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밭 달님 창비아동문고 5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창비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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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21. 토요일 밤에



지난 주에 TV 나는 가수다,를 보는데
임재범이 감기 잔뜩 걸려가지고 나와서
여러분,을 부르는데 울컥,
눈물이 나는 거다.
뭐지, 왜?


이번 주에 책 사과나무 밭 달님,을 보는데
권정생 선생님이 옛날 옛날 옛날 얘기를
동화로 써 놓으셨는데, 울컥
눈물이 나는 거다.
뭐냐고 대체.


다음 주에 다음 주에는
누가 나를 울컥,
하게 하려는지 덜컥,
겁나면서 기다려지네.
후아-







이야기 열 두 개


ㆍ보리 이삭 팰 때

ㆍ사과나무 밭 달님

ㆍ공 아저씨

ㆍ똬리골댁 할머니

ㆍ패랭이꽃

ㆍ해룡이



ㆍ별똥별

ㆍ달래 아가씨

ㆍ들국화 고갯길

ㆍ소

ㆍ어린 양

ㆍ나사렛 아이


보리 이삭 팰 때

- 앉은뱅이 탑이 아주머니 이야기

(. . . . . .)



탑이 아주머니는 앉은뱅이예요.
봄네라는 동생도 있지만 멀리 시집을 갔어요.
탑이 아주머니는 혼자예요.
동네 아이들은 아주머니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고
마구 이름도 부르고 놀려요.

"탑아, 탑아, 이 꽃 줄까?"

"머리에 꽂아 봐, 응?"

동네 아이들은 아주머니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고
마구 이름도 부르고 놀려 주기도 했습니다.

그날도 아이들은 산에서 꺾어 온 진달래꽃을 가지고
탑이 아주머니에게 모여든 것입니다.

"이 꽃 꽂아 가지고 시집가요. 응?"

아이들은 손에 든 진달래 꽃다발을 아주머니 턱밑에
들이밀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조금도 화내거나 싫은
티를 내지 않았습니다. 내민 꽃다발을 받아 들고 분홍빛
꽃 한 가지를 뽑아 귀밑머리에 꽂았습니다.

"아아, 예쁘다!"

(. . . . . .)


"탑인 살아서 고생했으니까, 죽어선 좋은 곳에 갈 거야."

큰대문집 할머니가 그렇게 말했을 때 탑이 아주머니는
조금도 기쁘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대요. 죽어서 아무리 호강을
한대도, 역시 지금이 좋아요."
탑이 아주머니의 말은 참말이었습니다.



(. . . . . .)







사과나무 밭 달님



필준이네 어머니 안강댁은 남의 말을 빌리면
얼빠진 할머니였습니다.

필준이는 그런 안강댁의 외아들입니다.

(. . . . . .)



강가 과수원지기로 두 식구는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필준아, 우리 동두깨비(소꿉놀이) 할까?"

안강댁은 꼭 어린애 같은 짓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어머니 좋으실 대로 하셔요."

필준이는 웃으며 어머니와 소꿉놀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내 등에 베개를 업혀 줘."

필준이는 어머니 등에 정성껏 배개를 업혀 드렸습니다.

환갑을 다섯 해 전에 지낸 안강댁의 등은 요즘 들어 한층
굽어 있었습니다.

"네가 아버지가 되고 그리고 이 아기는 네 어릴 적 아기인
거야. 바로 필준이 너란 말야."

안강댁은 베개 아기를 업고 곧장 자장가를 부르며 토닥거
리는 것이었습니다.

"여보셔요, 필주이 아버지."

"예, 어머니."

"예, 어머니가 뭐야. '여보, 왜 불렀소?' 해야지."

"여보, 왜 불렀소?"

"당신, 오늘 읍내 장 가거든 필준이 꽃신 한 켤레 꼭 사
와요. 애가 얼마 안 있음 자족자족 걸을 테니 말요."

"......"

필준이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조금도 꾸며서 하는 말 같지가 않았습니다. 바로
곁에 정말 아버지를 두고 하시는 말씀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 . . . . .)



"쯧쯧, 필준인 어머니를 잘못 만나서 고생이야. 저토록
부지런하고 착한데 장가도 못 가고....."

가끔 친절한 사람들이 필준이를 동정하는 말이었지만
왠지 듣기가 거북했습니다. 자신이 불쌍하다는 것보다
역시 어머니가 가엾었기 때문입니다.

안강댁은 그런 줄도 모르고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붙잡고 필준이 장가 얘기를 끄집어내었습니다.

"우리 필준이 이쁜 색시한테 중매 들어 줘요, 예? 꼭
좀 얘기 해 줘요."

사람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무도 필준이에게
중매 서 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필준아, 내가 나쁜 어미야....."

안강댁은 정신이 좀 들면 하염없이 필준이를 건너다보며
말꼬리를 흐리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왜 나쁘셔요?"

"내가, 내가 미친 사람이지 않닌....."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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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5-2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핀스님의 글을 읽고나니 권정생님의 동화를 읽어보고 싶어져요. 갑자기 어린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네요^^

잘잘라 2011-05-22 19:16   좋아요 0 | URL
^^저는 순오기님 덕분에 읽었어요. 선물 받아 읽은 책 읽고 울컥,하기는 처음이예요. 그동안 선물 받은 책은 그냥 선물 준 사람의 마음이 고마운 게 컸지 책 자체로는 그냥 '좋은 책'이다 정도였거든요. 권정생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 '슬픔도 힘이 된다'는 말이 절로 생각 나요. cyrus님이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전공 살리셔서 꼭 훌륭한 행정관이 되주시길 바래요. 높은 자리 가셔서 약자들 편에서 좋은 일 많이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순오기 2011-05-22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가진 책은 오래전에 나온 책이라 그린이가 달라서 표지도 다르고 연필삽화 몇 개만 들어 있어요.
여러번 읽어도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울컥하지요~

2011-05-22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2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