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자연재배 - 비료도 농약도 퇴비도 쓰지 않는 먹거리 혁명
송광일 지음 / 청림Life / 2013년 7월
품절


자연재배는 무경운, 무농약, 무비료(퇴비 포함) 농법이다. 농약, 제초제, 비료를 주지 않는 것은 물론, 퇴비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땅속의 비료를 다 뽑아낼까 고민한다. 먼저 농사를 계속 지어왔던 땅속에 오랫동안 쌓인 비료 성분을 없애는 것이 기초공사이다.

그러나 과연 아무것도 넣지 않는 것이 실제로 효율성이 있는지 정말 가능한 건지, 여전히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자는 사람들이 안 보는 사이에 몰래 비료를 살포하는 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대체 그 비결이 무엇이냐고 궁금해한다. 하지만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 것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는 것뿐이다. 다만 오랜 시간 자연재배 농법을 해오면서 도달한 결론이 있다면 관건은 바로 ‘땅’이라는 것이다. 다시 위대한 힘이 담긴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98쪽

식물은 비료가 제공되지 않으면 몇 가지 생리적 변화를 보인다.

첫째, 지상부와 지하부의 균형을 맞춘다.

식물은 비료가 제공되지 않으면 가장 먼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뿌리의 양을 몇 십 배로 늘린다. 필요한 이온과 질소 등을 흡수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뿌리의 표면적을 늘려 조금씩이지만 필요충분조건을 맞추기 위한 최선의 대책이다. 이때 수분의 경우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래서 자연재배는 지하수위가 낮은 지역이나 배수가 잘 되지 않는 부분에서는 재배 성적이 나쁘다. 질소 부족으로 황화현상(잎이 누렇게 뜨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작물은 수분이 많으면 수분이 과다하게 체내로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뿌리의 숫자를 줄인다. 그러면 표면적이 작아진 뿌리는 다른 영양염류를 많이 흡수하지 못한다. 특히 질소의 흡수가 적어 질소 부복으로 인한 성장저해가 나타나고 후에 황화현상까지 발생한다. 어설프게 자연재배 작물에게 많은 물을 제공한다면 자연재배 농작물은 극심한 생육 부진에 빠질 수도 있다.-99쪽

둘째, 고전압 식물로 변한다.

식물 입장에서 뿌리만 뻗으면 모든 영양성분이 자기한테 오는 것은 아니다. 물질의 근본은 서로 당기고 밀어내는 것이다. 퍼텐셜 에너지(potential energy)나 전기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모든 이온은 전기화학적 전위차(퍼텐셜)에 의해서 결합하고 밀어낸다. 영양 염류는 광물들과 강한 전기적 이온 결합이 되어 있고, 식물은 이를 흡수하기 위해 전위차를 만들어 흡수가 가능하도록 최대한 자신의 생물학적 전압을 올려 생존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고전압 식물이 되는 것이다. (......) -100쪽

셋째, 공생이라는 역사가 시작된다.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는 ‘식물근권미생물’과의 공생을 하는 것이다. 근권미생물은 대체적으로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아니라 합성하는 미생물이다. 이러한 미생물들을 식물생육 촉진 근권미생물(plant growth promoting rhizobacteria), 약자로 PGPR이라 한다. 근권(根圈, rhizobacteria)은 식물 뿌리 작용이 미치는 범위의 토양, 즉 식물 뿌리의 둘레 2~3mm 내를 말한다. 이 근권에서는 뿌리의 양분 흡수에 의해 혼경 조건이 주위의 토양과 현저하게 달라지므로 뿌리에 가까울수록 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모든 식물은 햇빛과 탄산가스, 물을 흡수하여 잎에 녹말을 저장하였다가 밤이 되면 이 녹말을 뿌리로 보내 저장한다. 이 중 10%는 세근을 통해 땅속으로 뿜어낸다. 땅속에 저장된 녹말을 땅속에 있는 수십억 개의 생명체가 받아 먹고 사는데, 이를 근권미생물이라 한다. 이러한 근권미생물들은 식물이 토양에서 흡수한 양분을 무기화시켜 식물에게 필요한 각종 생리활성물질을 만들어낸다. 뿌리, 줄기를 통해 식물에 제공하고, 식물은 이를 먹고 자란다. 때문에 식물의 활력은 근권미생물의 작용에 달려 있다.-102쪽

(..........) 이러한 근권미생물들은 각각의 식물마다 오랜 세월 동안 특정한 미생물들고 공생발전을 거듭하며 살아간다. 농작물도 마찬가지이다. 농작물과 근권미생물 역시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상호 공생관계이다. 그런데 그 중간에 사람이 개입해 땅을 갈아업고 비료오 퇴비를 살포하면서 농경지에서는 미생물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이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온도까지 척척 맞춰주는 등 성장에 필요한 모든 환경을 제공해주다 보니, 작물은 애써 합성한 유기화합물을 근권미생물에게 나누어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작물 입장에서는 근권미생물과의 협력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지고, 결국 공생관계는 깨져버린다. 더구나 제초제, 살충제의 사용으로 토양미생물이 고사되기까지 하므로 농사 짓는 토양에서는 근권미생물이 모두 사라져버린다.-103쪽

식물도 자연재배를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반 농지에서는 자연재배를 꿈꾸기 어렵고, 많은 이들이 무투입이란 단순한 개념으로 자연재배를 시작하지만 대부분 도중에 포기하고 만다. 그동안 뿌린 비료 성분을 제거하는 데만도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비료 성분이 제거되면 식물과 공생하는 근권미생물이 복원돼야 하는데, 이것에 또 최소 2~3년이 걸린다.

그러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몇 년을 넘어서면 땅이 건강해져 생산성은 눈부시게 늘어난다. 가장 필요한 건 ‘기다림’이다. 산림이 어느 시점에서 걷잡을 수 없이 울창해지는 것처럼 채소도 그렇게 스스로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렇듯 스스로 자생하는 자연의 힘이 농작물에서 발휘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의 욕심 때문이다.(.......)-104-105쪽

(......)자연재배에서는 지금껏 일반적인 농사에서 알려진 것처럼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보다 자연의 선택에서 이루어지는, 서로가 공존하는 공생미생물인 근권미생물이 잘 번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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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4-01-2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생물이라고 하면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만 떠오르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구만 그랴. 공생미생물! 근권미생물! 으음.. 이래서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라고 하는가보다. 흐흐

페크pek0501 2014-01-24 15:22   좋아요 0 | URL
다방면으로 배우시네요. ^^

잘잘라 2014-01-24 17:32   좋아요 0 | URL
페크님^^ ㅎㅎ
바람둥이 독서광 페크님.. ㅎㅎ
다방면으로 바람난 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