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니, 나는 내 아이디어, 즉 누군가 웹상에 금융에 대한 뉴스나 자문을 시의 형태로 제공해 주는 사이트를 만들면 대박이 나리라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황당하게 비쳤을지 알것 같다.-78쪽
하지만 사실, 그건 그렇게 어처구니없기만 한 생각은 아니었다. 나는 그 사이트에 시뿐만이 아니라 금융 문학이라고나 할까, 제정에 관한 수준 높은 글들도 같이 실을 예정이었다. -78쪽
사람들은 사업과 돈, 그들의 주택 대출, 투자 은퇴와 자녀들의 학자금에 관해 생각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더욱이 7/11(세븐일레븐)사태 이후로는 마치 우리 모두가 동시에 중년의 위기를 겪기라도 하듯이 대화의 소재는 그런 내용들로 한정되었지만 문제는 이런 내용의 글들은 언제나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줄임)-79쪽
(줄임) 투자에 관한 시들에 호기심이 동한 사람들이 쇄도를 하고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별난 우리 사이트를 앞 다투어 취재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우리들이 많은 시간을 고심하면서 지내는 것, 즉 돈에 대한 문학적인 토론의 창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79쪽
그래서 비록 성급한 착상에서 비롯되었지만 poetfolio.com이 순수한 열정 속에서 태동하게 되었고 그 사이트의 홈페이지는 지금도 내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줄임)-79쪽
그 일을 시작하게 되기까지 내 뇌의 신경 말단에서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를 추적해 보자면 A 요즘 사람들은 시를 읽지 않는다. B 나는 시를 좋아한다. 아니 적어도 나는 대학교 때 시를 썼다. C 나는 요새 나오는 시집의 시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것들은 내가 공부했던 키츠나, 스티븐스, 네루다 같은 시인들과는 관련이 없는 별개의 언어들로 쓰인 것처럼 느껴진다. D 이 새로운 시들은 추상적인 언어로 쓰여 있어서 실제 현실을 못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E 처음에는 조그만 경제 관련 출판사에서 그 후에는 지방 신문사에서 저널리스트로서 현실의 세상을 취재하면서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80쪽
F 그동안 나는 기업 관련 기사들이 가장 따분하고 지루한, 상상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글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G 언젠가 나는 시인이 되고 싶던 때가 있었다. H 사람들이 시를 멀리하는 것이 유감스럽다. 시는 항상 가까이 해야 한다. I 중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나는 좀 더 젊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워하는 나 자신을 자주 깨닫는다. J 어쩌면 금전에 관한 시를 쓰는 것은 분석하기 좋아하고 언제나 목록과 도표를 만드느라 혹사되어 온 내 좌뇌와 그동안 무시되어 온 창조적인 우뇌를 통합시키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81쪽
그래서 내렸던 결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엉성한 시 구절로 주식에 관한 소식과 정보들을 제공하고 싶다는 나의 어설픈 꿈을 이루기 위해 가정의 안정을 위태롭게 하면서 다니고 있던 직장을 때려치운다. -81쪽
공상 단계에만 머물러 있던 내 구상이 현실화된 것은 내가 우연히 읽게 된 기사 때문이다.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은 어떤 이가 시의 발전을 위해 재산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접한 나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구상하고 있던 사업 계획과 함께 기금 신청서를 보냈는데 놀랍게도 실제로 지원을 받게 되었다(비록 내가 필요로 한 금액에는 훨씬 못 미쳤지만). 내가 사업 계획에 대해 말하면 사람들은 미소를 짓고 들어 주었는데 나는 이것을 그들의 호응으로 착각한 것 같다. 컴퓨터도 두 대 새로 사고, 웹사이트 제작과 광고 판매를 위해 전문가도 고용했으며 작은 사무실도 하나 임대했다. -81쪽
지원금도 받게 된 데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모두 흥미를 보여 주고 초기 창업 비용도 생각만큼 많이 들지 않게 되자 나는 아예 이참에 확실하게 새로운 일을 밀어붙이고 싶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사이트를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였지만 지원금은 금방 바닥이 나버렸고 저축했던 돈까지 손을 대고도 모자라서 대출까지 추가로 받아야 했다. 일의 진척이 지지부진하게 되자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며 여섯 달을 보낸 후 마침내 사이트를 공개하기 바로 며칠 전이 되었을 때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세상에 어떤 제정신 박힌 인간이 돈에 관한 시를 읽으러 우리 사이트에 찾아오겠느냐는 뒤늦은 깨달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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