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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
한수정 지음 / 희유 / 2025년 2월
평점 :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동묘지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장소로 여겨진다.
이미 죽은이들의 세상이라 생각하지만 결코 그러하지 않다.
죽음의 결과를 눈으로 보는 우리지만 한 때 우리가 사랑했던, 잊을 수 없는 이들의 존재가 여전히 현실이라는 무덤에 존재하고 있기에 어쩌면 죽음도 삶과 마찬가지로 현실에 존재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공동묘지를 관리하는 것을 생각하면 뭐가 그리 바쁠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공동묘지는 시설들이 현대화 되어 있고 깔끔한 면이 많아 크게 손이 가는 일들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묘지 관리인이 아닌 입장에서의 생각만으로는 추론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소설 속의 공동묘지는 생긴지 15년이 된 우리가 생각하는 시스템화 된 공동묘지가 아닌 거의 모든것들이 수동화 한 공동묘지로 그 곳에서 벌어지는 묘지 관리인의 이야기들을 통해 삶과 죽음이 혼재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 는 공동묘지를 배경으로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삼촌의 죽음으로 생계가 곤란해진 주인공 수영이 공동묘지 관리인으로 취직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게 담아낸 책이다.
공동묘지를 생각하면 수 많은 괴담과 공포를 떠 올리게 되지만 소설 속의 공동묘지는 오히려 그러한 두려움의 장소라기 보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힘겨움과 지난 시간에 대한 과거사의 토로 무대로 이용되고 있는것 같다.
특히 수영은 사람들에 대한 눈썰미, 혹은 감이 빨라 그녀만의 내면적인 느낌을 엿볼 수 있고 독특하게 구성된 공동묘지 관리인의 수습기간을 통해 함께 하는 직원들과의 특성들을 잘 파악해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나 처음해 보는 일 앞에서는 수습기간이 두렵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앞선 선배들의 자세한 지도와 자신의 눈썰미 혹은 감을 통해 빠른 이해와 습득을 한다면 충분히 수습기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수영 역시 그러한 염려를 하지만 그녀만의 믿음직함에 무난한 수습기간 완성을 이뤄내며 우리 삶의 사연들의 다양성에 대한 눈물겨움이 오롯이 드러나기도 한다.
수영은 묘지 관리인으로의 적절한 대책과 고객으로 오는 유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역할을 잘 해 낸다.
공동묘지를 찾는 유족들의 바램이 무엇이겠는가?
이미 고인이 된 분이지만 무덤 관리를 잘하고 찾아오는 유족들과의 대인관계를 잘 쌓는 일이 바램이 아닐까?
아주 사소하지만 어쩌면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한, 바램들이 오늘의 이 소설을 저자가 쓰게 만든 근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죽음, 죽은자들이 존재하는 공동묘지에서의 산사람의 삶의 이야기들, 삶과 죽음의 공존이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기에 삶의 오색찬란한 이야기들을 마주하는 공동묘지에서의 이야기들은 오늘을 사는 나, 우리에게 색다른 의미로 삶과 인생을 보게 해 준다.
재미는 덤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의 일독을 권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