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욕망하다 - 요리의 사회문화사
마이클 폴란 지음, 김현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14년 2월
절판


내가 빵을 굽기 시작한 이유는 빵을 알아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빵을 굽게 된다면 멋진 일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느낀 충동은 나만의 빵을 굽겠다는 깊은 열망보다는 기자의 호기심 쪽에 더 가까웠다. 단지 집이나 나를 받아줄 빵집에서 반죽에 직접 손을 대봄으로써 빵 굽는 과정에 대한 감을 익히고 싶었을 뿐이다. -248쪽

사실은 몇 해 전에 빵 한두 덩이를 구워본 적이 있는데 결과는 그만그만했다. 그래서 빵은 나한테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요리의 한 형태로서 빵굽기는 너무 수고로운 작업 같았다. 빵을 구우려면 꼼꼼하고 인내심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빵 굽기는 건축으로 치자면 목공일에 해당되었고 나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일보다는 실수가 좀 더 허용되는 일 쪽에 끌렸다. 원예, 요리, 글쓰기 등은 모두 수정할 수 있고 중간에 바로잡을 수 있어서 이런 면에서 여유가 있는 일들이다. -248쪽

반면, 빵 굽기는 수수께끼 같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일 같았다. 반죽을 발효시키려면 눈에 보이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힘을 관리해야 했다. 레시피는 어려워 보였고 성가시기도 했다. 게다가 내가 참고한 모든 책과 제빵사는 재료를 그램 단위로 측정하기 위해 주방저울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쓰기 위해 빵을 구워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 가장 예사롭지 않은 평범한 식품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글을 쓸 소재를 모은 뒤 저울을 치우고 다른 일로 관심을 돌려버릴 작정이었다.-248-249쪽

하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이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소재를 모두 모은 한참 뒤에도 나는 계속 빵을 굽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도 오븐 속에서 빵 한 덩어리가 익고 있고 바구니에도 한 덩어리가 잠자고 있다. 나는 빵 굽기를 그만둘 수가 없다. 나는 손에서 느껴지는 반죽의 느낌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 번째나 네 번째로 치대면 풀기 없고 질척질척하던 반죽인 응집되기 시작하면서 마치 안에서 힘줄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차츰 탄력이 생긴다. 나는 또한 오븐 문을 열고 내 반죽이 얼마나 부풀어 올랐는지 확인하는 순간을 사랑한다.(약간의 두려움도 함께 느낀다.) 그리고 빵이 식는 동안 내부의 김이 빠지느라 껍질에 금이 가면서 낮게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사랑한다. 그럴 때면 부엌은 무엇과도 비길 데 없는 구수한 향으로 가득 찬다.-249쪽

파티 주최자 중 한 명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는데 집에 오는 길에 미션 지구에 있는 한 빵집에 들러 빵을 샀다고 했다. 그 빵집에서는 오후 늦게야 오븐에서 빵을 꺼내는 모양인데, 그래서 내가 빵을 처음 먹었을 때 조금 따뜻했다.
내가 빵 굽기에 착수했을 때 이 인상적인 빵이 눈앞에 커다랗게 어른거렸다. 아마도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겠지만 어쨌든 목표로 삼아서 노력하고 싶은 빵이었다. 마침내 나는 그 빵집의 이름ㅡ타르틴ㅡ과 제빵사의 이름ㅡ채드 로버트슨ㅡ을 알게 되었다.(나는 제빵사가 유명인사가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250쪽

나는 여기저기에서 이 사람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입수했다. 빵이 오후 늦게 나오는 이유는 로버트슨이 서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션 비치의 파도가 좋을 때는 아침 시간을 비워두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이 말은 사실과 좀 어긋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는 그가 빵을 하루에 250덩이만 굽고 더 이상을 구우려 하지 않는다고 읽었다. 그래도 오후만 되면 게레로 가에 빵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구불구불 길게 이어져 빵이 식기도 전에 동이 나버린다고 했다. 사람들은 전화로 빵을 예약하기도 했다.-251쪽

그래서 나는 로버트슨이 자신의 상징이 된 시골 빵의 레시피를 공개하는 책을 출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몹시 반가웠다. 나는 로버트슨의 책 《타르틴 브레드(Tartine Bread)》의 견본을 어렵사리 손에 넣었다. 꼭 로버트슨이 굽는 빵처럼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표지에 교과서같이 제본된 멋진 책이었다.-251쪽

나는 커다란 책을 펼치면서 기대감에 부풀었으나 ‘기본 레시피’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기대감이 무너져버렸다. 레시피는 42쪽에서 시작되었는데, 68쪽이 도도록 오븐에 빵을 넣지 않았다. 그 사이에 유용한 사진들이 잔뜩 실려 있었는데 대부분이 반죽 사진이었지만 로버트슨이 빵을 만드는 모습도 몇 장 있었다.-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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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4-30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손에서 느껴지는 반죽의 느낌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 번째나 네 번째로 치대면 풀기 없고 질척질척하던 반죽인 응집되기 시작하면서 마치 안에서 힘줄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차츰 탄력이 생긴다. 나는 또한 오븐 문을 열고 내 반죽이 얼마나 부풀어 올랐는지 확인하는 순간을 사랑한다.(약간의 두려움도 함께 느낀다.) 그리고 빵이 식는 동안 내부의 김이 빠지느라 껍질에 금이 가면서 낮게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사랑한다"
- 저는 이것이 글을 쓸 때의 과정으로 읽히네요.

글에 탄력이 생기는 걸 느낀다.
초고가 어떻게 완성되었는지를 읽어 보는 걸 사랑한다.
수정본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
완성된 글을 흐뭇하게 볼 수 있을 때 행복하다.
(작가들이 그러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