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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크림빵 ㅣ 새소설 19
우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평점 :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달콤한 크림빵과 죽음의 매칭이라니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죽음과 크림빵을 엮어 독자들의 마음을 훔쳐 낼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크림빵은 혀 위에 올려 두면 사르르 녹아나는 성질을 보여준다.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도 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
물론 자살도 범죄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존재로의 삶에 권태와 더 이상의 삶을 구가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적어도 살인자가 아닌 피해자로의 죽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삶의 과정들이 나, 우리 자신의 삶을 대변하는 모습이 되듯 지난한 삶을 살아 온 한 여성의 삶의 끝에 죽음에 다다른 애틋한 이야기를 담아 낸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죽음과 크림빵" 은 한 여교수의 부고로 시작되며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조교 이종수, 제자 정하늬와 허자은 교수 본인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소설로 마치 조각난 퍼즐을 맞춰 가는듯 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하나의 현상을 보더라도 다르게 느끼는 것이 여러 사람들이 갖는 생각이고 보면 이러한 다양한 인물의 시선에 따라 보게 되는 일관된 모습의 이야기 속에 드러나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다소 외설스럽게 느껴질 법도 한 내용들이 소개되지만 그러한 부분들이 허자은 교수의 삶의 밑자닥에 자리한 기억의 소환이자 올바르고 착하게 살고자 했던 그녀의 기도와도 같음을 생각해 보면 그러한 그녀에게 잘못을 묻기 보다 그녀를 상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기적이고 악감정 섞인 모습들이 오히려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와 너무 닮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식은 떡, 반려된 논문, 구멍이 뚫린 몸, 채워지지 않는 인간으로 남들이 못보는 곳에서 남들이 관심업는 걸 몸으로 집어 넣었다가 다시 토해내는 그런 일을 누가 하고 싶겠는가?
떡집을 운영하는 엄마를 배려한 밥이 아닌 떡을 먹는 그녀, 여자에 대한 호기심을 동생의 몸으로 해소하기 위한 오빠의 놀잇감이 되고 가득이나 어려운 집안 살림에 살림 밑천으로의 효녀 역할을 하는 등의 허자은의 삶은 착한 딸, 착한 동생, 착한 학생, 착한 아이로 귀결지워지고 이는 사회적 평가의 대상으로 그녀 자신을 자신이 아닌 사람으로 착각하게 한다.
어쩌면 우리 역시 지금의 나, 우리 자신의 본래 모습이나 정체성을 확인하지 못하고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가 자신의 연구실 화장실에서 변기통에 머리를 박고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롯이 나 자신이라는 본질을 찾지 못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규정 지어진 나라는 존재의 패르소나적 모습에 경종을 울린 허자은의 죽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 번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무언가를 가질 수 없었던 허자은에게 크림빵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놀람과 거부적인 저항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자신과는 다른 존재감을 가진 나 이지만 내면에 존재하는 나의 존재가 바라는 크림빵과 같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 혹은 거부감에 대한 본질과의 차이에 대한 불일치는 그녀에게 변기통을 끌어 안고 죽음을 두렵지 않게 한 의미가 되었다고 판단하게 된다.
스스로를 인지해 자신의 정체성을 오롯이 드러내지 못하는 인간이야 말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더 삶에 끌려다니며 고통스런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비단 허자은과 같이 죽음의 길에 들어서지 않더라도 결코 바람직한 삶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유혹과 유혹당함의 죄를 따지기 보다 유혹의 대상을 내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읽고 삶에 적용하는 나, 우리가 되는것이 더욱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