 무능한 부모가 팔아넘겼는지, 그 무렵 저는 이미 오카다야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은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존재감이 별로 없는 아이였어요.

그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아까 ‘오카다야는 더 이상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보통 같으면 ‘오카다야 분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고 말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예, 예, 그 이유는 이소베 님의 말씀과 같은 생각이 제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타모토
쇼군 직속의 가신들 중 봉록이 만 석 이하인 무사

인간의 진심도 상대에 따라서는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이치를 배웠습니다.

이소베 님…… 한 번만 더 여쭙겠습니다. 아무리 제멋대로 자랐다고는 해도, 젊은 아내가 시키는 대로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를 거리낌도 없이 그렇게 심하게 대하는 인간이, 대체 이 세상에는 있는 것일까요.

발밑을 조심해 가십시오. 모쪼록 이제는 돌아오지 마시기를. 돌아보지도 마시기를.

이것이 마쓰고로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그런데 문지기의 이야기로는 가네코야까지 가는 길에 등에 업은 오사토는 조금도 괴로운 기색 없이, 작은 목소리로 계속 노래하는 가락을 붙여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고 한다.

─귀신아, 이쪽, 손뼉 치는 쪽으로.

─귀신아, 이쪽, 손뼉 치는 쪽으로.

─너도 나만 한 나이가 되면 아마 어디론가 고용살이를 하러 가게 될 게 뻔해. 그때는 몸을 아끼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결국은 부지런히 일한 쪽이 이기게 돼 있거든.

그런 언니의 말을 오유는 어린 마음에 단단히 새기고 있었다.

오유는 재빨리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오유의 머리맡에 어둠보다도 어둡고 검은 것이 웅크리고 있었다. 오유는 그것이 몸에서 내뿜는 악의 같은 것을 눈으로 볼 뿐만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비쭈기나무
예로부터 신성한 나무로, 제례 등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매화꽃 향기가 풍겨온다. 누군가가 저 복도를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박자박 멀어져 간다. 미노키치에게는 그 소리가 똑똑히 들렸지만, 찾아봐도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말없이 오엔의 손을 잡고 살며시 꼭 힘을 줄 뿐이었다.

꽤 특이한 관습이긴 하지만 까닭을 듣고 난 이상은 거스를 수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관습에 거역했다간 그 지방 사람들의 미움을 사서 먹을 것도 물도 약도 구할 수 없게 되고 맙니다. 어머님은 별 수 없이 아다치 가에 들어가 살면서 병자를 돌보았습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늘 등을 맞대고 있단다. 행복과 불행은 앞면과 뒷면 같으니까."

괴로운 일만 겪다 보면 반대로 ‘도깨비’ 도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그러니 역시 너는 이제부터 시작인 게야.

"자, 이 이야기는 이제 이걸로 끝이다. 나를 좀 쉬게 해 다오."

저는 생각했습니다─‘도깨비’ 의 미소는 제가 아는 어머님의 그 미소와 어딘지 모르게 닮지 않았나 하고. 그 따뜻한 눈빛도 어머님이 저를 보실 때의 눈빛과 꼭 닮지 않았나 하고.

─사람으로 살아 봐야, 비로소 ‘도깨비’ 가 보이게 되는 거란다.

재미있게도 이 관리인은 덩치가 절반밖에 안 되는 아내에게 꼼짝도 못한다. 얹혀사는 다로는 아주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늘 잔소리를 듣곤 하는데 관리인도 똑같이 아주머니의 잔소리를 듣는다.

복도에서 비쳐드는 오후의 햇빛에, 희미하게 장지 위의 여자 머리가 떠올라 보였다. 몇 번 눈을 깜박여도 두 손으로 눈을 비벼도 보이는 것은 보인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라면 친절하고 다정한 얼굴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죽일 수 있는 놈들이 있어요. 그런 놈들은 어느 모로 보나 인간 같은 멀쩡한 얼굴 밑에 귀신의 본성을 숨기고 있지요."

솨아솨아 내리는 가랑비 속에 사람이 아닌 이형異形의 존재가 조용히, 조용히 서 있다. 가을비가 보여주는 환상이 오신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오신은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조마와리
시중을 돌아보며 범죄를 수사하고 법령 위반을 단속하는 관리

우미보즈
바닷가나 배 앞뒤에 나타난다는 알몸에 눈이 커다란 까까머리 요괴

아사쿠사 오쿠라
에도 막부가 직할지에서 거둬들인 쌀을 보관하던 창고

"역시 모르는 척하는 게 좋지 않을까?" 노인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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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는 북스피어에서 간행되는 제 열한 번째 책입니다.

소설, 만화, 영화 등, 하나의 픽션이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단순한 번역 작업만이 아닌 다방면에 걸친 섬세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 주시는 북스피어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바다를 건너 도착한 제 작품을 애독해 주시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 역시 여러분들에게 하룻밤의 즐거움이 되기를.

미야베 미유키 (宮部みゆき)

교와享和 1801년에서 1804년까지 사용된 에도 시대의 연호 연간年間의 초기 무렵, 에도에서 속된 말로 ‘수건 자살’ 이라고 불리는 동반 자살이 일 년 반 사이에 네 건이나 이어진 적이 있다.

물건이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이곳 수건은 의장意匠이 좋았다. 소위 말하는 ‘이야기 무늬’ 라는 것으로, 겐지 이야기나 이세 이야기, 오토기조시 등 이야기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서 그것을 물들여 썼던 것이다.

실용적인 물건이어야 할 수건에 불필요하게 사치스러운 의장을 공들여 해서 팔아 치운데다 동반 자살한 남녀의 마음을 부추겼다는 죄목으로, 제조원인 수건 도매상의 주인은 귀양 보내지고 가족들은 재산을 몰수당해, 가게는 이 대에서 망하고 말았다. 결국은 꽤 비싼 값을 치른 취미였던 셈이 된다.

편하게 살기 위한 가장 가까운 길은, 결국 성실하게 일하는 거란다.

그것은 고용살이 일꾼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당연한 처우인지라, 뼈가 부서져라 일해야 하는 매일이지만 마음속은 편안했다.

엄격한 게 결국 편하다는 이야기는 이런 뜻일 것이다.

처음에는 긴지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여러 번 일어나자─특히, ‘어라, 그저께도 만난 아가씨다, 그러고 보니 요전에도 여기서 만났지’─하는 식의 일이 이어지자 이것은 계획된 만남이고, 상대방은 도련님이 무코지마에 다니는 사실을 미리 알고 지나가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눈치를 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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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기술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 P4

김훈 씨는 어떤 잡지 인터뷰에서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다 죽어야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 P11

스탈린 시대 소련의 정치체제를 냉정하게비판했으니까요. 하지만 오웰은 반공주의자가 아니라 사회주의자, 그것도 열렬한 사회주의자였습니다. 그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인간의 자유와 사회의 정의를 파괴한다고 믿었고, 모든 유형의집단주의와 전체주의를 악으로 규정했습니다. 파시즘에 반대하는국제의용군의 일원이 되어 스페인내전에 뛰어들었던 것도 이런 신념 때문이었고요. - P15

오웰은 소설도 썼지만 정치 문제를 다룬 평론과 르포르타주도 많이 썼습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한중 옮김, 한겨레출판, 2010)이 대표적인 작품이죠. 세계  대공황 시기에 대량실업으로 무너진 탄광지역의 실태를 취재한 르포르타주입니다.  이 르포를 보면 오웰은 역사와 인간 존재의 심연(深淵)을 탐사하는 잠수부 같습니다. 저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는 내내 마치 물 밑에 들어간 것처럼 숨쉬기가 힘들었어요. 그걸 쓰는 동안 오웰 자신도 그랬을겁니다. - P16

제게는 ‘미학적 열정‘과 ‘정치적 목적‘이 중요합니다. - P26

저는 자유롭게, 그리고 정직하게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경제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합니다. - P27

저는 새로 책을 낼 때마다 쌀독이 가득 차는 것을 상상하곤합니다. 몇 년 동안은 책을 쓰지 않고 읽기만 해도 되는, 아직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행복이 찾아들기를 기대합니다. - P27

시골 공공도서관에 가면 기분이 좋습니다. - P29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많은 결함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제가 시장경제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그때문일지도 모르죠. 자유를 귀중하게 여기고 자유주의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요. - P29

/ 제가 진보냐고요? - P38

소설 <토지>, <장길산>, <태백산맥>에서 우리는 인간 박경리, 황석영, 조정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인간의 사악함과 훌륭함에 대해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요. - P40

《맹자》에 나오는 ‘유자입정(井)‘ 이야기,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린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하는 것을 본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얼른 뛰어가서 구하겠지요. 왜요? 아이 부모한테 사례금을 받으려고?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는 비난을피하려고? 동네 사람들한테 칭찬을 듣고 싶어서? 아닙니다. 아무생각 없이 그냥 막 뛰어가서 구하는 겁니다. 생각은 그 다음에 합니다. 이것이 바로 측은지심(心), 즉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본능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리고 약한 것에 대해 연민의 정을느끼게 되어 있다는 것이죠. - P47

인간은 측은지심 말고도 여러 직관적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오지심, 무엇인가 잘못을  저지른 것을 알면 부끄러워합니다. 사양지심, 좋은 일의 공을 남한테 돌리고 몸을 낮추려 합니다. 시비지심, 옳고 그름을 가려 옳은 일을 합니다. 맹자는 이런 마음을 4단이라고 하면서, 인의예지라는 문명의 규범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고 주장했습니다. - P47

정언명령은 ‘이성을 사용하는 규칙‘입니다. - P49

그런데 세상에는 시비와 선악과 미추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 P49

글 쓰는 사람을 위협하는 것이 욕망만은 아닙니다. 훌륭한 이상을 추구하는 종교와 사상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념과 종교의 교조가 도덕적 미학적 직관을 질식시키기도 하거든요. - P50

민주주의는 여야가 싸우는 게 정상입니다. 안 싸우면 문제 있는 겁니다. 그 덕분에 민주주의는 선을 최대화하는 게 아니라 악을 최소화합니다. - P53

사회에 좌우 또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있다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인데도 정치를 할 때는 말을 못했습니다. - P53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 P55

저는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유용하고 훌륭한 내용을 깔끔하고 개성 있는 문장으로 쓰려고 애씁니다. - P65

영화감독 변영주 씨는 생각이 달랐던지, 인터넷언론 <프레시안>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프니까청춘이다》 류의 책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정말 ‘X같다‘고 생각합니다. 쓰레기라고 생각해요. 지들이애들을 저렇게 힘들게 만들어 놓고서 심지어 처방전이라고 써서그것을 돈을 받아먹나요? 애들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무가지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그걸 팔아먹나요? 아픈애들이라면서요? 아니면 보건소 가격으로 해 주던가. - P67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 위로하기위해 만든 말이지만, 아프면 청춘이 아니라 환자죠. 저는 ‘용감하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용기를 쉽게 불끈 낼 수있어 청춘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신나는 일 만나면 당당히선택해서 한번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야무지게 선택하길 바랍니다.

영화배우 박철민 - P68

《아프니까 청춘이다》 쓴 김난도입니다.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저를 두고 ‘X같다‘고 하셨더군요. 제가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나요?
아무리 유감이 많더라도 한 인간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모욕감에 한숨도 잘 수가 없네요.

조금 의외였습니다. 남은 잘 위로하면서 정작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은 모르네!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 P70

글쎄요, 김난도 교수. 베스트셀러에 올라 서점가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는 책과 본인이 세간에 회자되는 데 자유로울 수 없을 텐데, 그저 책 많이 팔려 인세 늘어나는 데만 함박웃음 짓고 계셨나요? 그간 책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말씀하셔 놓곤 자신은 단 한 번도 아파하려 하지 않고 흔들리려하지 않으시네요 아직 청춘이고 어른이 안 되셔서 그런가? 아니면 자긴 이미 어른이니까 한 번도 아프고 흔들려선 안 된다는 건가요? - P71

오웰은 반공주의자가 아니라 사회주의자, 그것도 열렬한 사회주의자였습니다. 

그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인간의 자유와 사회의 정의를 파괴한다고 믿었고, 모든 유형의집단주의와 전체주의를 악으로 규정했습니다. 

파시즘에 반대하는국제의용군의 일원이 되어 스페인내전에 뛰어들었던 것도 이런 신념 때문이었고요.

세계  대공황 시기에 대량실업으로 무너진 탄광지역의 실태를 취재한 르포르타주입니다. 

이 르포를 보면 오웰은 역사와 인간 존재의 심연(深淵)을 탐사하는 잠수부 같습니다.

저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는 내내 마치 물 밑에 들어간 것처럼 숨쉬기가 힘들었어요. 그걸 쓰는 동안 오웰 자신도 그랬을겁니다.

어린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하는 것을 본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얼른 뛰어가서 구하겠지요. 왜요? 

아이 부모한테 사례금을 받으려고?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는 비난을피하려고? 동네 사람들한테 칭찬을 듣고 싶어서? 아닙니다. 

아무생각 없이 그냥 막 뛰어가서 구하는 겁니다. 생각은 그 다음에 합니다. 

이것이 바로 측은지심, 즉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본능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리고 약한 것에 대해 연민의 정을느끼게 되어 있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아프니까청춘이다》 류의 책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정말 ‘X같다‘고 생각합니다.  - P67

쓰레기라고 생각해요. .

지들이 애들을 저렇게 힘들게 만들어 놓고서 심지어 처방전이라고 써서 그것을 돈을 받아먹나요? 

애들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무가지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그걸 팔아먹나요? 아픈애들이라면서요? 

아니면 보건소 가격으로 해 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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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히코는 머리를 깎는다.
수염까지 깎으면 3,700엔.

새 손님은 없으니,
월 매출은 오르내림이 없다.

‘무코다 이발소’는 홋카이도 중앙부에 있는 도마자와 면에서 전쟁이 끝난 지 오래지 않은 1950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옛날 이발소다. 주인인 야스히코는 쉰세 살의 평범한 이발사, 스물여덟 살에 아버지로부터 이발소를 물려받은 후로 사반세기에 걸쳐 부부 둘이 이발소를 꾸려오고 있다.

그런데 아들 가즈마사가 도마자와로 돌아오겠다는 말을 꺼냈다.

"나요, 우리 고향을 어떻게든 하고 싶어. 이대로 가다 젊은 사람이 싹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어. 할아버지 할머니만 남은 동네가 되다 못해, 나중에는 아예 없어질 거라고. 그건 안 되는 일이잖아. 나, 아버지 뒤를 이어 무코다 이발소를 맡을 거야."

그러나 야스히코는 복잡한 심정을 풀 길이 없었다. 인구가 날로 줄어드는 이런 시골에서 이발소에 앞날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다들 한 달에 한 번 삿포로에 쇼핑을 다녀오는 길에 이발과 미용까지 하고 온다.

"이 도마자와에서 이발소를 해서 뭐 하겠나? 새로운 손님을 끌어들이겠다느니 어쩌겠다느니 꿈같은 소리를 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가는 마당에 어떻게 새 손님을 끌어들이겠어. 게다가 애당초 사람이 없잖아. 산을 향해 ‘자, 어서들 오십쇼’ 하고 외치는 거나 다름없잖나 말이야."

"그럴 리가 있겠어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도마자와에서 새로운 장사를 한다는 게 지나친 모험이지.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힘을 내고 있는데, 노인네들 생각으로만 삐딱하게 보는 건 아닌가 싶네."

"인생이 다 인연인데요 뭐."

창밖에서는 눈이 부슬부슬 날리기 시작했다.

눈보라가 점점 심해져 덧문을 때리는 소리가 온 집 안에 울리고 있었다. 탄광이 사라진 지금, 뭐가 좋다고 이런 벽지에서 살고 있는지 때로 자신도 알 수 없어진다.

야스히코는 머리를 깎는다. 수염까지 깎으면 3,700엔. 새 손님은 없으니, 월 매출은 오르내림이 없다.

야스히코는 앞으로 20년, 이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 후 이발소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가즈마사가 뒤를 잇겠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 바바 할아버지가 아직도 차를 운전하시나?"

"그럼, 하고 있지. 늘 시장 보러 갈 때, 보는 걸."

"그거, 좀 걱정스러운데. 작년에도 주차장에서 액셀과 브레이크를 잘못 밟아서 그대로 논에 처박혔잖아. 얼마 전에는 슈퍼마켓 뒤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하다가 나랑 딱 마주쳤다고. 할 수 없이 내가 뒤로 차를 뺐는데. 이제 운전은 위험하지 않겠어?"

"아버지가 파킨슨병도 앓고 있었나 봐. 검사를 했더니 여러 가지가 나왔어. 역시 힘들 것 같아. 의사가 수술은 어쩌겠느냐, 인공호흡은 할 거냐, 여러 가지로 묻는데, 연명 치료는 하지 말라고 부탁했어. 어머니도 수긍하는 눈치고."

"무슨 소리야. 쇼와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고. 형제가 많으면야 장남이 가업을 잇는 게 도리겠지만, 우리 세대부터는 어느 집이든 둘뿐이잖아. 그런데 집에 얽매인다는 건 불합리하지. 게다가 도마자와 같은 시골에서, 누가 고향에 남으라고 할 수 있겠어."

"여자 쪽이 평균 수명이 길다는 거, 하느님 조화 중에서는 꽤 히트작 아니겠어. 여기 있는 댁들도, 부인이 먼저 저세상으로 가면 어떻겠어? 어쩔 줄 모를걸."

시골은 정말 그렇다. 관습을 따라야 편하지 거스르면 오히려 성가시다.

"안녕하세요. 틈이 나서 왔습니다. 평일은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요."

"주말에도 안 기다립니다."

세가와가 비아냥거린다.

다이스케, 농사 그만둘 건가? 그럴 수 없겠지. 도마자와를 떠날 건가? 그럴 수 없겠지. 그럼 훌훌 털어버리자고. 모두가 한 연못 안에서 똑같은 물을 먹고 살고 있어. 그게 도마자와야. 그러니까 어울려. 자기를 버리고 그냥 어울리라고. 그럼 편히 살 수 있어."

"알면서 뭘 물어.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지. 도마자와에 아무 변화 없어라."

세가와가 먼 곳을 보듯 아련한 눈길로 담담하게 얘기한다. 야스히코는 이 불알친구가 의외로 냉철해서 안심했다. 이것이 연륜이라는 것일 게다.

어색한 분위기만 남았다. 이 일은 한동안 화근으로 남을 듯하다. 그러다 이내 잠잠해질 것이다. 좁은 동네니 얼굴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누군가는 중재에 나서고, 그리고 어쨌든 화해한다. 이 동네는 지금까지 줄곧 그래 왔다.

"좋기는 뭐가 좋아. 온 세계 사람들이, 홋카이도에 저렇게 조그맣고 못난 동네가 있구나, 하고 정말로 생각하면 어쩔 거야?"

셋이서 잠시 얘기를 나눴다. 그저 세상 돌아가는 얘기다. 매일 잠복을 하는 형사도 대화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서로 농담도 던지자 거리가 갑자기 좁혀졌다. 야스히코는 이때도 대화의 힘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

군고구마처럼 따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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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무코다 이발소

내가 좋아하는 삿포로, 홋카이도

札幌市, さっぽろ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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