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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들)
클레르 마랭 지음, 류재화 옮김 / 사람in / 2026년 5월
평점 :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단절이라는 단어는 유대나 연관 관계를 끊음 또는 흐름이 연속되지 아니함을 말한다.
오늘의 우리가 겪는 수 많은 단절들은 과연 우리가 원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 만들어져 우리와 연결된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진로변경, 이주, 투병, 출산 등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아주 내밀한 단절부터 연인과의 결별, 가족과의 절연이나 사별 등 관계의 단절까지 나, 우리를 뒤흔드는 모든 단절들에게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안다.
결국 이러한 단절들은 나, 우리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판단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러한 단절들에 대한 생각을 오히려 역설적으로 생각,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사유해 볼 일이다.
단절에 대한 풍부한 사유를 풀어내 우리에게 의식을 일깨워 주고자 하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단절(들)"은 우리 삶의 현실이 단절'로 이뤄져 있음을 말하며 분리와는 다르다는 점을 말한다.
마치 천을 찢어 발기듯 뜻겨 나가는 단절과 깨끗한 절단으로 나눠진 분리를 같이 생각하기 보다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이 단절된 상태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알아야 함을 일깨워 준다.
저자는 우리에게 단절은 태생의 비밀과도 같다고 주장한다.
이미 잉태한 산모의 몸에서 시작, 분리된 파편으로의 상태를 지닌 단절, 사람이 아니라면 사물로, 시각적 재현물로, 예술품으로 향하는 우리의 욕망들이 소유를 위한 단절의 상태를 지니고 있음을 이해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지만 부인할 수 없는 진실에 닿아 있다고 한다.
흔히 우리는 인간의 삶을 위해 '사랑해야 한다' 거나 '모두가 하나 되어야 한다'거나 '서로 연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텅빈 주장은 실효성이 없는 외침에 다르지 않다고 한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이는 우리가 그간 알고 있던 인간 존재에 대한 의미를 역설적으로 되돌려 생각해 보아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에게 연인과의 결별, 가족과의 절연 또는 이별이나 사별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이다.
그러한 점에서 저자는 우리의 존재가 시련을 통해 강해져야 함을 일깨우는가 하면 우리 자신이 '깨는 존재'가 아닌 '깨진 존재'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새로운 의식을 전해준다.
자기 자신에게 빠져버린 나르시시스트의 역설은 자기와의 사랑이 아니라 수면위에 비친 자아상과의 사랑에 빠진 모습이라는 것이라는데 과연 그것이 맞는 이야기라면 인간은 진정 어떠한 방법으로도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없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거울상, 자아상 역시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라캉의 분석은 인간 인식의 오류로부터 인간의 깊은 내면을 탐사해 들어가기 시작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 조차 나를 올바르게 볼 수 없다면 과연 누가 나, 우리의 존재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까?
타자만이 나, 우리를 볼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말도 마뜩치 않다.
설령 맞는 말이라 해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지는 막막하다.
결국 나, 우리라는 존재 역시 단절된, 깨진 존재로의 모습을 자아상으로 갖고 있음을 확인하게 될 뿐이다.
어렵고 역설적인 의미들이 지금까지의 사유를 흔들어 놓아 혼란스럽지만 새롭게 인간의 삶과 정신, 자아를 설명하는 부분은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