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사노라면


사노라면 집이 좁아져요.
오늘 한 권 사는 건 괜찮아요.
그러나 10년 동안 책을 산다면 정말 큰 일이예요.
그만큼 큰 집이 아니라면, 세월이 갈수록 정말 큰 일이예요.

(책을)사노라면,
큰 집이 필요해요.
큰 집을 사노라면 더 큰 돈이 필요해요. 10년 동안 책을 사는 데 든 돈은 쨉도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해요.
그런 돈이 어딨어요.

사노라면,
같이 사는 사람과 사이가 나빠져요.
그 사람도 나처럼 책을 사는 사람이면 좀 덜할까요?
자기가 책을 사는 사람이 되던가,
아니면 큰 집을 살 수 있게 큰 돈을 벌어오던가,
그러면 사이좋게 지낼 수가 있을텐데요.
흠.

할 수 없이 책을 안 사요.
그러면 인제 나 혼자 기분이 나빠요. 책을 안 사서 나 혼자 기분이 나쁜 건데 어쩐 일인지 같이 사는 사람도 금방 기분이 나빠져요. 우리는 같이 사는데, 같이 살면 사이좋게 지내야되는데, 둘 다 기분이 나쁘면 사이좋게 지내기가 정말 힘들어요. 한 사람만 기분 나빠도 힘든 일을, 둘 다 기분 나쁜데 어떻게 해낼 수가 있겠어요. 

나 혼자라도 기분이 좋아야겠다, 그러고 다시 책을 사요.
(책을) 사노라면,
사이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어요.
그래도 같이 살아요.
오래 오래 같이 살아요.

오늘도 책을 사요.
나 혼자 기분이 좋아요.
조금 미안해요.
어쩌겠어요.
나라도 기분이 좋아야지요.
오늘은 특별히 여러 권을 사요.
기분이 더 좋아요.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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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7-17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습니다.
상대편은 다른 걸 좋아하면 되지 않을까요?
자신이 책을 살 적마다 책값만큼 상대에게 지불하는 건 어떨까요?
상대도 돈 모아서 사고 싶은 걸 사라고요.
그럼 자신도 두 배의 책값이 아까워 덜 사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자제력이 생긴다는 거죠.
그냥 해 본 말입니당~~

2020-07-17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슬빈짱 2020-07-2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너무 잼있어요^^

norma2000 2020-07-2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는 다시팔고 새책을 사면 큰 집이 필요없죠 ㅎㅎ

2020-07-26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7 0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로랑스 2022-06-19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베란다까지 책장이 침범했어요. 아파트 평수를 늘려야 함. 책이 이젠 식구입니다.

플로랑스 2022-06-19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아버린 책을 다시 읽고 싶어져 판 값보다 비싸게 주고 산 적이 있습니다. 책 함부로 팔면 아쉬운 날이 옵니다. 책은 원나잇 스탠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