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손뜨개 - 세련되고 멋스러운 니트 손뜨개 시리즈
michiyo 지음, 황선영 옮김 / 이아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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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과 ‘트렌드를 반영한 감각적인 디자인과 손쉬운 뜨개 방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저자 소개글을 읽고 구입. 볼수록 마음에 든다. 저자의 다른 책도 구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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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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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옮겨쓰기.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이건 말이 아니고 글이라서.

글씨 크기를 크게 하거나 진하게 하거나 빨간색, 형광색, 그 무슨 강조 표시를 해도 여기다가 내 마음을 표현할 재간이 없다. 나는 개구리라서.

 

그러니 방법은 하나, 길게 옮겨 쓰는 것 뿐이다.

만약 이게 대자연 풍경을 보고 느낀 감정이라면 그나마 이런 방법조차 쓸 수 없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이건 내가 여기 옮겨 쓸 수 있는 '글'을 보고 느낀 것이기에,

이 책을 쓴 글쓴이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무진기행」을 쓴 김승옥 작가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자음 하나 모음 하나, 받침 하나 틀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길게 옮겨쓰기. 

 

이걸 읽고 누군가 나와 같다면 이 책을 읽어보리라 기대하면서,

그때 나는 그 누군가의 글쓰기 동무 되리라 상상하면서,

길게 옮겨쓰기, 시작.

 

 

9. 일반언어와 창작언어

 

모든 습관은 무의식적 자동화 속으로 퇴보한다. (........ 반면) 예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의 감각을 되찾게 한다. 사람들이 사물을 느낄 수 있게 하며 돌을 '돌답게' 만들어 준다. 예술의 목적은 사물에 대한 감각을 알려져 있는 대로가 아니라 지각된 대로 부여하는 것이다.
ㅡ 빅토르 쉬클로프스키의 「기술로서의 예술」에서

 

'낯설게 하기'는 일상의 자동화된 인식을 배제하고, "사물에 대한 감각을 알려진 대로가 아닌 지각된 대로" 인식하려는 노력이다. 즉, 습관적ㆍ관용적ㆍ상투적 표현을 배제하고 지각된 그대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낯섥 하기' 이다. 그런 점에서 "낯설게 하기' 라는 용어는,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작가 자신에게 지각된 그대로 표현하기'다.

 

일반언어는 누구나 사용하는 관습적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관습적ㆍ관용적 태도를 유지시켜 준다. 반면 문학언어 혹은 창작언어는 화자가 실질적으로 느낀 그대로, 혹은 화자만이 느끼는 그대로 서술한다. 그런 점에서 화자만의 감각과 개성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테면 다음의 예를 보자.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를 나는 들었다.

 

"앞으로 십 킬로 남았군요."

 

"예, 한 삼십 분 후엔 도착할 겁니다."

 

그들은 농사관계의 시찰원들인 듯했다. 아니 그렇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여튼 그들은 색무늬 있는 반소매 셔츠를 입고 있었고 대드롱 직(織)의 바지를 입었고 지나쳐오는 마을과 들과 산에서 아마 농사 관계의 전문가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관찰을 했고 그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얘기하고 있었다. 광주에서 기차를 내려서 버스로 갈아탄 이래, 나는 그들이 시골 사람들답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점잔을 빼면서 얘기하는 것을 반수면상태 속에서 듣고 있었다. 버스 안의 좌석들은 많이 비어 있었다. 그 시찰원들의 말에 의하면 농번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을 할 틈이 없어서라는 것이었다.

 

"무진엔 명산물이……. 뭐 별로 없지요?"

 

그들은 대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별게 없지요. 그러면서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건 좀 이상스럽거든요."

 

"바다가 가까이 있으니 항구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럴 조건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심(水深)이 얕은데다가 그런 얕은 바다를 몇백 리나 밖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수평선이 보이는 진짜 바다다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니까요."

 

"그럼 역시 농촌이군요."

 

"그렇지만 이렇다 할 평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오륙만이 되는 인구가 어떻게들 살아가나요?"

 

"그러니까 그럭저럭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들은 점잖게 소리내어 웃었다.

 

"원, 아무리 그렇지만 한 고장에 면산물 하나쯤은 있어야지."

 

웃음 끝에 한 사람이 말하고 있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 시작 부분이다. 개구리들은, 세상을 소모적으로 상투적으로 통속적으로 관용적으로 관습적으로 바라본다. 위 글의 시찰원들은 시찰원들답게 개발론적 시점에서 무진을 이야기한다. 이익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지방 여행을 가서는 맛집이나 찾는 통속적인 개구리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관점으로는 아무리 먼 곳을 여행해도 세상이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익과 개발에 따라 등급이 매겨질 뿐이고, 음식 또한 서울에 있는 전주비빔밥집이나 뉴욕에 있는 이탈리아 고급 레스토랑 음식이 제일 맛있게만 여겨질 것이다.

반면 곧바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주인공은 전혀 다른 관점과 언어를 구사한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속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은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버스의 덜커덩거림이 좀 덜해졌다. 버스의 덜커덩거림이 더하고 덜하는 것을 나는 턱으로 느끼고 있었다. 나는 몸에서 힘을 빼고 이었으므로 버스가 자갈이 깔린 시골길을 달려오고 있는 동안 내 턱은 버스가 껑충거리는 데 따라서 함께 덜그럭거리고 있었다. 턱이 덜그럭거릴 정도로 몸에서 힘을 빼고 버스를 타고 있으면, 긴장해서 버스를 타고 있을 때보다 피로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열려진 차창으로 들어와서 나의 밖으로 드러난 살갗을 사정없이 간지럽히고 불어가는 6월의 바람이 나를 반수면상태로 끌어넣었기 때문에 나는 힘을 주고 있을 수가 없었다.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살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같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低溫),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빛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시찰원들은 무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진의 인구, 발전 조건, 명산물 등과 같은 일차적 표면 자료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눈다. 반면 주인공 '나'는, '나만의 독특한 감수성'을 발휘한다.

 

'나'는 바람기를 느끼고, 소금기를 느끼고, 뿐만 아니라 "햇빛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를 정확하게 느끼고 서술한다. 게다가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하고 혼자만의 개인적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다"라는 문장은, 통속적인 관념적인 관습적인 개구리 언어로는 결코 잡아내지 못할 참으로 독특하고 신선하고 상쾌한 표현이다. 이러한 표현에 주목하여 평론가들은 김승옥의 문체를 일컬어 "감수성의 혁명" 혹은 "개인의 발견"이라고 극찬해 마지않았다.

 

언어는 '문자언어, 출판언어, 창작언어' 등에 의해 보다 세련되게 정련되는 역사를 걸어 왔다 개구리가 '입말언어, 일상언어, 일반언어'로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공주 왕자의 언어는 '출판언어, 창작언어'를 통해 자신의 언어 솜씨를 업그레이드 하는 언어를 가리킨다. 공주다운, 왕자다운 언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독서를 통해 '출판언어, 창작언어'를 자기 것으로 육화하는 동시에, 실질적 정직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적 언어를 구사해야하는 이중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아마도 우선은 수다를 떨거나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보는 시간부터 줄여야 한다. 뉴스나 신문의 대부분이 관습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접촉이 제로 상태일수록 좋다. 반면 좋은 책을 찾아 읽는 독서 시간과 자신만의 문장을 찾아 헤매는 습작 시간을 극대화해야 한다. 글쓰기 솜씨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선택을 얼마나 고집스럽게 수행하느냐, 얼마나 기꺼이 즐겁게 이어 가느냐 하는 태도의 차이에서 온다.(48~53p.)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무뎌지는 감각을 되찾기 위해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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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12-11-2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설게 하기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듣고 갑니다. 근데 저는 일반언어와 문학언어와의 구분을 만든 사람들의 자충수라고 생각해요. 언어는 하나인데 일반태도와 문학태도가 있을 뿐이지 않나 합니다. 굳이 구분해서 대중과 멀어지다 보니 문학과 일반이 따로 노는 지금의 비극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고... 여튼!!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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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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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습관은 무의식적 자동화 속으로 퇴보한다. (........ 반면) 예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의 감각을 되찾게 한다. 사람들이 사물을 느낄 수 있게 하며 돌을 '돌답게' 만들어 준다. 예술의 목적은 사물에 대한 감각을 알려져 있는 대로가 아니라 지각된 대로 부여하는 것이다.
ㅡ 빅토르 쉬클로프스키의 「기술로서의 예술」에서-48쪽

웹스터 부인이 하녀와 입 맞추는 남편을 발견하고는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자 사전을 편찬한 사람답게 평소 낱말 사용에 엄격했던 웹스터는 놀란 표정의 아내에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니오, 여보. 놀란 것은 나요. 당신은 질겁했소."-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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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테라피 - 당신과, 당신 인생과, 당신 아파트를 치유해주는 8단계 힐링 홈 테라피
맥스웰 길링험 라이언 지음, 김선아 옮김 / 사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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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월도프 학교의 복도와 벽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다. 불규칙한 시각적 자극은 공부에 집중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내 관심이 처음으로 더 높은 차원의 문제들과 결합해서 발전하게도니 계기는 바로 이 월도프 학교에서였다. 이때 비로서 환경이 그저 <외적으로> 보기 좋은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을 지원해줌으로써 <내적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이해의 대부분은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공간에 대해 숼씬 예민하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특정 공간에 들어설 때, 우리는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몸은 지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움직일지 모르지만, 눈은 공간 전체를 훑어보며 천장, 구석, 그리고 발밑의 바닥까지 모든 부분을 인식한다.-16쪽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만지고 느끼는 것까지 모두 우리 안으로 들어와 영향을 끼친다. 그 결과 공간은 우리에게 불편하고 집중할 수 없는 느낌을 줄 수도 있고 편안하고 환대 받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또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도 있고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더불어 그곳에 들어온 사람을 위축시키거나 당당하게 만들 수도 있다. 실내 공간이란 이렇듯 강력한 힘이 있다.-16쪽

이것은 전혀 새로운 생각이 아니며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도 이런 사실을 활용해왔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공간이 내포하는 위력을 익히 깨닫고 그것을 건축과 실내 장식에 반영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유서 깊은 명문 대학들은 강의실들이 정원을 둘러싸고 있다. 이것은 그리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설명을 듣고 가르침을 받기에는 실내가 좋지만 더 높은 차원의 철학적인 토론을 하는 데는 정원이 가장 이상적인 장소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역사적으로 볼 때 작가들은 작고 비좁은 공간에 이끌렸다. 그런 공간들이 바로 고독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가들의 욕구를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일부 미국 인디언은 가장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부족 집회를 열 장소로 키바스kivas라는 특별한 지하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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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피디의 쇼타임
김상욱 지음, 김윤주 그림 / 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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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이야기가 좋다. 현장, 실무자, 셋업, 과정, 몰입... 뭐 이런 단어들. 여러, 아니 모든 분야에서 이런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공연장만큼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현장은 많지 않겠지만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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