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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릴라 -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1년 3월
평점 :
"뚜렷한 기억 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 하고 싶은 말이 결국 이것이 아닐까 한다.
본문의 주된 내용은 6가지 일상의 착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1. 주의력 착각
2. 기억력 착각
3. 자신감 착각
4. 지식 착각
5. 원인 착각
6. 잠재력 착각
우리의 일상에 6가지 착각이 존재하며,
사람들이 이 6가지 일상의 착각에 대해서 알게 되면
정신을 차리고 세상을 똑바로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일상의 착각에 대해 알고 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세상사에 대한 더욱 뚜렷한 직관과 생각을 갖게 된다. (......) 일상의 착각을 이해하게 되면 직관의 한계를 알고 삶의 방식을 재정비하게 되며,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 궁극적으로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있는 장막을 걷어내고, 어쩌면 처음으로 진실과 대면하게 될 것이다.(9p.)"
갈등
'어쩌면 처음으로 진실과 대면하게 될 것이다.' 라고?
음.. 아는게 힘, 일수도 있지만 모르는게 약, 일수도 있지는 않을까?
잠깐이나마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읽지 말까, 갈등도 있었다.
보이지도 않는 고릴라를 항상 신경쓰고 살다가 노이로제 걸리면?
그건 또 새로운 골칫거리 아닌가 해서.
글쓴이도 자신이 제기한 문제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첫번째, 주의력 착각 부분에서 부터 이렇게 말한다.
"주의력 사용은 제로섬 게임과 같다. 무엇 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면 다른 것에는 당연히 주의를 덜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지만 무주의 맹시는 주의력과 인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산물이다. 무주의 맹시가 시각 조의력에 내재된 한계라면 이를 줄일 수도, 없앨 수도 없다. 본질적으로 무주의 맹시를 없앤다는 것은 사람에게 팔을 아주 빠르게 움직여 날아보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인간은 날 수 없듯이 우리의 정신 구조 역시 주변의 모든 것을 인식할 수는 없게 만들어져 있다.(66p.)"
그래. 글쓴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착각, 주의력 착각, 기억력 착각 등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계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많이 자주 엄청난 '주의력 착각, 기억력 착각, 자신감 착각, 지식 착각, 원인 착각, 잠재력 착각'을 하며 살아가므로, '주의력 한계, 기억력 한계, 자신감 한계, 지식 한계, 원인 한계, 잠재력 한계'를 인정하고 주의를 기울이자는 얘기다. 자신이 믿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어떤 상황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한번은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짚어보자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좋다. 동의한다. 그러니까 계속 읽자.
뼈저린 후회
6가지 착각 모두 와닿았지만 그 중에서도 네번째 착각,
지식 착각에 대한 부분을 완전 몰입해서 읽었다.
"어떤 학생들은 내 사무실에 찾아와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시험에 계속 떨어진다"고 하소연한다. 그런 학생들은 보통 교재와 노트를 읽고 또 읽었으며 시험을 볼 때쯤엔 모든 것을 다 이해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수업 내용의 일부를 이해할지는 몰라도 '지식 착각'으로 인해 수업 시간에 반복적으로 들어서 익숙해진 개념을 실제로 알고 있다고 혼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재를 계속 읽으면 그 안의 개념에 익숙해지지만, 그렇다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익숙하기 때문에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테스트를 해야만 정말로 알고 있는지 아닌지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하고, 심화 단계의 지식까지 살피는 시험이 좋은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182p.)"
몰입해서 읽은 이유가 아프다. 4개월 동안 죽어라 준비했던 자격 면허 시험에서 낙방한 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점수가 그렇게 안나올줄은 꿈에도 몰랐다. 발표 전 생각은, 불합격하더라도 아슬아슬하게 1,2점 차이로 불합격할텐데 만약 그렇게 불합격되면 얼마나 원통할 것인가, 하는 거였다. 정말 김칫국도 그런 김칫국을.. ㅠㅠ 합격선에 택도 없는 점수로 낙방한 나는 곧 원인 찾기에 나섰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생각한 답이 답이 아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내가 학원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지 않고 혼자서만 죽어라 열심히 그리고 연습했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결과였다는 것을..
그렇다고, 시험 준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올 봄에 이 책을 읽었다면 과연 나는 다른 방법으로 시험 준비를 했을 것인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봄에 읽었더라면 다른 착각을 일으켜 아마 이 부분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 불합격 원인을 따져보는 과정을 거친 뒤에 이 책을 읽었기에 이 부분이 절절하게 와닿고, 그래서 시험 준비 방법이 잘못되었었다는 것을 깨닫고 뼈저린 후회를 할 수 있는 것이겠지.
"잠시 일상을 멈추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자. '이 비가 어디서 오는지 나는 알고 있는가?' 아마 그럴 만한 동기가 없다면 그런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섯 살 짜리 꼬마에게 질문을 받거나, 다른 사람과 논쟁을 벌이거나, 혹은 관련 주제로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해야 하는 등 사회 인지적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좀처럼 자문하는 일은 없다."
심지어 지식을 점검할 때조차 자주 실수를 저지른다. 가지고 있는 정보 혹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일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빠져 있는 다른 요소들은 모두 무시하면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착각은 놀라울 정도로 끊임없이 반복된다.(183p.)
착각은 놀라울 정도로 끊임없이 반복된다!
착각은 놀라울 정도로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 사실을 기억하자.
얼마나 다행인가. '왜 떨어졌지? 왜 내가 낸 답이 답이 아니지? 내가 모르는게 뭐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내년 시험 준비를 하면서 이번엔 또다른 일상의 착각에 빠져 또다른 실수를 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하고 모든 가능성을 타진하며 공부를 한다면 내년엔 분명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신감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겠지!!!)
결론.
일상의 착각들을 염두에 두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예전처럼 자기 자신을 확고히 믿진 못하겠지만, 자신의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사람들이 때로 어이없이 행동하는 이유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멍청해서, 오만해서, 무지해서, 부주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상의 착각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결론으로 성급하게 뛰어들기 전에 항상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하기를 바란다.(34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