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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집 보는 날 책 읽는 우리 집 12
모리 요코 글.그림,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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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집 보는 날’보다 수십 수백 수천 배 더 무서운 날이 있다.

‘혼자 가게 보는 날’이다.

 

 

 

몇 년 전부터 떡볶이 장사를 하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드디어 적금 만기일이 다가와 가게 자리를 알아보다가 뜻밖에도 편의점 자리를 얻어서 나는 지금 예정에 없던 슈퍼 아줌마가 되었다. 고맙게도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서 이럭저럭 장사를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가끔 혼자 가게를 봐야하는 날이 오면 아, 진짜로 무섭다. 낮에는 그나마 괜찮은데 어두워지고 오가는 사람 발길마저 뜸해지면 괜히 한번씩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 느낌, 그 느낌이 바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한 부분이다. 그런 느낌이 들때면 여지없이 노래를 부른다. 아무 노래나 생각나는대로 막 부른다. 그러면 무서움이 가라앉는다.

 

주인공 아짱처럼 내가 어린아이라면 상상력을 발휘해서 가게에 있는 온갖 물건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겠지. 책을 보고 나서 실제로 계산대에 있는 껌이랑 사탕봉지가 노래를 한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을 해봤는데 기껏 생각나는 가사는 ‘♪이렇게 이쁜 나를 왜 아무도 사가지 않는 걸까. 내가 좀 비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이쁜 옷을 입었는데 말이야~’ 뿐이었다. 슈퍼마켓 아줌마의 한계라고나 할까. 아무튼. 아짱이 부엌 살림들과 함께 노래를 하며 혼자 집을 봤듯이 나도 혼자 가게를 보는 날이면 계속 노래를 부른다. 혼자 부르는 노래라는 것이 다른 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책을 읽고 옛날에 만났던 사람이 생각났다. 자취를 하던 사람이었는데 혼자 지내다보니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있다면서 그런 날이 여러 날 이어지다보면 누구하고라도 말을 하고 싶어지고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유리창하고 얘기하고 주전자나 컵하고도 얘기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그 말이 하도 인상적이어서 수십 년 동안 기억을 하고 있는데, 살면서 나 또한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은 날을 여러 날 보내보았지만 그렇다고 집안 살림살이랑 얘기를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혼자 집 보는 날』을 쓴 작가의 감성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별점을 다섯 개나 다 준 것은 어찌됐든 이 책은 그림책인데 바로 그 그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아짱도 귀엽고 노래하는 부엌살림들도 그렇다. 그림체, 색감 모두 마음에 든다. 그림이 마음에 들기때문에 내가 갖고있어도 좋겠지만 아짱 엄마와 꼭 닮은 이웃에게 주면 이웃도 좋아하고 그 집 딸들도 좋아할테니 나 혼자 부르는 노래보다는 여럿이 부르는 노래가 더 신나는 걸 생각해서 이 책은 이웃에게 주기로! 큰 결심하며 리뷰를 마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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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5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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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8 0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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