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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거의 매일 같이 밥 먹는 사람이 고기를 못먹어요.
아니, 정확히 말해서, 육고기를 못먹어요.
그 사람은 고기 못먹는다는 말은 절대 안해요.
다리가 네 개 이하는 안 먹고, 차라리 다리가 없든지, 아니면 다리가 최소한 다섯개 이상은 되야 먹는다나 뭐라나, 희안하게 얘기하는데, 그러고보니 닭, 오리는 다리가 두 개, 소, 돼지는 네 개, 오징어 열 개, 새우도 열, 문어 여덟, 물고기는 다리가 없고.. 흠..
회식할 때마다 자기 때문에 메뉴가 한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나름 준비한 멘트인가본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렇게 따지면 갈 곳은 뻔해요. 횟집 또는 조개구이나 생선구이, 장어구이 류, 매운탕, 해물탕 류, 아구찜 류, 그도 저도 아니면 그냥 중국집, 격식 좀 차려야되는 자리면 한식집이나 일식집.(써 놓고 보니 많기만 하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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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30종의 해산물이 등장합니다.
낚시와 채취, 오리법,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사람살이가 나오죠.
(4쪽_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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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샀다가, 제가 읽고 제가 가져버린 책.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는 제목과, 소설가가 쓴 책이라는 점 때문에,
처음엔 책 내용과 한참 동떨어진 기대감을 갖기도 했어요. 중년 남자의 고독?
절절한 인생 이야기?.. 뭐 그런 김치국을 마셨던 건데요.
그래서 첨엔 좀 실망하고 책을 한 2,3주는 팽개쳐두었어요. 그러다가 정말 아무
기대 없이 그냥 책을 잡고 읽기 시작했구요. 기대를 안해서 그런가, 이번엔 책
내용 하나하나 이렇게 달가울 수가 없습니다. 허허.
'이거 완전 나를 위한 세레나데였네?' 이러면서 한 줄도 건너뛰지 않고 꼬박꼬박
읽습니다. 아! 한 가지, 읽을수록 배가 고프고, 침이 고이는 부작용이 흠이라면
흠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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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 배가 불러야 돼, 가 이곳의 기본인 만큼 수북이 쌓아놓고 먹는다. 횟집처럼 1킬로그램 짜리 얇게 저며놓고 친구 부르면 욕먹기 십상이다. 차라리 족발 삶아주는 게 낫다. (생략)
그런데 자주 먹다보면 지겨워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엊그제 낚시를 갔다가 적잖은 참돔 두 마리를 낚았다. 이것 떠서 저녁을 먹자, 돌아오기는 했는데 망연자실 바라보다가 결국 라면 끓여먹었다. 나는 혼자 밥을 잘 먹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생선회는 그렇지 못하다. 좋은 재료와 능숙한 칼솜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먹을 수 있는 친구가 있느냐는 것이다.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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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 배가 불러야 돼'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문장인지!
나는 라면도 먹고, 질리지 않고 회도 먹을 자신이 있는데,
우짜믄좋겄나, ♪ 바닷가에서 오두막 집을 짓고~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