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아침이다. 주차장에 들어서서 빈 칸을 찾는데 넓은 자리가 눈에 띈다. 양쪽 다 경차다. 마침 오른쪽 차가 깜박깜박, 누군가 걸어 나온다. 아 얼른 나부터 대야겠다 하고 서두르다 보니 뭔가 삐딱하다. 앞으로 뺐다가 다시 넣다가 보니, 아까 걸어나오던 사람이 왼쪽 차 앞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리모컨 키를 누르고 있다.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자 차 안을 들여다 보고 다시 누르고 급기야 수동으로 열쇠를 넣어 돌리는데도 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창문을 내리고 ˝저기요, 이쪽 차가 깜박깜박 하던데요?˝ 하며 오른쪽 차를 가리켰다.

˝앗! 죄송합니다!˝

˝아니 뭐 저한테 죄송할 일은 아니고, 저도 그런 적 있어요.˝

˝핫핫핫 죄송합니다.˝

핫핫핫
핫핫핫핫
아이고 두 번 당황하셨네.
‘당황 + 당황 = 죄송‘인가?
‘당황 + 당황 = 민망‘이겠구나.
‘당황 + 당황 = 민망하지만 아무튼 감사‘까지 하는 사람은 드물다.
감사도 훈련이란 말이 생각났다.
열심 살자!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줬더니 기분이 좋다는 거고, 다른 사람의 민망함에 대해서는 더 말 할 필요가 없다‘............아? 아니다. 내가 그냥 차 대고 그 자리를 떠났으면 결국 스스로 자신의 착각을 알아차렸을 텐데? 그럼 혼자 머쓱하고 말았을 일인데? 아이쿠. 이거 제가 죄송합니다. 괜한 참견을 했네요.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그래도 아무튼 기분 좋은 아침인 걸로! 왜냐면, 내가 앉은 여기 지금 무척 아늑하고 독립된 공간이라서. 왜냐면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도 하나 없구만. 혼자 커피 마시기 좋은 시간! 벌컥벌컥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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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p.)손님방은 나중에 추가로 지었기 때문에 모양이 아주 독특했다. 집 뒷벽에 딱 붙어 있었는데, 타르칠이 된 안쪽 벽에 그물과 아이볼트와 밧줄,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는 다른 필요한 물건들이 걸려 있었다. 천장은 지붕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에 아주 삐딱했고, 집을 받치고 있는 바위가 이전에 늪이 있었던 곳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에 방은 나무 기둥 위에 지어졌다. 바깥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손님방은 침대보다 아주 조금밖에 더 길쭉하지 않았다. 그 방은 달리 말하면 푸르게 회칠이 된 아주 짧은 복도에 지나지 않았고, 한쪽 끝에는 문과 못 상자가, 반대쪽에는 지나치게 큰 창문이 있었다.창문은 어딘가에서 안 쓰고 남은 물건이기 때문에 그렇게 컸고, 왼쪽은 기울어진 지붕 때문에 구석을 잘라 냈다. 하얀 침대는 푸른색과 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손님방 밑에는 콜타르와 석유와 목재용 방부재가 들어 있는 통들, 빈 상자, 삽과 쇠 지렛대 그리고 생선 상자와 버리기 아까운 온갖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손님방은 아늑하고 독립된 장소였고, 그 밖의 자잘한 것에 대해서는 별로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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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에게 배운다. 글쓰기를 배운다.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배울 수 있다. 토베 얀손처럼 쓰고 싶다. 토베 얀손은 능청맞고, 섬세하고, 생각이 있고, 성실하고, 재미있다.

손님방에 대해 저렇게 시시콜콜 말해놓고는 마지막에 ‘그러니까 손님방은 아늑하고 독립된 장소였고, 그 밖의 자잘한 것에 대해서는 별로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손님방이 아늑하고 독립된 장소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손님방에 대해서 시시콜콜, 자잘한 것까지 다 말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즐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저런 한 마디를 추가하기 위해서, 저런 능청스런 표정을 한 번 지어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작업이었을 테니까.

마지막에 웃기 위해 오늘도 꼭 필요한 시간이라 믿는다.










손님방은 나중에 추가로 지었기 때문에 모양이 아주 독특했다. 집 뒷벽에 딱 붙어 있었는데, 타르칠이 된 안쪽 벽에 그물과 아이볼트와 밧줄,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는 다른 필요한 물건들이 걸려 있었다. 천장은 지붕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에 아주 삐딱했고, 집을 받치고 있는 바위가 이전에 늪이 있었던 곳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에 방은 나무 기둥 위에 지어졌다. 바깥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손님방은 침대보다 아주 조금밖에 더 길쭉하지 않았다. 그 방은 달리 말하면 푸르게 회칠이 된 아주 짧은 복도에 지나지 않았고, 한쪽 끝에는 문과 못 상자가, 반대쪽에는 지나치게 큰 창문이 있었다.창문은 어딘가에서 안 쓰고 남은 물건이기 때문에 그렇게 컸고, 왼쪽은 기울어진 지붕 때문에 구석을 잘라 냈다. 하얀 침대는 푸른색과 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손님방 밑에는 콜타르와 석유와 목재용 방부재가 들어 있는 통들, 빈 상자, 삽과 쇠 지렛대 그리고 생선 상자와 버리기 아까운 온갖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손님방은 아늑하고 독립된 장소였고, 그 밖의 자잘한 것에 대해서는 별로 말할 필요가 없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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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26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우연히 비슷한 자리에 같은 모양 차가 있었던거네요. 그 사이에 우리 잘잘라님이 딱 가려주시고.... ㅎㅎ
가끔 이런 일로 또 웃는게 우리 일상의 기쁨이죠. 잘잘라님 요즘 토베 얀손에게 확 꽂히셧네요. 즐거운 독서가 즐거운 글쓰기로 이어지길요. ^^

잘잘라 2022-10-26 18:50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당~ ㅎ 같은 차종 같은 색 차가 한 칸 걸러 나란히 서 있었어요. 제가 중간에 똭ㅎㅎ.. 그 분도 나중에 돌이켜 생각하면서 하하하 웃으셨을 것 같아요. ^^ 바람돌이 님 감사합니다^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