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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의 짧은 체류
스티븐 L. 펙 지음, 김항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평점 :


지옥? 우리가 생각하는 지옥도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무도 가보지 못했고, 설령 가보았다 해도 돌아 온 사람이 없으니 모두 제각각의 상상이 만들어 낸 지옥들을 지옥이라 표현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지옥이 탄생할 수도 있고 평범하지만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함께 주거나 각각 다르게 주는 상황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에 고통은 신체적 고통도 큰 고통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정신적 고통도 큰 고통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에게 무한한 시간이 주어짐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재앙이나 지옥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우리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인간의 삶에 희망이나 존재의 의미를 희미하게 하는 현실을 마주하면 어떨지 곱씹어 볼 수 있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 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옥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뛰어넘어 특수성이 아닌 평범하고도 흔한 상황으로의 거대한 도서관이 지옥으로 등장, 우리의 지나 온 삶의 과정들이 낫낫이 기록된 책을 찾아야 하는 형벌 아닌 형벌을 악마에게서 받고 이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우리의 인생 이야기의 스펠링이나 문법 등의 오류 없이 설명하는 책을 20년이든 50년이든 100년이든 찾아야 하는 심리적 고통을 통해 인간의 정신적 고통과 존재의 속박에 대한 자유를 희구하게 하는 책이다.
거대한 도서관에 쌓인 수 없이 많은 책들은 나 아닌 또다른 누군가의 인생이 기록된 책일터 하나 하나 읽고 찾아 언제 지옥을 벗어날 수 있을까?
10년, 100년도 긴데 1천년, 5억년이 걸린다면 과연 우리는 영혼이라해도 지쳐 포기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머물게 된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나의 인생을 찾아 헤메는 일은 나의 존재를 부각 시키면서도 존재를 희석 시켜 없애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야말로 나로 인해 스스로가 존재를 지우게 하는 것이 지옥이 아니고 뭘까 하는 생각에 답답함이 부풀어져 온다.
보편적인 지옥도를 생각했을 많은 사람들에게 그 모습은 이제 낮설지 않은 클리셰와도 같은 느낌으로 전해진다면 저자의 지옥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새롭고 참신한 지옥도를 만나보게 한다.
인간에게 공포감을 주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적당히'라는 단어가 얼마나 안성맞춤의 완벽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적당히 길어야 100년의 삶이 인간에게 신이 부여한 행복한 삶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한 모든것이 기록된 책을 찾아 헤메길 1천년, 1억년을 한다 생각하면 그 자체로 지옥임을 실감하게 될것 같아 공포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저자의 독특한 사유를 바탕으로 생각의 전환에 따라 느껴질 지옥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라 오래도록 마주할 수 있는 책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