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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림의 500자 소설
문수림 지음 / 수림스튜디오 / 2026년 3월
평점 :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500자로 소설이 될까? 하는 물음은 독자에게나 작가에게나 실험이자 도전일 수 있다.
소설은 뭐고 또 소설의 형식은 뭘까?
소설은 산문의 형식으로 가공된 이야기를 말한다.
산문의 형식이라 했으니 산문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율격·운율 같은 외형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쓴 글을 뜻하기에 소설, 수필·기사·평론·일기·희곡 등 다양한 글이 산문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애써 문장의 길이를 정하는 설명글이 많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닷을 멈추게 된다.
짧은 문장 안에서 설명을 버리고 문장이 독자에게 넘어가는 순간을 채집해 물음을 던지는 작가 문수림의 500자 소설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문수림의 500자 소설"은 소설의 형식에는 뚜렷한 제한이 없다는 사실에 착안해 불필요한 설명 문장을 제거하고 핵심적 문장만으로 독자의 마음에 의문, 생각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기회를 전통 어구의 하나인 독살처럼 제시하는 책이다.
소설이기에 500자 라는 제한이 있지만 소설의 3요소는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
물론 장구하거나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로의 설명이 없어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간략하고도 핵심적으로 표현하며 그 구성 역시 인물, 배경, 사건이라는 층위를 충족하고 있음에 부족함이 없고 저자만의 독특한 문체는 읽기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소설은 인물을 통해 사건과 갈등을 겪게 하고 발생과 진행의 양상을 드러내며 결과를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 가치 등을 전하고자 한다.
물론 소설이 갖는 다양한 구성 요소들 모두를 충족하는 일은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최소한의 요소만으로도 소설을 창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극과극의 대치이자 넘어야 할 벽을 깨트리는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로서는 그 어느쪽으로의 소설도 크게 문제삼을 필요성이 없지만 거의 모든 소설 구성 요소를 포함시킨 작품보다 최소한의 요소만으로도 소설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고 묻는다면 우리 인간의 오랜 삶은 효율과 효과라는 측면을 매우 강조하는 삶이 누적되어 온 과정이기에 소설 역시 그러한 측면의 방향성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면 작가 문수림이 지향하는 형식의 파괴 아니 형식에 대한 실험적 정신은 오히려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에 부합한다 말할 수 있다.
101편의 짧은 소설로 구성된 단행본, 지금껏 만나 본 소설들과는 그 형식과 길이에서 완연한 차이가 나기에 마치 일본의 전통 시 5-7-5 음절로 이뤄진 하이쿠를 보는듯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하이쿠와는 완연히 다른 소설이자 독살처럼 숨겨진 함정으로 인해 우리는 작가의 노림수에 짧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를 수도 있고 생각의 기나긴 여운을 맛볼 수도 있다.
독특한 형식으로 소설의 형식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작가의 작품이기에 적잖이 나, 우리의 글쓰기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은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에 의해 바뀌고 이어져 왔다는 생각을 해 보면 익히 우리가 기준으로 삼았을 소설에 대한 모든 것들도 파괴와 생성이라는 과정으로 수렴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 독자들의 생각은 어떨지 기대감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