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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복
리샤르 콜라스 지음, 이주영 옮김 / 예미 / 2024년 8월
평점 :

사실 이러한 행위는 일본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할복을 죽음의 미학을 실현하는 방법이나 도구 쯤으로 생각하는 일은 감히 생각지 못할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할복하는 당사자 이외의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두렵고 괴이한 죽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무라이 전통방식의 자결권이 할복이라니 그들 나름대로의 가치나 미학적 완성으로의 죽음에 대한 합리화겠지만 그러한 그들의 역사나 문화를 이해하기에는 세상 사람들의 의식, 인식이 그리 포용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나, 우리 역시 일본이라는 나라, 일본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있어 좋게 보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전통적이고 의미를 부여한 죽음에 다다르는 서사를 이해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상직적 의미에 대한 수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경직된 서사보다는 소설 장르를 통해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월등히 유익하다 싶으며 그러한 서사를 담아낸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할복" 은 한 인물의 일대기와 같은 서사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의 측면에서 죽음에 대한 미학적 완성으로의 행위인 할복의 상징적 의미를 드러내고 소설 속 인물의 할복이 진정 죽음의 미학적 대상인지를 곱씹어 보게 하는 책이다.
소설속 주인공 에밀 몽루아는 프랑스인 엄마와 독일인 아버지를 두고 그가 태어난 시기부터 시작해 할복으로 삶을 마감하기 까지의 시간을 36권의 노트 팩션으로 전하고 있어 초반에는 자신의 성장기와 맞물려 있는 시간, 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 일본으로 건너가고 한국전쟁 6.25에 특파원으로 참여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의 여정을 에밀 몽루아의 시선을 따라 파란만장한 그의 삶 속에 숨겨진 비밀들을 파해쳐 간다.
36권의 노트는 에밀 몽루아가 자신과 일면식 있었던 프랑스 대사관의 R.C에게 부쳐졌고 그가 읽어나가는 에밀 몽루아의 삶의 이야기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한 작품을 통해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의 문화에 대한 다양성의 서사가 꽤나 잘 버무려져 있기에 독특한 점으로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초반부에 기재된 몽루아의 할복 장면에서 죽음에 대한 미학적 서사를 발견할 수 있는가?
아니면 그가 의탁한, 의탁하고자 했던 세상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하는 용감함의 극치를 볼 수 있는가?
또한 그가 사무라이 정신의 계승자이거나 그러함을 발견할 수 있는가 하는 다양한 궁금증들이 일어나지만 전체를 읽어본 후에라야 왜 그가 자살 방식의 하나로 할복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에밀 몽루아는 왜 할복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
더구나 자신이 사랑하던 한국인 아내 선희와 수없이 마주했던 한국과 일본의 풍경들이 어떤 심리적 트리거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촉각을 곤두 세우게 된다.
에밀 몽루아가 겪은 삶의 진저리치는 모습들에서 전쟁과 우정, 사랑과 죽음과 속죄에 대한 이해를 발견할 수 있다면 저자가 짜 놓은 복잡다단한 서사의 그물에서 건저 올린 정수를 맛보는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국인에게 자국 문화는 당연시 되지만 외국인이 보는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의 문화는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으며 자국문화에 대한 새로움에 눈을 뜰 수도 있는 일이다.
초반부에는 더디고 따분함에 젖어들지만 중반 이후 부터는 반전적 서사와 흐름이 사뭇 긴박하게 흘러가기에 더불어 끝까지 놓지 않고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시간을 결말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그 시간을 궁금해 한다면 서슴없이 펼쳐 읽어보는 기회를 얻길 권유해 본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