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사노라면
사노라면 집이 좁아져요.
오늘 한 권 사는 건 괜찮아요.
그러나 10년 동안 책을 산다면 정말 큰 일이예요.
그만큼 큰 집이 아니라면, 세월이 갈수록 정말 큰 일이예요.
(책을)사노라면,
큰 집이 필요해요.
큰 집을 사노라면 더 큰 돈이 필요해요. 10년 동안 책을 사는 데 든 돈은 쨉도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해요.
그런 돈이 어딨어요.
사노라면,
같이 사는 사람과 사이가 나빠져요.
그 사람도 나처럼 책을 사는 사람이면 좀 덜할까요?
자기가 책을 사는 사람이 되던가,
아니면 큰 집을 살 수 있게 큰 돈을 벌어오던가,
그러면 사이좋게 지낼 수가 있을텐데요.
흠.
할 수 없이 책을 안 사요.
그러면 인제 나 혼자 기분이 나빠요. 책을 안 사서 나 혼자 기분이 나쁜 건데 어쩐 일인지 같이 사는 사람도 금방 기분이 나빠져요. 우리는 같이 사는데, 같이 살면 사이좋게 지내야되는데, 둘 다 기분이 나쁘면 사이좋게 지내기가 정말 힘들어요. 한 사람만 기분 나빠도 힘든 일을, 둘 다 기분 나쁜데 어떻게 해낼 수가 있겠어요.
나 혼자라도 기분이 좋아야겠다, 그러고 다시 책을 사요.
(책을) 사노라면,
사이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어요.
그래도 같이 살아요.
오래 오래 같이 살아요.
오늘도 책을 사요.
나 혼자 기분이 좋아요.
조금 미안해요.
어쩌겠어요.
나라도 기분이 좋아야지요.
오늘은 특별히 여러 권을 사요.
기분이 더 좋아요.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