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는 북스피어에서 간행되는 제 열한 번째 책입니다.

소설, 만화, 영화 등, 하나의 픽션이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단순한 번역 작업만이 아닌 다방면에 걸친 섬세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 주시는 북스피어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바다를 건너 도착한 제 작품을 애독해 주시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 역시 여러분들에게 하룻밤의 즐거움이 되기를.

미야베 미유키 (宮部みゆき)

교와享和 1801년에서 1804년까지 사용된 에도 시대의 연호 연간年間의 초기 무렵, 에도에서 속된 말로 ‘수건 자살’ 이라고 불리는 동반 자살이 일 년 반 사이에 네 건이나 이어진 적이 있다.

물건이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이곳 수건은 의장意匠이 좋았다. 소위 말하는 ‘이야기 무늬’ 라는 것으로, 겐지 이야기나 이세 이야기, 오토기조시 등 이야기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서 그것을 물들여 썼던 것이다.

실용적인 물건이어야 할 수건에 불필요하게 사치스러운 의장을 공들여 해서 팔아 치운데다 동반 자살한 남녀의 마음을 부추겼다는 죄목으로, 제조원인 수건 도매상의 주인은 귀양 보내지고 가족들은 재산을 몰수당해, 가게는 이 대에서 망하고 말았다. 결국은 꽤 비싼 값을 치른 취미였던 셈이 된다.

편하게 살기 위한 가장 가까운 길은, 결국 성실하게 일하는 거란다.

그것은 고용살이 일꾼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당연한 처우인지라, 뼈가 부서져라 일해야 하는 매일이지만 마음속은 편안했다.

엄격한 게 결국 편하다는 이야기는 이런 뜻일 것이다.

처음에는 긴지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여러 번 일어나자─특히, ‘어라, 그저께도 만난 아가씨다, 그러고 보니 요전에도 여기서 만났지’─하는 식의 일이 이어지자 이것은 계획된 만남이고, 상대방은 도련님이 무코지마에 다니는 사실을 미리 알고 지나가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눈치를 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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