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본 - 왕좌의 난
서자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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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만약이란 기회를 부여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건들이 달라졌을 것이고 또 현실은 그만큼의 시간축이 어긋난 채로의 삶을 우리에게 선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역사드라마를 보면서 혀를 차고 죽일놈, 살릴놈 하며 열을 올리던 나, 우리의 모습을 보면 왕이 되기 전의 역적 수양대군과 기종의 왕권을 지키고자 했던 김종서의 운명이 극명하게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운명이 갈라진 어느날, 수양의 종손과 김종서의 종손이 같이 태어남은 어쩌면 하늘의 조작은 아니었을까 하는 인간적이고 측은지심적인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워낙 수 많은 드라마들이 태생의 비밀에 쌓인 내용으로 울궈 먹은 시간들이 많아 싱숭생숭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국본, 한 국가의 왕세자를 이르는 이름 앞에서 가지게 될 미심쩍음은 수양이 끝내 밝히지 못한 고통의 죗값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다듬게 된다.

수양의 업보가 불신의 지옥으로 펼쳐지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국본 왕좌의 난"은 역적으로 인식해야 할 수양의 왕권찬탈, 단종을 폐위 시키고 단종의 보좌 세력인 황보인, 김종서 등 수십 인을 살해, 제거한 사건인 계유정란 이후 왕이 된 세조가 왕세자 책봉에 있어 책봉을 미루는 사실과 관련, 괴벽보의 등장으로 왕자와 역적의 손자가 바뀐 사실을 통해 일대 혼란을 겪게 되고 조정의 간신으로 치부되는 한명회 등은 자신들이 조정하기 쉬운 '현'을 왕자로 지지하고 젊은 신료들은 또다른 인물 '신우'를 왕자로 주장하는 놀라운 상상력을 통해 그날의 간극을 살떨리는 마음으로 느껴 볼 수 있게 만들어 준 책이다.

한 편의 드라마 또는 영화로 만들어도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세조의 고민만이 고민이 아닌 왕자로 지목된 현과 신우 역시 고민되는건 마찬가지요 밝혀지는 대로 한쪽의 운명은 사그라질 것으로 극도의 긴장감이 펼쳐진다.

하지만 역사는 무덤덤히 세조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의 죗값을 치르게 하는 업보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인과응보라는 말을 알 수 있는 일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인간의 염원이 반영된 복수는 시간이 지나도 반복되고 자신이 저지른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역사 속에 존재하는 월산군, 그가 왕위에 오를 수 없었던 두 번의 기회, 뚜렷한 해명 없이 두 번의 기회를 놓친? 월산군의 왕위계승은 어쩌면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차원에서의 거부권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내심 해보게도 된다.



매우 재밌는 상상력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상상력은 가공할만한 위력을 낳는다. 물론 현실에 가 닿지는 못할지라도 '만약'이라는 상황을 전개해 나가면서 느끼게 될 희열과 카타르시스는 적잖히 나,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위로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현대에 와서야 DNA 검사 등으로 친자 확인과 같은 방법을 동원하면 된다지만 그러한 방법이 없었던 당시라면 뒤바뀐 왕세자의 판별은 할 수 없었으리라, 또한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수양, 세조에게는 뼈아픈 인과응보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늘이 내린 왕'이 아닌 '능력 있는 왕'을 뽑고자 한 기발한 발상은 기존 왕권에 대한 반전이자 새로운 왕권수립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어쩌면 그러한 바램이 오늘을 사는 나, 우리의 현실 정치 지도자들을 뽑고자 하는 내력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장르를 자주 느껴보는건 아니었지만 매우 몰입해 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작가의 또다른 작품이 기대된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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