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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ㅣ 마음시 시인선 17
이정하 지음 / 마음시회 / 2026년 1월
평점 :
**네이버카페 책을좋아하는사람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받고 주는 일종의 거래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
허나 그렇지 않은 관계도 존립할 수 있다.
그저 존재하고 있는것 만으로도 나, 우리의 사랑을 확인하는 만족이 아닌 흡족함을 누릴 수 있는 관계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러한 관계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존재를 부각시킴과 동시에 나, 우리 자신을 더욱 깊이 있게 조망하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만들어 준다.
대상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이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농염한 환희지만 대상을 박제한듯 한 상황에서의 사랑은 오롯이 절제된 나, 우리의 감정적 고양에 촛점이 모아진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 그녀에게 한 걸음,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그 말로 표현치 못할 아쉬움 가득한 갈증적 사랑의 밀어들을 확인할 수 있는 마음시 이정하 시인의 시집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는 어쩌면 이원화 된 세계를 그려내듯 사랑하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몰입감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조망하는가 하면 하나의 벽처럼 느껴지는 존재에 대해 상대와의 관계 설정이 오롯이 나만의 과업임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읽혀지는 시집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제목을 통해 사랑을 포기하는듯 한 뉘앙스를 느낄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두 내어주고픈 나, 우리의 가장 깊은 마음속 심지를 드러내 보이는 문구로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저 있는 존재만으로도 황홀하고 있음으로 감사하며 있음으로 사랑하게 되는 존재, 내 삶의 이유이자 근거가 그 , 그녀에게로 향하는 사랑일진데 그, 그녀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이며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오히려 그, 그녀에게 다가서고 싶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미치지 못해 아쉽고 두려운 것이자 헤어짐을 유발할 수 있는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면 정말 미치지 아니하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랑이 시작된 것임을 어찌 알 수 있을까?
사랑하기에 소유하고자 하는 물리적이고 욕망에 충실한 세상의 사랑 방정식을 떠나 있는 존재만으로도 사랑의 대상화가 되는 그, 그녀에 대한 관계는 오롯이 그, 그녀가 촉발 시킨 나만의 변화에 한층 더 깊어 져야 하는 욕망의 제어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무수히 많은 말들이 존재하고 그 말들은 화려한 미사여구를 통해 상대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애써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는 이유는 사랑의 변절이나 단절이 아니라 더 이상 요구할 수 없을 정도의 존재감을 갖는 그, 그녀이기에 바람이 없는 관계로 인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사람 지금, 나, 우리 곁에 있는가 하는 물음은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도 다르지 않다.
사랑은 언제나 갈증을 일으킨다.
세상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갖는 다양한 의식들이 수 많은 미사여구를 동반한 채 전달되곤 하지만 진정 마음속 깊이 여운이 남는 말은 말을 많이 함으로써가 아닌 말하지 않음으로써 느끼게 되는 혼자만의 독백과도 같은 여운을 남겨주는 사랑이라 할 수 있다.
그, 그녀에게 한 걸음, 한 발자국 더 다가가고 픈, 우스게 말처럼 그, 그녀가 끼는 안경이 되고 싶다든지, 혹은 그, 그녀다 피아노를 친다면 피아노 악보가 아닌 건반이 되고픈 그 애절하고 간절함이 빚어내는 사랑의 철학을 우리는 이정하 시인의 시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를 통해 확연히 느껴볼 수 있다.
사랑의 완성이 이뤄질 수 있을까 싶지만 앞서 만나 본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는 완연히 사랑의 시작을, '한 사람을 사랑했네'는 사랑의 과정과 결말을, 그리고 이 책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절제된 갈증적 서사를 나만의 마음으로 지켜가는 완성도 높은 사랑에 대한 완숙미를 보여주는 시리즈로 기억하게 될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