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뇌 - 하버드대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기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0년 12월
품절


이 책은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뇌의 아름다움과 회복력에 대한 책이다. -9쪽

내게 사람들은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덩어리 같았다. -75쪽

우뇌가 나를 지배하면서 타인의 감정에 더 많이 공감하게 되었다. 비록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에너지의 역학 관계가 내게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폈다. 내게 에너지를 안겨주는 사람이 있고 내게서 에너지를 뺏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76쪽

한 간호사는 내게 필요한 것들에 대해 세심하게 마음을 써주었다. 내 몸이 적당히 따뜻한지, 물이 필요한지, 고통스러워하는지 등을 확인했다. 그녀가 나를 보살피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며 치유의 손길을 내밀었다. 반면 다른 간호사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마치 자기가 아픈 듯 요란하게 발을 끌며 다녔다. 우유와 젤리를 쟁반에 담아 갖다 주면서도 내가 손을 못 쓰니 용기의 뚜껑을 열지 못한다는 사실은 나 몰라라 했다. 나는 어떻게든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그녀는 내 욕구를 모른 체했다. 말을 걸 때면 내 귀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목소리를 높혔다. 이렇게 그녀가 나와 소통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겁이 났다. 그녀가 나를 보살필 때면 왠지 불안했다.-76쪽

나는 완전히 기본으로 돌아갔다. 걷는 법, 말하는 법, 읽는 법, 쓰는 법, 퍼즐을 맞추는 법을 배웠다. 신체의 회복 과정은 정상적인 발달 단계와 비슷했다. 각각의 단계를 익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일어나 앉으려면 먼저 몸을 흔들고 일으켜 세우는 법을 체계적으로 익혀야 했고, 그런 다음 몸을 앞으로 흔들어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이렇게 첫 발을 뗐고, 어느 정도 안정되게 두 발로 섰고, 이어 혼자서 계단을 올랐다.-103쪽

가장 중요한 것은 시도하려는 의지였다. 일단 시도해야 했다. 시도한다는 것은 뇌에게 '이봐, 이쪽 연결이 중요해. 연결을 만들어보고 싶어' 하고 말하는 것이다. 수천 번을 시도했는데 아무 성과가 없다가 어느 순간 약간의 성과가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도하지 않았다면 영영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103쪽

어머니와 나 모두 극도의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성공적으로 회복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내가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외상으로 고통 받는 동안 어머니가 가장 즐겨한 말은 "더 나쁠 수도 있었어!"였다. 정말 그랬다. 표면에 드러난 상황은 참혹했지만 훨씬 더 나쁠 수도 있었다. -104쪽

우리는 발전해가는 나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축하곤 했다. 어머니는 어제는 내가 이것밖에 못했는데 오늘은 이만큼이나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음 단계로 나갈 때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금새 알아챘다. 어머니는 다음 목표가 무엇인지 내게 명쾌하게 설명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시켰다. 나의 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104쪽

뇌졸중 환자 중에는 더 이상 회복이 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이루고 있는 작은 성취에 주목하지 않은 것이 진짜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볼 줄 알아야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절망이 회복을 가로막는다. -105쪽

나는 책임감이란 '특정 순간 감각계로 들어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영어로 책임감을 뜻하는 'responsibility'는 반응response하는 능력ability이다). -179쪽

자동적으로 활성화되는 변연계(감정) 프로그램도 있는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가 완전히 멈추는 데 90초 정도가 걸린다. 가령 분노라는 감정은 자동적으로 유발되도록 설계된 반응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뇌가 분비한 화학 물질이 몸에 차오르고, 우리는 생리적 반응을 겪게 된다. 최초의 자극이 있고 90초 안에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이 혈류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면, 우리의 자동 반응은 끝이 난다. 그런데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우리는 신경 회로에 다시 접속할지, 아니면 감정을 스쳐지나가는 단순한 생리 현상으로 사라지게 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179쪽

현재 우리가 가진 치료 방법에는 처방약을 통해 뇌세포를 화학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 전기 자극을 가하는 방법, 심리 치료를 통해 인지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내가 볼 때 의료적 치료의 목적은 공통된 현실을 공유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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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2-08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 아,, 이거 좀 끌리는데요?
그제까지 뇌과학 인문서를 읽고 있었기 때문인가 봐요.
그러니까 말이예요.
걸린 게 아니고 체험을 했다는 거 맞죠?

잘잘라 2011-02-09 12:01   좋아요 0 | URL
뇌졸중 걸린거, 맞아요.

뇌졸중으로 왼쪽 뇌기능을 잃었구, 왼쪽 뇌를 디귿자로 24센티미터 열어서 수술을 한 뒤에, 8년에 걸쳐서 왼쪽 뇌기능을 회복해서 뇌과학자로서 사명을 다하고있는.. 그런 여자 이야기입니다. (이거 안되겠군요. 리뷰 다시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